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뇌합의도 안중에 없는 美” 싱가포르 합의 은연중 내세워
명백한 거부의사는 안 나타내
[폴리뉴스 정찬 기자] 북한이 북미정상회담 추진과 관련 “북미대화를 정치적 위기를 다루기 위한 도구로 여기는 미국과 마주 앉을 필요가 없다”며 대선 이벤트 차원이라면 하지 않겠다는 입장을 보였다. 다만 북한은 북미정상회담 추진에 명백한 거부의사를 나타내진 않았다.
<조선중앙통신>은 4일 최선희 북한 외무성 제1부상이 문재인 대통령이 미국 대선 전 3차 북미정상회담을 추진하겠다는 의사를 밝힌 것과 관련해 “이미 이룩된 (싱가포르 북미)수뇌회담합의도 안중에 없이 대조선적대시정책에 집요하게 매여달리고 있는 미국과 과연 대화나 거래가 성립될 수 있겠는가”라며 이같이 말했다고 보도했다.
통신에 따르면 최 제1부상은 이어 “우리와 판을 새롭게 짤 용단을 내릴 의지도 없는 미국이 어떤 잔꾀를 가지고 우리에게 다가오겠는가 하는 것은 구태여 만나보지 않아도 뻔하다”며 “미국이 아직도 협상 같은 것을 가지고 우리를 흔들 수 있다고 생각한다면 오산”이라고 말했다.
또 “우리는 이미 미국의 장기적인 위협을 관리하기 위한 보다 구체적인 전략적계산표를 짜 놓고 있다”며 “그 누구의 국내정치일정과 같은 외부적 변수에 따라 우리 국가의 정책이 조절 변경되는 일은 없을 것 이다. 더 긴 말할 것도 없다”고 강조했다.
최 제1부상의 담화는 문 대통령의 지난 1일 미국 대선 전 북미정상회담 추진 의사 표명과 스티븐 비건 미 국무부 대북정책특별대표 겸 부장관의 다음 주 방한을 겨냥한 것으로 보인다. 최 제1부상은 비건 대표의 북미협상 카운트파트다.
최 제1부상은 담화서 싱가포르 회담의 ▲새로운 북미 관계 수립 ▲한반도의 항구적 평화체제 구축 ▲한반도의 완전한 비핵화 ▲한국전 당시의 전쟁포로 및 전쟁실종자 유해 송환 등 4개항 합의에 기초해야 한다는 점을 “수뇌회담합의도 안중에 없이 대조선적대시정책에 집요하게 매여달리고 있는 미국과 과연 대화나 거래가 성립될 수 있겠는가”라는 말로 짚었다.
그러면서 “우리와 판을 새롭게 짤 용단을 내릴 의지도 없는 미국이 어떤 잔꾀를 가지고 우리에게 다가오겠는가 하는 것은 구태여 만나보지 않아도 뻔하다”는 말로 북한이 제시한 ‘새로운 셈법’, 즉 ‘단계적 비핵화’와 맞춘 ‘체제안전 보장’ 조건을 충족하지 못하는 북미정상회담은 하지 않겠다는 뜻을 분명히 했다.
또 최 제1부상은 “당사자인 우리가 어떻게 생각하겠는가에 대해서는 전혀 의식하지 않고 섣부르게 중재의사를 표명하는 사람이 있는가 하면 미국 대통령선거 전에 조미수뇌회담을 진행해야 할 필요성에 대하여 미국집권층이 공감하고 있다는 소리도 들려오고 있다”고 최근의 상황에 대해 언급했다.
그러면서 “그 무슨 ‘10월의 뜻밖의 선물’을 받을 수 있다는 기대감을 표명하면서 우리의 비핵화조치를 조건부적인 제재완화와 바꾸어 먹을 수 있다고 보는 공상가들까지 나타나고 있다”며 “나는 사소한 오판이나 헛디딤도 치명적이고 돌이킬 수 없는 후과를 초래하게 될 지금과 같은 예민한 때에 조미관계의 현 실태를 무시한 수뇌회담설이 여론화되고 있는데 대하여 아연함을 금할 수 없다”고 말했다.
이 같은 입장은 미국이 지난해 10월 스톡홀름 실무협상 때와는 다른 보다 과감한 협상방안을 내놓지 않을 경우 협상에 응하지 않겠다는 뜻을 미리 밝힌 것이다. 즉 3차 북미정상회담을 하려면 미국측에서 북한이 수용할 수 있는 협상안을 가져오라는 얘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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