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금융 위기 당시 10만 명 감축에 근접··· 불황에 감원·친환경차 투자·그룹 간 인수합병으로 활로 모색

[폴리뉴스 강필수 기자] 니혼게이자이신문은 17일 미국 GM(제너럴모터스)을 비롯한 미국·일본·유럽의 자동차 업계가 총 7만여 명의 인력 감축에 돌입했다고 보도했다.

신차 판매 감소와 전기자동차 보급에 따른 자동차 업계 구조 변화에 대응하기 위해 대규모 구조조정이다.

GM은 미국 내 3개 공장 등 전 세계 7개 공장 문을 닫는 것으로 1만4천여 명의 감축을 추진하고 있다. 미국 포드는 지난 6월 유럽에서 휘발유 차량 공장 5곳의 폐쇄를 결정하고 작업 인원 1만2천여 명을 감원한다. 닛산은 생산 인력을 약 1만2천500명 축소할 방침이다. 폭스바겐은 2023년까지 7천~8천 명을 감원하고 독일 국내 공장에서 전기차 생산을 시작한다.

알려진 주요 업체의 전체 감원 인원만 7만 명 수준이다. 이는 10만 명 가까운 인력 감축이 이뤄졌던 2008년 세계 금융 위기와 비슷한 규모다. 세계 주요 자동차 업체 종사자 수는 금융 위기 직후인 2009년 이후 계속 증가해 약 240만 명이 됐다가 작년에 소폭 감소로 돌아섰다.

업체들이 대규모 인력 감축에 나선 것은 신차 판매 시장이 정체됐기 때문이다.

작년 세계 신차 판매 대수는 전년 대비 0.5% 감소한 9천581만대다. 미국, 유럽, 일본 등 자동차 선진국 시장에선 신차 판매량이 한계에 달해 올해 미국은 작년 대비 판매 대수가 3%가량 적고 유럽도 1% 정도 감소한 것으로 추산된다.

신흥시장인 중국과 인도의 판매 대수도 5% 이상 줄어 작년 수준에 한참 못 미치는 상황이다.

세계 금융위기 영향으로 2009년 신차 판매가 감소세로 돌아서자 자동차 메이커들은 신흥 시장 확대 전략에 따라 신흥국 투자를 늘렸다. 이 영향으로 2017년까지 세계 차 생산 대수는 계속 증가했지만 작년에는 전년 대비 1.1% 감소한 9천563만대를 기록하며 9년 만에 다시 감소세로 전환했다.

이에 따라 업계는 전기차와 같은 친환경 자동차로 전환을 통해 생산체제를 변화하고 있다. 전기차는 휘발유 차에 비해 생산 라인이 짧고 부품도 30% 가량 적게 들어간다. 닛케이는 “주요 제작사들이 차세대 자동차에 투자를 늘리고 있지만 염가 판매를 통해 전기차 등 보급을 우선하고 비용 회수를 미룰 수밖에 없는 것이 현 시장 상황”이라며 “생산력의 감소를 전제로 한 구조조정을 추진하는 기업이 늘었다”고 전했다.

업체 간 인수합병도 활발하다. 이탈리아와 미국의 합작기업 FCA(피아트-크라이슬러)그룹과 프랑스 PSA(푸조-시트로엥)그룹이 지난달 30일 합병에 합의해 세계 4위 자동차그룹이 탄생한다. 미래 자동차 산업의 변화에 대처하기 위함이다. 이를 위한 대규모 투자 자금 확보도 합병의 배경이 됐다. 두 그룹은 합병에 따른 자원의 효율적 배분과 신기술에 대한 대규모 투자 등에 따른 시너지 효과로 연간 37억 유로(약 4조8천억 원)의 추가 가치 창출이 기대된다.

이러한 세계 자동차 업계의 위기는 국내에도 영향을 미친다. 10일 한국자동차산업협회에 따르면 국내 업체들의 수출·내수 판매는 올해 들어 10월까지 324만2천340대로 작년 같은 기간에 비해 0.7% 감소했다. 산업통상자원부가 14일 발표한 ‘2019년 10월 국내 자동차 산업 동향’에 따르면 지난달 국내 자동차 산업은 작년 같은 달 대비 생산 7.9%, 내수 2.1%, 수출 10.2% 감소한 것으로 잠정 집계됐다.

이러한 상황에서 국내 자동차 업계의 대응이 주목된다. 해외 시장 수요 감소에 따른 매출 감소는 국내 업계도 직면한 문제다. 현대자동차는 전기버스와 트럭을 통해 친환경 시장 공략에 나선다. 노후 경유차 규제 추세에 대응해 상용차 라인업에 전기차 모델을 대폭 강화하며 친환경차 시장을 선점한다는 전략이다. 기아차도 전기 1t 트럭을 투입할 계획이다. 현대자동차의 경우 인원 감축 계획은 없다. 한국GM과 이미 지난해 인원 감축을 시행했다.

SNS 기사보내기

기사제보
저작권자 © 폴리뉴스 Polinews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