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낙연 “남자는 엄마되는 경험 하지 못해 나이 먹어도 철 없어”
통합당 “여성을 출산 육아의 책임을 진 존재로 몰고 아버지 역할은 폄하”
정의당 “여성의 삶 외면하는 ‘점잖은 막말’에 불과”

이낙연 더불어민주당 의원 <사진=연합뉴스>
▲ 이낙연 더불어민주당 의원 <사진=연합뉴스>

 

[폴리뉴스 권규홍 기자] 이낙연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1일 국회에서 바이오헬스 강연을 하던 도중 “남자는 엄마 되는 경험을 하지 못해 나이 먹어도 철이 없다”고 발언해 정치권의 비판을 받은 뒤 “부족함을 통감한다”며 사과문을 올렸다.

1일 이 의원은 국회에서 열린 바이오헬스를 주제로 한 강연에서 한국 산후조리시스템의 강점을 설명하는 대목에서 “이것도 저의 학설인데 인생에서 가장 감명 깊은 순간 중 하나는 소녀에서 엄마로 거듭나는 순간이고, 남자는 그런 걸 경험하지 못해 철이 없다”고 발언했다.

이 의원의 이 같은 발언이 전해진 뒤 정치권에서는 비혼, 난임 여성 등을 배려하지 않은 발언이라는 지적이 쏟아졌다. 또한 남성의 육아 참여가 늘어나는 현 시대에 뒤떨어진 인식이라는 비판도 덩달아 제기됐다.

이 의원의 이 같은 발언에 미래통합당은 즉각 반박했다. 김은혜 통합당 대변인은 성명을 통해 “여성만을 출산 육아의 책임을 진 존재로 몰고 아버지 역할은 폄하했다”라며 “출산하지 않으면 철이 없는 것인가. 비혼이나 난임 부부에 대해 공감도 배려도 없는 차가운 분 이었나 다시 보게 된다”고 비판했다.

이어 “산후조리를 욕망이나 로망으로 표현하는 건 생명에 대한 몰이해여서 더 유감이다”고 거듭 이 의원의 발언을 지적했다.

조혜민 정의당 대변인도 이날 논평을 통해 “이 의원의 발언은 여성의 삶 외면하는 ‘점잖은 막말’에 불과하다. ‘남자는 철이 없으니 아이는 엄마가 키워야지’로 이어지는 현실을 모르는 것인지 되묻지 않을 수 없다”며 “출생을 경험한 여성을 우대하는 척하면서 출생과 육아의 책임을 여성에게 모두 전가하며 아빠로서의 역할, 책임, 경험을 경시하는 것과 다르지 않다. 또한 출생을 하지 않기로 결정했거나 난임인 부부와 같은 다양한 형태의 삶 역시 배제시킨 발언이다”고 꼬집었다.

그러면서 “산후조리를 대접과 배려로 생각했다는 이 의원의 인식이 실망스럽기 그지없다”며 “ 산후조리는 회복하기 위한 과정으로 출산 후 신체의 모든 기능이 온전치 않기에 쇠약해진 몸 상태에서 산후조리를 잘못하면 우울증, 골다공증, 저혈압 등의 위험부담이 높기 때문이다”고 거듭 비판하며 이 의원의 사과를 요구했다.

이낙연 의원이 사과했다. <사진=이낙연 페이스북>
▲ 이낙연 의원이 사과했다. <사진=이낙연 페이스북>

 

이낙연 “누군가 아프게 하거나 불편하게 하려는 뜻 없어”

정치권의 이 같은 비판이 쏟아지자 이 의원은 이날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공식 사과했다.

이 의원은 사과문을 통해 “저의 발언이 많은 분들께 고통을 드렸다. 저의 부족함을 통감합니다. 마음에 상처를 입은 분들께 사과드린다”라고 밝혔다.

이 의원은 해당 발언을 두고 “1982년 한 생명을 낳고 탈진해 누워있던 아내를 보면서 든 생각이었다. 오늘 아침 강연에서 저는 삼십 대 초반에 제가 아버지가 됐던 당시 기억을 떠올리며 이 말을 꺼냈다”며 “누군가를 아프게 하거나 불편하게 하려는 뜻이 있을 리 없다. 어머니라는 존재는 놀랍고 위대합니다. 저를 낳은 어머니가 그러셨고, 아내 또한 그랬습니다. 모성의 소중함에 대해 말씀드리며 감사드리고 싶었다”고 해명했다.

그러면서 “하지만 정작 어머니를 비롯해 세상의 여성들이 겪는 고통과 희생을 제대로 들여다보려는 노력은 부족했다”며 “아이를 낳고 키우는 과정이 여성만의 몫일 수 없다. 부모가 함께 해야 하고, 직장, 마을, 국가가 해야 한다. 제가 30대이던 때와는 비교할 수 없을 만큼 삶의 모습과 선택은 다양해졌다. 성숙한 사회란 다양해진 선택들을 인정하고, 존중하는 사회라 생각한다”고 설명했다.

마지막으로 이 의원은 “이번 일을 통해 많은 분들이 제게 깨우침을 주셨다. 잘 듣고, 더 가깝게 소통하겠다”며 “저만의 경험으로 세상을 보려 하지 않는지 경계하며 더 넓게 우리 사회를 보겠다. 시대의 변화와 국민 한분 한분의 삶을 더 세심하게 살피고 챙기겠다”며 거듭 사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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