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 정부 방역, 모범사례 되자 정권심판론 약화
순조롭던 공천, 사천 논란 빚어지며 악재
차명진·김대호 막말에 접전지역 악영향 받아
4·15 총선에서 개헌선을 간신히 저지할 정도의 완패를 당한 미래통합당의 패인을 두고 여러 분석이 나오고 있다. 특히 수도권에서 사실상 ‘전멸’ 당했기에 충격이 더 크다. 통합당은 전체 지역구 의석 중 84석, 통합당의 비례대표 위성정당인 미래한국당은 19석을 얻어 전체 103석을 얻었다. 수도권의 경우, 전체 112석중 16석밖에 얻지 못하는 참패를 당했다.
이런 참패의 원인으로는 정권심판론조차 제대로 활용하지 못했을 정도의 ‘대안 없는 야당’의 모습부터, ‘김형오 사퇴’ 등에서 드러난 공천 혁신 실패 및 선거 막판 제기된 여러 ‘막말 논란’이 지적된다. 코로나19 사태로 인한 문재인 대통령과 정부여당의 지지율 상승으로 정권심판론이 희석된 것 또한 무시할 수 없다.
코로나19에 대한 정부의 모범적 대처, 정권심판론 희석시켜
코로나19 사태가 본격 터지기 이전, 통합당은 총선에 대해 낙관했다. 코로나19 사태가 터진 초기에 정부의 대응 미숙으로 확진자가 늘어나자 정권심판론이 더 강해질 것이라고 생각한 것이다. 그러나 확진자 상승세가 잦아들고, 구미 선진국에서 잇다른 방역 실패 사태가 터지면서 정부의 방역이 국제적인 모범 사례가 되자 통합당의 당초 예상이 빗나가기 시작했다.
실제로 코로나 19사태를 맞아 문재인 대통령의 지지율은 대폭 상승했다. 여론조사 전문기관 리얼미터가 YTN 의뢰로 실시해 13일 발표한 문재인 대통령의 국정수행 평가 결과에 따르면, ‘국정수행을 잘 하고 있다’는 긍정평가는 지난주 4월 1주차 주간집계 대비 0.7%p 오른 54.4%를 기록했다. 똑같이 같은 기관에서 같은 YTN의 의뢰로 지난달 16일 조사한 지지율 조사에서 문 대통령의 국정수행 긍정평가는 47.3%로 나타났었다. 한 달만에 긍정평가가 크게 상승한 것이다. 정권심판론이 희석됐다는 뜻이다.
재난기본소득 지급 국면에서 통합당은 전형적인 ‘대안 없는 야당’의 모습을 보여줬다. 정부 여당의 코로나 긴급재난지원금 지급에 맞서 오히려 더 퍼주기 경쟁에 나섰다. 통합당은 필요한 곳에 필요한 만큼 준다는 당초의 선별적 지원 원칙을 일찌감치 스스로 차 버렸다.
처음부터 끝까지 문재인 정권 심판만 외친 것도 문제였다. ‘조국 사태’로 ‘공정성 이슈’가 부각되는 등 통합당이 독창적인 아젠다를 제시할 기회가 있었고 공정성 이슈를 다루는 ‘저스티스 리그’를 출범하는 등 아젠다를 선점하는가 싶었지만, 선거 기간에 들어가자 매력적인 구호보다는 공천 잡음 등에 휘말리면서 그저 밑도 끝도 없는 정권심판론에만 매몰됐고 대안정당으로서의 모습을 유권자들에게 각인시키지 못했다.
통합당 공천, 처음의 순조로움 이후의 ‘사천 논란’으로 시끄러워
통합당의 공천 과정은 처음에는 순조로웠다. 김형오 전 공천관리위원장의 경우, ‘통화 정치’를 통해 공천 과정 초반 수많은 중진 의원들의 자진 불출마를 이끌어 냈다. 반면 민주당은 현역의원 대부분을 재공천하면서 통합당이 좀 더 혁신한다는 느낌을 유권자들에게 전달했다. 실제 공천 과정에서의 현역 교체 비율은 통합당이 37%, 민주당이 26%로 통합당이 높았다.
문제는 ‘누굴 자르느냐’보다 ‘누굴 채워 넣느냐’에서 터지기 시작했다. ‘사천 논란’이 불거진 것이다. 문제의 부산 중·영도 공천과 서울 강남을 등에 김 위원장과 공관위원 측근들이 공천됐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공천갈등의 클라이막스는 서울 강남병 공천에서 터졌다. 정치적 방향성에 있어 문재인 정권을 지지하는 것으로 추측되는 김미균 시지온 대표가 강남병 지역에 단수공천됐고, 통합당의 지지자들이 대거 반발했다. 결국 김 대표의 공천이 취소되고 김형오 공관위원장은 사퇴하고 말았다.
이후 김 위원장에게 전권을 약속했던 통합당 지도부도 공천에 적극 개입하기 시작했고, 결국 경기 의왕·과천 등 일부 지역의 공천이 최고위와 공관위를 오가며 결과가 뒤집혔다. 공관위의 재심 결과를 황 대표와 최고위가 직권으로 백지화하는 당헌·당규 위배 사례가 계속된 것이다.
무소속으로 생환한 홍준표·김태호의 공천 과정도 문제였다. 명백히 ‘경쟁자 찍어내기’로 보일 수밖에 없는 홍 전 대표의 공천 과정은 지도부와 홍 전 대표 간의 지나친 이전투구 같이 보였다. 홍 전 대표가 ‘배신’을 언급할 정도였다. 김태호 전 지사 역시 지난 지방선거에서 불리함을 무릎쓰고 출마했지만, 이를 당 지도부에서 크게 고려해주지 않았다.
답답한 황교안 리더십…아젠다 제시보단 네거티브에 나서
황 대표의 전반적인 리더십도 문제가 됐다. 비판적이고 부정적인 얘기를 주로 당의 다른 인사들에게 맡기고, 본인은 비전과 아젠다 제시에만 집중했던 이낙연 전 국무총리와 달리, 황 대표는 직접적으로 문재인 정권을 공격하는 네거티브 선거전에 크게 앞장섰다. 그러면서 예전의 대통령 권한대행으로서의 위엄보다는 지나치게 투쟁가로서의 이미지가 부각되면서 종로 선거 패배의 요인이 됐다는 분석이 나온다.
미래한국당의 공천 과정에서 드러난 리더십 부재도 문제였다. 한선교발(發) 쿠데타로 하루 만에 진압되긴 했지만, 본인의 당 장악력에 대한 의구심을 들게 만들고 소란을 초래했다는 점에서 문제의 소지가 있었다. 이후 공천과정에서 반복된 공천 무효화 사건도 비슷하다.
차명진·김대호 논란에 접전지역 영향받은 통합당
진짜 문제는 결국 ‘입’에서 터졌다. 김대호 서울 관악갑 후보와 차명진 경기 부천병 후보의 ‘막말 논란’이 터진 것이다.
김대호 후보는 지난 6일 서울지역 선대위회의에서 "30~40대는 논리가 없고 거대한 무지와 착각" 이라며 "이들이 태어나보니 살 만한 나라였다"고 말했으며, 바로 다음 날인 7일 총선 후보 토론회에서는 이번엔 "나이가 들면 다 장애인이 된다"며 노인, 장애인 비하 발언으로 연거푸 막말 파문을 일으켰다.
차명진 후보의 경우 OBS가 실시한 TV 토론에서 세월호 유가족에 대한 입에 담기 어려운 수준의 ‘막말’을 쏟아냈다. 이후 당에서 탈당 권고 조치가 내려졌지만 철저히 무시하고 후원금이 들어오자 이를 자랑하는 등, ‘2차 막말’을 쏟아냈고 결국 당으로부터 제명되었다.
둘 다 당으로부터 제명 조치를 당했지만, 차 후보의 경우 윤리위를 거치지 않았다는 이유로 법원에서 제명 처분 취소 가처분 신청이 인용됐고, 연거푸 sns에 글을 올려 자신의 정당성을 설파하기도 했다.
이러한 막말 파문은 총선 사전투표일인 지난 10~11일에 근접한 시점에 터졌고, 선거에 영향을 크게 끼쳤다는 것이 중론이다. 3040대 학부모들을 비롯한 젊은층을 자극했을 것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특히 접전지가 많았던 이번 선거에서 적게는 5석, 많게는 10~20석 가량의 당락을 결정지었을 수도 있다는 분석이 나왔다. 가뜩이나 불리한 통합당에 재를 끼얹은 셈이 됐다.
3월 16일 의뢰된 이번 조사는 무선 전화면접(10%), 무선(70%)·유선(20%) 자동응답 혼용 방식, 무선전화(80%)와 유선전화(20%) 병행 무작위생성 표집틀을 통한 임의 전화걸기 방법으로 실시됐다. 표본오차는 95% 신뢰수준에서 ±2.0%p, 응답률은 4.4%다. 자세한 조사개요와 결과는 리얼미터 또는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를 참조하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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