할머니들에 대한 정서적 학대 정황도
시민단체 활빈단, 이사장 월주스님 등 관계자들 고발

경기도 광주시 나눔의집 <사진=연합뉴스>
▲ 경기도 광주시 나눔의집 <사진=연합뉴스>

 

[폴리뉴스 이지혜 기자]일본군 위안부 피해자 할머니들을 돕는다며 거액의 후원금을 모집한 ‘나눔의 집’이 이를 할머니들에게 사용하지 않고 부동산을 구입하거나 건물을 신축하기 위해 쌓아둔 것으로 드러났다.

송기춘 나눔의집 민관합동조사단 공동단장은 11일 경기도청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이같은 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송 단장은 “민관합동조사 결과 나눔의 집은 2015년부터 2019년까지 홈페이지 등을 통해 ‘할머니들의 생활, 복지, 증언활동’을 위한 후원금 홍보를 했으며 여러 기관에도 후원요청 공문을 발송하는 등 지난 5년간 약 88억원 상당의 후원금을 모집했다”고 말했다.

이어 “이 과정에서 나눔의 집 법인이나 시설은 기부금품법에 의한 모집등록을 하지 않았다. 이에 후원금의 액수와 사용내역 등이 제대로 공개되지 않았으며, 등록청의 업무검사도 받지 않았다”고 밝혔다.

현행 법에 따르면 1000만원 이상의 기부 금붐을 모집하려는 사람은 등록청(10억원 초과인 경우 행정안전부)에 등록해야 한다.

국민들이 후원한 돈은 나눔의 집 시설이 아니라 운영 법인 계좌로 입금됐다. 

후원금 약 88억원 중 할머니들이 실제 생활하고 있는 나눔의 집 양로시설로 보낸 금액(시설전출금)은 2.3%인 약 2억 원에 불과했으며, 이마저도 할머니들을 위한 직접 경비가 아닌 시설 운영을 위한 간접경비로 지출된 것이 대부분이었다.

반면 운영법인이 재산조성비로 사용한 후원금은 약 26억 원으로 파악됐다. 재산조성비는 토지매입과 생활관 증축공사, 유물전시관 및 추모관 신축비, 추모공원 조성비 등으로 사용했다.

나머지 후원금은 이사회 회의록 및 예산서 등을 살펴봤을 때 국제평화인권센터, 요양원 건립 등을 위해 비축한 것으로 보인다고 민관합동조사단은 밝혔다.

할머니들에 대한 정서적 학대 정황도 발견됐다. 민관합동조사간은 간병인이 할머니들에게 ‘갖다버린다’, ‘혼나봐야 한다’ 등 언어폭력을 가했으며, 이는 특히 의사소통과 거동이 불가능한 중증환자 할머니에게 집중됐다고 설명했다.

이사회 의결과정에서 부당행위도 적발됐다. 나눔의 집은 법인 정관상 이사의 제척제도를 두고있는데도 이사 후보자가 자신을 이사로 선임하는 과정에 이사로 의결한 것이 확인됐다. 지난해 11월 이사회에서는 사외 이사 3명이 자신들의 이사 선임에 관한 안건 의결에 참여했는데, 이들을 제외하면 개의 정족수가 미달되는데도 회의가 진행됐다. 
 
할머니들의 생활과 투쟁의 역사를 담은 기록물도 방치되고 있었다. 퇴소자 명단을 제대로 관리되지 않았으며, 할머니들의 그림과 사진, 국민들의 응원편지 등을 포대자루나 비닐에 넣어 건물베란다에 방치했다. 이 중에는 국가지정기록물로 지정된 자료도 있었다.

또 제1역사관에 전시 중인 원본 기록물은 습도 조절이 되지 않아 훼손되고 있었으며, 제2역사관은 부실한 바닥공사로 바닥면이 들고 일어나 안전이 우려되는 상태였다.

법인직원인 간병인이 조사단과 할머니의 면담 과정을 불법 녹음하기도 했으며, 시설장은 할머니를 조사대상인 전 시설장 및 전 사무국장과 외부에서 만나게 하기도 했다.

경기도는 추후 민관합동조사단으로부터 최종 조사결과를 받아 세부적으로 검토한 뒤 경찰에 수사를 의뢰하고, 사회복지사업법 등 관계 법령을 위반한 사항에 대해서는 행정처분 할 예정이다.

나눔의 집 민관합동조사단은 지난 7월 6일부터 22일까지 행정과 시설운영, 회계, 인권, 역사적 가치 등 4반으로 나눠 사회복지법인 대한불교조계종 나눔의 집 법인과 노인주거시설 나눔의 집 시설, 일본군 위안부 역사관 및 국제평화인권센터 등에 대해 조사했다.

조사단은 송기춘 전북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조영선 전 국가인권위원회 사무총장, 정희시 경기도의회 의원, 이병우 경기도 복지국장을 공동단장으로 하고 경기도와 광주시의 공무원·민간 전문가들이 참여했다.

 

 11일 오전 경기도청에서 송기춘 나눔의집 민관합동조사단 공동단장이 나눔의집 조사 결과를 발표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  11일 오전 경기도청에서 송기춘 나눔의집 민관합동조사단 공동단장이 나눔의집 조사 결과를 발표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송기춘 “이건 상습사기...횡령·배임 혐의도 있다”

송 단장은 12일 MBC라디오 ‘김종배의 시선집중’에 출연, 조사 결과에 대해 “계산을 해보면 할머니들을 위해서 직접 사용된 돈은 2억 가운데 5년간 800만원 정도”라면서 “5년이면 1년에 약 160만원이다. 또 나눔의 집에 5~6분 정도 계시다고 생각하면 이분들이 1년에 30만원을 가지고 돈을 썼다는 건데, 저희들이 그걸 보고 좀 믿을 수가 없는 상황이었다”고 전했다.

그는 할머니들 재산을 법인직원들이 관리하겠다면서 인수증에 사인을 받고 있다는 내부고발에 대해서도 “사실이다”라면서 “할머니들에게 사인한 부분을 여쭤보니 ‘왜 했는지 모르겠다. 그냥 해달라고 해서 해줬다’고 말씀하시기도 했다”고 한숨을 쉬었다.

이어 “가족들까지 찾아가서 할머니들이 여기에 장기입소를 하겠다는 의뢰서를 쓰도록 하는 시도를 하고 있다”며 “지금 시설이 존폐 위기에 있으니 이것을 막기 위해 그런 것인지 (의문)”이라고 말했다.

송 단장은 “법인은 후원금을 모집한 부분에서, 원래 목적하고 다른 것으로 쓰는 것을 다 알고 있으면서 국민들에게 돈을 내도록 하고 이것을 복지로 쓰지 않았다. 이건 상습사기”라며 “이런저런 돈의 사용에 대해 업무상 횡령이나 배임의 혐의도 있다. 그리고 이 액수가 적지 않기 때문에 특정 경제범죄가중처벌법에도 해당되는 것 아니냐는 판단을 하고 있다”고 말했다.

한편 이같은 사실이 밝혀지자 시민단체는 나눔의 집 관계자들을 검찰에 고발했다.

시민단체 활빈단은 12일 “나눔의집 이사장 월주스님과 시설장 등 관계자들을 기부금품법 위반과 보조금 관리에 관한 법률 위반, 횡령, 배임 등 혐의로 서울동부지검에 고발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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