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TO 분쟁해결기구, 29일(현지시간) 수출규제 관련 패널 설치 확정
지난달 29일 회의서 일본의 반대로 패널 설치 무산··· 두 번째 시도만에 설치 확정
日 정부, “깊이 실망” 유감 표시··· 현지 언론은 유명희 본부장 WTO 사무총장 출마 문제 제기도

WTO. <사진=연합뉴스>
▲ WTO. <사진=연합뉴스>

[폴리뉴스 강필수 기자] 한국에 대한 일본 수출규제를 두고 양국이 세계무역기구(WTO)에서 위법성을 가리기 위한 법리 공방을 시작한다. 일본 측은 유감을 표시했으며 현지언론은 유명희 산업통상자원부 통상교섭본부장의 WTO 차기 사무총장 선거 출마를 언급하며 문제시하기도 했다.

WTO의 분쟁해결기구(DSB)는 29일(현지시간) 스위스 제네바 WTO 본부에서 열린 정례 회의에서 일본의 수출규제와 관련, 패널의 설치를 확정했다. 한국 정부의 요청에 따라 설치될 패널은 분쟁해결절차에서 1심 역할을 담당하며, 상설기구가 아니라 분쟁에 따라 설치된다.

한국 정부는 이날 회의에서 포토레지스트, 플루오린 폴리이미드, 고순도 불화수소 등 3개 품목에 대한 일본의 수출제한조치로 한국에 대한 수출이 불필요하게 지연되고 불확실성과 비용 등이 증가했다고 지적했다. 또한 이번 조치는 일본 측의 정치적 동기에 따른 것이라며 패널 설치 요청 이유를 설명했다.

앞서 지난달 29일 열린 DSB 회의에서도 패널 설치가 주요 안건으로 다뤄졌으나, 당시 피소국인 일본의 반대로 설치되지 못했다. 하지만 WTO 규정에 따라 두 번째 회의에서 회원국이 만장일치로 거부하지 않는 이상 패널은 자동 설치돼 이날 설치를 확정했다.

이에 심리를 담당할 패널 위원 선정 및 심리 등 관련 절차가 진행될 예정으로, 패널 위원은 3인으로 구성되며 위원 선임은 제소국과 피소국의 협의에 따라 결정된다. 패널 설치부터 판정까지는 원칙적으로 10∼13개월 소요되며, 분쟁에 따라 이 기간이 단축 또는 연장될 수 있다. 만일 패널 결정에 불복할 경우 상소가 가능하지만, WTO에서 최종심 역할을 하는 상소 기구가 지난해 12월부터 기능이 정지된 상태다.

앞서 일본은 한국 대법원의 지난해 7월 반도체·디스플레이 제조에 필요한 3개 품목을 일반포괄허가 대상에서 개별허가 대상으로 바꿨다. 이어 같은해 8월에는 자국 기업이 수출할 때 승인 절차를 간소화하는 ‘화이트 리스트’에서 한국을 제외했다.

이에 한국 정부는 지난해 9월 11일 WTO에 제소했지만, 그해 11월 22일 한일 갈등을 대화로 풀고자 일본과의 군사정보보호협정(GSOMIA·지소미아) 종료 통보의 효력을 유예하고 WTO 제소 절차도 중단했다.

이후 한국은 일본의 수출규제의 명분인 제도적 미비점을 모두 정비하고, 일본에 지난달 말까지 수출규제 해결 방안을 밝히라고 요구했다. 그러나 일본 측에서 구체적인 답변을 내놓지 않으며 정부는 지난달 2일 WTO 분쟁 해결 절차를 재개하기로 결정했고, 지난달 18일에는 WTO 사무국과 주제네바 일본대표부에 패널 설치 요청서를 발송했다.

유명희 산업통상자원부 통상교섭본부장. <사진=연합뉴스>
▲ 유명희 산업통상자원부 통상교섭본부장. <사진=연합뉴스>

한편 일본 측은 패널 설치를 두고 강한 유감을 표했다. 주제네바 일본대표부는 스위스 제네바 WTO 본부에서 브리핑을 열고 “일본의 조치는 이중 사용 품목에 대한 수출 통제를 강화하기 위해 국제적으로 확립된 관행에 부합한다”며 “한국의 패널 설치 요청에 깊이 실망했다”고 말했다.

현지 언론 또한 WTO 패널 설치를 주요 소식으로 보도했다. 교도 통신은 29일 “일본의 한국에 대한 수출규제를 둘러싸고 한국이 요청한 WTO 분쟁처리소위원회(패널) 설치가 승인됐다”고 보도했다.

산케이신문은 같은 날 패널 설치 내용을 보도하며 유명희 산업통상자원부 통상교섭본부장의 출마를 언급, 문제시하기도 했다. 신문은 “후보 신고가 이달 초에 마감된 WTO 차기 사무총장 선거에서 수출규제에 관여하던 한국 산업통상자원부의 여성 간부가 출마해, 양국 WTO 분쟁에서 후보에 영향이 우려된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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