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탄핵 책임 묻지 말자”며 통합의 여지 남겨
황교안과의 구체적인 만남에는 “잘 모른다”며 선 그어
보수로서 정체성 확실히 하되, 한국당과는 독자 노선 갈 가능성

바른미래당 비당권파를 이끌고 있는 유승민 대표가 16일 오전 국회에서 변화와 혁신을 위한 비상행동 '변혁' 의원 비상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사진=연합뉴스>
▲ 바른미래당 비당권파를 이끌고 있는 유승민 대표가 16일 오전 국회에서 변화와 혁신을 위한 비상행동 '변혁' 의원 비상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사진=연합뉴스>

유승민 바른미래당 의원이 오는 12월 탈당 후 창당을 선언했다. 여권이 추진하는 선거법 개정안과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 법안에 반대해 12월 초 정기국회 마지막 본회의까지 해당 법안들을 막아내고, 보수 야권으로서의 정체성을 확실히 한 후 신당 창당을 통해 새로운 활로를 모색하겠다는 복안이다.

바른미래당 비당권파 모임인 ‘변혁’ 소속인 유 의원은 20일 한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지난 4월 당 지도부가 선거법 개정안과 공수처 법안 등의 패스트트랙 ‘날치기‘에 여권과 협력하는 것을 보며 탈당의 결심을 굳혔다”며 ’변혁‘ 소속 의원들과의 12월 집단 탈당과 신당 창당을 예고했다.

유 의원은 바른미래당 탈당과 동시에 신당창당을 전제하면서도 “탄핵의 책임을 묻는 일은 중단해야 한다”며 황교안 자유한국당 대표를 향한 통합의 여지를 남겼다. “자유만 얘기하는 ‘외눈박이’ 보수로는 안 되고 공정·정의·평등·복지에 대해서도 자유롭게 말할 수 있어야 한다”며 “황교안 대표의 한국당이 이런 변화에 동의하고 우리와 마음을 터놓는 대화를 한다면 통합할 수 있다”고 한국당과의 통합의 로드맵을 밝힌 것이다.

유 의원이 먼저 '통합' 메시지를 보냈지만, 황 대표로 부터의 응답은 아직 없다. 황 대표와의 구체적 만남에 대해서 유 의원은 “아직 모른다”고 말해 양자간의 본격 통합논의는 좀더 시일이 걸릴 것으로 보인다.

유 의원은 한국당 일각에서 제기되는 ‘개별 복당론’은 철저히 배제하고, '독자 노선'이든 한국당과의 ‘당대당 통합’이든, 양쪽의 경우를 모두 염두에 두고 신당 창당에 무게를 두고있다. 실제로 유 의원은 “반문(反文)만이 보수의 노선이 될 수 없다”며 인위적인 통합에는 반대하는 입장이다. 황 대표가 내세운 통합론인 소위 '한국당 중심의 반문(反文)연대'의 당위성을 부정한 것이다. 황 대표는 문재인 정부에 대항해 승리하기 위해선 일단 '한국당을 중심으로 뭉쳐야 한다'는 이른바 '선 통합·후 쇄신'의 입장이다.

김진태 한국당 의원은 21일 MBC와의 인터뷰에서 유 의원의 최근 행보를 두고 “우리 당에 들어온다기보다 저런 식으로 명분을 만들어서 새로운 당을 해보려는 게 아닌가, 전 그런 생각이 든다”며 한국당으로 통합보다는 신당 창당용 명분 쌓기로 보고있다.

황태순 정치평론가 역시 ‘폴리뉴스’와의 22일 통화에서 “한국당에 돌아가겠다고 하면 누가 받아 주나요?”라며 유승민 의원의 한국당 입당 가능성에 대해서 낮게 전망했다. 황 평론가는 김 의원보다 더 나아가 신당 창당 이후 합당이나 연대의 가능성마저도 낮다고 전망했다. 총선에서의 ‘개별 후보 연대’자체도 ‘쉽지 않다’는 것이다. 지금의 '신당창당' 움직임이 ‘준연동형 비례대표제’의 국회 통과를 염두에 뒀다는 분석도 덧붙였다.

다만 손학규 바른미래당 후보의 견해는 좀 달랐다. 손 대표는 “유 의원이 검찰 개혁을 거부하는 것은 자유한국당에 '받아주십시오'라는 몸짓에 지나지 않는다. 유 의원은 한국당에 통합을 애걸하고 있다. 솔직하라”며 “황교안 대표와 거래해 한국당으로 돌아갈 궁리만 하는 분들은 하루빨리 갈 길 가라”고 주장했다.

유승민, 신당 만들어 아예 독자노선 가거나 한국당과의 ‘당대 당 통합‘ 꾀할 듯

유 의원의 이런 엇갈린 행보에 대해서는 결국 본인이 주창하는 ‘개혁 보수’라는 슬로건대로 보수의 정체성은 확실히 하면서, '독자 신당'을 만들어 아예 한국당과는 다른 길을 가거나 '당대 당 통합'을 노린다는 해석이 주효할 수 있다. 한국당과의 통합에는 당장 선을 그으면서도 여지는 계속 보이고 있다. 한국당이 전면 반대하는 공수처의 경우, 자체 안을 내놓고 협상해온 공수처에 대해서 돌연 ‘원칙적 불가’를 내세우고 있고, 그동안 유의원 입장에서는 금기에 가까운 박근혜 전 대통령 신병 문제에 대해서도 “재판이 끝나면 당연히 사면돼야 한다”며 적극적으로 전향적인 입장을 내놓은 것이 그 증거다.

그러나 '한국당'을 염두에 둔 이런 구상대로라면 유 의원의 앞길에 험로가 예상된다. 호남 지역이 지역구인 ‘변화와 혁신을 위한 비상행동(이하 비상행동)’ (이하 ‘변혁’) 대표 권은희 의원은 이미 “유승민 의원과 황교안 한국당 대표의 큰 의미가 있다고 평가하지 않는다”며 보수통합과 연대에 부정적인 입장을 드러내며 '참여하지 않겠다'는 입장을 분명히 하고 '안철수 전 대표와 소통하여 진로를 결정할 것'이라고 밝혔다.

또한 탈당과 신당 창당을 생각한다면 비례대표 의원들의 의원직 유지도 문제가 된다. 유의원이보수로서의 확실한 노선을 잡고 한국당과 통합 가능성을 열어놓은 탈당과 신당 창당에 나설수록, 호남 기반 ‘변혁’의 단결이 흩어질 수 있다.

뿐만아니라 유 의원의 본선 경쟁력이 높지 않다는 것도 험로가 예고되는 지점이다. 대구CBS와 영남일보가 공동으로 여론조사 전문기관 에이스리서치에 의뢰한 2020년 총선 가상대결 여론조사에서 유승민 의원이 5명의 한국당 후보들에게 더블스코어 이상 차이로 밀린다는 여론조사 결과가 나온 것이다. 유 의원은 탄핵 찬성이후로 보수의 텃밭이며 자신의 기반인 TK에서 완전히 밀리고 있는 것이다. 계파 보스란 소속 의원들의 당선을 보장해 줄 수 있을 때 리더십이 생기는데 유 의원은 그렇지 않을 공산이 높다. 특히 당대 당 통합 가정 시 공천권 문제를 논하는 것에 큰 장애물이 될 수 있다. “지역구 관리부터 먼저 하라”는 김진태 의원의 지적이 뼈아픈 이유다.

한편, 일부 안철수계 의원들이 12월 탈당에 신중한 모습이다.  유 의원의 계획이나 정치권의 일반적 예상과 정국이 다르게 흘러갈 가능성도 점치며 상황을 예의주시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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