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폴리뉴스 이은주 기자] 미 증시의 흥행이 거듭되고 있는 가운데, 국내에서도 발빠르게 미국 주식 ‘직구’에 나선 투자자들이 늘어나고 있다. 그러나 미국 시장의 상승세에 대한 지나친 낙관을 경계해야 한다는 조언도 조심스레 나오고 있다.

21일 예탁결제원 증권정보포털에 따르면 올 한해 국내투자자의 해외 주식 매수금액은 190억 1242만 달러(약 22조2540억 원)로 지난해 연간 매수금액 170억7036만 달러를 크게 넘어선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미국 주식 투자액이 올 3분기 전체 해외 주식 매수 규모의 약 80%를 차지해, 국내 투자자들이 미 주식의 상승세에 대한 기대감이 상당한 것으로 나타났다.

국내 투자자들의 이 같은 ‘미국 주식 매수’ 흐름은, 최근 연일 ‘대박’소식을 전하는 미 증시의 흐름에 따른 영향으로 풀이된다. 19일 (현지시간) 월스트리트저널에 따르면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500지수는 올 한해 24% 상승했다. 이 가운데에서도 기술업종지수는 약 41%라는 거대한 상승폭을 기록하기도 했다. 이는 국내 코스피의 상승률이 올 한해 5%대에 머무른 데 그친 것과는 대조적이다. ‘박스권’에 갇혔다는 평가가 나오는 코스피에 대한 실망이, 미국 시장 ‘직구’로 이어진다는 분석이 나온다.

그러나 최근 연이은 미국 증시의 흥행은 실질적인 ‘실물 경기 성장성’에 기반한 랠리로 보기 힘들기 때문에, 미국 시장에 대한 지나친 낙관에 기반한 투자를 경계해야 한다는 경고도 나온다. 실제로 4분기 미국의 경제 성장률이 ‘제로’에 수렴할 것이라는 예측이 나오면서, 미국 내에서는 경기 둔화 우려도 나오고 있다. 애틀랜타 연은의 GDP 예측 모델인 GDP 나우는 4분기에 0.3%, 뉴욕 연은의 나우 캐스트는 0.4% 성장을 예측했다. 또 제조업 지표 둔화 조짐도 나타나면서, 지난주 애틀랜타 연은과 뉴욕 연은의 4분기 국내총생산(GDP) 성장률 추정치를 일제히 하향 조정했다.

미국 증시의 상승을 이끈 기술주들의 실적 흐름도 좋지 않다. 시장조사업체 팩트셋에 따르면 S&P500의11개 섹터 중 기술 업체의 수익은 3·4분기에 전년 동기 대비 5.3% 떨어졌다. 모건스탠리도 최근 S&P500의 최고치 경신이 주로 경기방어주에 집중되어 있고 성장 및 경기민감주는 약세를 보여 경기 반등의 신호로 연결하는 데는 유의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국내 한 언론은 21일 뉴욕증시가 사상 최고치 랠리를 연출한 가운데 투자자들은 발을 빼는 움직임이 포착된다고 보도하기도 했다. 15일(현지시각) 시장조사 업체 EPFR 글로벌에 따르면 지난 13일 기준 한 주 사이 미국 주식펀드에서 4억달러 이상의 자금이 빠져나갔다는 것이다. 기업 실적 둔화와 미중 무역 협상 타결을 둘러싼 불확실성을 감안할 때 최근 주가가 부담스럽다는 판단으로 풀이된 투자자들이 ‘팔자’ 흐름으로 돌아서고 있는 조짐이라는 해석이다.

홍춘욱 숭실대 금융경제학과 교수도 “실질적인 경제 성장에 따라 미 증시 호황이 나타나는 것이 아니다. 연준이 금리를 인하하고 통화 공급을 확대하는 미 당국의 정책이 경기부양으로 이어질 것이라는 시장의 ‘기대감’이 이끌어낸 상승세“라고 말했다. 이어 홍 교수는 “미국 주식시장의 강세가 끝없이 이어질 것이라고 믿고 올인해서는 안 된다”며 “실물 경제 지표 성적이 좋지 않음이 나타날 때 시장은 조정 국면에 들어간다는 것을 염두에 둬야 한다“고 말했다.

또 ”이미 기대가 충분히 반영되어 미 주식이 상승했는데, 현실 경제 지표가 좋지 않게 나올 때 기대가 컸던 만큼 실망도 나타날 수 있다”며 ”무조건 오른다는 식으로 미국 시장이 훨씬 더 좋다고 단언해서는 안 된다”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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