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낙연, 수도권·호남 강력지지 확인…영남후보론 극복
희비 엇갈린 이재명·박원순…세력 없는 李, 진지 구축 朴
영남주자들 입지 변화…김두관 ‘부상’, 패자된 김부겸·김영춘
4·15 총선이 끝나면서 범여권의 대권주자들의 명암이 엇갈리고 있다. ‘압승’한 여권이지만, 자신의 당선 여부 및 라이벌 주자군들의 약진에 따라 상대적 유불리가 바뀌었기 때문이다. 이낙연 전 국무총리의 1위 수성과 약진이 두드러지는 가운데, 이재명 경기지사와 박원순 전 서울시장이 그 뒤를 쫓는 모양새다.
대권주자 1위 이낙연, 여권의 대선 공식인 ‘영남후보론’ 극복
지난 9일 발표된 뉴시스가 여론조사기관 리얼미터에 의뢰해 전국 만 18세 이상 남녀 1009명을 대상으로 7~8일 이틀간 실시한 여론조사 결과에 따르면, 차기 대선주자로 거론되는 범여권·야권 각 5명씩 총 10명에 대한 선호도를 물은 결과 이낙연 당선자는 34.9%로 1위에 올랐다. 2위 황교안 미래통합당 대표는 20.5%, 3위 이재명 경기지사는 13.7%였다.
또한 지난 4월 10일 한국갤럽이 발표한 4월 2주차 여론조사에 따르면, 이낙연 당선자는 차기 정치지도자 선호도에서 26%를 얻었다. 지난달보다 3%p 오른 수치다. 2위는 코로나19 국면에서의 효율적이고 신속한 대처로 인기몰이에 성공해 황 대표를 제치고 11%를 기록한 이재명 경기도지사다. 황 대표는 8%를 얻어 3위를 기록했다.
이렇게 모든 여론조사에서 대권주자 지지율 1위를 기록하고 있는 이 전 국무총리는 이번 총선으로 ‘활짝’ 웃게 됐다. 호남 지역에서의 압승으로 호남 지역 주민들의 ‘이낙연 대통령’에 대한 뜨거운 열망을 확인했으며 본인의 종로 선거 승리를 통해 수도권 지역에서의 강력한 지지마저 확인했기 때문이다. 여권의 대선 공식이었던 ‘영남후보론’을 극복했기에 그 의의가 더욱 크다. 뚜렷한 호남 정체성을 갖고도 전국 선거에서의 경쟁력을 입증했기 때문이다.
유시민 노무현재단 이사장은 17일 ‘유시민의 알릴레오’ 유튜브 방송에서 이를 두고 “총리였기 때문에 처음에는 문재인 대통령의 인기에 영향을 받아 지지율이 올라가는 면도 있었다”면서도 “하지만 이번 총선을 거치면서 이 당선자가 (지지율을) 자기 걸로 차분히 만들어가고 있는 것을 알 수 있었다”고 평가했다.
코로나19 국면에서 활약한 이재명, 이낙연 ‘역전 가능성’ 적어져
박원순, 박원순계 12명 당선되며 국회 내 입지 구축
반면 선두 주자인 이 전 총리를 ‘역전’하고 대권 본선 무대에 올라야 하는 이재명 경기지사의 경우 총선 결과가 다소 기분 좋지만은 않다는 해석이다. 코로나19 대처 과정에서 결단력과 추진력, 실행력을 보여줬다는 평가이지만, 대선 경선에서 맞상대가 될 이낙연의 ‘지지층 굳히기’에 비해 자신의 ‘성장 폭’이나 역전의 가능성이 크지 않다는 것이 총선 결과를 통해 확인됐기 때문이다.
유 이사장은 이를 두고 “(이 지사의) 인품이 훌륭하다던가 덕이나 품격 등에 대해 말하는 사람은 없다. 지지자들도 ‘이재명이 일 잘해’, '뭔가 바꾸려면 저렇게 해야 해'라고 말한다”고 진단했다.
‘박원순계’로 분류되는 인사들을 12명이나 당선시킨 박원순 서울시장도 미소짓고 있다. 여의도 정치 경험이 없기에 국회 내 지지기반이 부족한 것이 약점으로 작용했던 박 시장에게 크게 힘이 실리는 결과가 이번 총선에서 나왔기 때문이다. 소위 ‘박원순의 사람들’은 이낙연계보다 더 단단하게 입지를 구축했다는 평가다.
일례로 박 시장은 19일 자신의 페이스북에 영남권 낙선자들의 이름을 일일이 호명하며 “기꺼이 험지에 뛰어들었던 분들의 그 마음과 꿈을 잊지 말아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대부분 한 번도 이겨본 적 없는 곳에서 기적을 만들려고 했던 분들"이라며 "이분들의 존재 그 자체가 기적이 아닌가"라고 격려하기도 했다. 이를 두고 박 시장이 차기 대권에 대한 포석을 두고 있다는 해석이 나온다.
위기의 영남 주자들…김영춘·김부겸 낙선, 김두관만 ‘비상(飛上)’
5대 지방선거에서 무소속으로 경상남도 도지사에 당선돼 일약 대권주자로 부상했다가 지사직 사퇴와 대선 경선 패배로 주춤했던 김두관 전 지사 역시 경남 양산을 선거에서 생환하면서 차기 당 대표 후보군에 오르는 등 대선주자로 다시금 부상하고 있다. 당의 양지인 경기 김포갑을 포기하고 험지로 불리는 경남 양산을에서 당선됐기에 그 의의가 크다.
반면 대구 수성갑에서 주호영 의원에게 완패해 낙선한 김부겸 전 의원의 전망은 다소 어둡다. 지역 선거에서 낙선한 후 대통령이 된 노무현 대통령의 사례가 있긴 하지만, 일반화할 수 없다. 강화된 지역 구도를 넘지 못해 패배한 것이지만, 여권 지지자들이 김 후보를 ‘보수정당 정치인 같다’고 평가할 정도의 김 후보 특유의 ‘확장성’이라는 장점이 빛을 바랜 점이 크다.
부산 진갑에서 서병수 전 부산시장에게 패배한 김영춘 의원의 처지도 비슷하다. 선거 이전 ‘대권 도전’ 선언을 해 화제를 모았지만, 본인의 지역구 선거와 부산 전체 선거 패배로 그 빛이 꽤 바랬다. 통합당 공천에 반발해 무소속으로 출마한 정근 후보가 있었음에도 지역구에서 패한 것이 특히 치명적이라는 평가다.
이에 여권 내에서는 낙선자인 김부겸 의원과 김영춘 의원이 차기 전당대회에서 당 대표에 출마해야 한다는 주장도 있다. 대권으로 가기엔 낙선 경력으로 다소 ‘김이 빠졌다’는 것이다. 다만 두 사람 모두 여전히 당권보다는 대선 도전에 무게를 두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심상정, 20대 총선과 동일한 결과 받으며 사실상 총선 패배
정의당 지역구 선거에서 살아돌아온 당선자는 심상정대표가 유일하다. 진보정당 대선주자이기에 생환했을 가능성이 높다. 그러나 19대 대선에 출마했던 심상정 정의당 대의 전망이 그리 좋지는 않다.
총선 출구조사 결과와 개표 결과가 발표되자 고개를 숙였던 심 대표의 모습은 “민주당이 비례정당을 만들지 않을 것이라 확신한다”는 자신의 분석이 철저히 틀려 나갔으며 정의당이 지난 20대 총선과 똑같은 의석을 차지하긴 했지만 그럼에도 사실상 패배했다는 것을 의미한다. 3자 구도라고 해도 지역구에서의 득표율도 상당히 감소했기에 심 대표의 리더십에는 타격이 갈 수밖에 없다.
약화된 정의당으로 거대여당의 틈 속에서 다시 대선행보에 나설 심상정 대표가 진보의 정체성과 경쟁력을 살리는 대선주자가 될수있을지 주목된다.
이번 4월 7~8일간 실시된 리얼미터 조사의 표본오차는 95% 신뢰수준에 ±3.1%포인트다. 2020년 3월 행정안전부 주민등록인구통계 기준으로 성별·연령별·지역별 인구 비례에 따른 림 가중(Rim Weight)을 이용해 가중치를 적용했다. 구조화된 설문지를 이용한 자동응답(ARS) 조사 방식이며 유·무선 무작위 생성 전화번호 프레임을 통한 유선(20%)·무선(80%) 임의전화걸기(RDD) 방식으로 실시됐다. 응답률은 6.4%다. 자세한 사항은 중앙선거관리위원회 홈페이지를 참조하면 된다.
이번 4월 7~8일간 실시된 한국갤럽 조사의 표본오차는 ±3.1%포인트(95% 신뢰수준)이다. 표본은 휴대전화 RDD 표본 프레임에서 무작위 추출(집전화 RDD 15% 포함)됐으며, 전화조사원 인터뷰 방식으로 실시됐다. 응답률은 총 12%였다. 자세한 사항은 중앙선거관리위원회 홈페이지를 참조하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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