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1월 8일 청와대에서 열린 국무회의에 입장하는 문재인 대통령, 이낙연 국무총리, 임종석 전 대통령 비서실장  <사진=연합뉴스>
▲ 올해 1월 8일 청와대에서 열린 국무회의에 입장하는 문재인 대통령, 이낙연 국무총리, 임종석 전 대통령 비서실장  <사진=연합뉴스>

2019년 기해년이 저물고 있다. 여의도는 패스트트랙에 태운 쟁점법안으로 시끄럽지만 밖은 조용하다. 캐롤송이 거리에서 사라진 지는 몇 해가 지났지만 이렇게 연말 분위기가 나지 않는 해도 드물다. 망년회 횟수도 줄었고 참석 인원도 예년만 같지 않다.

특히 정치인들 중 연말을 맞이해 희비가 극명하게 교차하는 인사들이 있다. 바로 이낙연 국무총리와 임종석 전 대통령 비서실장이다. 대한민국 정치 1번지 종로 출마를 염두에 뒀던 임종석 전 실장은 송년회보다는 망년회를 선호할 듯 싶다.

출마를 위해 종로로 이사까지 한 임 전 실장은 지난 11월17일 총선 불출마를 선언했다. 이런저런 이유를 댔지만 정세균 의원이 종로 출마를 굽히질 않았다는 점이 크게 작용했을 것이란 게 정설이다.

그런데 정확하게 한 달이 지난 12월17일 문재인 대통령은 청와대 춘추관에서 정세균 의원을 이낙연 국무총리 후임으로 지명하고 배경을 직접 설명했다. 전직 국회의장을 총리로 지명하는 것에 대한 최대한 예우를 차렸다.

정 의원이 총리로 임명되기까지 국회 인사청문회와 총리 인준안까지 남아 있어 아직 갈 길은 멀다. 하지만 한 가지 분명한 것은 정 의원은 이제 종로 출마는 접어야 한다는 점이다. 그리고 종로지역 출마로 이낙연 총리가 급부상하고 있다.

임 전 실장이 만약 한달만 더 참았더라면 종로는 그의 것이었다. 6월에 종로로 이사와 지역구 한번 돌지 못하고 산으로 들로 인고의 시간을 보낸 그다. 30일만 더 버텼으면 이 총리가 동향의 젊은 후배가 자리 잡고 있는 종로 출마를 결심할 수 있었을까.

한때 청와대 권력서열 2위였던 임 전 실장은 차기 총리로 정 의원이 될 수 있다는 점을 정말 몰랐을까. 임 전 실장이 권력 이너서클에서 멀어지고 있다는 느낌마자 든다. 임 전 실장은 출마를 접으면서 “통일운동에 매진하고 싶다”고 밝혔다. 향후 문 정권에서 그의 쓰임새를 보면 위상을 알 수 있겠지만 올해 비운의 정치인임에는 변함이 없다.

반면 이낙연 총리는 문 정권 초기부터 지금까지 승승장구하고 있다. 단연 올해의 정치인으로 꼽을 만하다. 전남도지사직을 중도에 사퇴하고 초대 총리로 임명돼 원만하고 합리적인 대처로 각광을 받았다. 이 총리가 여야 차기 대통령 지지도에서 압도적인 1위를 달리고 있다는 점에서 그는 현 정권으로부터 최대의 혜택과 보상을 받은 셈이다.

게다가 당으로 금의환향하기 전 넘어야 할 높은 산이 두 개나 있었다. 하나는 차기 총리 후보 인선문제와 또 다른 하나는 총선 출마지역이었다. 그런데 정 의원이 차기 총리로 지명되면서 일거에 해결됐다. 여야 차기 대선주자 1위인 이 총리가 ‘대한민국 정치1번지’로 꼽히는 종로 출마는 상당히 상징적인 사건이다.

만약 이 총리가 내년 총선에서 자신의 고향인 호남과 수도권에서 승리하는 데 결정적인 역할을 할 경우 차기 당권뿐만 아니라 대권가도까지 순항할 공산이 높다. 앞으로 당은 이 총리 중심으로 돌아갈 공산도 높다.

그러나 이 총리가 내내 꽃길만 걸을 것인지는 두고 봐야 한다. 호남 출신 비주류라는 점과 꽃길이 자신이 개척한 게 아닌 친문 진영에서 깔아준 인공길이라는 점이다. 이는 곧 이 총리가 현 정권에 쓴소리를 보내거나 불일치한 언행을 보일 경우 친문 지지자들은 차갑게 등을 돌릴 공산이 높다.

문 대통령은 정세균 의원 총리 지명배경을 설명하면서 이 총리 관련 “깊이 감사하고 매우 아쉽다”고 소회를 밝히면서 “이제 자신의 정치를 할 수 있도록 놓아드리는 것이 도리라고 생각했다”고 언급했다. 해석의 문제지만 이제 서로 각자의 길을 가자는 이별통보처럼 들릴수도 있는 대목이다.

이낙연 총리와 임종석 전 실장은 올해 희비가 극명하게 갈렸다. 하지만 정치는 생물이고 누가 마지막에 웃을 지는 아무도 모른다. 청와대를 떠나 가시밭길 걷는 임 전 실장과 꽃길을 걷고 있는 이 총리의 끝이 어떤 모습일 지 궁금하다.

※ 외부 필자의 기고는 <폴리뉴스>의 편집 방향과 일치하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SNS 기사보내기

관련기사

기사제보
저작권자 © 폴리뉴스 Polinews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