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유한국당 황교안 대표(오른쪽)와 나경원 원내대표가 18일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논의하며 자리에 앉고 있다. <사진제공=연합뉴스>
▲ 자유한국당 황교안 대표(오른쪽)와 나경원 원내대표가 18일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논의하며 자리에 앉고 있다. <사진제공=연합뉴스>

 

지난 11월 20일 자유한국당에서는 ‘까마귀 날자 배 떨어진다’는 속담을 연상케 하는 장면이 연출됐다. 아무런 관계가 없는 일이 동시에 발생했지만, 그 후폭풍은 적잖을 전망이다. 한국당 김세연 의원이 당 해체 주장과 함께 ‘황교안-나경원 2선 후퇴론’을 주장한 이후 이날 나 원내대표는 한미 방위비 분담금 협상 관련 국회의 입장을 전달하기 위해 이인영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 오신환 바른미래당 원내대표와 함께 미국으로 출국했다. 

이날 출국장 타깃은 나 원내대표가 됐다. 출국장에서 한 시민이 나 원내대표를 향해 “국익보다 한미동맹을 우선시하는 나경원 대표님 자격 없습니다. 미국의 편만 들 거면 미국에 가지 마십시오.”라고 외치는 목소리가 방송 카메라에 여과 없이 잡혔다. 

3당 원내대표는 전날인 19일 본회의를 앞두고 ‘한미 양국의 상호존중과 신뢰를 바탕으로 한 제11차 방위비 분담금의 공정한 합의 촉구 결의안’을 처리하기로 했지만, 한국당의 반대로 무산된 것에 대한 시민의 따끔한 질책인 셈이다. 

나 원내대표가 미국으로 출국하는 던 날 황교안 당 대표는 “죽기를 각오하겠다”며 청와대 앞에서 단식투쟁을 선언했다. 황 대표는 이날 청와대 앞에서 대국민 호소문을 발표하면서 “더 이상 무너지는 대한민국의 안보를, 무너지는 민생을, 무너지는 대한민국의 자유민주주의를 두고 볼 수 없다”며 “절체절명의 국가위기를 막기 위해 저는 이 순간 국민 속으로 들어가 무기한 단식 투쟁을 시작하겠다. 죽기를 각오하겠다”고 말했다.

당 대표는 ‘죽기’를 각오하고 단식투쟁을 선언한 날 원내대표는 의회 외교차 미국으로 출국하는 장면은 누가 봐도 전혀 관련이 없는 일이지만, 두 인사간 결별의 시간이 다가오고 있음을 본능적으로 느낄 수 있는 장면이었다. 

당 지도부가 당은 뒷전이고 위기 탈출에 함몰돼 제각각 행보를 보이기 때문이다. 김세연 의원이 ‘총선 불출마’를 선언하면서 주장한 당 해체와 황-나 2선 후퇴론은 ‘딴나라’ 얘기일 뿐 외눈박이 정치를 하고 있다는 착각마저 들 정도다.

황 대표는 청와대 앞에서 단식투쟁을 선언하면서 지소미아 파기 철회, 공수처법 포기, 연동형 비례대표제 선거법 철회를 요구했다. 지소미아 파기는 일본의 선조치가 선행돼야 한다는 게 청와대 일관된 입장이다. 공수처법 포기는 정권의 명운을 걸고 추진하는 검찰 개혁을 하지 말라는 얘기다. 연동형 비례대표제 선거법 철회는 집권여당과 야3당이 해놓은 합의를 뒤엎자는 것이고, 이미 ‘공’은 국회로 넘어갔다.

하나도 아니고 세 가지씩이나 요구한 것은 아무리 봐도 당과 본인의 위기를 잠재우기 위한 단식투쟁이자 지지층 결집용으로밖에 비치지 않는다. 오죽하면 정치 9단으로 불리는 박지원 의원이 “제발 단식하지 마라”며 “마지막은 당 대표직 사퇴 카드만 남게 된다”고 충고를 보낼 정도다. 청와대 앞에서 단식투쟁을 시작했지만, 규정상 밤 10시 이후에는 금지돼 있다는 것을 몰라 단식 장소를 국회에서 청와대로 출퇴근식 단식투쟁은 애교로 넘긴다.

나 원내대표도 한미동맹이 깨질 것을 우려해 방미한다고 말하고 있지만 왠지 골치 아픈 당 내부 문제와 자식 문제에서 도망친다는 인상을 지울 수 없다. 여야가 한미 분담금에 대해 한목소리를 내지도 못한 마당에 미국에 무엇을 요구할 것인가. 황 대표 진영에서 “지금 미국 갈 때냐”라고 비아냥을 받을 만하다. 

오는 12월 11일은 나 원내대표 임기 종료일이다. 현재 돌아가는 모습을 보면 황 대표가 나 원내대표에게 재신임을 보낼 리 만무하다. 당내 차기 원내대표 경쟁자들의 이름이 구체적으로 거론되는 것을 봐선 사실상 결별만 남은 셈이다. 문재인 정부가 야당 복은 타고났다는 말을 재차 깨닫게 되는 요즘이다. 

※ 외부 필자의 기고는 <폴리뉴스>의 편집 방향과 일치하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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