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폴리뉴스 이지혜 기자] 모든 안전법은 유가족의 눈물로 쓰인다. 국회에 계류돼 있는 ‘민식이법’ 등 어린이생명안전법도 마찬가지다.
9살 김민식 군이 지난 9월 어린이보호구역인 ‘스쿨존’에서 과속 차량에 치여 세상을 떠났다. ‘민식이법’은 스쿨존에 과속카메라와 신호등 설치를 의무화하고, 어린이 보호구역에서 교통사고로 피해자가 사망했을 경우 가중처벌하는 법안이다.
김민식 군의 어머니는 18일 한 방송에서 아들의 이름 뒤에 ‘법’이 붙으라고, 그렇게 쓰이라고 지은 이름이 아니었다며 오열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유가족은 떠난 아이들의 이름을 딴 법안이 통과되기를 호소할 수밖에 없다. 김 군의 아버지가 14일 기자회견에서 말했듯이, “꼭 법안이 통과돼 우리 아이 같이 먼저 세상을 떠나는 아이들이 없도록” 해야 하기 때문이다.
법안을 대표발의한 강훈식 민주당 의원은 지난 7일 국회 예결위 회의장에서 “내년에 우리가 다 없을지 모른다는 각오로 한 가지만이라도 좀 하자”고 호소했다. 하지만 강 의원의 모두발언이 끝날 무렵, 자리에 앉아있는 국회의원은 손으로 꼽을 만큼 없었다.
19일 이정미 정의당 의원이 국회 본회의에서 호소했을 때도 크게 달라지지 않았다. 이 의원은 ‘어린이생명안전법안’은 골치아프거나 이해관계가 첨예한 법이 아니라며 여야가 힘을 모아줄 것을 촉구했지만, 이 의원의 말을 들어줄 ‘선배동료의원 여러분’은 본회의장에 남아있지 않았다.
‘안전법’은 여야가 다툴 쟁점이 없다. 특히 ‘어린이’를 위한 일이라면 더욱 그렇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민식이법, 태호-유찬이법(2019년 발의), 하준이법(2017), 한음이법(2016), 해인이법(2016)을 비롯한 ‘어린이 생명안전법안’들은 길게는 몇 년째 국회에서 잠들어있다. 국회의원들이 ‘관심이 없어서’ 꺼내보지 않기 때문이다.
지난 12일 ‘정치하는 엄마들’이 국회의원 전원에게 ‘어린이 생명안전법’ 동의서를 전달했으나, 총 296명 중 92명만이 ‘동의’ 의사를 밝혔다. 여야 할 것 없이 ‘최악의 국회’인 20대 국회를 자성하며 민생국회를 만들자고 목소리를 높이지만, 부모의 오열에도 꿈쩍 않는 국회의사당을 보며 유가족은 공허함만 느낄 뿐이다.
문재인 대통령은 19일 ‘국민과의 대화’에서 김민식 군 부모의 호소를 들은 뒤, 곧바로 다음날 과속방지턱을 깊고 높게 만드는 등 스쿨존을 쉽게 인식할 수 있는 방안을 검토·시행하라고 지시하면서 국회에 법안 통과를 부탁했다. 김민식 군의 부친이 게시한 ‘생명안전법’ 청와대 국민청원은 이날 20만명을 돌파했다. 정부도, 국민도 준비돼 있다. 이제는 국회가 일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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