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성웅 금융감독원 부원장보가 13일 금감원에서 금융분쟁조정위원회의 키코 불완전판매 배상 결정 관련 브리핑을 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 정성웅 금융감독원 부원장보가 13일 금감원에서 금융분쟁조정위원회의 키코 불완전판매 배상 결정 관련 브리핑을 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폴리뉴스 강민혜 기자] 외환파생상품 키코(KIKO)에 투자했다가 1500억 원 가량을 잃은 기업들이 은행으로부터 손실액의 15~41%를 돌려받게 됐다. 

13일 금융감독원은 전날 열린 키코 관련 분쟁조정위원회에서 해당 상품에 대한 은행들의 불완전판매 책임이 인정됐다며 이 같은 내용의 배상비율을 발표했다.

이번 분조위 조정 대상은 일성하이스코·남화통상·원글로벌미디어·재영솔루텍 등 기업 4곳과 이들이 가입한 키코 상품을 판매한 은행 6곳이었다.

금감원에 따르면 각 기업이 은행으로부터 받을 수 있는 배상액 규모는 손실액의 15%(2곳), 20%, 41%로 평균 23%다. 분조위는 은행들이 키코 상품을 불완전판매했기 때문에, 피해 기업에 대한 손해배상책임이 있다고 봤다.

특히 키코 상품 판매 은행들이 계약을 체결할 때 예상 외화유입액 규모를 제대로 파악하지 않거나, 다른 은행의 환 헤지 계약을 고려하지 않고 과도한 규모의 환 헤지를 권유하는 등 적합성 원칙을 위반했다고 판단했다.

또한 환율 상승 시 무제한 손실 가능성 등 예상되는 위험성을 기업이 충분히 이해할 수 있을 정도로 명확히 설명하지 않아 설명의무도 위반한 것으로 봤다.

이에 따라 적합성 원칙과 설명 의무 위반에 적용되는 30%를 기준으로 당사자 간 계약 개별 사정을 가감해 최종 배상비율을 결정했다고 분조위는 밝혔다.

키코는 환율이 일정 범위에서 변동하면 약정한 환율에 외화를 팔 수 있으나 범위를 벗어나면 큰 손실을 보는 구조의 파생상품이다. 수출 중소기업들이 환위험 헤지 목적으로 가입했다가 2008년 금융위기 때 환율이 급변동해 피해를 봤다.

앞서 대법원은 2013년 판결에서 키코 계약의 사기성은 인정하지 않았으나 상품 위험성을 제대로 고지하지 않은 것은 문제라며 은행들의 불완전판매 가능성은 인정했다.

4개 업체는 그동안 분쟁조정이나 소송 등 절차를 거치지 않아 이번 분쟁조정 대상이 됐다. 이들 업체의 피해액은 모두 1500억 원가량이다.

분조위 결정에 따른 은행별 배상액은 신한은행 150억 원, 우리은행 42억 원, 산업은행 28억 원, KEB하나은행 18억 원, 대구은행 11억 원, 씨티은행 6억 원이다.

분조위의 배상 결정은 강제성이 없어 양측이 모두 받아들여야 효력을 갖는다. 특히 민법상 손해액 청구권 소멸시효인 10년이 이미 지난 상태라 은행의 배상안 수용 여부가 관건이다.

소멸시효가 지난 상황에서 배상하면 주주 이익을 해치는 배임에 해당할 수 있어 은행들이 배상에 소극적일 가능성도 있다. 이와 관련해 금감원은 “과거 키코 불완전판매에 따라 지급해야 했던 배상금을 뒤늦게 지급하는 것이 배임이라고 보기 어렵다”고 설명했다.

이번 분조위를 담당한 정성운 금감원 부원장보도 “영국 등 해외에서도 키코와 유사한 파생상품 대규모 불완전판매 피해에 시효와 상관없이 감동당국과 금융기관 협의를 거쳐 배상한 사례가 있다”고 말했다.

이어 “대법원판결 이후 은행들은 소송을 제기하지 않은 유사 피해기업들의 구제에서 고객보호 의무를 다하는 데 미흡했다”며 “은행과 당국은 금융산업 신뢰확보 및 발전을 위해 키코 문제해결에 적극 나서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번 분쟁조정 결정은 지난해 7월 윤석헌 금감원장 취임 직후 키코 사건 재조사에 착수한지 약 1년 5개월 만에 나왔다. 2008년 키코 사태가 발생한 지 11년 만이기도 하다.

이날 배상비율이 결정된 4개 업체 외에도 키코 관련 분쟁조정을 기다리는 기업은 150곳에 이른다. 금감원은 나머지 기업들에 대해선 이날 조정 결과를 토대로 은행에 자율조정(합의 권고)을 의뢰하겠다는 방침이다.

키코 피해기업들로 이루어진 키코공동대책위원회도 금감원의 방침에 이견이 없는 상태다. 공대위는 이날 보도자료를 내고 “당국의 노력 덕분에 키코사태 해결의 단초를 마련할 수 있게 됐다”며 “이번 분쟁조정이 희망고문이 되지 않도록 은행들이 자율조정에 진정성을 갖고 임해주길 기대한다”고 밝혔다.

또한 “금융당국은 캠코나 유암코 등이 갖고 있는 개인 보증 채권들을 매입 소각해 키코 피해 기업인들이 재기할 수 있도록 신용을 회복시켜 주길 바란다”며 특히 “은행들이 갖고 있는 보증채권 소각이 안 되면 분쟁조정으로 피해기업들이 받은 배상금은 전액 은행에 되돌아 갈 것”이라고 강조했다.

한편 은행들은 일단 금감원으로부터 조정안을 공식적으로 받은 이후 충분한 검토를 통해 배상 여부를 결정한다는 입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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