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일 금융업계에 따르면 은행권 내 핵심성과지표(KPI) 개선 바람이 불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 12일 금융업계에 따르면 은행권 내 핵심성과지표(KPI) 개선 바람이 불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폴리뉴스 강민혜 기자] 주요 시중은행들이 영업점과 직원의 성과를 측정하는 핵심성과지표(KPI) 개선에 나섰다. 고객 수익성 항목을 신설하거나 비중을 높이는 식이다. 해외금리연계 파생금융상품(DLF)의 대규모 원금 손실 사태가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

12일 금융업계에 따르면 하나은행은 내년 시행 예정인 KPI에 셀프디자인 평가와 자율목표 설정제를 도입한다. 영업점의 자율성을 확대하기 위한 조치다.

셀프디자인 평가는 은행 본사가 정한 항목 평가 풀(Pool) 중에서 각 영업점이 강점항목을 자체 선택하는 제도다. 또한 선택한 항목의 연간 목표치를 영업점 스스로 정하게 되는데, 이 제도가 바로 자율목표 설정제다.

예를 들어 평가 풀에 외국환, 개인대출, 중소기업 대출 등이 있는 경우, 개인대출에 강점이 있는 영업점은 개인대출 항목으로 성과를 평가받겠다고 선택(셀프디자인 평가)한 뒤 이 항목에서 올해 어느 정도 수익을 내겠다(자율목표 설정제)고 계획하는 식이다.

이 때 은행 본사는 각 영업점이 선택한 항목과, 해당 항목의 수익 목표치가 해당 영업점의 기초체력과 너무 동떨어져 수립되진 않았는지 점검하는 역할을 하게 된다.

KPI는 직원들의 성과를 평가하는 지표로, 연봉과 승진을 결정 짓는데 중요한 역할을 한다. 지표는 평가 항목과 배점 등으로 구성되며, 기존엔 본사가 내년 경영계획을 바탕으로 일률적으로 정해왔다.

때문에 각 영업점이 처한 지역적 특색(점주권)과 거리가 멀 수 있다는 한계가 지적되었고, 하나은행은 이를 보완하기 위해 셀프디자인 평가와 자율목표 설정제 도입 카드를 꺼내들었다.

신한은행도 하나은행과 유사한 형식의 ‘목표 달성률 평가’를 내년 시행할 KPI에 반영한다. 성과평가 항목을 단순화하고, 영업 전략 결정 권한을 현장에 위임해 영업점별 맞춤 성과 전략을 구사하게끔 하려는 취지다.

다만 각 영업점의 전체적인 수익 목표치는 본사가 제시하며, 영업점은 점주권 특성에 알맞은 영업을 시행해 목표치를 달성하면 된다.

이밖에도 신한은행은 은행 내부 경쟁을 유발하는 상대평가 방식을 폐지하고, 절대평가 방식을 도입하기로 했다. 또한 모든 영업점 평가에 ‘고객가치성장’ 지표를 신설해 금융상품 판매 이후 고객 자산관리 노력에 힘쓰도록 했다.

IBK기업은행도 고객 가치와 영업점의 자율성을 중시하는 방향으로 내년 KPI 개편방안을 논의 중이다. 또 지난 7월부터 영업점 직원들이 그날 실적을 점장에게 보고하고, 지점 내 직원들과 공유하는 행위를 전면 중단했다.

KPI에 고객의 수익률을 반영하는 은행도 많아졌다. 해외금리연계 파생결합펀드(DLF)의 대규모 원금 손실 사태가 불러온 흐름이다.

특히 하나은행은 올해 하반기 프라이빗 뱅커(PB) 평가에 고객 수익률의 배점을 기존 4.5%에서 9.0%로 상향 조정했다. 내년엔 PB뿐 아니라 전체 영업점 평가에 고객 수익률을 반영할 예정으로, 배점을 논의 중에 있다.

또한 신한은행은 금융자산 3억 원 이상 고객을 상대하는 PWM센터의 KPI에서 고객 관련 항목이 차지하는 비중을 기존 24%에서 60%로 높이고, 손익 관련 항목은 40%에서 20%로 축소한다.

아울러 고객가치성장 지표를 새롭게 만들어 상품 판매 후 고객의 수익률 관리를 잘하고 있는지, 수익률이 낮으면 상품 포트폴리오를 변경하는 노력을 했는지 등을 점검할 방침이다.

우리은행은 상품판매 인력을 대상으로 한 KPI에 고객 관리 지표를 신설하기로 결정하고, 구체적인 내용을 논의하고 있다.

또 영업점 대상 KPI에서 디지털 관련 목표(비대면 상품 영업 목표)를 폐지하고 관련 평가는 본사 디지털 관련 부서에 넘기기로 했다. 현재 영업점에서 판매되는 상품 중 30%가 비대면 상품이긴 하지만, 앞으론 비대면 상품 판매량을 영업점에 할당하지 않겠다는 의미다.

우리은행은 이를 위해 디지털 부문만의 투자 대비 손익을 도적으로 측정할 수 있게 재무관리와 회계처리시스템을 개편 중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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