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무위 담화 통해 트럼프 직접 압박, 에스퍼 美국방 “북미협상 증진 위한 훈련 조정 가능”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
▲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

북한이 국무위원회 담화를 통해 예정된 한·미 연합공중훈련을 비난하고 ‘새로운 길’ 선택을 강조하며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을 직접 압박했다. 북한의 국무위원회 담화는 외무성 담화 등 보다 격이 높은 것으로 김정은 국무위원장의 뜻이 담겼다. 이에 미국도 북한과의 비핵화 대화 증진을 위해 한미 연합군사훈련을 조정할 수 있다고 응답해 주목된다.

조선중앙통신은 13일 저녁 북한 국무위원회가 대변인 담화를 통해 이달 중순으로 예정된 한미연합훈련에 “미국과 남조선측이 가장 예민한 시기에 반공화국 적대적 군사연습을 강행하기로 한 결정은 우리 인민의 분노를 더더욱 크게 증폭시키고 지금까지 발휘해온 인내력을 더는 유지할 수 없게 하고 있다”고 말했다.

통신에 따르면 국무위원회 대변인은 담화에서 “미국은 또한 우리가 높은 인내와 아량을 가지고 연말까지 정해준 시한부도 숙고하여 받아들이지 않고 있다”며 “미국의 이 같은 움직임들은 쌍방의 신뢰에 기초하여 합의한 6.12조미공동성명에 대한 노골적인 파기이며 세계를 크게 흥분시켰던 싱가포르합의에 대한 전면부정”이라고 주장했다.

특히 북한은 “우리의 노력에 의하여 미국 대통령이 기회가 있을 때마다 자기의 치적으로 꼽는 성과들이 마련될 수 있었던 것”이라며 “우리는 아무런 대가도 없이 미국 대통령이 자랑할 거리를 안겨주었으나 미국 측은 이에 아무런 상응조치도 취하지 않았으며 우리가 미국 측으로부터 받은 것이란 배신감 하나뿐”이라고 트럼프 대통령을 겨냥했다.

그러면서 “상대의 선의를 악으로 갚는 배신행위로 하여 조미관계의 운명이 파탄위기에 처한 위태로운 상황에서 또다시 대화상대인 우리 공화국을 과녁으로 삼고 연합공중훈련까지 강행하며 사태발전을 악화일로로 몰아넣은 미국의 분별없는 행태에 대하여 더는 수수방관할 수 없다는 것이 우리의 공식입장”이라고 밝혔다.

또 “강한 인내심으로 참고 넘어온 지난 시간들을 돌이켜보면 우리가 더 이상의 인내를 발휘할 필요성을 느끼지 못 한다”며 “미국은 얼마 남지 않은 시간동안 무엇을 할 수 있을지에 대해 심사숙고해야 할 것”이라고 연내 북미 비핵화협상 진전을 촉구했다.

이어 “우리가 어쩔 수 없이 선택하게 될 수도 있는 ‘새로운 길’이 ‘미국의 앞날’에 장차 어떤 영향을 미치겠는가에 대해 고민해야 할 것”이라며 “지금과 같은 정세흐름을 바꾸지 않는다면 미국은 멀지 않아 더 큰 위협에 직면하고 고달프게 시달리며 자기들의 실책을 자인하지 않을 수 없게 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대북제재와 군사적 압박을 북미 비핵화 협상 수단으로 삼는 미국에 대한 경고에 그치지 않고 트럼프 대통령을 직접 압박한 것이 주목된다. 트럼프 대통령이 북한의 추가적인 핵과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시험이 없고 풍계리 핵실험장도 폐기된 것을 자신의 치적으로 내세우고 있다. 연내 협상 진전이 없을 경우 이를 뒤집을 수 있다고 경고한 것이다.

한편 마크 에스퍼 미국 국방장관은 13일(현지시간) 한미안보협의회(SCM) 참석차 한국행 전용기에서의 기자간담회에서 북한의 핵 프로그램을 제거하기 위한 외교적 협상 증진에 도움이 된다면 한국에서 실시하는 미국의 군사 활동을 조정할 가능성에 열려 있다고 말했다고  AP통신 등 외신이 전했다.

보도에 따르면 에스퍼 장관은 “군사 연습이나 훈련의 어떤 변화도 군대의 전투 준비 태세를 위태롭게 하지 않는 방식으로 이뤄질 것”이라며 “한국 정부와 협의해 결정될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우리는 외교적 필요성에 따라 훈련 태세를 더 많거나 더 적게 조정할 것”이라며 “우리는 외교관들에게 권한을 주고 외교관들이 한국과 더불어 북한과 앉아 테이블에 올려둔 문제들이 협상을 통한 해결로 전진할 수 있도록 모든 것에 열려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

또 에스퍼 장관은 김정은 위원장이 핵협상 접근법을 변경하라며 미국에 올해 말을 시한으로 제시한 것에 대해 “나는 어떤 국가나 지도자가 무언가를 말하면 그것을 진지하게 받아들인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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