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민국 서울에는 '테헤란로'가 있다. 대한민국 서울에는 '워싱턴DC'가 있는가?

한미, 한미일, 한일 외교장관 연쇄 회담을 마친 강경화 외교부장관이 16일 오전 인천국제공항을 통해 귀국하고 있다.<사진=연합뉴스>
▲ 한미, 한미일, 한일 외교장관 연쇄 회담을 마친 강경화 외교부장관이 16일 오전 인천국제공항을 통해 귀국하고 있다.<사진=연합뉴스>

6일: 문정인 대통령 통일외교안보특별보좌관은 미 워싱턴DC 국익연구소의 2020년 대북 전망 세미나에서 "남한은 중재자보다 촉진자 역할을" "미국은 대북외교 아웃소싱해달라. 우리에게는 사활이 걸린 실존의 문제다. 미국이 전향적으로 생각해줬으면 좋겠다"
 
7일: 문재인 대통령은 신년사에서 김정은 위원장의 답방, 접경지 협력과 체육교류, 비무장지대 세계문화유산 공동 등재 등의 남북 협력을 제안

8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에게 생일 축하 메시지 

9일: 문정인 대통령 통일외교안보특별보좌관은 뉴욕 코리아소사어티의 비공개 간담회에서 "북미 대화 가 제일 중요하지만, 풀리지 않으면 제2 또는 제3의 방법이 필요하다" "남한은 북한과 새로운 돌파구를 마련해야 한다"

11일: 김계관 북한 외무성 고문 "한집안 족속도 아닌 남조선이 우리 국무위원장에게 보내는 미국 대통령의 축하 인사를 전달한다고 하면서 호들갑을 떨었는데, 저들이 조미관계에서 중재자 역할을 해보려는 미련이 의연 남아있는 것 같다" "남조선이 김 위원장과 트럼프 대통령 사이의 친분관계에 중뿔나게 끼어드는 것은 좀 주제넘은 일" 북한의 통미봉남(通美封南) 기조 재확인 및 남한의 '촉진자역' 난관

14일: 강경화 외교부 장관이 미국 샌프란시스코 인근 팰로앨토에서 마이크 폼페이오 미국 국무장관과 회담. 호르무즈 해협 파병, 한·미 방위비분담금특별협정(SMA) 협상, 북·미 비핵화 협상과 남북협력 등 주요 의제 다뤄.

문재인 대통령의 신년 회견 중 "개별관광은 대북제재에 저촉되지 않는다"는 발언을 두고 강 장관은 대북제재 예외 사안으로 금강산 개별관광을 겨냥해 "우리로선 그간 남북 간 중요한 합의들이 있었으며 그 중에서도 특히 제재 문제가 되지 않는 부분들도 있고 제재 예외 인정을 받아 할 수 있는 사업들이 분명히 있다"

미 국무부는 금강산 개별관광 카드에 대해 부정적 인식 "모든 유엔 회원국은 안전보장이사회의 (대북) 제재 결의를 이행해야 한다"

이어 강 장관과 모테기 도시미쓰(茂木敏充) 일본 외무상과의 한일 외교장관회담에서는 강제징용 배상판결과 일본의 대(對)한국 수출규제 문제 등에 대한 논의. 일본은 강제동원 배상문제와 관련해서는 "한국 측의 책임으로 해결책을 제시하라"고 요구
 
16일 새벽 인천공항: 강경화 외교부 장관이 취재진에게 귀국 답변, "유익한 시간이었다"

16일 낮: 노영민 대통령비서실장은 호르무즈 해협 파병 논의와 관련, "교민과 기업의 보호, 호르무즈 해협에 대한 안전한 항행을 확보하기 위한 노력을 할 수밖에 없다"

16일 새벽, 미국 방문을 마치고 인천공항에 도착한 대한민국 외교부 강경화 장관의 표정은 어두웠다.

현재 국제무대의 호흡이 매우 가파르고 거칠다. 호르무즈·방위비·북핵··· 이의 배경에는 미국의 드론 피격·이란의 미사일 반격·우크라이나 항공기 격추···그리고 미·중간의 무역협정··· 지금 강 장관에게 '고려의 서희'가 필요하다.

993년 거란이 고려를 침공했다. 좋게 말할 때 '옛 고구려땅을 달라'는 것. 고려정부는 평양 이북 땅을 주고 평화롭게 살자고 했다. 이때 서희가 나타났다. 서희는 거란의 깊은 속셈을 알고 있었다. '송나라와의 국교 단절', 달리 말하면 '거란의 속국'이었다. 서희는 상대의 본심에 맞춰 역제의한다.

'먼저 국경 주변의 여진족을 쫓아내라, 그런 후 강동 6주를 고려에 돌려주면 거란과 국교를 맺겠다' 거란은 서희의 제안을 받아들였다. 서희의 제안대로라면 고려가 통째 '거란의 나라'가 되기 때문이다. 본의 아니게 고려의 영토는 압록강 너머까지 확장됐다. 시간은 흐른다. 송과 전쟁이 잠정 중단된 후 거란은 고려와의 '옛 약속'이 기억났다. '강동 6주의 반환을 요구하며 2차 침공'에 맞서 고려는 송과의 관계를 주도적으로 재개했다.

국제질서에는 '영원한 적도, 영원한 동지도 없다'는 말이 실감난다. 또 외교는 '되로 주고 말로 받아야' 하는 생존게임이라는 말도 스친다.

멀리 갈 것 없이, 이명박 전 대통령이 임기 말 독도를 방문한 적이 있다. 우리는 '이벤트 외교'의 나쁜 전형으로 기억된다. MB의 독도방문은 일본 극우 아베 신조 총리를 재기하게 만들었다. 일본의 '독도 국제분쟁화 전략'에 걸려든 것이다. 독도방문이 MB정부에 안겨준 것은 '대통령 지지도 소폭 상승, 심대한 국익 상실'이었다. 대한민국 국민을 향해 아침마다 '부자 되세요' 외치던 이명박정부의 실용외교는 그 정도 수준이었다. 

'명분'도 필요하다, 하지만 그 명분은 '실리'를 위함이다.

박근혜정부의 중·일 외교는 유랑극단처럼 아무런 목적없이 그저 왔다갔다 하는 '시계추외교'로 유명하다. 대한민국 대통령이 '항일전쟁 승리 70주년' 열병식이 열리는 중국 톈안먼 망루에 올랐다? 그것도 '통일대박'이라 외치면서···

이때 윤병세 외교장관은 "한·미 관계가 더 이상 좋을 수 없다"며 자화자찬 자기최면에 빠져들었다. 이를 두고 세가에서는 '미쳤다', 심하게는 '죽고 싶어 환장했다'는 소문이 돌았다. 곧이어 '혹독한 사드 보복'이 도래했다. 일본에게는 뜬금없이 '위안부 합의문'을 제공해야 했다.

현 문샤인정부(달빛은 태양빛에 반사된 빛이다)는 어떠한가?

문 대통령 취임 초, 미국 방문 때(6월28일) 워싱턴DC 앤드류 공군기지 미 해병대 국립박물관 내에 있는 '장전호 전투 기념비'에 헌화하면서 한 말이 있다.  "장진호 전투가 14,000여 명을 살려낸 흥남철수작전을 가능케했고, 그 피란민 가운데 문 대통령의 부모님이 있었다... 그러기에 '나 자신'이 존재할 수 있었고...해서 한미동맹은 전쟁의 포화속에서 피로 맺어진 관계"다는 아주 감동, 감성적인 연설을 우리는 기억하고 있다.

그 후 지금까지, 한국에서는 '전쟁 이야기'가  끊이지 않고 있다?

베트남 방문 때도 전쟁의 상흔은 계속됐다.  "한국은 베트남에 마음의 빚을 지고 있다" 청와대 게시판에서 "한국군은 미국의 용병으로 참전해 베트남인에게 몹쓸 짓을 많이 했다" 문 대통령 현충일 추념사에서 "베트남 참전용사의 헌신과 희생을 바탕으로 조국 경제가 살아났다"

그래서 어쨌단 말인가?

문 정부는 국제사회에서 베트남이 '승전국' 지위에 있다는 의미를 모르는 듯하다. 가해자이지만 미국의 어느 대통령도 유감 표명을 하지 않는다. 그리고 베트남도 사과를 요구하지 않는다.

미국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 방문 때 만찬장에 나타난 '독도새우'는 뭐며, '지소미아 오리무중?'은 또 뭐며, 사드 추가 배치 불가 등 '3불(不) 정책'은 뭐며, 지금 '호르무즈 알쏭달쏭 아리까리 파병'은 또 뭐란 말인가?

명분도 없고 실익도 없는 외교를 외교라 부를 수 있는가?
대한민국 서울에는 '테헤란로'라는 거리가 있다. 대한민국 서울에는 워싱턴DC라는 길이 있는가?

물론 한·미 동맹을 견고하게 다지면서 중국과 돈독한 관계를 유지하고 일본도 친구처럼 곁에 둬야 한다. 하지만 '친구들'에게 이렇게 말할 수 있어야 한다.

"니가 가라, 하와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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