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심 선고 판사 “일찍 명예로움 선언 못한 것 사과”...눈물 보여
민간인 피해자 수천명...시민단체, 추가 집단소송 추진 계획
여야 정치권 “환영, 특별법 제정 촉구”

여순사건 재심대책위원회가 20일 전남 순천시 광주지법 순천지원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여순사건 특별법 제정을 촉구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 여순사건 재심대책위원회가 20일 전남 순천시 광주지법 순천지원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여순사건 특별법 제정을 촉구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폴리뉴스 이지혜 기자]여순사건으로 사형된 민간인 피해자에 대해 법원이 72년 만에 무죄를 선고했다. 정치권은 일제히 환영하며 여순사건특별법의 제정을 촉구했다.

광주지법 순천지원 형사1부(김정아 부장판사)는 20일 여순사건 민간인 희생자 재심 선고공판에서 고(故) 장환봉씨에게 무죄를 선고했다,

1948년 10월 당시 29살이었던 장씨는 순천역에서 철도기관사로 근무하다 반란군을 도왔다는 이유로 체포됐다. 이후 22일 만에 군사법원에서 내란 및 국권문란죄 혐의로 사형선고를 받고 총살됐다.

김 부장판사는 “사법부 구성원으로서 이번 판결의 집행이 위법한 공권력에 의한 것이었음을 밝히며 깊이 사과드린다”며 “여순사건 희생자들과 명예를 회복하기 위해 고단한 절차를 더는 밟지 않도록 특별법이 제정돼 구제받을 수 있기를 간절히 바란다”고 밝혔다.

김 부장판사는 또한 “장씨는 좌익, 우익이 아니라 명예로운 철도 공무원이었다”며 “70여년이 지나서야 잘못되었다고 선언하게 됐는데, 더 일찍 명예로움을 선언하지 못한 것에 사과드린다”고 말했다. 그는 판결문을 읽으면서 한때 울먹이며 눈물을 보이기도 했다.

유족과 시민 등은 판결에 환호했다. 장씨의 딸 장경자(75)씨는 “아버지의 무죄로 억울하게 돌아가신 모든 분들이 무죄가 되고, 하루빨리 특별법이 제정되고 역사가 올바르게 세워지기를 바란다”고 기뻐했다.

한편 여순사건 민간인 희생자가 수천 명에 이르는 만큼, 이번 판결을 계기로 유족들의 집단 소송이 이어질 전망이다. 시민단체 여순사건재심대책위원회는 당시 민간인피해자들의 유족을 찾아 추가 재심을 추진할 계획이다.


/정치권 “여순사건 특별법 제정” 한 목소리

여순사건 ‘무죄’ 판결에 정치권 역시 일제히 환영하며 특별법 제정을 촉구했다. 

더불어민주당 이재정 대변인은 21일 “민주당은 이번 무죄판결을 환영하며, 통한의 세월을 견뎌왔을 유족들에게 깊은 위로의 말씀을 전한다”며 “아울러 이번 판결을 계기로 지연된 진상규명과 피해자 명예회복을 위해 ‘여순사건 특별법’ 제정에 모두가 힘을 모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바른미래당도 같은 날 최도자 수석대변인 논평을 통해 “아직 특별법이 제정되지 않아, 피해자들은 개별적으로 복잡한 사법절차를 거쳐야만 명예회복이 가능한 상황”이라며 “우리 당은 105명의 동료의원의 뜻을 모아 ‘치유와 상생을 위한 여순사건 특별법’ 제정을 발의했지만 거대 양당의 정쟁에 밀려 아직 상임위조차 통과하지 못한 상황이 개탄스러울 뿐”이라고 호소했다.

대안신당 김정현 대변인은 20일 “여순사건 유가족들이 여순사건 당시 사형선고에 대해 재심을 청구한 끝에 72년만에 무죄판결을 받은 것을 크게 환영한다”며 “무죄판결을 계기로 당시 무고하게 희생당한 양민들의 넋을 위로하고 명예를 회복하는 한편 유가족들의 최대 희망사항인 여순사건 특별법 제정의 물꼬를 트는 계기가 될 것을 촉구한다”고 말했다. 

정의당 강민진 대변인 역시 “만시지탄이지만 지금이라도 진상이 밝혀져서 무척 다행”이라며 “20대 국회가 종료하기 전에 국회는 서둘러 특별법을 제정해야 한다”고 밝혔다.

또한 김영록 전남지사, 권오봉 여수시장, 허석 순천시장 등이 성명서를 내고 환영의 뜻을 전했으며, 여야가 여순사건 특별법 제정을 통해 유가족과 후손의 아픔을 치유하고 명예를 회복시켜줄 것을 강력히 촉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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