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정부지검 찾아 검찰 개혁 등 의견 청취...간부급 배석 없이 비공개 진행
2003년 노무현 ‘검사와의 대화’ 연상...한국 “따라하기”·바른미래 “모독” 독설
임은수 검사 “왜 지금 하는지 모르겠다...유승준이 군대가라는 모습 같아”

조국 법무부 장관이 20일 경기도 의정부시 의정부지방검찰청에서 검사와의 대화를 마치고 이동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 조국 법무부 장관이 20일 경기도 의정부시 의정부지방검찰청에서 검사와의 대화를 마치고 이동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폴리뉴스 이지혜 기자] 조국 법무부 장관이 20일 취임 후 처음으로 검찰 제도 개혁 등에 관한 평검사 및 일선 직원들의 의견청취를 위해 ‘검사와의 대화’에 나섰다.

조 장관은 이날 오전 경기 의정부지검을 찾았다. 청사 입구에서 조 장관은 취재진과 만나 “검찰 개혁을 위해서는 누구보다도 일선 현장에서 묵묵히 일하는 검사와 직원들의 생생한 목소리를 듣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오늘 검찰 개혁 내용이든, 일선에 일하는 분들의 애로사항이든 주제 제한 없이 생생한 목소리를 듣고자 한다”며 “자유로운 분위기에서 얘기할 수 있도록 일체 상사들의 배석 없이 얘기를 듣고 추후 취합해 반영하려고 한다”고 덧붙였다. 

해당 일정은 모두 비공개로 진행됐다. 이날 대화에는 검사장 등 간부급 인사의 배석 없이 40세 이하 직원들과 검사가 주로 참석한 것으로 전해졌다. 

의정부지검에는 지난해 ‘강원랜드 수사 외압 의혹’을 폭로한 안미현 검사가 근무하고 있어 눈길을 끌었다.

조 장관은 오후 2시 15분 경 행사를 마치고 나와 “검찰 개혁 문제건 또는 검사 분들의 애로사항이건 허심탄회하게 모든 걸 들었다”며 “얘기가 점점 많아져 활발한 대화를 해주셔서 너무 감사드린다”고 말했다.

조 장관은 이후 일선 검찰청 여러 곳을 방문하고, 만나지 못한 검사와 직원들의 의견은 온라인으로 청취해 2기 법무검찰개혁위원회 안건으로 상정할 예정이다.

자유한국당은 이에 “조사실에서 만날 검사들인데 무엇이 그리 급했는지 조국 장관이 검사와의 낯 뜨거운 대화를 강행했다”며 “피의자로 수사대상이 되어야 할 조 장관과 원치 않는 억지 대화를 해야 하는 검사들의 심정이 어땠을까”라고 비난했다.

김현아 한국당 원내대변인은 이날 논평을 통해 “조국 장관이 대화해야 할 상대는 검사들이 아니라 ‘상처받은 학생들’”이라고 지적했다. 

한국·바른미래 “노무현 따라하기로 이미지 세탁, 노무현 모독”
임무영 검사 “명칭 거슬려...노무현 토론회는 공정”

이번 조 장관의 일정은 지난 2003년 3월 노무현 전 대통령이 취임 직후 가졌던 생방송 TV 토론 ‘검사와의 대화’를 떠올리게 한다는 의견이 많았다. 노 전 대통령은 당시 10명의 검사들과 토론을 가졌고, 자신에게 ‘청탁전화’를 했다고 지적한 검사에게 “이쯤 가면 막 하자는 거죠”라는 격한 반응을 남기며 정부와 검찰의 갈등을 그대로 보여주기도 했다. 

자유한국당은 “조국의 노무현 전 대통령 따라하기”라며 “수사 선상에 오른 피의자 상태인 법무부 장관과의 자리에서 검찰의 인사, 제도, 조직문화, 개혁 얘기가 과연 솔직할 수 있었겠는가”라고 지적했다. 

김성원 한국당 대변인은 논평을 통해 “‘검사와의 대화’를 즉각 중단하고 ‘국민과의 대화’를 실시하라. 촛불 현장으로 즉시 나오기 바란다”고 촉구했다.

바른미래당은 “조 장관이 ‘노무현 전 대통령 코스프레’까지 해가며 ‘이미지 세탁’과 ‘여론 돌파’를 꾀하고 있는데 노 전 대통령에 대한 모독이고 모욕”이라며 목소리를 높였다.

이종철 바른미래당 대변인은 논평에서 “피의자가 검사에게 애로 사항을 듣고 또 훈시를 하겠다고 하니 법의 지엄함을 이렇게 우롱할 수 있느냐”며 “검사들은 ‘내일 모레 감옥 갈 사람이, 자신이나 챙기라’고 생각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임무영(56, 사법연수원 17기) 서울고검 검사 역시 이날 검찰 내부통신망 ‘이프로스’에 글을 올려 “신임 장관이나 총장이 전국 청을 두루 돌면서 검찰 구성원들과 대화를 갖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왜 그걸 하필 ‘지금’ 하느냐는 의문”이라고 꼬집었다.

그는 “시기보다 더 신경에 거슬리는 일은 ‘검사와의 대화’라는 명칭”이라며 노 전 대통령의  ‘검사와의 대화’에 대해 “생방송으로 이뤄졌던 그 토론회의 경기장만큼은 공정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어 “이미 전임자들이 수도 없이 해왔던 행사를 다운그레이드해 열면서 새로운 이름을 붙였다고 갑자기 실질적인 변화가 생기느냐”고 반문했다.

그러면서 “검찰개혁은 필요하고, 아마도 어딘가에 적임자가 있을 것이다. 하지만 아무리 생각해도 조국 장관은 그 적임자는 아니다”라며 “지금 신임 장관이 검찰개혁을 부르짖는 것은, 마치 유승준이 국민들을 상대로 군대 가라고 독려하는 모습 같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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