석탄장기계약, 높은 배출권 가격, 재생에너지 보조금 등 꼽혀

 

 

대규모 석탄발전소의 경영악화는 고스란히 한전의 대규모 영업손실로 이어졌다. 사진은 석탄발전소 전경. <사진=두산중공업 제공>
▲ 대규모 석탄발전소의 경영악화는 고스란히 한전의 대규모 영업손실로 이어졌다. 사진은 석탄발전소 전경. <사진=두산중공업 제공>

[폴리뉴스 안희민 기자]작년 한국전력의 영업손실이 전년대비 552.2%에 달해 충격을 주고 있다. 업계는 발전사들의 실적악화을 원인으로 꼽고 있다. 한전과 발전자회사는 연결재무제표 상 실적을 공유하고 있기 때문에 5개 발전자회사의 손실은 고스란히 한전에 전가된다.

한전은 28일 2019년 연간실적과 2019년 4분기 실적을 발표했다.

한전은 2019년도 한해동안 매출 59조927만원과 영업손실 1조3566만원을 기록했다. 매출은 전년보다 2.5% 줄었고 영업손실은 552.2% 늘었다. 2019년 4분기의 경우 매출 14조8611만원, 영업손실 1조6673만원을 기록했다. 매출은 전년동기대비 2.1% 줄었고 영업손실은 111.5% 늘었다.

한전의 실적부진을 두고 의견이 분분하다. 한전은 공시에서 일단 ‘전력판매 감소 등’이라고 명시했으나 다양한 원인이 있는 것으로 분석된다.

한전의 2019년 손익계산서 <자료=힌전 제공>
▲ 한전의 2019년 손익계산서 <자료=힌전 제공>

전력판매가 감소된 이유는 지난해 여름 평균기온이 전년보다 1.3도 낮았고 겨울 평균기온도 2.2도로 높았다. 자연히 냉난방 기기 사용이 줄었고 전기 판매 수익이 2018년 56조8000억원에서 지난해 55조9000억원으로 9030억원 감소했다.  

익명을 요구한 업계 전문가에 따르면 가장 큰 요인은 연결재무제표로 한전과 묶여 있는 5개 발전자회사들의 실적 악화다. 5개 발전자회사들은 석탄가격, 재생에너지의무공급, 배출권 가격, 에너지세제 개편 등으로 수익성이 악화되고 있다.

특히 석탄가격이 최근에 하락했는데 장기계약 물량이 약 60% 이상을 차지하고 있어 값싸진 현물 가격으로 인한 이익을 제대로 향유하지 못했다.

마켓 인사이더에 따르면 국제석탄가격은 가격의 진폭이 심하다. 2016년 7월 39.5달러까지 떨어졌다가 2018년 12월 78.5달러까지 치솟았다 그러다가 2019년 10월 44.44달러까지 떨어졌다. 상황이 이렇기 때문에 석탄을 안정적으로 공급받기 위해 장기공급계약이 필수다.

발전업계 관계자에 따르면 발전사들은 장기계약과 현물구입의 비율을 60:40으로 구성하는데 석탄가격이 44.05달러까지 떨어진 2020년 2월 현재 급격한 현물가격 하락으로 인한 연료비 절감 기회를 장기계약분의 물량만큼 놓쳤다.

석탄가격이 2016년 저점에서 2019년 고점으로 상승하는데 2년이 걸렸지만 고점에서 2020년 저점으로 하락하는데는 불과 1년이 걸린 만큼 장기계약을 석탄가격이 하락되기 시작한 2019년 1월 이전에 계약한 장기계약 가격은 석탄가격 하락만큼 발전자회사에 손해가 됐다.

지난 5년간 석탄 현물가격. 급락이 반복되기 때문에 안정적인 수급을 위해선 장기계약이 필수이나 최근 현물가격 급락세는 장기계약 맺은분만큼 현물구입에서 얻을 수 있는 이익을 잃게되는 결과를 초래했다. <그림=마켓 인사이더>
▲ 지난 5년간 석탄 현물가격. 급락이 반복되기 때문에 안정적인 수급을 위해선 장기계약이 필수이나 최근 현물가격 급락세는 장기계약 맺은분만큼 현물구입에서 얻을 수 있는 이익을 잃게되는 결과를 초래했다. <그림=마켓 인사이더>

높은 배출권 가격도 5개 발전자회사의 손실 요인이다. 배출권은 발전소나 공장이 내뿜는 온실가스 배출량만큼 배출권을 구입하게 하는 것이다. 배출권이 남는 경우 배출권을 팔 수 있으며 배출권이 모자른 경우 시장에서 구입해 정부가 정한 할당량을 채워넣어야 한다. 배출권 가격은 꾸준히 올랐다. 2019년 배출권 가격은 톤당 2만6500원이었지만 2020년 2월 28일 현재 3만9500원을 호가하고 있다.

2015~2017년까지 배출권은 무상으로 할당됐지만 2018년부터 유상할당되기 시작했다. 작년엔 무상할당량이 첫해보다 17% 줄어 배출권 구매 비용이 7095억원으로 직전 연도보다 6565억원 늘었다. 

5개 발전자회사는 온실가스를 내뿜는 석탄발전이 대부분이기 때문에 배출권 가격이 오르면 재정적인 부담을 지게 된다. 한전과 5개 발전자회사는 80:20으로 배출권 가격을 부담하는데 배출권 가격이 오른만큼 한전의 부담이 커졌음을 알 수 있다.

2019년 신재생에너지공급의무량 <사진=산업부 자료 발췌>
▲ 2019년 신재생에너지공급의무량 <사진=산업부 자료 발췌>

해가 갈수록 계속 늘고있는 신재생에너지의무공급량도 5개 발전자회사는 부담이다. 2019년 5개 발전사의 신재생에너지의무공급량은 1788만9584MWh이다. 5개 발전자회사가 매입하는 공급인증서(REC) 가격은 평균 1kWh당 70원, 1MWh당 7만원임을 감안한다면 5개 발전자회사는 2019년에 1조2522억원 가량을 부담했다.

2020년 5개 발전사의 의무공급량은 전체 발전량의 7%이고 김성환 의원을 중심으로 의무공급량의 비중을 7.5~8%로 높이려는 움직임이 있어 5개 발전자회사의 부담은 점차 커지고 고스란히 한전의 경영난으로 전가될 전망이다.

업계 전문가는 “기후변화대응과 온실가스 감축이라는 국제적인 움직임에 따라 점차 상승하는 석탄발전 비용이 결국 한전의 대규모 영업손실에 반영된 것으로 보인다”며 “에너지전환 시대에 지혜롭게 적응하는 것이 한전의 경영지표 개선에 도움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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