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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당

[이슈] ‘보수 몰락’ 21대 총선…통합당, 보수 패러다임 근본 변화할까

보수정당 체제·패러다임·대권주자 몰락
반공·자유시장 보수 패러다임 유효성은?
40대 기수론, 830세대 꺼내든 김종인, 대선주자 과제

4·15 총선은 기존의 보수정당 체제가 완벽히 몰락했음으로 보여주는 선거였다. 탄핵당한 정부의 총리였던 황교안 대표는 큰 표 차이로 낙선하고 당대표직을 즉각 사퇴했다. 이후 언론에서도 황 대표는 부각되지 않는다. 또한 조경태를 제외한 최고위원 전원이 선거에서 낙천하거나 낙선했다. ‘탄핵 무효’를 주장했던 정치세력인 우리공화당 등은 국민들에게 완벽히 심판당해 당의 존폐를 걱정하게 됐다. 이쯤 되면 정치인 개개인의 낙선 수준을 떠난 보수진영 자체의 ‘체제 붕괴’다.

반공·친시장주의 중심의 보수 패러다임 몰락과 대권주자 소멸

체제가 일종의 하드웨어라면, 그 소프트웨어에 해당하는 기존 보수의 패러다임 또한 크게 몰락했다. 한때 보수진영 전가의 보도였던 반공 프레임은 선거 전면에 아예 등장하지도 못했다. 장성철 공감과논쟁 정책센터 소장은 이를 두고 27일 “ 반공 프레임은 시대에 뒤떨어졌다”고 표현했다.

지나친 친(親) 시장 중심의 경제 아젠다도 국민들의 선택을 받지 못했다. 통합당은 ‘포퓰리즘’이라는 이유로 재난기본소득을 처음에 반대했지만, 국민들은 위난 상황에 소득을 보전해주는 문재인 정부의 손을 들어준 것이 대표적이다. ‘고용 안정’과 ‘공공일자리 확충’을 들고나온 민주당이 ‘고용 유연화’를 들고나온 통합당을 압도했다. 장 소장은 이를 두고 “자유시장경제 체제 하의 경쟁만 강조해서는 유권자들에게 표를 받을 수 없다”고 말했다.

뿐만 아니라 대권주자 풀(pool)도 완벽히 고갈됐다. 홍준표 전 대표만 대구에서 간신히 생환했을 뿐, 황교안·오세훈·나경원·안철수 등은 아예 낙선하거나 크게 축소된 자신의 정치적 영향력을 총선에서 확인했다. 측근들의 잇단 낙선으로 유승민의 존재감도 예전같지 않다. 선거를 통해 존재감을 확인한 기존 중진마저 별로 없다.

대선이라는 리그를 야구에 비유한다면, 보수진영과 통합당의 경우 선발투수진은 물론 불펜투수마저도 싹 사라진 셈이다. 대통령 중심제 국가인 대한민국에서 차기 대선주자가 없는 당은 어떠한 선거이든지 이기기 굉장히 어렵다. 당장 이번 총선에서 민주당이 이긴 이유에, 이낙연 전 총리의 존재감은 매우 컸다.

물론 기존 보수진영 체제와 패러다임 자체는 여전히 유효하다는 견해도 많다. 소선거구제 특성상, 각 지역구에서의 석패가 쌓여 전체적 완패라는 결과를 낳았을 뿐 양 당의 득표율 격차가 그리 작지 않다는 지적이 대표적이다. 실제로 양 진영은 이번 총선에서 각각 최고 득표수를 기록햇으며, 두 배 가까이 차이나는 지역구 의석수에 비해 득표율에선 민주 49.91%, 미래통합 41.45%로 대략 8% 차이에 불과했다. 비례대표 의석수 또한 마찬가지다. 열린민주당을 합쳐서 범 민주당계가 20석을 차지했고, 통합당의 위성정당인 미래한국당은 19석을 차지했다.

장성철 공감과논쟁 정책센터 소장은 27일 ‘폴리뉴스’와의 통화에서 “한국 보수의 기본 가치와 패러다임은 자유시장경제 그리고 자유민주주의인데, 그 하부 범주인 ‘반공’은 시효가 거의 다 된 것 같다”면서 “경쟁과 효율만을 강조하는 자유시장경제 패러다임 역시 수도권 3040대들에겐 큰 인기를 끌지 못한다. 사회주의적 정책과 어느정도 타협할 필요성이 있다”고 말했다.

반면 황장수 미래경영연구소 소장의 경우 27일 ‘폴리뉴스’와의 통화에서 “기존 보수의 체제와 패러다임이 몰락했다고 보기에는 힘들다”며 “킬러컨텐츠의 부족과 정치 공학적 기술의 빈약이 이번 선거의 주된 패인”이라고 분석했다. 그는 “모범적인 코로나 대처라는 이미지를 정부여당이 강조할 때 효과적으로 공격했어야 하는데, 오히려 가담을 하는 등 지도부의 전반적인 선거운동이 매우 어설펐다”고 강조하기도 했다.

보수 패러다임, 국민 기준에 맞춰 이제는 손질해야 한다

그럼에도 과거 반공 일변도와 지나친 시장주의에 경도돼 있었던 한국 보수의 패러다임을 다소 손질해야 한다는 견해는 지배적인 것으로 보인다. 반공을 내세운 아스팔트에서의 보수 진영의 투쟁을 ‘오롯이 국민이 느낀 표독스러움’이라 표현한 한 통합당 청년 정치인의 표현이 인상적이다. 문재인 정부의 한반도 평화 프로세스를 ‘위장평화’라고 폄훼한 것이나, 대북 인도적 지원마저 ‘퍼주기’ 프레임으로 깎아내린 것은 국민들의 공감보다는 반발을 불렀다는 해석이 많다.

시장주의 또한 마찬가지다. 문재인 대통령이 직접 4·19 혁명 기념사에서 ‘고용 안정’을 강조한 것처럼, 해고를 쉽게 하는 고용유연화 정착은 대다수 국민들의 바람과는 다소 맞지 않는 경제 시스템에 해당한다. 연일 통합당이 외쳐댔던 ‘일당독재’ ‘사회주의’ 등의 구호가 먹히지 않았던 이유다.

새 비대위원장으로 유력한 김종인 전 총괄선대위원장 역시 “자라나는 세대들은 보수니 진보니 따지는 사람들이 아니다”라며 “그런데 자꾸 통합당은 보수라는 이념에 매몰돼 한쪽으로 쏠리고, 관성과 실체가 불분명한 이념에만 집착해 왔기 때문에 이들의 호응을 받지 못하는 것”이라고 했다. “보수는 자유, 진보는 평등”이라는 경직된 사고를 벗어나야 한다고도 강조했다.

장성철 소장은 27일 ‘폴리뉴스’와의 통화에서 “전통적인 보수의 가치와 패러다임에 국민들이 갈수록 공감을 안 하는 추세다. 70년대생 이후 출생자들이 특히 그렇다. 원칙은 지키되 정책적인 방향성이나 이념적 측면에서 어느 정도 중도 지향을 해야 한다고 본다”며 “국민들의 선호를 맞추지 못한다면 보수정당은 영원히 집권할 수 없을 것이다. 과거 냉전시대의 사고방식은 과감히 버려야 한다”고 지적했다.

다만 장 소장은 “보수의 가치 자체가 잘못이 아니라 그를 전달하고 표현하는 스피커, 메신저 자체와 그 표현방식에 문제가 있는 것일 수도 있다”며 “그를 알아보기 위한 김종인 전 위원장의 방법인 ‘70년대생 경제통’과 ‘830세대’라는 키워드는 상당히 일리있다고 본다”고 말했다. 가치 자체를 근본적으로 바꾸는 것에는 아직 유보적인 셈이다.

실제로 통합당은 전면적인 가치 수정보다는 일단 스피커 교체에 나서는 모양새다. 80년대 출생, 30대, 00년대 학번이라는 ‘830세대’ 주자들을 일부 발탁해 ‘청년 비대위’등의 형태로 내세우고 있다. 실제로 통합당의 3040세대 후보들은 서울지역 선거에서 기성세대 후보들에 비해 크게 선전한 바 있다. 기존의 정치적 프레임이 씌이지 않은 청량감 있는 인재들에게 기대를 걸어볼 수 있는 상황이다.

대선주자 정립, 2년 안에 가능할까가 포인트

이러한 새로운 보수의 가치 정립 문제 이외에도, 확실한 대선주자를 세우는 것 또한 대선을 2년 앞둔 통합당이 해내야 할 급선무이다. 문제는 통합당 자체적으로 이런 역량이 있느냐이다. 박근혜 대통령 집권 시기부터 등장했던 고질적인 통합당의 ‘인물 부재’ 상황은 나아질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다. 당장 비대위 이후 당권만 해도 ‘확실한 당 대표감’이 보이지 않아 혼전의 여지가 큰 상황이다.

김종인 전 위원장의 경우, 차기 대권에 대해 ‘40대 기수론’을 모티브로 잡은 것으로 보인다. 그는 국민들이 보수정당에 느끼고 있는 “고리타분하고, 비전이 없고, 부패하고, 60~70년대에 사로잡혀 있다”는 인식을 바꾸기 위해서는 특단의 대책이 필요하다며 “1970년대 생으로 경제를 확실히 꿰뚫고 있는 인물이 나서야 한다”고 분명히 했다. 보수진영의 차기 대선주자의 밑그림을 두고 자기 욕심 없이 확실한 방향성을 제시한 것은 김 전 위원장이 유일하다.

범야권 차기대선주자 선호도를 쿠키뉴스의 의뢰로 한길리서치가 조사한 결과, 범야권 후보끼리만 조사했는데도 ‘기타+없음’이 무려 53.2%를 차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1위인 홍준표 전 대표의 경우 10.6%를 얻었으나, 2위인 안철수 국민의당 대표가 얻은 8.5%에 크게 앞서지 못해 그저 ‘도토리 키재기’에 불과하다. 새로운 인물을 발굴해야 한다는 김 전 위원장의 지적이 옳은 이유다.

물론 차기 원내대표와 전당대회를 통해 새로운 주자가 부각될 수 있다는 예측도 있다. 김 위원장이 비대위원장을 맡으며 당을 추스르고 새로운 인재 발견을 해내는 동안, 통합당 내의 기존 중진들이 원내대표직과 국회부의장직을 통해 자신의 역량과 존재감을 증명해낼 수 있다. 전당 대회 역시 마찬가지다.

장 소장은 이날 통화에서 “대선주자가 있어야 당의 구심점이 선다는 지적은 맞는 말이고, 이런 면에서 김종인의 역할이 크다. 그는 대권주자라는 하나의 정치적 스타를 만들 데뷔 무대를 제작하는 플랫폼 역할을 할 것”이라며 “분명히 누군가 등장할 것이기에 보수 진영의 앞날이 어둡지만은 않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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