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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

[이슈] 방위비협상 ‘겁박카드’ 꺼낸 美, ‘주한미군 철수 가능성’까지

한·일 갈등 편승한 ‘지소미아 카드’도 동원, 한국 뿐 아니라 美 내서도 비판 목소리

미국의 주한미군 방위비 분담금 ‘50억 달러(약 5조8천억원)’ 증액 요구로 한미동맹 균열 우려가 증폭되고 있다. 미국이 자기 목적 달성을 위해 한일군사정보보호협정(GSOMIA·지소미아)과 연계하고 ‘주한미군 감축 내지는 철수’까지 언급하며 한국을 압박하고 있기 때문이다. 한국을 상대로 ‘겁박’ 협상전술을 사용하는 듯하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대선후보 시절부터 주한미군과 해외 미군기지 축소와 동맹국의 방위비 분담금을 인상하겠다고 공언해왔고 대통령 취임 이후에도 이러한 자신의 뜻을 관철시키려다 미국의 외교안보정책을 관장해온 주류세력과도 마찰을 빚어왔다는 것은 주지의 사실이다.

트럼프 대통령과의 갈등으로 물러난 제임스 매티스 전 국방장관의 연설비서관이었던 가이 스노드그래스(Guy M. Snodgrass)가 최근에 낸 <전선을 지키며 : 매티스 국방장관 당시 트럼프 펜타곤의 내부> 책을 보면 트럼프 대통령이 한국과 일본에 대해 “미국을 심하게 이용해온 나라(a major abuser)”라고 말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러한 트럼프 대통령의 뜻은 지난해 체결한 제10차 한미 방위비분담특별협정(SMA)을 이례적으로 유효기간을 1년 단위로 하면서 어느 정도 예고됐다. 올해 협상을 앞두고 미국 국무부와 국방부가 전면에 나서 한국을 향해 전 방위적인 압박의 수위를 높였다. ‘협박과 얼러기’로 한국을 위축시키려는 트럼프식 협상기술이 적용된 것이다.

미국은 11차 SMA 협상을 앞두고 ‘협박과 얼러기’의 도를 높여나갔다. 일본의 수출규제조치로 한일 갈등이 첨예한 시점에 존 볼턴 백악관 안보보좌관을 보내 분담금 ‘50억 달러 증액’ 간 보기를 한 후 협상 시점이 다가오자 데이비드 스틸웰 국무부 동아태 차관보, 마크 밀리 합참의장, 에스퍼 미 국방장관, 해리 해리스 주한 미국대사 등이 전면에 나서 한국 정부를 궁지로 몰려 했다.

일본의 수출규제조치로 한·일이 극도의 긴장과 갈등을 빚는 가운데 이들 미국 국무부와 국방부 인사들은 지소미아를 연장해야 한다는 말로 한국을 옥죄려 했고 ‘주한미군 철수 가능성’을 흘리면서 한국 내 여론을 동원하려 했다. 

마크 밀리 합참의장은 11월 12일 한국에 앞서 일본을 방문해 지소미아와 관련 “시한 만료 전에 그 문제를 해결하고 싶다”며 “내일 한국에 가는데, 그곳에서도 협의의 포인트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또 일본행 전용기 내에서 기자들에게 “보통(average) 미국인들은 한·일 두 나라로 미군을 전방에 파견한 것을 보며 근본적인 의문을 제기한다”며 “트럼프 대통령이 병력 철수를 제안한 첫 대통령이 아니다”고 주한미군 철수 얘기도 꺼냈다.

마크 에스퍼 장관은 15일 제51차 한·미 안보협의회(SCM) 관련 양국 국방장관 공동 기자회견에서 “(한반도) 전쟁 상황을 가정했을 때 지소미아는 한·미·일 3국의 효과적인 정보 공유와 안보 협력을 위해 매우 중요하다”며 “지소미아 종료로 득을 보는 것은 결국 중국과 북한”이라며 일본 입장을 대변했다. 

또 그는 방위비분담금 협상이 열린 당일인 11월 19일 ‘한-미 방위비 분담금 협상이 결렬될 경우 주한미군 감축 가능성이 있느냐’는 질문에 “우리가 할지도, 하지 않을지도 모를 것에 대해 예측이나 추측을 하지 않겠다”고 했다. ‘지소미아’에서 ‘주한미군 감축’으로 압박의 수위를 높였다. 

그리고 미국은 이날 한미 방위비협상에 들어간 지 10분 만에 미국 대표단이 먼저 회의장을 떠나는 모습을 연출했다. 제임스 드하트 방위비분담 협상 대표는 브리핑에서 “한국 측에 재고할 시간을 주기 위해 회의 참여를 중단했다”며 “한국이 준비가 됐을 때 협상이 재개될 것”이라고 밝혔다.

할 수 있는 ‘최대의 압박 전술 카드’를 모두 동원해 한국의 분담금 증액을 이뤄내겠다는 미국의 입장을 확인할 수 있고 그 카드는 ‘지소미아’와 ‘주한미군 철수나 감축’임을 알 수 있다. 그러나 이는 한미동맹 신뢰의 근간을 흔드는 역효과를 낳고 있다.

‘지소미아’를 연계한 한국 압박은 한·일 갈등을 이용해 자신의 이익을 챙기려는 어부지리(漁父之利) 책략일 뿐이다. 지소미아 체결이 북한 미사일 발사 대응이라는 본래 취지를 넘어 중국까지 묶어서 한국을 압박한 것도 문제다. 방위비 협상에서 유리한 고지를 점하기 위해 ‘지소미아’를 거론했지만 ‘일본 편들기’라는 비판을 받고 있다.

한·일 갈등 편승한 ‘지소미아’ 압박카드, ‘주한미군’ 거론은 교각살우  

무엇보다 ‘주한미군 감축 내지는 철수’를 언급한 것은 동맹의 근간을 뒤흔든 것으로 한미 간의 신뢰를 악화시키고 있다. ‘지소미아’ 압박카드로는 한국이 꿈쩍도 하지 않자 내놓은 카드로 보이지만 분담금을 더 챙기려다 동맹의 근본을 허무는 교각살우(矯角殺牛)다. 심지어 미군을 용병으로 인식케 할 개연성이 높다.

문재인 대통령은 미국의 압박에 대해 원칙적 입장으로 대응하고 있다. 문 대통령은 11월 15일 마크 에스퍼 장관을 접견한 자리에서 미국의 ‘지소미아’ 압박에 “안보상 신뢰할 수 없다는 이유로 수출규제 조치를 취한 일본에 대해 군사정보를 공유하기 어렵다”는 입장을 분명히 했다. 

에스퍼 장관은 이에 “지소미아 관련 이슈에 대해 잘 이해하고 있다”며 “원만히 해결될 수 있도록 일본에도 노력해 줄 것을 요청하겠다”고 했다. ‘지소미아 압박카드’로는 한계가 있음을 인정한 것이다. 한국이 이를 ‘압박카드’로 받아들이지 않는 한 효용이 없기 때문이다.

문제는 미국이 거론하는 ‘주한미군 감축 및 철수 가능성’이다. 미국이 먼저 이를 꺼내든 것은 상식 밖이다. 미국 내 보수 주류세력이 반대하는 것임에도 미 국방부가 이를 수면 위에 올린 것은 트럼프 대통령의 평소 지론이기 때문으로 보인다. 

트럼프 대통령은 미국이 세계의 안보를 책임질 수 없다는 논지로 해외 전진 배치된 미군을 본국으로 철수하겠다는 말을 여러 차례 했다. 전통 외교안보라인이 줄곧 강조하는 해외 주둔 미군의 ‘전략적 이익’에 대한 문제는 귓등으로 듣는다. 렉스 틸러슨 전 국무장관, 매티스 전 국방장관 등 ‘전통적인 외교안보라인’들과도 결별했다.

따라서 지금 미국 국무부와 국방부 내에 트럼프 대통령의 폭주에 제동 걸 인사들은 없어 보인다. 따라서 올 방위비 분담금 협상은 ‘주한미군 문제’가 핵심 이슈로 떠오를 가능성이 높다. 재선을 노리는 트럼프 대통령은 한국 내 안보불안 심리를 동원해 한국 내 분담금 증액 압박의 강도를 계속 높여나갈 것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는 미국의 부당한 겁박으로 보는 시각이 만만치 않기 때문에 한국 내 반미감정이 높아지고 자주국방 정서가 확산될 개연성이 높다. 또한 미국 내에서도 트럼프 대통령의 동맹외교에 대한 비판의 목소리가 높아지는 것도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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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찬 기자

청와대를 출입하면서 여론조사를 담당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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