푸드트럭 케이터링 서비스 ‘고푸다’에서 도시락 배달 서비스 ‘푸딩’으로 확장
강남권 맛집 메뉴를 직장인 도시락으로, 기업 맞춤형 한 달 치 식단 제공
스타트업은 시장 문제 발견, 길 찾으며 소비자 원하는 서비스 제공이 관건

도시락 케이터링 서비스 ‘푸딩’을 운영하는 황윤식 ‘열두달’ 대표 <사진=열두달 제공>
▲ 도시락 케이터링 서비스 ‘푸딩’을 운영하는 황윤식 ‘열두달’ 대표 <사진=열두달 제공>

[폴리뉴스 송서영 기자]“없으면 불편한 서비스, 삶에 꼭 필요한 서비스를 만들고 싶어요” 도시락 케이터링 서비스 ‘푸딩’을 운영하는 황윤식 ‘열두달’ 대표는 이 같은 목표가 원동력이 돼 이따금씩 펼쳐지는 고생길에도 다시금 창업에 뛰어들게 된다고 말한다.

이제 막 서른이 된 그가 스타트업 기업을 이끈지는 4년차. ‘푸딩’은 창업 아이템으로는 두 번째다. 그의 첫 창업명은 ‘고푸다’였다. 푸드트럭 케이터링을 제공하는 서비스다.

대학생 시절 에너지공학을 전공한 그는 치열한 경쟁 속에서 자신만의 경쟁력이 필요했다. 과열된 길보다 다른 길이 있지 않을까 주위를 둘러보다 ‘반쪽자리 규제개혁, 푸드트럭’이라는 뉴스 헤드라인 한 자를 보고 창업의 길로 발을 들였다.

황 대표는 “문제가 있는 시장에 기회가 많다고 생각해 푸드트럭 관련 창업을 시작했고 하다 보니 창업에 대한 가치관이 생겼다. 소비자들이 기꺼이 돈을 지불해 사용하는 서비스를 제공하는데 큰 흥미를 느꼈다”고 전했다.

문제가 있는 곳에, 기회가 있다

2014년 창업 동아리에서 활동하다 2016년에 본격적으로 ‘고푸다’를 동료 세 명과 함께 시작했다. 초기 자본은 과외 아르바이트로 번 300만원에 한국사회적기업진흥원에서 지원한 3000만원이었다. 황 대표는 케이터링 서비스를 제공할 푸드트럭을 먼저 모았다. SNS에 당일 위치가 공개된 푸드트럭을 찾아가 섭외할 계획이었다.

부지런히 버스를 타고 가니, 푸드트럭은 이미 이동해버린 뒤였다. 뚜벅이로는 섭외가 어렵자 300만원으로 중고 자동차를 하나 구입해 푸드트럭을 찾아다녔다. 5대 푸드트럭을 모으는데 석달이 걸렸다.

‘고푸다’는 한참 푸드트럭 규제가 문제로 떠오르다 완화되는 시점에 출시해 정부와 소비자의 주목을 끌었다. 처음 거래 고객은 한화생명이었다. 전국의 한화생명에서 푸드트럭으로 아침 컵밥을 제공했고 매출 2억을 올렸다. 이 계기로 다른 기업들과도 정기적 행사를 이어갔다.

‘고푸다’의 한계에서 ‘푸딩’을 찾다

지금 푸딩 서비스는 고푸다의 한계점을 보완해 탄생했다. 야외에서 식사를 하는 푸드트럭의 특성상 겨울철에는 이용이 어렵고 비오는 날도 마찬가지였다. 야외 행사가 급작스럽게 실내 행사로 대체되는 경우에는 푸드트럭 대신 도시락을 요청하기도 했다. 또 푸드트럭의 열풍도 차차 사그라지고 있었다.

일 년 내내 안정적이고 꾸준한 서비스 필요성을 느낄 즈음 스타트업 대표로 푸드트럭 규제개혁 간담회에 참석하게 됐다. 그 자리에서 회사의 방향이 회사 이름을 따라 간다는 우스갯소리를 듣고 회사명을 ‘열두달’로 변경했다. 때때로 배고프지 않고 열두달 내내 안정적인 서비스를 하겠다는 다짐을 녹였다. 도시락 케이터링 서비스 ‘푸딩’은 2018년에 시작했다.

푸딩은 강남권 1000여명 직장인의 점심을 든든히 해결해 주고 있다. 대기업, 중소기업, 병원, 학원, 스타트업 등 20여개 기업이 이용하고 있다. 이들은 맛집의 도시락을 점심 시간마다 제공 받는다. 구내식당을 갖추기 어려운 기업에게 유용한 서비스로 ‘푸딩’ 이용을 사내 복지로 내세우고 있다. 현재는 수요층이 많은 강남을 중심으로 운영하나 중구로도 확장할 예정이다. 

'푸딩'은 강남의 80여개 음식점과 협약을 맺고 이들의 메뉴를 기업에 제공한다. 호텔 뷔페, 비건식, 한식, 양식 등 다양하다. <사진=열두달 제공>
▲ '푸딩'은 강남의 80여개 음식점과 협약을 맺고 이들의 메뉴를 기업에 제공한다. 호텔 뷔페, 비건식, 한식, 양식 등 다양하다. <사진=열두달 제공>

푸딩의 또 다른 강점은 기업에 최적화된 식단이다. 매 점심시간마다 주문하는 방식이 아니라 한 달 치 식단을 짜서 제공한다. 사전에 기업 정보를 전달 받아 성비, 음식 선호 성향을 미리 파악해 맞춤형으로 식단을 짠다. 비건식부터 할랄식, 한식, 양식, 샐러드 등 다양한 메뉴를 갖추고 있다.

강남의 80여개 음식점과 협약을 맺고 이들의 메뉴를 제공한다. 고피자, 먼슬리키친, 위쿡, 키친엑스 등이 있으며 이비스 호텔 뷔페도 제공한다. 음식점 입장에서도 한 달 치 수익을 안정적으로 올릴 수 있어 열두달은 코로나19로 어려운 시기에 상생의 역할을 다하고 있다. 이런 의미에서 열두달은 예비사회적기업이기도 하다.

'푸딩'은 정기 서비스로 조식, 밀박스, 뷔페 등을 제공한다. 사진은 조식 서비스. <사진=열두달 제공>
▲ '푸딩'은 정기 서비스로 조식, 밀박스, 뷔페 등을 제공한다. 사진은 조식 서비스. <사진=열두달 제공>

뒤처리도 깔끔하다. 보온 시스템을 갖춰 배달한 뒤 먹고 남은 쓰레기를 회수해 간다. 일회용, 다회용 용기를 모두 사용하며 기업의 요청에 따라 제공한다.

앞으로 기획하고 있는 건 푸딩 관련 어플리케이션이다. 반복되는 직장인의 일상에서 ‘식단’ 보는 재미가 유일하다고 할 만큼 어플리케이션으로 식단을 제공하고 고객과 소통의 통로를 만들 계획이다. 고객은 어플리케이션을 통해 메뉴 제안이나 맛 평가 등을 할 수 있게 된다.

현재도 매일 고객 피드백을 평점 형태의 설문지로 받고 있다. 데이터를 쌓아 인공지능(AI) 기능을 도입해 향후 식단 구성 등에 활용할 계획이다.

어려움 극복 즐겨야 창업 이어갈 수 있어

황 대표에게는 무엇보다 지금의 푸딩이 삶에서 가장 큰 영역이다. 한 가지 욕심이라고 하면 전공을 살려서 언젠가 친환경 스타트업을 할 계획도 있다. 당장은 푸딩을 통해 어떻게 최적의 서비스를 제공할지가 머릿속에 가득하다. 

코로나19로 푸딩도 타격이 없지는 않았다. 코로나19가 기승을 부렸던 지난 3월, 도시락을 먹는 행사가 사라지고 재택근무 도입으로 직장 내 점심도 없어졌다. 이후 비대면이 강조되자 4월부터 차차 회복이 되면서 5월부터는 문의량이 다시 증가하고 있다.

황 대표는 “어려움을 헤쳐 나가는 것을 즐기는 편이라 오히려 창업에 유리하게 작용한다”며 “힘든 시기가 와도 소비자가 서비스를 이용하며 가치를 인정하던 때가 떠올라 다시금 이 자리에 있게 된다”고 말한다. 다음은 황윤식 ‘열두달’ 대표와의 일문일답.

정부투자 받았던데 노하우 따로 있을까
창업 초기 정부지원을 통해 서비스를 키워왔다. 사업계획서를 작성 할 때 현실적으로 가능한 부분을 강조했다. 정부지원은 사업의 현실성을 중시한다고 본다. 특정 주기마다 성과 보고를 하기 때문에 눈에 보이는 단기적 성과가 중요한 편이다. 그러다 보니 목표를 크게 그리지 않고 100% 할 수 있는 것들만을 적었다.

일반 투자와는 성격이 다르다. 투자는 성과를 크게 낼 수 있다는 포부를 강조해야 한다. 결국 자금의 성격에 맞게 계획서를 작성해야 한다.

정부지원 외에는 신용보증기금 대출을 이용했다. 신용보증기금은 성장 가능성을 본다. 신용보증기금의 창업기업 육성 프로그램 ‘스타트업네스트’가 있는데 이 교육을 수료하면 대출을 후하게 해준다. 보증이 없어도 10억 정도를 받을 수 있다.

중소벤처기업부에서 운영하는 케이스타트업, 중소벤처기업진흥공단의 청년창업사관학교와 센서블박스라는 스타트업 지원 관련 정보 공유 서비스도 있으니 확인해 보면 유용하다.

마케팅은 주로 어떻게 하나
B2B이기 때문에 타켓팅이 필요하다. 기업의 인사팀, 회계팀 직원이나 스타트업 기업의 막내 여직원이 먹거리에 관해 입김이 세다. 검색을 통해 식사에 불만이 있는 기업을 찾아 방문 미팅을 제안한다. 실무자들을 만나다 보면 소개에 소개를 통해서도 알려진다. 또 푸딩 배송 차량이 분홍색인데, 배달을 위해 잠시 주차를 하고 있으면 눈에 확 띈다. 이를 통해 알게 되는 분들도 있다.

‘열두달’만의 기업 문화가 있나
평균 연령 30대 초반의 직원 11명이 있다. ‘열두달’은 회사의 매출 상황을 매달 공유한다. 스타트업 기업은 회사의 성장을 함께 보기 원하는 이들로 구성되기에 회사 상황 알아야 한다고 생각한다.

다음달, 또 그 다음 달이 어떻게 될지 비전을 공유한다. 내부 직급은 없고 모두 매니저로 부른다. 그리고 무엇보다 다양한 음식을 많이 먹어볼 수 있다. 음식점 샘플링을 마음껏 먹고 가져갈 수도 있어 자취하는 직원들이 좋아한다.

스타트업 준비생에게 한마디 한다면
창업을 취업의 대안책으로 생각하지 않았으면 한다. 이력서에 창업 한 줄 넣는 용도보다는 기왕 하는 거 제대로 해야 성과도 빛을 발한다고 본다. 물론 쉬운 일은 아니다. 힘든 상황을 즐길 줄 알아야 한다.

또한 창업 아이템 보다 먼저 함께 할 팀을 찾기 바란다. 취향이 다른데 말이 통하는 사람들로 말이다. 취향이 같으면 그들만의 아이템으로 빠지기 쉽다. 내 아이템에 집중하기 보다는 소비자가 필요한 것에 집중해야 한다. 시장이나 소비자에게 어떤 가치를 줄 지 발견하는 것이 중요하다. 이런 면에서 팀 구성원이 서로 달라야 토론이 되고 아이템 완성도가 높아진다.

아이템은 자신이 쉽게 시작할 수 있는 것으로 선택해야 한다. 모든 사업은 네트워크가 기반이 되는데 본인 손으로 쉽게 네트워크가 잡힐 수 있는 부분에서 시작해야 한다. 사업하는데 아이템이 제일 중요하다고는 보지 않는다. 아이템보다는 시장의 문제를 발견하고 길을 찾는데 집중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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