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픈 이노베이션’ 전략으로 시장 선점 나서
‘기업문화 개편·순혈주의 타파’로 그룹 쇄신

정의선 현대차그룹 총괄 수석부회장<사진=현대차그룹 제공>
▲ 정의선 현대차그룹 총괄 수석부회장<사진=현대차그룹 제공>

[폴리뉴스 김기율 기자] 정의선 수석부회장이 현대자동차그룹 경영 총괄을 맡아 전면에 나선 지 1년이 지났다. 내연기관차에서 수소·전기차로 변하는 ‘미래 모빌리티 혁명’이 급속도로 진행되는 지금, 정 수석부회장은 ‘패스트 팔로워’가 아닌 ‘퍼스트 무버’가 되어 시장을 선점하기 위한 준비에 한창이다.

현대차그룹은 2011년 현대제철을 편입하고 철강부터 부품, 완성차 제조를 모두 아우를 수 있는 ‘현대제철-현대모비스-현대자동차’의 그룹 수직계열화를 완성했다. 여기에 금융(현대캐피탈·현대카드)에서 물류운송(현대글로비스)까지 아우르는 시스템 구축하고 기아자동차까지 인수하면서 70%를 상회하는 내수 점유율을 만들 수 있었다.

그러나 현대차그룹은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 중심으로 변화하는 시장에 대응하지 못했고 주요 수출 시장인 중국과 미국에서의 판매량까지 감소하면서 지난해 ‘어닝쇼크’를 맞았다. 글로벌 완성차 업체들이 ‘합종연횡’을 통해 전기차와 자율주행 등 미래차 분야에서 앞서나갈 때 한 발 늦었다는 지적도 받았다.

이를 극복하기 위해 정 수석부회장은 미래차 분야에서 ‘퍼스트 무버’가 되겠다고 천명하고 빠르게 그룹 쇄신에 나섰다.

이는 정 수석부회장이 지난해 9월 인도에서 열린 ‘무브 글로벌 모빌리티 서밋’에서 발표한 현대차의 3대 전략 방향성에서 확인할 수 있다. 당시 그는 ▲친환경 이동성 ▲이동의 자유로움 ▲연결된 이동성을 들며 자동차 산업 변혁에 대응해 스마트 모빌리티 솔루션 제공 업체로 전환하겠다는 강한 의지를 밝혔다.

실제로 현대차그룹은 미래차 기술에 공격적인 투자를 이어가고 있다. 차량공유, 개인형 모빌리티, 전기차 인프라, 수소차, 자율주행 등 그 분야도 다양하다. 특히 세계 주요 거점을 중심으로 글로벌 기업들과의 파트너십을 구축한다는 ‘오픈 이노베이션’ 전략은 현대차그룹의 가장 대표적인 전략으로 꼽힌다.

가장 성공적인 사례는 지난 23일 체결한 세계적 자율주행기업 ‘앱티브’와 합작법인 설립이다. 양사는 총 40억 달러(약 4조7800억 원)에 달하는 투자를 통해 합작법인을 세우고 각각 50%씩 지분을 나눠 갖게 된다. 현대차그룹이 투입할 2조4000억 원은 연산 30만대 규모 해외 공장을 2개 이상 건설할 수 있는 규모로, 현대차그룹이 그동안 외부업체에 투자한 액수 중 가장 크다.

정의선 현대차그룹 수석부회장과 케빈 클락 앱티브 CEO가 23일(현지시간) 미국 뉴욕 골드만삭스 본사에서 자율주행 S/W(소프트웨어) 개발을 전문으로 하는 합작법인에 대한 본계약을 체결한 뒤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사진=현대차그룹 제공>
▲ 정의선 현대차그룹 수석부회장과 케빈 클락 앱티브 CEO가 23일(현지시간) 미국 뉴욕 골드만삭스 본사에서 자율주행 S/W(소프트웨어) 개발을 전문으로 하는 합작법인에 대한 본계약을 체결한 뒤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사진=현대차그룹 제공>

정 수석부회장은 이날 뉴욕 맨해튼에서 열린 특파원 간담회에서 “자율주행 기술을 오는 2022년 말쯤 완성차에 장착해 시범운행에 들어가고 2024년에는 본격적으로 양산하는 게 목표”라며 “우리가 개발한 소프트웨어(SW) 솔루션이 뛰어나다면 다른 완성차 메이커들에도 공급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장거리를 운행할 수 있는 수소전기차는 자율주행에 적격인 플랫폼”이라며 “자율주행차와 수소전기차는 서로 맞물려 개발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정 수석부회장의 이 같은 자신감은 현대차그룹의 수소차 글로벌 경쟁력에서 나온다. 앞서 지난해 12월 현대차그룹은 ‘FCEV 비전 2030’을 통해 수소차 생산능력을 오는 2020년까지 연간 1만1000대로, 2030년까지 연간 50만 대로 확대하겠다고 발표한 바 있다.

정 수석부회장이 총괄을 맡은 이후 현대차그룹의 기업 문화는 한층 젊고 유연해졌다.

올해 들어 그룹 계열사들에 자율복장제가 정착됐다. 직급 체제도 개편해 사원과 대리는 매니저, 과장과 차장, 부장은 책임매니저로 통일해 수평적 조직문화를 구축했다.

인사제도도 개편했다. 신입사원 공채를 폐지하고 수시 채용으로 전환했으며 이사대우, 이사, 상무까지의 임원 직급 체계를 상무로 통합해 기존 사장 이하 6단계 직급을 4단계로 축소했다. 연말 정기 임원인사도 경영환경 및 사업전략 변화와 연계한 연중 수시인사 체계로 전환했다.

‘순혈주의’도 타파했다. 경쟁사인 포스코 출신 안동일 전 포항제철소장을 현대제철 사장에 임명했다. 닛산 출신의 호세 무뇨스, BMW 출신의 알버트 비어만, 벤틀리 출신 루크 동커볼케 등 외국인 파격 인사도 이뤄졌다.

다만 정 수석부회장에게는 해결해야 할 난제도 남았다.

우선 현대차그룹의 순환출자 고리 해소를 위해 지배구조 개편안을 마련해야 한다. 지난해 3월 현대차그룹은 지배구조 개편안을 발표하고 현대모비스를 인적분할한 뒤 이를 현대글로비스와 합병하는 방안을 추진했다. 하지만 엘리엇을 포함한 ISS, 글라스루이스 등 글로벌 의결 자문사와 현대모비스 주주들의 부정적 반응으로 무산된 바 있다.

신사옥 글로벌비즈니스센터(GBC) 설립, 중국에서의 판매 부진 장기화, 미국 행정부의 최고 25% 관세 폭탄 등도 대내외적 리스크로 꼽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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