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LG전자 가전제품 품질 ‘상향 평준화’
유통채널 다변화로 브랜드, 디자인 전략 중시

[폴리뉴스 안희민 기자]“가전제품 전문매장 10년 지내보니 삼성-LG 제품이 엎치락 뒤치락 하더라구요”

소비자들에 친숙한 가전제품 모 전문매장에서 업력을 10년을 쌓았다는 A씨는 삼성전자와 LG전자의 가전 제품의 경쟁력이 상황에 따라 달라진다고 설명했다. 소비자의 선호나 제조사의 프로모션이 때마다 달라 우열을 가리기 힘들다는 전언이다.

TV, 냉장고, 에어컨, 세탁기 등 가전제품을 둘러싼 삼성전자와 LG전자의 혈투가 끝 모르게 이어지고 있다. 제품과 가격, 디자인 면에서 양사의 제품은 난형난제(難兄難弟)와 같다.

삼성전자와 LG전자가 우열을 가리기 어렵다는 전언은 제조사 관계자도 인정하는 사실이다.

업계 관계자에 따르면 삼성전자의 TV가 독보적으로 앞서고 있다. 이러한 사실은 재무제표에서도 확인된다. 작년 9월 분기보고서에 따르면 TV의 경우 삼성전자는 전세계 시장 점유율이 30.5%였다.(회사 추정치) LG전자의 경우 16.1%를 차지하고 있다고 적고 있다.(회사 추정치) 에어컨의 경우 LG전자 제품이 앞서고 있다고 업계 관계자는 확인했다.

유통 채널 다변화로 인한 시장 관리 어려움

삼성전자와 LG전자는 국내 시장을 양분하고 있지만 글로벌 시장에선 시장 점유율 축소에 직면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중국 제품의 거센 공세와 함께 해외 직구 증가 등 양사가 제어할 수 없는 유통 채널이 증가하고 있기 때문이다.

업계 관계자는 “삼성전자 TV가 14년간 부동의 1위라고 하지만 판매량이 많이 축소됐다”고 전했다. 삼성전자와 LG전자는 각각 ‘삼성 디지털 프라자’, ‘LG 베스트 샵’을 운영 중이지만 이것만으로 충분치 않다. 이미 인터넷 쇼핑몰이 오프라인 매장의 매출을 잠식하고 있는데다가 해외 직구족의 증가, 중국산 저가 제품과 삼성전자와 LG전자의 기자재를 사용한 제품 등이 출시되고 있어 제조사의 시장관리 자체가 불가능하다.

일례로 하이마트나 전자랜드 같은 가전제품 전문매장은 재고물량을 소진하기 위해 일일한정수량, 주말한정수량 등 자체 프로모션을 진행한다. 중저가 구매자들을 위한 매장에선 중국 제품이 집중적으로 소비되고 있다. 해외 브랜드도 품질이 좋으면 국내에 따로 오프라인 매장을 설치하지 않더라도 해외 직구족을 통해 국내 시장에 진출할 수 있다.

시장 유지를 위한 삼성-LG의 전략 ‘브랜드’, ‘디자인’

삼성전자와 LG전자는 이러한 상황을 타계하기 위해 브랜드 관리에 집중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우선 삼성전자와 LG전자 양사가 세계 시장에서 잘 알려진 브랜드인만큼 삼성과 LG를 전면에 내세웠다. 삼성 QLED, LG 디오스가 대표적인 사례다. LG의 경우 프리미엄 제품군을 따로 묶어 ‘LG 시그니처’라는 브랜드 이름을 운영하고 있다.

회사명이 전면에 등장하지 않은 경우도 있다. LG전자의 빌트인 키친 시스템인 ‘시그니쳐 키친’이 대표적인 사례다. LG전자 관계자는 “특수한 사례지만 빌트인 키친 시스템의 경우 초프리미엄 제품군으로 성장시키기 위해 과감히 LG를 생략했다”고 전했다.

하지만 어디까지나 이는 특수한 사례일 뿐이다. 삼성전자와 LG전자는 글로벌 브랜드로 발돋움한 자사의 브랜드를 제품 홍보에 적극 관리 중이다.

디자인을 전면에 내세운 것도 또 하나의 전략이다. 삼성전자와 LG전자는 제품이 우열을 가릴 수 없게 되자 디자인 요소를 강화하고 있다. 인공지능(AI), 로봇 등 기술력 제고도 한가지 방편이지만 소비자에 더욱 다가서려면 심미적 감수성을 자극할 수 있어야 한다는 판단이다.

업계 관계자는 “가전 시장에서 삼성전자와 LG전자 간 차별성을 찾아보기 힘든 상황”이라며 “유통채널 다변화로 인해 시장을 제조사가 통제할 수 없게 됐기 때문에 브랜드 전략과 디자인 요소가 강화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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