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천혁신, 제왕적 대통령제 등 우리 정당구조와 정치문화 개선책

폴리뉴스 창간 9주년 특별기획 <한국정당실록 60년>을 시작하며...

시대가 변하고, 국민들의 정치의식이 크게 고양되고 있음에도, 또 정권이 아무리 바뀌어도 한국의 정당은 과거의 틀과 과거의 패러다임에서 크게 변하지 않은 듯 합니다.

대의정치체로서 정당의 본질적 임무인 민의를 제대로 담아내지 못하는 것은 물론, 시대를 앞서가는 지도력은 발현되지 못하고 있는 것이 오늘날 우리 정당의 현실입니다.

지금 이대로의 정당체제라면 앞으로의 한국 정치의 미래는 기대하기 힘듭니다. 이에 무엇보다 최우선 할 것이 과거를 정확히 되짚어보는 일일 것입니다. 역사를 통해 미래를 찾는 단서를 찾고자 합니다.

<폴리뉴스> 창간 9주년 특별기획 <한국정당실록 60년>는 기존 자료의 재정리 방식이 아니라 한국정당을 이끌어 오신 정치지도자와 주역들로부터 당시의 <생생한 동영상 증언> 방식입니다.

60여년의 한국정당사 전체를 살아있는 정당주역들로부터 듣는 ‘증언록’으로 정리하겠다는 것은 아직 어디에서도 시도해보지 않았던 야심찬 기획입니다.

한국정당사를 정리하는데 있어서 이념노선, 정책, 인물, 리더십, 정체성, 지역성, 파벌성 등 여러 가지가 있을 수 있겠으나 정당의 본질은 다름 아닌 ‘민의’를 대변하는 대의정치라는 점에서 과연 과거 정당들이 그 시대 민의를 제대로 대변했는지, 또 어떻게 민의를 억압, 왜곡했는지에 초점을 맞추어 이슈별로 인터뷰를 진행하고자 합니다.

또한 알려지지 않았던 당시 정치적 진실도 증언을 통해 알아보고자 합니다.

-편집자 주-

ⓒ폴리뉴스
<폴리뉴스> 창간 9주년 특별기획 <한국정당실록 60년>의 다섯번째 인터뷰 인물은 이신범 전 국회의원이다.

이신범 전 의원은 1967년 서울대 법대에 입학해「자유의 종」을 발간하는 등 학생운동을 주도했으며 3선개헌반대와 서울대생내란음모사건, 김대중내란음모사건, 긴급조치 9호 위반 등 총 4차례에 걸쳐 5년 8개월 동안 투옥생활을 했다. 1983년 미국망명길을 떠나 DJ와 함께 해외민주화운동을 하다가 1987년 귀국, 당시 제1야당이었던 통일민주당에 김광일, 노무현, 강신옥씨 등과 입당하여 정책실장을 맡아 현실정치에 참여했다. 96년 신한국당으로 15대 국회의원이 됐으며 98년 ‘국민의 정부’로 정권이 교체된 후 ‘DJ 저격수’로 활동했다. 국회 통일외교통상위원회 간사로서 활발한 활동을 한 그는 국제 외교통으로 유명하다.

이신범 전 의원과 인터뷰는 지난 5월 10일 본사 회의실에서 김능구 본지 발행인과 대담형식으로 3시간 여 동안 진행됐다. 기사는 총 3편으로 나뉘어 게재할 예정이며 ①편에서는 ‘서울의 봄’. ‘김대중 내란 사건’, ‘미국망명’과 ‘87년 후보 단일화’에 대해 생생한 증언을 바탕으로 전개되며 ②편에서는 ‘3당 합당 불참’, ‘15대 총선’, ‘총풍사건’, ‘국정원 도청’ ‘YS와 DJ’ 등 대한민국 정치사에 있어 굵직한 사건에 대해 다룰 계획이다. ③편에서는 공천혁신 등 우리 정당구조와 정치 문화 개선책에 대한 그의 지론을 전할 예정이다.


의회 폭력, “국헌문란으로 처벌해야”...여야 모두 자제해야, “대화 부족이 근본 원인

지난 촛불집회를 통해 드러난 정당정치에 대한 국민들의 불신은 우리나라 정당정치에 위기가 온 것이 아니냐는 의문을 제기하게 만들었다. 이에 대해 이 전 의원은 “우리나라는 최근 몇 년 동안 단임 대통령제였기 때문에 대통령이 바뀔 때마다 필요한 인물을 몰아내기도 하고 우수하지는 않지만 자신들의 측근을 인사로 발탁했기 때문에 국민들의 신뢰를 얻지 못한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서 “국민의 신뢰를 다시 얻기 위해서는 참여를 통한 선거와 건전한 토론이 밑바탕 되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또 국회 입법전쟁에 대해 그는 “한나라당과 민주당 모두에게 잘못이 있다”고 말했다. 이 전 의원은 “국회의원이 아닌 보좌관이나 당직자들이 본회의장 출입을 막는다든가, 상임위원회 회의장을 부수려고 하는 행위 등은 어느 나라에서도 있을 수가 없는 일”이라며 “국가기관의 권능행사를 불가능하게 하는 국헌문란 죄에 해당하는 것으로 처벌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서 진보와 보수의 이데올로기적 깃발 아래 설득과 원칙 존중, 그리고 상호 존중의 모습을 좀처럼 찾아볼 수 없는 우리 국회의 현실을 강하게 비판했다.

이 전 의원은 “지금으로부터 163년 전(1856년)에 미국의회에서 하원의원이 상원회의실에 들어가서 지팡이로 상원의원을 두들겨 팬 사건이 있었습니다. 노예제 찬성주인 사우스캐롤라이나주와 그 주 출신 상원의원인 자신의 사촌을 비방했다는 이유에서였습니다. 그런데 폭력을 행사한 그 의원은 다시 압도적 지지로 선출되었습니다. 당시 미국 남북 갈등의 극치를 보여준 의회폭력 사태를 이렇게 어물쩡하게 넘긴 미국은 노예제 문제를 제대로 매듭짓지 못했고 결국 5년 뒤 미 역사상 가장 끔찍한 전쟁인 남북 전쟁을 치르게 된 것입니다”라며 여야 의원들의 폭력행위를 우회적으로 꼬집었다.

이 전 의원은 이어서 “여야의원들이 단상을 점거하고 폭력을 행사하는 것을 보면서 이렇게 감정적으로 대립하고 분열되면 국회 운영이 제대로 될 수 가 없다는 생각을 했다”며 “대화 부족이 근본 원인”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여야의 의견 충돌 시 소수야당과 집권당이 가져야할 태도에 대해 “소수야당은 법률을 저지해봤자 결국은 통과되기 때문에 그 과정을 국민들에게 소상히 알리는 노력을 하고 다음 총선에서 자기들이 다수당이 될 수 있도록 해야 하며 폭력을 행사하고 의사를 방해하는 행위를 일삼는 것은 국민들의 분노를 사는 일”이라며 감정적 대처를 자제할 것을 요청했다.

또 집권당에 대해서도 “통과시키려는 어떤 법안이 있으면 당 의원들에게 충분히 설명하고 국민들한테도 설명을 해서 명분을 축적하고 지지를 끌어내야지 다수의 힘으로 입법을 관철할 생각만 하기 때문에 국민들의 지지율이 떨어지는 것”이라고 말했다.


대통령제, “정당 공동화 현상을 초래”...“절충된 오스트리아식 의원내각제 생각해 볼만”

대통령제는 대통령을 수반으로 하는 행정부의 성립과 존속이 의회로부터 완전히 독립되어 있다. 대통령은 국민이 선출하고 행정부는 대통령에 의해서 구성되며, 대통령은 국가수반인 동시에 행정수반으로서의 지위를 가진다.

대통령제의 폐해로 제왕적대통령제를 들 수 있다. 제왕적 대통령제는 대통령이 정치권력을 왕권과 같이 비제도적으로 행사하고, 제왕과 같이 국가와 법 위에 군림하며 독선․독주․독단적인 정책결정과 정치권력을 사용화 하는 것이다.

그는 “大統領이라는 글자에서부터 제왕적 대통령제로 갈 소지를 만들어 놨다”며 ‘대통령’ 대신 ‘주석’으로 바꾸자는 의견이 제기된 적(1980년 개헌논의 때)도 있다고 말했다.

이신범 전 의원은 “대통령제는 제왕적 대통령제로 변할 소지가 크기 때문에, 대통령의 권력을 약화시키고 권한을 분배해야 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이 전 의원은 분배의 대상으로 의회와 정당을 지목했다. 이어서 “오스트리아의 의원내각제와 프랑스의 이원집정부제를 참고할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특히, “우리나라 국민들은 대통령을 직접 뽑고 싶어 하기 때문에 국민이 직접 대통령을 뽑는 오스트리아의 의원내각제가 참고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오스트리아는 대통령이 실권은 없으나 직선제이며 대통령의 임기는 7년이다.

또한 이 전 의원은 의원내각제에 대해 “다수정당이 난립하는 경우에 정국의 불안정을 가져올 우려가 있지만 2년 안에는 불신임을 못하게 하는 ‘건설적 불신임제’ 같은 제도적 장치를 마련한다면 대통령을 잘못 뽑아놓고 5년 동안 한숨 쉬는 것보다는 나은 제도”라고 말했다.

이 전 의원은 대통령에게 약간의 권한을 이양해 직선으로 선출한다든지 제1당의 당수를 총리로 지명할 권한을 준다든지 해 이런저런 보완을 거치면 과도적으로 상당히 훌륭한 제도를 만들 수 있다고 본다”며 의원내각제와 이원집정부제의 절충방향을 제시했다.

이 전 의원은 “미국과 몇 개 나라를 빼놓고는 대통령제를 하는 나라가 거의 없다”며 “우리도 의회의 권력을 강화시키는 방향으로 가는 것이 옳다”고 말했다.

그는 “이승만 초대 대통령이 헌법을 만들 때 미국식 제도를 도입해 이런 문제가 온 것”이라고 지적하며 “대통령제는, 대부분이 주법에 의해 결정되는 미국과 달리 중앙정부가 모든 것을 통제하는 우리나라에서는 조화를 이루기 어려운 제도”라고 설명했다.

이 전 의원은 “대통령제가 응집력도 약하고 통제력도 없는 정당 공동화 현상을 초래했다며 “정기국회가 열리면 대통령제 개혁을 위한 논의를 할 필요가 있다”고 주장했다.


상임위 운영방식 바꿔야, “위원장 사회자 아닌 실질적 권한 행사해야”...“다수당이 상임위장 맡아야”

홍사덕 의원이 당론의 필요성을 강력히 주장하며 당의 시스템에 대한 신뢰를 가지고 임해야 한다고 주장한 것에 대해 이신범 전 의원의 의견을 물었다. 이 전 의원은 “그것도 문제이지만 국회상임위원회 위원장을 의석수에 따라 배당하는 ‘위원장 나누어먹기 제도’가 더 큰 문제”라며 본격적으로 국회상임위원회 인사 변화의 필요성을 역설했다.

이 전 의원은 다수당이 상임위원장을 맡는 미국을 예로 들며 “미국은 어떤 정책에 관한한 위원장이 청문회와 입법을 이끌어 리더십을 발휘할 수 있는데 반해 우리나라는 단순히 위원장이 사회를 보는 기능 외에는 상임위를 좌지우지할 수 있는 권한이 없다”고 말했다.
이어 “19대 국회부터는 꼭 혁신되어야 할 것”이라며 대통령 후보로 나오실 분이 이 점을 공약으로 정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러한 국회 상임위원장에 대한 인사 개혁이 이루어지면 “국민이, 재정에 관한 것은 재정위원장을 보고 금융에 관한 것은 정무위원장을 보면 어떤 입법이 이루어질지 예측할 수 있을 것” 이라며 “안정적인 국정 운영을 기대할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지금의 체제는 88년 여소야대 시절 야당 측이 상임위 판공비를 당비로 쓰기 위해 만든 제도”라며 좋은 전통인 것처럼 비쳐지는 것에 대한 염려를 표했다. 이어 상임위원장이 사회자 역할에서 벗어나 실질적 권한을 행사하는 방향으로 나아가야 한다고 제의했다.

여대야소인 현재와는 달리 여소야대 상황에서 다수당 연합이 상임위원장을 맡는다면 어떻게 될 것 같냐는 질문에 이 전 의원은 “대통령이 고단하긴 하겠지만 국회하고 양보와 타협을 통해 정치를 해나가야 한다”고 말했다. “독재정권 하에서는 타협이 야합이자 야당소수당의 굴복이었지만, 지금처럼 공개되고 투명한 사회에서는 양보와 타협은 미덕”이라며 “집권여당이 소수당이 되더라도 대통령은 그 뜻을 받아들여 다수당과 타협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 전 의원은 “대통령이 독주와 독선을 일삼는다면 국민들이 야당을 다수당으로 만들어 견제할 수 있다”며 “다수당 대표가 상임위원장을 맡는 것은 민의를 존중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한나라당, ‘설계도 없는 공천’, ‘사적 연고 공천’이 문제...대통령 공천 관여는 당연한 일

제왕적 대통령제의 폐해를 막기 위해 당정이 분리되었지만 이번 2008년 18대 국회의원 선거공천에 관해 청와대 개입 여부가 논란이 되고 있다. 청와대가 공천과정에 관여하는 것에 대한 이신범 전 의원의 의견을 물었다.

그는 “대통령이 총재는 아니지만 당의 주류세력을 장악하고 있는 것은 사실”이라며 “대통령이 권한을 강하게 행사하지 않는 것은 무책임한 일”이라고 말했다. 대통령은 대통령제하에서 국정을 운영하려는 지표가 있고 목표가 있기에 그 목표를 수행할 수 있는 인적자원을 총선을 통해 확보해야 한다는 논리에서이다. 이 전의원은 “대통령은 그 인적자원을 국회입법기관에 진출시켜 국정을 원하는 방향으로 끌고 가야 할 책임이 있다”며 대통령이 공천에 일부분 관여하는 것은 당연하다고 말했다.

이어서 이 전 의원은 한나라당 공천에 대해 ‘설계도 없는 공천’이라고 날을 세우며 비판했다. “예를 들면 수도권에 이런 사람들을 진출시켜서 이러저런 입법을 관철 해야겠다 던지, 이런 정책을 국민에게 알려 끌고나가야겠다 던지, 이런 목표 하에 공천인사를 결정해야 하는데 판검사 했다고 공천주고 교수했다고 주고 여론조사에 유리하다고 주고 더 나아가 정당이나 정치에 대해 아무것도 모르는 외부인사에게 공천과정을 맡기는 것이 현실”이라고 주장했다.

그는 이런 한나라당의 ‘설계도 없는 공천’이 정기국회 난맥상과 대통령 지지도 추락을 초래했다는 점을 강조하며 이해관계에 의한 공천이 아니었던 김영삼 정부의 공천과 비교 했다. 이 전 의원은 “공천은 누가 뭐라 해도 집권하는 사람이 소신을 가지고 이런 사람은 되고 이런 사람은 안 된다는 큰 틀을 정해줄 필요가 있다”며 “그런 부분에서 김영삼 대통령은 사적인 관계에 얽매이지 않고 공천을 잘한 경우”라고 말했다.

외부인사 공천에 대해 이 전의의원은 “사적인 연고로 외부인사에게 공천을 주는 경우가 많다”며 이는 “반드시 경계해야 한다”고 말했다. “외부인사 공천으로 정당이 추구하는 목표나 대통령이 추구하는 국정의 운영방향과 일치하지 않는 사람들이 늘어 172석을 가지고도 추진력이 없는 이유는 바로 그 때문”이라며 외부인사 공천은 정당이 할 역할을 저버리는 행위라고 강하게 비판했다. 또한 “이런 마구잡이식 공천이 투표율 하락을 가져온 것”이라고 덧붙였다.

그는 오늘날 정당이 국민들의 신뢰를 얻지 못한 것은 “국민의 눈높이에 맞지 않는 집권자 중심의 정당 개편”의 영향이 크다며 “공천과정을 국민에게 돌려주는 혁신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그는 개선방향으로 “한국적인 형태의 예비선거제도와 공천과정에서 유권자들이 후보자를 평가하고 선택할 수 있는 과정 도입” 등을 제시했다. 또한 “유권자들이 공천에 있어 힘을 발휘할 수 있도록 끊임없이 압력을 행사해야 될 필요가 있다”며 감시자로서의 유권자 역할도 중요하다고 설명했다.


한·미 FTA, “주권국가로서 독자적인 자기 판단과 목표를 가지고 행동해야”

한미자유무역협정(약칭 한·미 FTA)는 대한민국과 미국 간의 자유 무역 협정이다. 2007년 4월 2일, 14개월간의 긴 협상을 타결돼 양국 의회의 비준 절차를 기다리고 있다.

이신범 전 의원과 인터뷰는 지난 5월 김능구 본지 발행인과 대담형식으로 3시간 여 동안 진행됐다..ⓒ폴리뉴스
이 전의원은 한·미 FTA에 대한 야당의 태도를 이해할 수 없다는 입장을 밝혔다. 참여정부시절 한·미 FTA를 추진했던 세력이 야당이 되자 반대하는 모습을 보며 OECD 가입 당시가 생각났다고 했다. 이 전의원은 앞에서 “야당이었던 국민회의측이 당리당략으로 OECD 가입을 반대했다”고 주장한 바 있다. 그는 “야당이 10대 무역국이며 무역의존도가 70%가 넘는 우리나라의 현실을 직시했다면 반대하지는 않았을 것”이라며 “문제가 있었다면 문제가 있으니 잘못했습니다라고 국민께 사과하고 반대를 해야 하는데 자기네가 언제 FTA를 추진했냐는 듯 행동하는 것은 참 이해할 수 없는 일”이라며 난색을 표했다.

이 전 의원은 과거 칠레와의 FTA 성공사례를 예로 들며 “그때도 농업 경제가 파탄 날 것처럼 반대했지만 막상 큰 피해를 입지 않았다”며 “야당이 그렇게까지 반대할 필요가 있는지에 대해 걱정도 했었다”고 말했다.

그는 야당이 미국이 한·미 FTA를 비준하지 않았으니 우리도 할 수 없다고 입장을 표명한 것에 대해 “과거 화학무기금지협정(CWC) 비준 때에도 그 사람들은 미국 상원이 비준을 하지 않았는데 왜 우리가 먼저 하느냐고 이의를 제기했던 일이 있는데 우리는 주권국가로서 독자적인 자기 판단과 목표를 가지고 행동해야 한다”며 미국을 쫒자는 야당의 태도에 일침을 가했다. 또 “대안 없는 무조건적인 FTA 반대가 국민의 혼란을 가중시켰다”고 지적했다.


양도소득세 중과 철폐 등 당내 갈등, “집권당 충분한 토의 거쳐 당론으로 정해야”

집을 여러 채 갖고 있는 사람들에게 세금을 무겁게 물리는 양도소득세 중과(重課) 제도가 2009년 3월16일부터 폐지되었다. 이에 따라 종합부동산세와 함께 세금을 활용한 부동산 시장 규제의 양대 축으로 꼽혀 온 양도세 중과는 완전히 사라지게 된 것이다.

집을 세 채 갖고 있는 사람이 한 채를 팔아 5000만원의 차익을 얻었을 때 지금까지는 주민세 포함, 2116만원(양도차익의 45%)을 양도세로 내야 했지만 앞으로는 약 30%인 647만원만 내면 된다. 양도차익이 3억원인 사람의 양도세 부담은 1억 3253만원에서 8908만원으로 줄게 된 것이다.

다주택양도세 중과 폐지를 둘러싸고 한나라당은 당론과 의원 개인의 의사 존중을 두고 의견이 엇갈렸었다. 이에 대해 이 전 의원의 의견을 물었다.

당론과 의원 개인 간의 이견이 있는 것에 대해 이 전 의원은 “제도에 대한 국민들의 불신을 의원들이 걱정해서 생긴 것 같다”고 추측했다.

그는 “대통령중심제하에서 대통령이나 정부가 설정한 목표가 아주 잘못된 것이 아니라면 충분한 토론을 거쳐 당론을 정하는 것이 집권당으로서는 좋은 일”이라며 “집권당이 정한 당론을 가지고 국민에게 비전을 제시하고 목표를 제시하며 다음 선거에서 심판 받는 것이 원칙”이라고 주장했다.

이 전 의원은 “미분양 주택수가 16만채에 육박한다는 통계가 나와 이를 해결하기 위해 제기한 정책이 일부 소수를 위한 정책임이 분명하지 않은 이상 당론을 정해도 무리는 없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어 “일부 중간 목소리를 내는 사람들이 있지만 경제회복 같은 국정의 중요 목표를 위해서는 당론을 정하는 것이 국민을 안심시키는 길”이라고 덧붙였다. 또 “임대업자가 임대수익을 투명하게 관리하고 정부도 세금을 정당하게 매긴다면 큰 위화감은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DJ의 햇볕정책,“목표가 불분명했다”...‘노벨상 타기위해 정권 차원 공작’의혹 제기

남북한 간의 긴장관계를 완화하고 북한을 개혁·개방으로 유도하기 위해 김대중 정부가 추진한 대북한 정책인 햇볕정책은 참여정부까지 이어졌다. 하지만 올 해 들어 북한의 장거리 로켓 발사와 2차 핵실험 등으로 한반도 위기가 고조되고 있는 상황이다.

이에 대해 이 전 의원은 “가이드라인 없는 ‘햇볕정책’이 지금의 사태에 큰 영향을 미친 것”이라고 주장했다. “98년도에 서해교전이 일어났을 때 항의의 표시로 잠시라도 금강산 관광을 중지해야 한다고 주장했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은 채 금강산 관광은 계속되었다”며 “햇볕정책을 하나의 정책으로 따지고 보면 시도해볼만한 정책이지만 DJ정부의 햇볕정책은 목표가 불분명했다”고 비판했다. “북한을 개혁, 개방의 길로 인도하기 위해서 시행했다는 햇볕정책은 영국총리였던 챔벌린이히틀러에게 속으며 계속했던 눈가리기식 유화정책과 다를 것이 없다”고 덧붙였다.

또 그는 햇볕정책의 일환인 금강산 관광에 대해 몇 가지 의문을 제기했다. 첫째는 9억4천2백만 달러를 현금으로 주기로 한 이면합의에 관한 것이었다. “어려움에 처한 동포들을 도우려면 물자로 준다든가 불가피한 부분만 현금으로 주고 나머지는 다른 형태의 협력을 했어야 하는데 현금을 주는 것은 상당히 위험하고 잘못된 일”이라고 비판했다. 두 번째 의문은 “아태평화위원회와 현대가 계약하기 전에 금강산국제그룹과 김일성 전 주석이 합의하에 서명이 끝난 상태였는데 그 계약을 파기 한 점”이라고 말했다. 이어서 이 전 의원은 “과정이야 어찌됐든 금강산관광은 남북간 접촉기회를 늘리는데 일조했지만 결과적으로 북한에 건넨 현금에 비해 가시적 결과가 부족했다”며 구체적인 성과물이 없는 것에 대해 지적했다.

그는 99년도에 북측에 슈퍼옥수수 원종을 준 것에 대해서도 비판했다. 슈퍼옥수수는 김순권 박사가 95년 아프리카에서 귀국해 북한 식량난 해결을 위해 수확량을 ha당 4.5t에 비해 12.1t으로 증가시킬 수 있도록 품종을 개발한 옥수수이다.

이 옥수수의 원종을 구하기 위해 북한이 간첩을 보냈다가 체포된 적도 있다. 이 전 의원은 “어느 나라든지 외국에 식량 원조를 하거나 종자를 원조할 때는 그 종자를 심어 거둔 수확물을 이듬해에 다시 파종해도 수확할 수 없는 다 만든 종자를 제공해 매년 종자를 가져가게 합니다. 이를 통해 원조국과 원조 받는 쪽의 상호의존성을 높이고 협력의 기회를 더 넓힐 수 있는 계기로 삼는 것이죠. 하지만 우리는 북쪽에 옥수수 원종을 다 준 것으로 알려져 통일부 장관에게 물었더니 ‘그러면 뭐 어떠냐’는 이상한 답변을 들은 적이 있다”고 회고했다.

이 전 의원은 “결국 가이드라인 없는 일방적 ‘햇볕정책’이 옥수수 종자 제공을 통한 북과의 협력 기회를 저버리게 했다”고 비판했다.

이신범 전 의원에게 올해로 9주년을 맞은 남북정상회담에 대한 의견을 물었다. 그는 회담 추진과정에 대해서 두가지 의문점을 제기했다. 첫째는 현대상선 정몽헌씨의 계좌에서2000년 국회의원 총선거 직전 빠져나간 200억원의 사용처이고, 둘째는 평화노벨상에 관한 것이다.

이 전 의원은 사라진 200억원의 행방에 대해 “남북정상회담을 빙자해 기업에서 돈을 빼돌려 다른 정치 목적에 이용한 것 같다”며 “표적으로 삼은 한나라당 후보들을 낙선시키기 위해 저를 포함한 몇몇 한나라당 선거구에 상당부분 뿌려졌다는 추측이 지배적”이라고 의혹을 제기했다.

또 DJ의 평화노벨상에 대해 이 전 의원은 “김대중 정권 시 노르웨이 대사였던 권영민씨의 책을 보면 김대중 정권이 노벨상을 받기 위한 공작을 정권차원에서 추진했다는 내용이 있다”고 주장했다. 이어 “개인적으로 들은 얘기로는 남북이산가족 상봉하는 현장에 일부러 높은 곳에서 내려다볼 수 있는 장소를 만들어 노르웨이나 스웨덴의 노벨상 관계자들이 그 곳에서 이산가족 상봉을 지켜보게 했다”며 “이 부분에 대해 미국으로 망명한 안기부직원 김기삼씨가 쓴 글도 있다”고 말했다. 이 전 의원은 “이 부분은 진실을 발견한다는 차원에서 제대로 조사해야한다”고 강조했다.


“소련이 망한 건 군비경쟁 때문”...“정부의 단호한 태도가 북한 극단적 행동 막을 수 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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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SI 참여와 개성공단 문제로 불안정한 남북관계가 지속되고 있는 현실에 대해 이 전 의원은 “한 가지 분명한 것은 북한의 핵보유를 용인할 수 없다는 것”이라며 “북한의 뜻대로 끌려가서는 안된다”고 주장했다.

그는 “소련이 수천 개의 핵탄두가 있었지만 하나도 써보지 못하고 망했다. 지나친 군비경쟁 때문에 소련이 망한 것이다”며 “북한이 엄청난 비용이 드는 로켓을 발사하고 핵무기를 만드는 일을 한두번 더하다가는 도리어 북한의 존속이 위협 받을 수 있다”고 말했다. 이 전 의원은 “우리 정부가 단호한 태도를 보여야 북한이 극단적으로 나가는 것을 막을 수 있다”며 “이명박 정부가 할 일은 원칙을 분명이 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또한 “이런 문제는 관료들에게만 맡길 문제가 아니고 정치인들이 나서서 토론하고 판단해야한다”며 정치인들의 역할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이 전 의원은 “이런 문제에 대해 당에서 하루종일 토론했다는 얘기를 들어본 적이 없다”며 적극적으로 토론에 임하지 않는 정치인들을 걱정했다.


턱없이 부족한 정치자금 “세비 대부분 경비로 지출”...후원금 모금 등 정치자금법 개정해야

이신범 전 의원은 우리나라의 정치자금 제도가 너무 미비하다고 평가했다. “국회의원 세비대부분은 경비 명목으로 지급되는 것으로 국회의원의 활동이나 품위유지에도 충분치 못하고 생계유지에도 부족한 것이 현실이다”며 “우리나라는 정치자금을 모을 수 있는 통로가 지나치게 폐쇄적”이라고 지적했다.

이 전 의원은 “세비에서 의원회관 운영비, 신문구독료, 유류교통비, 우표값 등 각종 명목의 지출 비용을 제하고 나면 사실상 품위유지에 필요한 비용은 거의 남지 않아있지 않다”며 정치자금 제도 변화를 희망했다.

그는 “세비를 조금 올리려고 하면 시민단체에서 나와 항의하고 노후 연금 만든다고 하면 반대하고...지금 전직 의원이 1060명 정도 되는 걸로 알고 있는데 그중에 여유가 있는 사람이 많지 않다”고 말했다. 이 전 의원은 의원할 때 “세비가 아니라 차라리 쌀하고 반찬 쿠폰을 주는 게 낫다”고 말한 적이 있다며 정치자금에 대해 오해하는 현실에 아쉬움을 토로했다. 이어서 “긴 목표를 가진 분들은 고통을 참고 의원생활을 이어나갈 수 있지만 안 그런 분들은 한눈을 팔게 만드는 현실”이라고 덧붙였다.

또한 “ 이 문제에 대한 대안으로 정치자금법 입법을 주도했던 분들은 여유가 있어 그렇게 하셨겠지만 그것보다는 기업이 천만 원 정도까지는 정치자금을 기부할 수 있게 한다거나 그것이 불안하면 선관위 통해서 일정부분 지원 할 수 있도록 하는 방법이 있다”고 제시했다. 이 전 의원은 “받는 과정도 쓰는 과정도 투명하게 해 쓸 수 있는 곳에 더 효율적으로 쓸 수 있다면 부정한 방법으로 돈을 모으는 정치인들이 줄 것”이라고 주장했다.


경제위기 극복, “국민 모두의 힘과 지혜 모아야”...“정당인이 인정받는 사회 돼야”

이명박 정부 집권2년차를 맞아 친정체제의 한나라당과 이명박 대통령이 경제위기를 극복하기위해 나아가야할 방향에 대해 이신범 전 의원에게 물었다. 이 전 의원은 “경제위기는 몇 사람의 지혜로 극복할 수 있는 것이 아니며 국민 모두의 힘과 지혜를 모아 함께 이 난국을 극복해나가야 한다”고 말했다.

또 우리 사회가 나아갈 길에 대해 이 전 의원은 “정당인이 인정받는 사회가 되어야 한다”고 말했다. 미국이나 다른 나라에서는 정당 활동을 하며 그 안에서 두각을 나타낸 학생들이 취직에 더 유리하다고 한다. 하지만 우리나라는 정당에 가입한 지원자를 기피하는 경향이 있다.

이에 대해 이신범 전 의원은 “우리나라도 정당인이 인정받는 사회로 나아가기 위해서는 이 부분을 제도화할 필요가 있다”며 “20.30대 사람들이 정당에 가입하고 당비를 낸 만큼 정당에 참여 할 수 있는 길을 열어줘야 한다”고 말했다. 또한 “군인이나 경찰 등 특수한 직종을 제외하고는 정당 당원이 되는 것이 아주 당연한 사회를 만들어야 한다”는 것이 그의 정치 지론이라고 밝히며 긴 시간의 인터뷰를 마무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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