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요 산유국들 '감산 합의' 실패... 사우디 증산 단행에 국제 유가 폭락
골드만삭스 "2분기와 3분기 브렌트유 가격 전망을 배럴당 30달러로 낮춰"
4월 중 ‘중국발 원유 수요’가 회복시 원유 수입 수요가 4월부터 반등할 가능성도

 

2019년 10월 14일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왼쪽)이 살만 빈 압둘아지즈 사우디아라비아 국왕(오른쪽)과 리야드에서 만나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 2019년 10월 14일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왼쪽)이 살만 빈 압둘아지즈 사우디아라비아 국왕(오른쪽)과 리야드에서 만나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폴리뉴스 이은주 기자] 산유국들이 감산 합의에 실패하면서 국제유가가 폭락했다. 골드만삭스 등은 ‘OPEC’과 러시아의 ‘원유 전쟁’의 시작으로, 2020년 유가 20달러 시대가 도래할 것이라고 봤다. 그러나 4월중 멈췄던 중국의 공장들이 재가동 하게 되면 유가가 다시 반등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8일(현지시간) 뉴욕 선물시장에서 서부텍사스산 원유(WTI) 가격은 배럴당 30달러를 밑돌았다. 전 거래일 대비 30% 가까이 폭락한 수치다. 코로나19 확산에 따른 원유 수요 감소 우려에 더해 석유수출국기구(OPEC)와 러시아 등 주요 산유국이 추가 감산에 합의하지 못한 영향이다.

2011년 이후 달러인덱스와 WTI추세 그래프. 달러가 강세일 경우 유가가 하락하는 경향이 있다. 2020년 2월 까지 나타난 미 연준 그래프에서 유가가 최근 하락세를 보이는 것을 볼 수 있다. <사진=미 연준 홈페이지> 
▲ 2011년 이후 달러인덱스와 WTI추세 그래프. 달러가 강세일 경우 유가가 하락하는 경향이 있다. 2020년 2월 까지 나타난 미 연준 그래프에서 유가가 최근 하락세를 보이는 것을 볼 수 있다. <사진=미 연준 홈페이지> 

 

국내 시장에서도 국제 유가 폭락의 영향으로 9일 원유 관련 상장지수증권(ETN), 정유주, 조선주 등이 큰 폭으로 하락 마감했다. 미래에셋 레버리지 원유선물혼합 ETN(H)은 전 거래일보다 43.61% 내린 7525원에 거래를 마쳤다.QV 레버리지 WTI원유 선물 ETN(H)(-40.67%), 삼성 레버리지 WTI원유 선물 ETN(-37.09%), 신한 레버리지 WTI원유 선물 ETN(H)(-33.83%) 등도 30% 이상 폭락했다. 레버리지 ETN은 가격제한폭이 60%다.

지난 6일(현지시간) OPEC과 러시아 등 10개 주요 산유국이 코로나19 확산에 따른 원유 수요 감소와 관련해 추가 감산을 논의했지만 러시아의 반대로 합의하지 못하자, 사우디아라비아 국영 석유회사 아람코가 원유 수출가격을 대폭 낮추고 내달부터 산유량을 늘리기로 한 여파다.

주요 산유국의 감산 합의 실패로, 원유가의 추락이 지속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블룸버그에 따르면 투자은행 골드만삭스는 산유국들의 감산 합의가 무산된 뒤 2분기와 3분기 브렌트유 가격 전망을 배럴당 30달러로 낮췄으며 최저 20달러까지 추락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모건스탠리도 올해 2분기 브렌트유 가격 전망을 배럴당 57.50달러에서 35달러로, 서부 텍사스산 원유(WTI) 가격 전망을 배럴당 52.50달러에서 30달러로 하향 조정했다.

중국의 원유 기반 공장 가동률 추이. 2020년 코로나19의 영향으로 가동을 중단한 공장들이 급격히 늘어났음을 알 수 있다. <사진=한화투자증권 리서치센터 제공> 
▲ 중국의 원유 기반 공장 가동률 추이. 2020년 코로나19의 영향으로 가동을 중단한 공장들이 급격히 늘어났음을 알 수 있다. <사진=한화투자증권 리서치센터 제공> 

 

다만 4월 중 ‘중국발 원유 수요’가 회복되면 원유가가 반등할 것이라는 전망도 있다. 박영훈 한화투자증권 연구원은 “코로나 바이러스가 언제 진정 국면에 들어설지 판단하기는 어렵지만 중국 공장의 정기보수가 마무리되는 3월 이후에는 원유 수입량이 증가될 가능성이 높다. 유가는 3월에 저점을 형성할 전망”이라고 봤다.

박 연구원은 대다수의 중국 공장들이 일시에 정기보수에 들어간 상황에 주목했다. 박 연구원은 “많은 중국 업체들이 어차피 정기적으로 해야 할 정기보수를 최악의 구간에서 하겠다는 판단 하에 보수에 들어간 상태다. 이러한 영향으로 3월 중국의 원유 수입량은 수년 중 최저 수준으로 하락하겠지만, (보수를 마친) 4월부터는 빠르게 증가할 것”이라고 봤다.

유가는 산유국의 ‘공급’뿐 아니라, 글로벌 시장의 주요 수입국인 중국의 ‘수요’에도 민감하게 움직인다. 최근 코로나19의 영향으로 인해 주요 공장이 가동을 멈추면서 원유를 수입양이 줄면서 원유 수요도 급감했다. 그렇기에 4월 중 중국이 공장 재개에 들어가면 원유 수요가 회복돼 가격이 다시 균형을 찾을 것이라는 분석이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0) 경증 환자를 수용하기 위해 중국 우한의 체육관을 개조한 임시병원에 파견된 장쑤성 의료진이 8일 병원이 문을 닫게 되자 서로 포옹하며 기뻐하고 있다. 코로나19 발원지인 중국 우한에서 환자들이 속속 퇴원하자 체육관과 컨벤션센터 등에 설치한 야전병원들이 속속 문을 닫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0) 경증 환자를 수용하기 위해 중국 우한의 체육관을 개조한 임시병원에 파견된 장쑤성 의료진이 8일 병원이 문을 닫게 되자 서로 포옹하며 기뻐하고 있다. 코로나19 발원지인 중국 우한에서 환자들이 속속 퇴원하자 체육관과 컨벤션센터 등에 설치한 야전병원들이 속속 문을 닫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실제로 중국에서 최근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이 진정세를 보이고 있다. 중국의 국가위생위원회에 따르면 중국 내 신규 확진자 수는 지난 5일 143명이었다가 6일 99명, 7일 44명, 8일 40명으로 급속히 줄고 있다. 9일 로이터통신은 코로나19 확산 우려로 문을 닫았던 중국 후베이성 우한의 자동차 관련 기업들이 오는 11일 일제히 가동을 재개한다고 보도했다.

외신에서는 사우디가 원유공급 가격을 30여년 만에 최대폭으로 내린 조치를 두고, 원유 생산국들과의 재협상을 이끌기 위한 것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블룸버그는 “감산합의 실패 이후 내놓은 사우디의 증산 결정은 러시아 등 산유국들에게 신속하게 최대의 고통을 줘 다시 협상을 이끌어내려는 수순이라는 시도일 수도 있다”면서 “오는 18일에도 산유국들이 원유시장을 점검하는 회의를 가질 예정이어서, 양측이 대화의 끈을 놓진 않아 보인다”고 전했다.

그러나 박 연구원은 사우디의 증산이 유지될 가능성이 높다고 봤다. 감산 합의를 충실하게 이행해 온 사우디의 원유 생산량 추이를 보면, 사우디는 생산량 이상을 소비·수출하고 있다. 박 연구원은 “(사우디의) 이런 상황이 가능한 것은 재고 소진을 지속하고 있기 때문이다. 재고가 0미만이 될 수 없음을 감안하면 급격한 재고 감소가 증산의 트리거 역할을 할 것”이라며 “특히 사우디 정부의 재정적자는 349억달러에 이르러, 담합 유지의 실효성이 없다고 볼 가능성이 있다”고 봤다.

 

SNS 기사보내기

기사제보
저작권자 © 폴리뉴스 Polinews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