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울경 지역의 선거는 21대 총선의 최종 승패를 결정짓게 될 것

총 65석이 걸린 영남지역은 대한민국 보수의 아성으로 자리잡은 지 오래입니다. 박정희 정권의 뿌리로 자리매김한 TK와 달리, 부울경 지역의 보수역사는 3당 합당을 통해 민자당이 탄생한 1990년으로 거슬러 올라가는 만큼, 이제 30년의 역사를 가지고 있습니다. 지난 20대 총선에서 대구경북 지역은 총 25석 중 단 1석을 더불어민주당에 내준 반면(홍의락 의원은 당선 후 민주당에 입당), 40석의 부산울산경남 지역은 이른바 낙동강 벨트의 격전을 통해 8석이 민주당에 돌아감으로써, 원내 1당의 자리를 야당인 민주당에 내어주는 원인을 제공한 바 있습니다.
낙동강벨트를 중심으로 지난 총선과 비교한 영남지역 판세를 진단해보겠습니다. 문재인 정부가 들어선 이후 지역경제의 전반적인 침체가 이어지면서, 대구경북은 물론 부울경 지역의 대통령 국정지지도는 30%대 초반을 벗어나지 못하고 있습니다. ‘미래로 가는 쇄신 공천’을 내세우며 대대적인 현역 물갈이를 실행한 미래통합당이 이 지역을 굳건히 지켜낼지, 또는 부울경 지역에서 민주당이 20대 총선 이상의 성과를 만들어낼 지, 21대 총선의 결과를 격전 지역 몇 곳을 중심으로 추정해보고자 합니다.

TK의 유일한 격전지 수성 갑, 김부겸과 주호영 오차범위 내 접전 양상

먼저 대구경북지역을 보겠습니다. 더불어민주당은 2004년 이후 처음으로 대구경북 25개 지역구에 모두 후보자를 냈습니다. 이 가운데 민주당의 유일한 보루이자 격전지로 인식되는 대구 수성갑은, 현역 김부겸의원을 반드시 잡겠다는 미래통합당의 의지가 엿보이는 공천결과입니다. 문재인 정부 초대 행정안전부 장관인 김부겸 의원에 맞서, 미래통합당은 수성을에서 4선을 한 TK지역 최다선 주호영의원을 지역구를 바꿔 전략공천했습니다. 

지난 12~14일 KBS의뢰로 한국리서치에서 조사한 결과는 김부겸 32.1%, 주호영 37.3%로 오차범위 내에서 주 의원이 앞서는 결과를 나타냈습니다. 세대별 성향에서 21대 총선의 관건이 된다고 평가되는 50대의 경우 김부겸 22.4%, 주호영 44.9%로 지역의 보수성향이 뚜렷이 드러났으며, 정당지지도도 민주당 22.2%, 통합당 35.2%로 조사되었습니다. 이 밖에 대통령 국정운영평가에 대한 부정 의견 67.9%, 정부여당 심판론이 59.3%, 코로나19 정부대응에 대한 부정평가 54.7% 등으로 김부겸 의원 스스로 지난 총선보다 훨씬 어렵다는 평가를 내릴 정도의 분위기입니다. 다만, 친박신당의 곽성문 전의원이 탄핵의 주역인 주호영을 심판하겠다며 수성 갑 출사표를 던져, 선거전에 변수가 될 전망입니다.
미래통합당의 공천이 완료된 결과, 대구지역은 현역의원 5명만 살아남았고, 경북지역은 전체 13개 중 3개 지역구만 현역이 재공천될 만큼 혁신적인 물갈이가 이루어졌습니다만, 공천탈락자를 중심으로 친박신당, 우리공화당 등의 영입이 계속 언급되어 왔습니다. 양산에서 컷오프된 홍준표 전대표가 수성 을에 출마한 예와 같이, 후보등록 시점까지 또다른 경쟁구도 형성을 주목할 필요가 있습니다.

부산은 더불어민주당 현역의원 지역구를 중심으로 양당의 총력전이 격돌

부산 18개 지역구는 전체적으로 미래통합당의 우위가 유지되는 가운데, 민주당의 현역의원 지역구를 중심으로 치열한 접전이 벌어지는 양상입니다. 
미래통합당은 현역의원 12명 중 5명만 재공천되는 대폭적인 물갈이를 단행했으며, 민주당은 6명 현역의원 전원을 재공천했습니다. 민주당은 현역의원 외에 북강서을에 전략공천한 최지은 전 세계은행 선임이커너미스트와 같은 젊은 후보들의 선전을 기대하고 있습니다. 반면에 외견상으로 혁신의 모습을 갖춘 미래통합당이지만, 일부지역의 후보 교체 등 공천과정의 후유증이 지속되고 있고, 특히 불출마한 현역의원이 측근에게 물려주는 권력의 세습 사례가 많아 선거전에 비판 소재가 되고있는 상황입니다. 예를 들어 이진복의원 지역구를 승계한 동래의 김희곤, 윤상직을 승계한 기장 정동만은 동 의원의 보좌관 출신이고, 영도의 황보승희의 경우 김형오 직계라는 평가입니다.
3월 20~21일, 국제신문은 폴리컴에 의뢰하여 부산 3개 지역구에 대한 여론조사를 실시했습니다. 부산지역을 대표하는 민주당의 현역이 있는 곳임에도 불구하고 2곳은 오차범위 내이지만 열세를 나타냈으며, 북강서갑 한 곳만 우위를 보였습니다. (상세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 참조)

낙동강벨트의 대표 지역 북강서갑, 민주당 전재수 의원 오차범위 벗어난 우세

부산에서 민주당이 승리할 수 있는 한 곳을 꼽으라면, 대부분 북구강서구 갑을 지목합니다. 전재수 현역의원이 3수 끝에 승리한 곳으로 그 만큼 지역구를 탄탄하게 다져온 것으로 평가되며, 21대 총선은 18, 19대 의원인 미래통합당 박민식 전 의원과 네번째로 격돌하게 됩니다. 북강서갑은 부산 낙동강 벨트의 대표 지역으로 다른 4개지역의 흐름에 영향을 준다는 점에서 양당의 총력전이 예상되고 있습니다. 4개 지역의 대진표는 북강서을 최지은 대 김도읍, 사상은 배재정 대 장제원, 사하 갑 최인호 대 김척수, 사하 을 이상호 대 조경태로 결정되었습니다.

조사결과는 전재수 47.1%, 박민식 37.2%로, 전재수의원이 오차범위 이상인 9.9%p의 우세를 나타냈습니다. 50대의 지지성향은 전재수 43.4%, 박민식 46.9%로 근접한 수준이며, 정당지지도는 민주당 34.8%, 통합당 34.1%로 조사되었습니다. 대통령 국정운영평가에 대한 긍정과 부정이 각 45.7%와 48.7%이며, 정부여당지원론이과 심판론이, 각각 43.8%로 동일한 수준을 보였습니다. 보수지역 내 진보 강세라는 북강서갑에 대한 평가가 여론으로 확인되는 모습입니다.

고정 지지세와 보수 여전사가 일으킨 바람의 격돌, 남구는 오차범위 내 접전

박재호 의원의 지역구에, 전진당 대표로 미래통합당에 합류한 이언주 의원이 전략공천된 남구 을은 최대 관심지역 중 하나입니다. 박재호 의원은 3전4기를 통해 20대에 당선된 초선으로 십 수년간 다져온 지역기반이 확고한 것으로 알려져 있으나, 인지도 높은 보수 여전사의 등장에 다시 힘겨운 싸움을 벌여야 하는 상황입니다.
가상대결로 조사한 결과는 박재호 40.5%, 이언주 42.6%로 오차범위 내의 접전양상을 보였습니다. 50대 지지성향은 박재호 42.1% 이언주 48%였고, 정당지지도는 민주당 31.5%, 통합당 38.5%로 앞선 북강서갑에 비해 강한 보수세가 확인됩니다. 대통령 국정운영평가에 대한 긍정과 부정이 각 40.5%와 56.2%%이며, 정부여당에 대한 심판론이 51.1%로 과반 이상을 차지했습니다. 

부산 판세를 가늠할 부산진 갑, 여야 중진의원 격돌은 한치 양보 없는 접전 양상

부산 지역에서 가장 무게감 있는 후보들이 격돌하는 부산진 갑은, 야당의 노련한 자객을 맞은 현역 여당 중진의 수성 여부에 관심이 집중됩니다. 재수 끝에 부산진갑에 입성한 김영춘의원은 부울경 지역 여당의 유일한 3선의원으로 문재인 정부의 초대 해양수산부 장관을 역임하고 대권도전까지 시사하는 인물입니다. 반면에 서병수 통합당 후보는 4선의원에 부산시장을 역임한 지역의 대표적인 중진으로, 부산시장 재선 도전에 실패한 후 김 의원의 대항마로 다시 부름을 받았습니다. 거물급 두 후보 외에 미래통합당의 전략공천에 반발한 정근 후보가 무소속으로 출마하여 3자 구도를 형성했습니다

조사 결과는 김영춘 35.3%, 서병수 38.8%, 정근 11.2%로 나타났고, 50대의 지지성향은 김영춘 32.2%, 서병수 41.0%, 정근 10.1%로 조금 더 보수에 가까운 모습입니다. 대통령 국정수행 부정평가가 55.4%, 정부여당 심판론이 53.7%로 나타나, 여당이 힘겨운 선거임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낙동강벨트와는 또다른 분위기의 부산진갑, 선거 막판까지 부산 전체 판세를 대변할 지역입니다.

경남지역, 김해 양산 낙동강벨트 외 마산진해가 민주당 유력 지역구로 부상

16개 의석이 걸린 경남지역에서, 현재 더불어민주당이 유력하다고 평가되는 곳은 김해, 양산의 낙동강 벨트와 마산진해 지역구입니다.
이 가운데 마산진해 지역구의 민주당 후보는 황기철 전 해군참모총장으로, 소말리아 해적소탕작전을 지휘한 아덴만의 영웅으로 알려진 인물입니다. 해군2함대사령관 등을 역임하며 해군의 도시 진해 지역에도 오랜 연고를 갖고 있습니다. 현역 국회의원인 김성찬 미래통합당 의원도 해군참모총장 출신일 만큼 해군도시의 특성이 반영된 선택이 이어진 곳입니다. 미래통합당의 경우 행자부장관을 지낸 이달곤 후보를 공천했습니다만, 정치신인이 갖는 선거전의 약점만 보완한다면 민주당 황기철 후보의 우세를 점치는 현지 의견이 강한 편입니다. 

봉하마을과 함께하는 김해, 여당 현역의원 두명의 승리를 이어갈 수 있을까 ?

김해 갑과 김해 을 두 지역구는 20대 총선에서 모두 민주당 후보가 승리한 바 있습니다. 김해 갑에서 3선에 도전하는 민홍철 의원은 20대 총선에서 56%의 득표율을 기록할 만큼 확고한 지역구 기반을 유지하고 있습니다만, 이 지역이 김해을에 비해 보수성향이 강하고 정의당 후보도 출마하여 다소의 변수는 있을 것으로 보입니다.

봉하마을이 있는 김해 을의 경우, 노무현 전 대통령의 마지막 집사로 불리는 김정호 현역의원이 컷오프에서 다시 살아나 최종경선까지 거쳐 민주당의 후보로 결정되었습니다. 경쟁자는 70년대 민주화운동 대표주자 중 한명인 장기표 후보로 미래통합당의 단수공천을 받아 일찌감치 지역구 관리에 나선 상황입니다. 김해의 상징성이 작용하겠지만, 민주화운동 경력을 가진 후보들끼리의 경쟁에 정의당 배주임 후보가 가세한 구도로, 결과를 쉽게 예견하기 어려운 상황입니다.

김두관의 리더십이 작동하는 양산 갑을의 공동선거운동, 낙동강벨트의 격전 예고

양산의 두 개 선거구는 민주당이 김포의 김두관 의원을 양산 을에 전략공천하면서 낙동강벨트 격전의 부활을 예고했고, 이에 대응한 홍준표 전 대표의 출마와 컷오프 과정을 거치면서 이번 총선의 가장 뜨거운 이슈 지역으로 알려져 왔습니다. 

양산 갑은 3선에 도전하는 미래통합당 윤영석 의원에 맞서, 유라시아 지역 경제전문가로 민주당의 18번째 영입 인재인 이재영 전 대외경제정책연구원장이 공천되었습니다. 양산 을의 미래통합당 최종 공천은 두 차례 양산시장을 역임했던 나동연 후보입니다. 지역을 가장 잘 아는 인물로 평가되지만, 공천과정의 잡음으로 통합당 소속 시의원이 탈당하고 김두관 지지를 선언하는 등 여진이 계속되는 다소 어수선한 분위기입니다.
이장에서 도지사, 장관까지 역임한 경력으로 중앙정치의 거물로 평가되고 있는 김두관 의원의 우세를 예상할 수 있는 상황이며, 지역선대위원장을 맡은 김 의원이 양산 갑의 정치신인 이재영 후보를 감안한 공동선거운동 체제를 가동하고 있어 그 결과가 주목됩니다. 김두관 의원은 21대 총선 승리를 발판으로 대선주자로 나선다는 게 일반적인 평가입니다.

코로나19사태의 전개 양상이 보수 우세지역의 선거전에는 어떤 영향을 미칠지 주목할 필요

공천 지연 등으로 여론조사 결과 발표가 드물어, 현재 부울경 지역 전체의 판세를 점치기는 어려운 상황이지만, 낙동강벨트와 민주당 현역의원 지역의 접전은 전국 어느 곳보다 뜨겁게 달아오르고 있습니다. 앞서 언급한 현역 민주당의원 지역구 여론조사에서 대통령 국정지지도는 40%를 조금 넘는 수준으로, 부울경 지역 전체의 지지도보다는 높지만 최근 상승추세인 전국 평균과는 10%p 가까운 격차를 보이고 있습니다. 
서울과 수도권 지역의 여론 움직임이 그렇듯이, 코로나19 사태의 향후 전개와 그 결과가 TK와 부울경 지역의 전체적인 선거 판도에 영향을 주는 상황도 예상할 수 있습니다. 21대 총선 D-20일, 영남 특히 부울경 지역은 어느 정당 어느 한 후보도 안심할 수 없는 선거전이 전개되고 있습니다.

SNS 기사보내기

관련기사

기사제보
저작권자 © 폴리뉴스 Polinews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