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첩되는 위기의 2020 하반기 정국, 해법과 전망
포스트 코로나 패러다임 모색하는 정치권

폴리뉴스와 월간 폴리피플이 지난 22일 김만흠 정치아카데미 원장(가운데)의 사회로 황장수 미래경영연구소장, 홍형식 한길리서치 소장, 차재원 부산 가톨릭대학교 특임교수, 김능구 폴리뉴스 대표(좌로부터 시계방향순)가 참석한 가운데 정국관련 좌담회를 가졌다 <사진=이은재 기자>
▲ 폴리뉴스와 월간 폴리피플이 지난 22일 김만흠 정치아카데미 원장(가운데)의 사회로 황장수 미래경영연구소장, 홍형식 한길리서치 소장, 차재원 부산 가톨릭대학교 특임교수, 김능구 폴리뉴스 대표(좌로부터 시계방향순)가 참석한 가운데 정국관련 좌담회를 가졌다 <사진=이은재 기자>

 

김만흠 진행자  볼턴에 따르면 트럼프는 즉흥적인 이벤트 중심으로 했지 비전을 가지고 하지는 않았다. 문재인에 대해서는 북핵에 관해서 막연한 낙관론을 가지고 있었고 과잉 해석하는, 실제로는 행동도 아닌 것을 행동으로 해석하는 경향이 있었다고 보고 있고, 또 김정은에 대해서는 비핵화의 의지가 없었다고 해석했다.   

황장수  어떤 결과를 낳았는가 하는 것이 핵심인데, 북이 저렇게 태도를 바꾼 건 작년 2월 하노이회담 이후고, 그 이후 한번도 긍정적인 태도를 보인 적이 없다. 심지어 6월30일 판문점 회동에도 한국은 끼지말라고 경고했다. 김정은 입장에서는 하노이회담이 된다 생각하고 갔고, 3박4일 기차를 타고 돌아가면서 많은 생각이 있었을 것인데, 그 이후에 북한 입장은 바뀐 적이 없다. 한국에 대한 불신이 계속 되어 왔단 말이다.
 
우리가 움직이면서, 실질적으로 미국과 북한을 붙이는데 조금 부정직한 부분이 있었을 수 있다. 북한의 역할과 의지를 미국 측에 오버 시키고 미국 측의 의지를 북한 측에 오버 시키면서, 일단 만나서 붙여보면 해결이 되지 않겠냐는 식으로, 트럼프라는 사람의 즉흥성도 기대하면서 만들어 왔는데, 그게 하노이회담에서 다 깨지고, 그때부터 북한은 적극적으로 나서지 않은 채 지금 이런 상황까지 왔다. 그래서 제가 볼 때 미국의 대선 이후에라도 한국을 끼워서 미북 간의 대화가 될 가능성은 별로 없다고 본다. 이번 일을 볼턴이 폭로하고 트럼프가 반격하는 자기들끼리의 일이라고 본다 해도, 객관적으로 봐야 될 건 한국이 이 일을 성사시키기 위해서 과도한 상상력을 발휘했다는 것은 부인할 수 없는 일이 된 것 같다. 잘못했다기 보다는 될 수 없는 일을 밀어붙였다고 생각한다. 볼턴의 폭로로 이번 무대는 끝났다. 미국 대선 이후에 미북간 협상의 다음 무대가 열릴지 모르지만 거기에도 한국의 역할은 없다고 본다. 그런 부분들을 정확하게 인식하고 대책을 세우고 고민을 해야지, 이렇게 망가져가는 부분을 그렇지 않다고 견강부회를 해서 될 일이 아니다. 

홍형식  볼턴 회고록이 옳은지, 그른지 판단하기가 쉽지 않다. 일부가 옳다 치더라도 한반도 비핵화를 놓고서 각각 다른 꿈을 꾼 것이 아닌가 싶다. 일단 우리 정부는 과잉의욕, 비현실적인 낙관론으로 너무 의욕이 앞섰던 거고, 북한 입장에서는 경제적인 결핍 상황을 비핵화 협상을 통해서 해소할 수 있는 기회가 있지 않겠나 하는 기대를 했던 거고, 트럼프는 위기를 벗어날 수 있는 하나의 정치적 승리를 기대했던 것 같다. 한반도 문제를 놓고 3자가 동상삼몽의 꿈을 꾸었던 거고, 결국은 파탄이 났다. 그래서 우리 입장이 난처한데, 이 문제를 한국이 주체적으로, 주도적으로 헤쳐 나가야 된다고는 이야기를 하지만, 북한 내부의 사정, 미국의 내부 정치와 대북전략 등을 냉정하게 분석해서, 원점에서 전략을 다시 짜야 되는 상황이라고 생각한다.   

김능구   남북정상회담 등 2018년 이루어진 조치는 필요했고 적합했다고 본다. 전쟁 불안과 위기를 한 고비 넘기고 다른 차원으로 넘어가게끔 했고, 그때 조성된 여건 속에서 여러 가지 합의를 이끌어냈다. 그런데 그 키는 미국에 있다 보니까 우리는 한미 동맹의 틀 속에서 많은 노력을 했지만, 구체적인 실행 부분에서는 한발자국도 못 나갔다는 게 가장 큰 패착이라고 보인다.

성과를 내기 위해서는 창조적인 해법이 필요했고 지금도 그렇다. 얘기했듯이 미국은 치밀하고 미래까지 바라보는 구체적인 프로그램 자체가 없었다. 우리가 하는 부분에 미국이 쫓아올 수 있게 해야 했다. 예를 들면 사실상 제재에 포함되지 않는 금강산 관광 등을 통해 세계 여론을 다시 환기시켜 나가면서 할 수 있었다. 하노이회담에서 영변 핵 폐기가 제기되고, 당시 많은 사람들이 영변이 북핵의 최소 50%이상, 70%정도를 차지한다고 했는데, 이 부분에 대해 트럼프는 그게 뭘 의미하는 건지 아무런 준비가 없었던 것 같다. 우리 특사가 미국에 가고 정의용 안보실장이 누차 설명을 하고 했지만 역시 운전자, 촉진자를 하기에는 역부족이었다는 생각이 든다. 저도 북핵과 남북관계를 새롭게 열어나가는 것은 미국 대선 이후 내년부터라고 본다. 하지만 지금까지도 굉장히 소중한 경험이다. 2년간의 소중한 경험을 토대로 그것을 곱씹어가며, 당장의 해결책이 아니더라도 남북문제가 평화로 넘어가는 노력을 지속하기 위해 외교 안보라인은 전면적인 교체가 있어야 된다고 본다. 
 
김만흠 진행자  전단 금지 관련 법안을 만들고 하는데, 당장 할 수 있는 건 무엇인가. 

김능구  전단은 이번에 벌어진 게 아니라 계속적으로 있어왔던 문제다. 이명박, 박근혜 때도 경찰력을 동원해서 못하게끔 했고, 전단 문제가 군사적 긴장 상태로 바로 연결되는 과정도 다 겪었다. 그래서 그만한 시간이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즉각적인 대응과 대책을 못 내놓았다는 건 어떤 말로도 변명할 수 없는 처지다. 혹자는 1200만장 준비하는데 우리가 살포금지법 만들면 뭐하냐 이야기하는데, 합의에 대해 실행에 옮기는 것이 먼저다.  

홍형식  남북 문제를 풀어감에 있어서 제일 중요한 것은 상호주의다. 삐라를 먼저 뿌리기 시작한 것이 어느 쪽인지 모르겠지만, 전단지 행위를 상호간에 안 하기로 약속을 했으면 지켜가는 건 굉장히 중요한 문제였다. 물론 자유민주주의 사회에서 어떻게 강제로 못하게 할 수 있느냐 할 수도 있지만, 현 정부도 실정법을 떠나서 북한과 그렇게 이야기했으면 지금까지 왜 이렇게 느슨하게 대응하고 있었냐는 의문이다. 현 정부가 북한 문제를 다루는 데 있어서 북한 내부의 성격, 북한의 입장에서 뭘 기대하고 있는지에 대해서 정확하게 이해를 못하고 우리 중심으로 끌고 가지 않았나 하는 생각이 든다.
 
김만흠 진행자  그동안 해왔던 것에 대한 평가와 더불어서 현재 우리가 해야 될 방향이라든가 대책에 대해 말씀해보자. 

차재원  지난 2년간 문재인 정부는 나름대로 주어진 환경 속에서 최선을 다했고, 그 과정에서 정말 우리한테 좋은 기회가 올 뻔도 했다는 생각이 든다. 2017년도 엄혹했던 상황을 반전시키는 것이, 그해 말 문재인 대통령이 외신 기자회견하면서 한미 간 연합군사훈련을 연기할 수 있다고 북한에 던진 메시지였다. 그래서 김정은이 2018년 1월 신년사에서 180도로 바뀌면서 상황이 만들어졌고, 남쪽에서 정의용, 서훈 특사들이 올라가서 북한이 제재문제만 풀리면 충분히 비핵화할 의향이 있다고 한다면, 북한이 미국과의 대화를 원한다는 정도를 읽어내고 미국 가서 ‘김정은이 당신하고 만나고 싶다’고 만남을 성사시키는 정부의 노력 자체를 폄하할 필요는 없다는 생각이다. 미국과 서로의 기대치가 조금 달랐기 때문에 조정하는 부분에 있어서 우리 정부가 제대로 못했다는 비판은 충분히 할 수 있는데, 사실상 물어보러 가는 상황이니까 아예 안 했어야 된다는 식의 발상은 아니라고 본다.  앞서 김 대표께서 말씀하셨지만 지난 2년 동안의 경험이 앞으로 북미간 딜을 만들어 내는 데 아주 소중한 자원으로 활용될 거라는 생각이 든다. 

앞으로 어떻게 할 것이냐. 어차피 미국 대선까지는 상황은 바꾸기 힘들 거다. 그러면 우리 입장에서 할 수 있는 것은 현상을 유지하도록 더 이상의 상황 악화는 막아야 된다. 예를 들면 북한이 핵 실험을 한 번 더 하고 ICBM이나 SLBM같은 전략무기를 쏘면서 긴장을 고조시키지 않는, 그런 차원에서의 상황 관리는 충분히 해 나가야 된다. 마찬가지로 미국 대선에서 누가 이길 건지를 냉철하게 판단해 볼 필요가 있다. 트럼프가 이길지, 바이든이 이길지 두 개 경우의 수를 두고, 조금 더 긴 호흡 차원에서 우리 나름대로 전략을 짜고 준비를 해야 된다.

홍형식  문재인 정부가 17년도의 엄중한 상황을 극복한 건 인정해야 한다 하셨는데, 저는 해석을 달리 한다. 북한이 군사적 협박을 한다고 해서 우리가 거기에 밀려서 남북문제를 조율해 나갔다는 것이 제가 볼 때는 실책이다. 오히려 늦게 가더라도 그런 식으로 남북문제를 접근해 오는 것은 통하지 않는다, 진보정권이 들어섰어도 통하지 않는다는 걸 보여줬어야 했다. 북한이 군사적 협박을 하고 무력분쟁을 일으킨 데 대해서 마치 전쟁이라도 날 것 같이 엄중한 위기상황으로 규정을 해야 될 이유가 없다. 그러다 보니 그 후의 남북관계가 은연중에 북한에 끌려가는 형국이 되어버린 거다. 중재 역할도 제대로 못하면서 북한한테 끌려가는 구도가 되어 있다. 

황장수  중국이 식량을 작년에 100만 톤 줬고 이번에 80만 톤을 줬다. 제가 볼 때 북한을 꾸려가는 부분은 중국이 하기 때문에, 북이 코로나나 대북제재로 엉망이라고 하지만 몇 년은 버틴다고 본다. 다른 한편으로 솔직히 저는 북은 절대로 비핵화 안 한다고 본다. 그러면 북이 핵을 가진 걸 미국이 인정해 주는 것밖에 없는데 공화당이나 민주당을 떠나서 미국의 어느 대통령이 인정해 줄 수 있겠는가. 지나친 상상력의 결과가 이렇게 왔는데, 그러면 이 상태에서 북한이 말만 하고 다시 원상태로 돌아가서 또 그렇게 갈 거라고 생각하는 천진난만한 시각에 대해서도 이해가 안 간다. 

김능구  2017년 상황에서 문재인 정부가 평화 기조로 간 부분 자체가 오히려 실책이라는 표현을 하셨는데, 그때 기억을 되살려보자. 북이 핵 실험을 계속하고 하니까 미국에서 참수작전 얘기가 나왔었고, 실제 이라크나 탈레반 경우처럼 미국은 얼마든지 그렇게 할 수 있는 나라이고 이미 모든 것이 다 준비된 일촉즉발의 시기였는데, 그게 지금 와서 생각해 보니까 평화무드로 바꾼 게 실책이었다 라는 것은 있을 수 없는 이야기다. 아까 말했던 안타까움, 트럼프라는 대통령과 참모들이 조금 더 세계사적 의미에서 치밀하게 했더라면, 우리 대통령도 창조적으로 부딪치고 깨나가면서 갔더라면 하는 아쉬움이 있을 뿐이다. 이제는 그것을 최대한 복기해서 다음을 위해서 준비해야 될 상황이지, 그 자체가 와서는 안 되는 상황이다, 잘못했다 이건 아니라고 본다. 

차재원  북한이 협박하니까 우리가 평화 메시지를 준 것 아니냐 하셨는데 그건 아니다. 북한이 벼랑 끝 전술을 펴다가 기회를 봐서 스스로 입장전환, 전략전술 변화를 했던 것이고, 미국하고 딜을 한번 해 보려고 나왔던 거다. 북한이 그렇게 입장을 바꾸는 데 있어서 일종의 모멘텀을 만들어 주었던 것이 우리 정부였고, 2017년 상황에서 군사적으로 협박을 하니까 그것 때문에 우리가 유아론적으로 항복한 것처럼 판단하시는 건 아니라는 생각이다. 오히려 그럴수록 극적인 상황변화를 만들어 냈던 전략은 창조적이고 분명히 높이 평가할 부분이 있다. 앞으로 상황이 어떻게 변할지 아무도 모르기 때문에 그러한 식의 상상력, 창의력, 기획력 이런 것들은 계속적으로 가지고 갈 필요가 있다고 본다. 

SNS 기사보내기

관련기사

키워드

#좌담회
기사제보
저작권자 © 폴리뉴스 Polinews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