찬·반 양론 모두 정당공천의 문제점 인식
홍용락 동앙방송예술대학 교수의 사회로 진행된 토론회에서 정당공천에 반대하는 측에는 정세욱 한국공공자치연구원장과 황주홍 전남 강진군수가 패널로 참석했으며, 정당공천에 찬성하는 측에는 최동규 행복한 마포포럼 대표와 강경태 한국정치학회 이사가 패널로 참석했다.
토론회에 앞서 서영훈 전 대한적십자사 총재는 "현재 우리나라는 지역이 갈라지고, 당이 갈라져 싸우고 있다.
이 때문에 국제적으로 대한민국의 명예가 떨어지고 있다"며 "이명박 대통령도, 여야 당수도 헌법을 고치려 하고 있다. 이번 토론회는 살림살이를 낫게 해줄 사람을 뽑는 기준을 마련하는 자리니만큼 토론자들의 말을 잘 들어주길 바란다"며 축사와 함께 당부의 말을 전했다.
축사에 이어 바로 진행된 토론회에서 황주홍 강진군수는 모두발언으로"나는 현재 민주당 소속이다. 하지만 정당공천 제도는 거부할 것이다. 만약 정당공천 제도가 폐지 되지 않으면 무소속으로 나갈 것이다"라며 "정당공천 제도는 정당이 아닌 국회의원 개인이 하고 있으므로 공천이 아닌 사천(私薦)이다"라고 지적했다.
정세욱 원장은 "서울 25개구에서 정당공천을 받지 않은 후보 중 당선된 사람은 양천구청장이 유일하다. 정당공천 받았다고 똑똑한 것은 아니다"라며 "주민들이 원하는 일을 하는데 한나라당, 민주당이 필요한가?"라며 정당공천 무용론을 펼쳤다.
이에 정당공천을 찬성하는 입장인 최동규 행복한 마포포럼 대표는 "국회의원 공천은 왜 정당공천을 하겠는가? 분명 필요하기 때문에 하는 것이다. 같은 이유로 지자체 선거에도 정당공천은 필요하다"고 하면서도 "물론 정당공천 제도가 완벽한 것은 아니다"라며 정당공천에 문제가 있음을 시사했다.
최 대표는 "정당공천을 없애고 개인 후보 자격으로 선거에 나온다면 아마도 지역에서 오래 살고, 돈 있는 유지가 당선될 것이 뻔하다. 이것은 오히려 풀뿌리 민주주의를 죽이고 풀뿌리 보수주의가 될 것이다"라며 정당공천 제도를 없앴을 경우에 일어날 수 있는 폐해를 지적했다.
강경태 한국정치학회 이사는 "국가에는 의회가 있듯, 지방에도 의회가 필요하다. 따라서 효율성을 높이기 위해서는 정당공천이 필요하다"며 정당공천의 당위성을 얘기했다.
또한 "중앙정부-도청-군청, 국회-정당-도당 이런 식으로 자연스럽게 이뤄져야 하지만 우리나라는 이런 체계가 뒤섞여 있어 선거 시에 시장, 군수 등이 국회의원의 눈치를 볼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하지만 이에 대해 강경태 이사는 "이는 정당공천의 문제가 아니라 운영하는 사람들의 문제다. 위대한 정치인인 케네디를 아프리카에 데려다 놓으면 그 때부터 그는 더 이상의 케네디가 아니다"라며 "현재 정당공천 폐지에 대한 논의는 합법적으로 민주주의를 부정하는 일이다"며 정당공천 폐지에 대해 불편함을 드러냈다.
정세욱 원장은 "지난 4.28 선거를 봐라. 부산 모 구청장 선거에 5억의 정치헌금을 요구받자 못 내겠다고 해서 탈당했으나 결국에는 당선됐다. 이런 정치헌금의 압력이 있을 수 있기 때문에 정당공천에 문제가 있다는 것"이라며 반론했다.
최동규 대표는 "정당공천이 정치 낙후성의 유일한 원인은 아니다. 출마자와 유권자의 의식이 문제"라며 "정당공천 안 하면 모든 것이 해결된다는 생각은 마녀사냥이다. 현재 우리가 논의하고 있는 기최의회 의원에 대한 정당공천 배제는 위헌"이라며 2003년 헌법재판소의 판결을 인용해 정당공천의 정당성을 피력했다.
계속되는 찬·반 양론의 의견 대립에 방청객들은 박수를 치거나 환호를 지르며 자신들의 의견과 가까운 패널에게 동의의 표시를 했다.
현직 단체장으로 정당공천 때문에 겪는 어려움을 토로한 황주홍 강진군수는 "정당이 현장에서는 너무나 큰 걸림돌이다. 시쳇말로 시장, 군수, 구청장은 3D 직종이라는 분도 있다. 실제로 정당 정치 일로 찾아가는 것에 몇 시간 소요되기도 한다. 이것이 곧 주민들에 대한 서비스 저하로 나타날 수 있다"며 "한나라당 정권에 민주당 당직을 가진 군수가 중앙정부에 얘기하는 게 쉽지 않다. 차라리 소속이 없으면 당에 상관없이 주민들을 위해 여기저기 부탁할 수 있다"고 해 현 정부와의 문제에서 여러가지 어려움이 있음을 시사했다.
정세욱 원장은 "유럽의 경우 대부분 정당공천을 허용하고 있으나 당원들이 매우 적극적이다. 그래서 후보에 대해 논의하고 직접 투표로 결정한다"며 "우리처럼 입당원서 많이 가져오면 후보로 공천해 주는 방식에서는 진성당원이 있을 수 없다"고 당원제도의 문제점을 지적하기도 했다.
최동규 대표도 이 부분에는 일부 동의하며 "주민들이 깨어 있으면 모든 것이 잘 될 것이다. 좋은 분들이 정당에 입당해서 정당을 변화시켜야 한다"고 해 당원의 역할론을 강조하기도 했다.
토론회의 방청객으로 참가한 윤인숙 씨는 "정당공천제가 없어지면 비례대표도 사라질 것이고 그렇게 되면 여성의 정치참여가 낮아질 수밖에 없지 않겠느냐?"는 질문에 정세욱 원장은 "중대선거구가 아닌 소선거구제를 유지하며 여성전용선구제를 실시해 특정지역에는 여성만 참여하게 하면 된다"는 해법을 내놔 눈길을 끌었다.
토론회를 정리하는 마지막 발언 시간에 황주홍 군수는 "정치지도자들의 의식이 부족하다. 지역주민들보다 의식수준이 떨어진다. 한 줌밖에 안 되는 의원들의 의식수준이 문제"라며 정치인들의 의식변화를 촉구했다.
최동규 대표는 "지방자치단체의 권한이 너무 낮다. 재정의 23%만 자립하고 나머지는 중앙정부에서 지원받고 있다. 중앙관치로부터의 독립을 이루는 것이 먼저인 것 같다. 정당공천 폐지가 가장 시급한 문제는 아니"라고 했다.
황주홍 군수는 "시장, 군수, 구청장이 행정에 전념할 수 있도록 정당공천제를 폐지해야 한다. 여기 계신 여러분들이 국회의원들에게 경각심을 불어넣는 선한 압력을 넣어야 할 것이다"라며 계속해서 정당공천제 폐지를 주장했다.
강경태 이사는 "당에서 후보를 뽑는 것은 매우 중요한 일이다. 다만 주민들의 의견을 수렴해서 선출하는 것이 좋을 것 같다. 중앙당, 의원에만 맡길 것이 아니라 시민단체 등에도 (후보선출에 대한 논의를) 개방하는 것도 대안일 것"이라며 제안을 하는 것으로 마무리 발언을 마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