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폴리뉴스=이경민 기자] 황교안 자유한국당 대표가 바른미래당 비당권파 모임인 ‘변화와 혁신을 위한 비상행동’의 대표인 유승민 의원과 7일 전화 통화를 갖고 대화 창구를 만드는 등 보수통합에 대한 구체적인 논의를 하자고 제안한 것으로 알려졌다. 다만 탄핵 문제를 상호간 의제에서 빼기로 합의했다는 sbs 보도는 사실이 아닌 것으로 전해졌다.

한국당 초선의원들이 7일 발표한 보수통합 지지 선언 이후 황교안 대표 측은 유승민 의원 측에 전화를 걸어 “일단 우리가 실무협상팀을 출범시켰으니 그쪽도 협상팀을 만들자”면서 “때가 되면 조만간 한번 만나자”고 제안했다고 전해진다. 통화 시각은 ‘변혁’ 회의가 끝난 그날 오전 11시께로 알려졌따. 유 의원은 같은 날 보도자료를 통해 “대화 창구를 만들자는 말이 오갔다”고 전했다. 구체적인 통화 내용에 대해서 두 사람은 비공개하기로 정한 것으로 알려졌다.

먼저 출범된 한국당의 실무협상팀은 홍철호‧이양수 의원으로 구성됐다. 소위 ‘바른정당 복당파’인 홍 의원은 같이 바른정당에 몸담았던 유승민계 의원들과, 이 의원은 한때 홍문종 공동대표 등 우리공화당 측과 친분이 두텁다고 전해진다. 바른미래당과 우리공화당이 황교안 대표의 ‘보수빅텐트론’대로 둘 다 한국당과의 통합 대상임을 보여주는 인사다. 실무협상은 이르면 이번 주말부터 시작될 전망이다.

이에 변혁 쪽도 발 빠르게 움직이고 있다. 유 의원은 8일 국회에서 열린 변혁 비상회의에서 보수 통합 논의를 두고 ‘굉장히 어려운 대화가 될 것’이라면서도 “단 보수 재건을 위한 세 가지 원칙(탄핵의 강을 건너자, 개혁보수로 나아가자, 낡은 집을 허물고 새집을 짓자)만 확실히 지켜진다면 다른 아무것도 따지지도 요구하지도 않을 것”이라며 곧 들어갈 실무 협상에 대한 동의의 의사를 공식화했다.

다만 보수 통합의 최대 관건이 될 '탄핵 책임론'에 대해 유 의원은 “3년 전 일어난 탄핵 문제에만 매달려 있는 분들과 보수를 재건할 수 있다는 것은 현실성이 없다. 그 분들마저 포함한 빅텐트가 성공한다고 생각하지 않는다“며 “이 점에 대해 한국당에서 분명한 입장 정리를 해야 할 것”이라고 했다. 사실상 우리공화당과의 통합은 힘들다는 점을 분명히 한 셈이다.

우리공화당과의 통합이 사실상 힘들어지는 기류는 한국당 내부에서도 감지된다. 김진태 한국당 의원은 지난달 21일 한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바른미래당과 우리공화당 양쪽을 다 끌어안을 수 없다. 물과 기름이기 때문”이라며 “바른미래당은 헤쳐모여 형식으로 우리가 받아들이면 될 것 같고, 우리공화당은 고생은 많이 하지만 그냥 그대로 두는 게 맞을 것 같다”고 주장했다. 큰 그림으로는 보수빅텐트론을 내세웠지만, 좀 더 득표력이 보장되는 바른미래당과의 통합에 한국당이 중점을 두고 있음을 시사한다.

이런 통합 움직임에 대한 여론은 호의적이다. 동아일보·리서치앤리서치가 지난 1~3일 전국 성인 남녀 1000명(신뢰 수준 95%, 표본오차 ±3.1%)을 여론조사한 결과, 보수 통합 정당의 지지율은 32%로 나타났다. 이는 한국당(22.4%), 바른미래당(5.3%), 우리공화당(1.6%)의 지지율을 단순 합산한 것보다 2.7%포인트 높은 수치다. 더불어민주당(37.4%)과 지지율 격차도 5.4%포인트로 좁혀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