[폴리뉴스 강민혜 기자] 말 많았던 차기 여신금융협회장 선임이 내일이면 마무리된다. 내정자는 예상대로 김주현 전 예금보험공사 사장이다. 사무금융노조가 “관료 출신 낙하산 인사를 반대한다”며 성명을 냈지만 결과는 관 출신 협회장 재등장으로 끝났다. 첫 민간 출신이었던 김덕수 전 협회장 탄생 이후 3년 만에 다시 관치금융 문화로 회귀한 셈이다. 김 전 협회장은 지난 15일 임기를 마쳤다.

이번 여신협회장 선거는 유난히 치열했다. 역대 최다인 10명의 후보가 도전한 데다 관 출신과 민간 출신 후보들의 물밑 경쟁도 적지 않았다. 모 후보는 중진 국회의원이 협회 회원사들에게 “잘 좀 봐달라”는 식으로 전화를 넣고 있다는 소문이 돌았고, 또 다른 후보는 몇몇 업계 출입 기자들에게 개별로 연락해 자신을 홍보하기도 했었다. 금융당국이 협회장 적임자를 추려 협회 회원사 사장단과 후보추천위원들에 전달했다는 소문도 들렸다.

특히 관심을 모았던 건 전직 금융당국 수장의 선거 부정개입설이다. 여신협회가 최종 후보자 3명의 명단을 발표하기 직전인 이달 4일 사무금융노조가 제기한 의혹이다. 노조 관계자는 “김주현 후보가 과거의 썩은 동아줄(모피아)을 활용해 투표권이 있는 회원사들을 압박한다는 소문이 돈다”며 ‘모피아(경제관료+마피아)’의 주인공으로 전직 금융위원장 K씨를 지목했다. K씨가 은행 쪽 인맥을 동원회 투표권 있는 협회 회원사 사장들에게 연락을 넣었다는 것이 소문의 골자다.

그러나 노조의 강한 우려에도 불구하고 여신협회장 내정자론 끝내 김 전 사장이 낙점됐다. 이후 대정부 투쟁을 언급하던 노조의 입장도 다소 선회했다. 노조 관계자는 “지부 관계자들과 협의 끝에 대정부 투쟁을 하지는 않기로 했다”며 “김주현 내정자가 관에서의 경력을 활용해 업계의 목소리를 잘 대변하겠다고 한 만큼 추후 행보를 지켜보고 판단할 것”이라고 밝혔다. 관 출신을 배척하고 업계 전문가인 민간 출신 협회장을 바라던 전과는 대비되는 모습이다.

이러한 상황에 대해 20년 넘게 금융계에 몸담아온 조남희 금융소비자원 대표는 “업계는 가슴으론 민간 출신을 원하면서도 머리론 관료 출신 선임에 따른 이익을 계산했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그에 따르면 금융관료의 보이지 않는 지배가 남아있는 국내 금융환경에선 관 출신 협회장이 탄생해야 업계에 유리하다. 산적한 업계 현안이 많아서다. 지난 3년 간 여신협회를 이끌어 온 김덕수 협회장과 관련해 노조 관계자는 “민간 출신 첫 협회장이었는데 업계 내부에서도 평가가 좋지 않았다”며 “관 출신 협회장을 지켜보기로 한 데에 일정 부분 영향을 미쳤다”고 말했다.

김주현 내정자는 협회장 선임 이후 우선 당국이 주도한 카드 수수료 인하 조치로 촉발된 업계의 불만을 다독여야 한다. 카드산업 경쟁력 강화를 위한 부가서비스 축소, 레버리지 규제 완화 등 업계의 핵심 건의를 어느 정도 당국에 관철시켜야 한다는 뜻이다. 통상적으로 관 출신 협회장은 당국과의 협상력을 지녔다고 평가 받는다. 김 내정자만 봐도 최종구 금융위원장과 행시 동기(25회)다. 재무부를 거쳐 금융위 금융정책국장, 증권선물위원회 상임위원, 사무처장 등을 역임했다. 김 내정자가 과거 공직생활의 경험과 인연을 기반으로 당국과 원활히 소통해주길 바라는 업계의 기대감이 얼마나 충족될지 관심이 쏠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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