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남 중진 동반퇴진 가능성 높아져
“한국당, 수명 다한 정당...대선승리는커녕 총선 승리도 못해”
“한국당 한번도 민주당 지지율 넘어서지 못해...국민에게 버림받았다”
“시민의 한 사람으로서 공적 책무 다할 것”

김세연 자유한국당 의원이 총선 불출마를 선언했다. <사진=폴리뉴스>
▲ 김세연 자유한국당 의원이 총선 불출마를 선언했다. <사진=폴리뉴스>

김세연 자유한국당 의원이 17일 21대 총선에 불출마 하기로 선언하며 황교안 대표와 나경원 원내대표의 동반퇴진을 요구하고 자유한국당도 깨끗히 해체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김 의원은 부산 금정 지역구 3선의원이며, 현재 여의도연구원장이며 보건복지위원장이기도 하다. 

부산 중진 김무성 의원과 경남 창원.진해 김성찬 의원(재선) 불출마에 이어 '한국당 해체와 황교안. 나경원 대표. 중진  동반퇴진'' 주장한 김세연의원 불출마선언이 이어지면서  한국당의 영남 중진 동반퇴진에 불을 지필 가능성이 커졌다. 

김 의원은 이날 불출마 선언문을 통해 내년 총선에 나서지 않는 이유를 상세하게 밝혔다.

김 의원은 불출마의 주된 이유로 “저는 정치권에 파견 나와 있는 시민의 마음을 정체성으로 생각하고 의정활동에 임했다”며 “그간 정치권의 ‘만성화’를 넘어 ‘화석화’된 정파간의 극단적 대립 구조를 지켜보면서 정치 혐오증에 빠졌다”고 고백했다.

그러면서 “권력에 집착하는 인간의 본능과 탐욕의 민낯이 보기 싫어 눈을 돌렸다”며 “주인공과 주변 인물만 바뀐 채 똑같은 구조의 단막극들만 무한 반복 됐다”고 정치권을 비판했다.

김 의원은 소설 ‘반지의 제왕’을 인용하며 “절대반지는 온 세상을 정복할 수 있는 강력한 힘을 가졌지만 자격을 갖추지 못한 자는 이 반지를 끼는 순간 이성을 잃는다”며 “공적 책무감으로 철저히 정신무장을 해야 그것을 담당할 자격이 주어진다. 현실 정치 권력을 맡은 사람이 권력을 사유물로 인식하는 순간 공동체의 불행이 시작된다”고 지적했다.

또한 “나이 50을 지천명이라고 한다. 내일 모레 50세가 되는 시점에서 스스로를 돌아보니 정치에서는 그칠때가 되었다”며 “권력의지 없이 봉사정신만으로 이곳에서 버티는 것이 참으로 어렵다. 지난 18대 총선에서 한나라당 공천 탈락 후 무소속으로 출마했지만 저의 이름을 아는 사람은 없었다. 그렇게 18대 국회에서 복당을 하게 됐지만 이후 시작된 당내 싸움에서 소극적인 반론을 펴는데만 그쳤다. 비겁했다”고 과거를 회상했다.

김 의원은 “새누리당 말기 어떤 변화도 불가능하다는 것을 확인하고 바른정당 창당에 나서 제대로 된 보수정당 건설위해 총력 다했지만 실패했다”며 “지역의 동지들을 살리고자 했지만 그것도 실패했다. 이제 자유한국당은 수명을 다 했다. 이 당으로는 대선승리는커녕 총선 승리도 이뤄낼 수 없다. 존재 자체가 역사의 민폐다. 깨끗이 해체해야 한다.”라며 당에 맹렬한 비판을 했다.

아울러 김 의원은 황교안 대표와 나경원 원내대표에게도 사퇴를 촉구하며 “우리 다 같이 물러나야 한다. 미련두지 말아야 한다. 민주당 정권이 아무리 폭주를 거듭해도 한국당은 정당 지지율에서 단 한번도 민주당을 넘어서지 못했다”며 “조국 사태가 벌어진 이후에도 그 격차는 더 벌어졌다. 이것이 현실이다. 국민들로부터 버림 받았다. 비호감 정도가 역대급 1위다”라고 신랄한 평가를 했다.

김 의원은 마지막으로 “아직 남은 6개월의 임기동안 국회 보건복지위원장, 여의도연구원장, 금정구 국회의원으로서의 역할은 다 할것이다”며 “원래 있어야 할 곳으로 돌아간다. 공적인 분야에 있지 않더라도 시민의 한 사람으로서 공적 책무를 다하겠다”고 밝히며 불출마선언문을 마무리했다.

지난 18대 국회에 39세 나이로 정계에 입문한 김세연 의원은 당내 대표적인 소장파 의원으로 꼽히고 있다.

지난 2016년 탄핵 정국 당시엔 새누리당을 탈당해 바른정당 창당에 참여했고, 이어 지난해 1월 한국당에 복당한 뒤, 당의 싱크탱크인 여의도연구원장, 국회 보건복지위원장으로 활동 중이다.

김 의원의 불출마 선언은 한국당 내에서 비례대표 초선인 유민봉 의원, 6선의 김무성 의원, 김성찬 의원에 이어 네번째 현역 의원 불출마 선언이다.

김 의원의 이 같은 불출마 선언으로 인해 앞으로 한국당내 불출마 선언이 얼마나 이어질지 귀추가 주목된다.

 

 

<이하 국회의원 김세연 21대 국회 불출마 선언문>

저는 오늘 제21대 총선 불출마를 선언합니다.

먼저, 지난 12년 동안 성원해주신 우리 금정구에 계시는 저의 동지 여러분, 모든 당원과 주민 여러분, 그리고 국민 여러분께 깊은 감사의 말씀을 드립니다.

저는 ‘정치인’이 되고자 정치에 들어온 것이 아니었습니다. 저는 ‘정치권에 파견 나와 있는 건전한 시민’을 저의 정체성으로 인식하고 의정활동에 나름 최선을 다 해왔습니다. 기득권에 취해 현실에 안주하는 것은 늘 경계하려 했고, 끊임없이 새롭고 의미있는 도전을 해야 한다고 믿으며, 그런 실천을 하려고 노력해 왔습니다. 제가 ‘멸사봉공(滅私奉公)’할 수 있는 위인은 되지 못한다는 점은 잘 압니다만, 적어도 공직에 있는 동안 사사로운 일을 공적인 일에 앞세우지 않는 ‘선공후사(先公後私)’의 자세는 한 순간도 흩트리지 않았다고 감히 자부합니다.

저는 정치권에서 ‘만성화’를 넘어 이미 ‘화석화’되어 버린 정파 간의 극단적인 대립 구조 속에 있으면서 ‘실망-좌절-혐오-경멸’로 이어지는 정치 혐오증에 끊임없이 시달려왔음을 고백합니다. 인간사회 어느 곳에나 있기 마련이지만, 권력에 집착하는 인간의 본능과 그 탐욕의 민낯이 보기 싫어 눈을 돌리려 해도, 주인공과 주변 인물만 바뀐채 똑같은 구조의 단막극들이 무한반복되고 있었습니다. 권력을 가졌을 때와 놓쳤을 때 눈빛과 어투와 자세가 180도 달라지는 인간 군상의 모습에서 결국 이제는 측은한 마음만 남게 되었습니다.

그런 점에서 작가 J.R.R. 톨킨이 ‘반지의 제왕’에서 그려낸 ‘절대반지의 비유’는 너무나 통렬합니다. 절대반지는 온 세상을 정복할 수 있는 강력한 힘을 가진 존재이지만, 자격을 갖추지 못한 사람은 이 반지를 끼는 순간 이성을 잃게 됩니다. 공적 책무감으로 철저히 정신무장을 해야 그것을 담당할 자격이 주어짐에도, 아무리 크든 아무리 작든 현실정치권력을 맡은 사람이 그 권력을 사유물로 인식하는 순간 공동체의 불행이 시작됩니다. 이미 우리는 다 함께 그런 불행한 경험을 거쳤습니다.

나이 50을 지천명(知天命)이라고 했습니다. 지명(知命)은 삼지(三知), 즉 지분(知分), 지족(知足), 지지(知止)로 풀이됩니다. 즉 분수를 알고, 만족할 줄 알며, 그칠 때를 알라는 것입니다. 과유불급(過猶不及)입니다. 내일 모레 50세가 되는 시점에서 스스로를 돌아보니, 이제는 정치에서는 그칠 때가 되었습니다. 권력의지 없이 봉사정신만으로 이곳에서 버티는 것이 참으로 어렵게 된 사정입니다.

18대 총선에서 한나라당 공천 탈락 후 무소속으로 출마했을 때 지역구민 중 저의 이름을 아는 분은 거의 없었습니다. 저의 선친의 성함을 대며 그 아들이라 하면 예외없이 반색을 하며 반겨주셨습니다. 그렇게 들어온 18대 국회에서 얼마 지나지 않아 복당을 하였고, 뒤늦게 ‘한나라당 소속 개혁성향 초선의원 모임’이라는 고정된 수식어로 불리웠던 ‘민본21’에서 활동했습니다. 이명박 정부 초기 국민 지지를 등에 업고 대통령의 힘이 절정에 달했을 때에도, 용기있는 선배님들과 함께 대통령 인사권에 정면으로 반기를 들며 연판장을 돌릴 때, 비록 두려움에 뒷목은 서늘했지만, 제가 몸담은 당에 늘 왠지모를 자부심이 있었습니다. 2011년 말, 한나라당이 급속도로 어려워지면서 비대위가 출범했고, ‘경제민주화’와 ‘복지’를 전면에 걸고 새누리당으로 거듭 났습니다.

골육상쟁이 다시 한 번 펼쳐졌지만, 그때까지만 해도 새누리당은 나름 괜찮은 중도보수정당이라 자신할 수 있었습니다. 재선이 되고는 ‘경제민주화실천모임’의 간사를 맡았고, 이후에 대표까지 맡게 되었습니다. 2012년 18대 대선 새누리당 공약의 핵심은 경제민주화였고, 그것의 뼈대를 만들고 살을 붙이는 과정에 핵심적으로 참여했습니다. 저는 기업인 출신이지만 재벌들에 의해 일그러진 대한민국 경제생태계를 정상화시키는 일에 앞장섰다는 사실에 역시 자부심이 있었습니다.

그런데 집권 후 그 약속들은 하나둘씩 지워졌고, 급기야 바른 말하는 당내 동지들에 대한 숙청이 시작되었습니다. 당시 유승민 원내대표는 의총장에서 동료들에 의하여 난도질을 당하고 물리고 뜯겼습니다. 그런데 저는 회의 막바지에 소극적인 반론을 펴는데 그쳤습니다. 후회합니다. 비겁했습니다. 그때 과감하게 맞서지 못했습니다. 18대 국회 한나라당 의총에서, 19대 국회 새누리당 의총에서, 청와대 지시 받고 떼 지어 발언대로 몰려나오는 그 행렬을 용기 있게 막아서지 못했습니다. 그후 이런 일들을 겪고도 또다시 후회할 일을 해서는 안 되겠다고 다짐했습니다. 그래서 앞으로 후회하지 않기 위해 지금 이 순간 이 말씀을 남깁니다.

새누리당 말기, 어떤 상식으로도 이해할 수 없는 비이성적인 상황들을 겪고 나서, 어떠한 변화도 불가능하다는 것이 확인된 이후, 바른정당 창당에 나서서 제대로 된 보수정당을 건설하기 위하여 그야말로 전심전력, 총력을 다해 일했습니다. 하지만 바른정당은 실패했고, 지금은 통합된 바른미래당에서 그 흔적조차 거의 다 지워지고 있습니다. 지방선거를 앞두고는 오로지 지역의 동지들을 살려보고자 눈물을 머금고 복당을 했습니다. 하지만, 결과는 바뀌지 않았습니다. 살리고자 했던 동지들을 살리지도 못했습니다.

자유한국당은 이제 수명을 다했습니다. 이 당으로는 대선 승리는커녕, 총선 승리도 이뤄낼 수 없습니다. 무너지는 나라를 지켜낼 수 없습니다. 존재 자체가 역사의 민폐입니다. 생명력을 잃은 좀비같은 존재라고 손가락질 받습니다. 그렇습니다. 창조를 위해서는 먼저 파괴가 필요합니다. 깨끗하게 해체해야 합니다. 완전한 백지 상태에서 새로 시작해야 합니다. 지금 계시는 분들 중에 인품에서나 실력에서나 존경스러운 분들이 많이 계십니다. 나라를 위해서 공직에서 더 봉사하셔야 할 분들이 분명히 계십니다. 하지만, 대의를 위해서 우리 모두 물러나야 할 때입니다. 우리가 버티고 있을수록 이 나라는 더욱 위태롭게 됩니다.

이런 말씀을 드려서 참으로 죄송합니다. 하지만 나라를 사랑하고, 나라를 살리는 마음으로 우리 다 함께 물러납시다. 황교안 당 대표님, 나경원 원내대표님, 열악한 상황에서 악전고투하시면서 당을 이끌고 계신 점, 정말 경의를 표합니다. 그리고 우리 당의 훌륭하신 선배, 동료 의원님들, 감사하고, 존경합니다. 그러나 정말 죄송하게도 두 분이 앞장서시고 우리도 다같이 물러나야만 합니다. 미련 두지 맙시다. 모두 깨끗하게 물러납시다.

광화문 광장에서 자유한국당이 주최하는 집회는 조직 총동원령을 내려도 5만명 남짓 참석하지만, 자유한국당이 아닌 시민단체에서 주최하는 집회에는 그 10배, 20배의 시민이 참여합니다. 민주당 정권이 아무리 폭주를 거듭해도 자유한국당은 정당 지지율에서 단 한번도 민주당을 넘어서 본 적이 없습니다. 조국 사태가 마무리된 이후에는 오히려 그 격차가 빠르게 더 벌어졌습니다. 엊그제는 정당지지율 격차가 다시 두 배로 벌어졌습니다.

이것이 현실입니다. 한 마디로 버림받은 겁니다. 비호감 정도가 변함없이 역대급 1위입니다. 감수성이 없습니다. 공감능력이 없습니다. 그러니 소통능력도 없습니다. 사람들이 우리를 조롱하는 걸 모르거나 의아하게 생각합니다. 세상 바뀐 걸 모르고, 바뀐 환경에 적응하지 못하면, 도태될 수밖에 없습니다. 그것이 섭리입니다. 섭리를 거스르며 이대로 계속 버티면 종국에는 역사의 죄인이 될 것입니다. ‘물러나라, 물러나라’ 서로 손가락질은 하는데 막상 그 손가락이 자기를 향하지는 않습니다. 발언하는 거의 모든 사람이 자기는 예외이고 남 보고만 용퇴하라, 험지에 나가라고 합니다. 국민들은 지금 우리가 어떻게 하는지 두 눈 부릅뜨고 지켜보고 계십니다. 모두 내 탓입니다. 책임에서 자유로운 사람은 아무도 없습니다. 모두가 함께 책임져야 합니다. 함께 물러나고, 당은 공식적으로 완전하게 해체합시다.

완전히 새로운 기반에서, 새로운 기풍으로, 새로운 정신으로, 새로운 열정으로, 새로운 사람들로 다시 시작해야 합니다. 경험 있는 사람이 반드시 있어야 한다거나 새로운 사람은 경험이 모자라서 안 된다고 반론을 펴고 싶을 수도 있습니다. 그러나 지금은 경험이 약이 아니라 독이 될 수 있는 시대입니다. 오만과 간섭은 금물입니다. 이 뿐만이 아닙니다. 이전에 당에 몸담고 주요 역할을 한 그 어떤 사람도 앞으로 대한민국을 제대로 지키고 세워나갈 새로운 정당의 운영에 관여해서는 안 됩니다. 뜻밖의 진공상태를 본인의 탐욕으로 채우려는 자들의 자리는 없습니다. 만약 그렇게 하려는 사람이 있다면 누구든 반드시 응징해야 합니다.

남은 6개월여의 임기동안 국회 보건복지위원장으로서, 여의도연구원장으로서, 금정구 출신 국회의원으로서 더욱 열심히 의정활동에 임하겠습니다. 또한, 20대 국회에서 심혈을 기울여 온 의원연구단체 ‘Agenda 2050’의 활동을 잘 마무리하는 데에도 최선을 다하겠습니다. 그리고는 원래 제가 있어야 할 곳으로 돌아갑니다. 비록 공적인 분야에 있지 않더라도 시민의 한 사람으로서의 공적 책무감을 간직하면서 더 나은 공동체를 만들어나가는데 미력이지만 늘 함께 노력하겠습니다.

제가 이곳에 있는 동안 저의 언행으로 인하여 상처받으신 분들이 계시다면 그 분들께는 이 기회를 빌려 진심으로 사과드리고자 합니다. 그동안 성원해 주신 모든 분들께 일일이 따로 양해를 구하고 인사드리지 못한 점 정말 죄송합니다. 너그러운 이해 부탁드리겠습니다.

마지막으로, 저의 진정한 동지 여러분, 감사합니다. 사랑합니다.

SNS 기사보내기

관련기사

기사제보
저작권자 © 폴리뉴스 Polinews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