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값은 '오기'가 아닌 '능력'으로 안정시켜 가야 할 영역

 (서울=연합뉴스) 김승두 기자 = 김현미 국토교통부 장관이 17일 정부서울청사 브리핑실에서 손병두 금융위원회 부위원장(왼쪽), 김용범 기획재정부 1차관과 함께 주택시장 안정을 위한 관리방안을 발표하고 있다.
▲  (서울=연합뉴스) 김승두 기자 = 김현미 국토교통부 장관이 17일 정부서울청사 브리핑실에서 손병두 금융위원회 부위원장(왼쪽), 김용범 기획재정부 1차관과 함께 주택시장 안정을 위한 관리방안을 발표하고 있다.

 

정부가 초강력 규제책들을 망라한 6·17 부동산 대책을 승부수로 내놓았지만, 시장은 반응은 냉담하다. 규제를 발표하면 일단은 진정되던 집값은 수도권의 경우 오히려 더 상승하는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 지역에 따라 차이는 있지만, 수도권 곳곳에서는 신고가 기록이 이어지고 있다. 여기에 규제를 비껴간 김포 등은 예고되었던 폭등의 풍선 효과가 나타나고 있다. 문재인 정부가 21차례에 걸쳐 부동산 대책을 내놓으며 규제의 강도를 높여왔지만, 그럴수록 시장의 내성은 강해져서 이제는 규제의 한계가 분명하게 드러나고 있는 실정이다. 게다가 코로나 사태에 대응하는 재정확대 정책으로 유동성이 넘쳐남에 따라 수요억제책으로 집값 상승을 막기는 역부족인 것으로 판단된다.

특히 6·17 대책에 대해서는 사방에서 반발이 터져 나오고 있다. 강남 거주자나 고가주택 보유자, 재건축 보유자 등은 정부의 과도한 규제가 사유재산권을 침해한다며 반발하고 있다. 서울 송파구 잠실과 강남구 삼성·대치·청담동을 토지거래허가구역으로 지정한 규제, 재건축 조합원이 분양권을 받으려면 2년간 실거주하도록 한 규제에 대해서는 위헌 주장까지 나오고 있다.

그런데 심상치 않은 것은 6·17 대책의 내용이 내 집 마련의 꿈을 갖고 있던 무주택자들, 아이들이 커서 평수를 넓힌 집으로 이사하고 싶었던 실수요자들의 원성을 사고 있다는 사실이다. 특히 경제활동을 한 지 오래되지 않아 현금이 많지 않은 젊은 세대들 경우는 대출을 이렇게 막아버리면 우리는 평생 전·월세만 살라는 말이냐며 정부를 성토하고 있다. 분양을 받고 대출을 받아 내 집을 마련하려 했던 무주택자들도 갑작스러운 대출 규제로 절박해진 처지를 호소하고 있다. 대출 없이도 원하는 집을 살 수 있는 현금 부자들은 상관없는 대신, 무주택 실수요자들이 규제의 직격탄을 맞는 상황이 되고 있다. 여기에 실거주 의무 조건 강화에 따라 전세매물이 줄어들 것이 확실해 보이고, 그로 인해 전세가는 더욱 오를 것으로 예상된다.

이쯤 되니 문재인 정부의 부동산 정책은 고가주택 보유자, 실거주 1주택자, 무주택자 등 모든 층으로부터 비판을 받는 형국이 되고 있다. 정부가 6·17 대책을 내놓은 지 열흘도 되지 않아 추가 규제를 내놓을 것이라는 공언을 하고 있지만, 이런 두더지 잡기식의 정책으로는 규제에 대한 내성만 키울 뿐 아무런 효과가 없을 것이라는 지적이 많다.

왜 이렇게 되어버린 것일까. 문재인 정부의 부동산 정책이 방향을 잘못 잡고 있기 때문이다. 문재인 정부는 강력한 규제로 수요를 억제함으로써 집값을 잡으려 해왔다. 그러나 이는 내 집을 마련하고 더 좋은 집에 살고 싶어 하는 인간의 기본적인 욕망을 규제만으로 누르려는 것이었고 실패로 귀결될 수밖에 없었던 것이다. 정부는 입만 열면 공급은 충분하다고 말한다. 하지만 사람들이 살고 싶어 하지 않는 지역에 아무리 공급을 늘린들 집값 안정의 효과를 거두기는 어렵다. 중요한 것은 사람들이 살고 싶어 하는 곳에 많은 주택을 싼 가격에 공급하는 일이다. 과거 노태우 정부 시절 200만 호 주택건설로 1980년대 후반 폭등하던 부동산가격을 안정시킨 선례를 기억할 필요가 있다. 이제라도 정부는 수요 억제에만 매달릴 것이 아니라 좋은 주택의 공급을 획기적으로 늘리는 발상의 전환을 하는 것이 필요하다. 공급이 많아지면 집값은 결국 내려가고, 더 늦지 않게 집을 빨리 사야 한다는 불안 심리를 진정시킬 수 있다.

21차례나 부동산 대책이 나오는 동안 부동산 정책은 누더기가 되었다. 규제의 내용들이 너무도 복잡하여 담당자들도 이해하지 못하는 지경이 되었고, 서로 충돌하는 내용들도 빈번해지고 있다. 그러다 보니 실수요자들이 선의의 피해를 보고 있다는 원성이 들려온다. 전쟁하듯이 거칠은 규제들로만 인간의 기본적 욕망을 누를 수 있다고 믿은, ‘부동산 정책’이 아닌 ‘부동산 정치’를 한 결과이다.

지금 발등의 불을 끄기 위해 다급하게 내놓는 정책들이 언제까지 갈 수 있을까. 재건축과 재개발을 막으면서 사람들이 살고 싶어 하는 곳의 공급을 늘리는 것이 가능할까. 대출을 규제하여 실수요자들의 내 집 마련을 어렵게 만드는 상황을 무한정 끌고 갈 수 있을까. 어쩌면 문재인 정부는 언제 터질지 모르는 폭탄 같은 정책을 다음 정부에게 떠넘기고 있는 것인지 모른다.

6·17 대책을 접하면서 이런 생각이 들었다. 문재인 정부의 부동산 정책을 이끄는 사람들은 열심히 일해 돈을 모으고 대출을 받아 내 집 마련을 하고, 또 여건이 되면 조금 더 나은 곳으로 가고 싶어 하는 평범한 생활인들의 소박하고 간절한 마음을 모르는 것 아닌가 하는. 그 평범한 마음들에까지 상처와 좌절을 입히는 정책이 되었다면 이미 실패한 정책이다.

정책은 오기 싸움이 아니다. 이미 내놓은 정책들이 실패했다면 무엇이 잘못되었던 것인가를 전문가들의 의견도 들어가며 냉정하게 진단하고 새로운 방향을 찾아야 할 일이다. 자신들의 정책에 대한 아무런 성찰도 없이, 될 때까지 찍어 누르겠다는 오기만이 남은 규제 일변도 정책으로는 현재의 부동산 문제를 해결할 수 없다.  문재인 정부의 부동산 정책을 주도해온 김현미 국토부 장관과 김상조 정책실장 라인은 정책이 매번 실패해도 '더 쎈 규제'에만 매달리는 관성에 빠져 중장기적 시야 속에서의 근본적 해결책을 찾지 못하고 있다. 온 국민의 삶과 직결된 부동산 정책이 그들의 신념을 시험하는 연습장이 될 수는 없다. 이제는 자신들의 정책이 실패한 원인을 객관적으로 반성하고 실패한 정책 기조를 반복하는 고집스러운 집착에서 벗어나야 한다. 집값도 잡지 못하면서 국민들을 불편하게 만들고 괴롭히는 것이 정책이 될 수는 없는 것 아닌가. 집값은 오기가 아닌 능력으로 안정시켜 가야 할 영역이다. 이제는 앞을 내다보는 긴 안목의 정책이 필요하다. 

 

※ 외부 필자의 기고는 <폴리뉴스>의 편집 방향과 일치하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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