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끼임 사고 방지’ CCTV, 20년 지난 현재까지 운영
‘방범용 CCTV’는 시대적 요구… 사각지대 해소해야

[편집자 주] 하루 평균 563만 명이 이용하는 ‘시민의 발’ 지하철에서 연일 범죄가 끊이지 않는 가운데 시민 안전이 위협받고 있다. 20년 전, 출입문 끼임 사고 방지 목적으로 설치된 CCTV로는 ‘경찰의 눈’이라는 새로운 소명을 이루기에 부족해보인다. 이에 따라 본지는 1회에서 CCTV 사각지대가 나타나게 된 원인을 다룬 후 2회에서 관련 전문가의 의견을 듣고 대안을 모색해 볼 것이다.

2003년 대구 지하철 참사 이후 지하철 안전 문제가 도마 위에 올랐다. 서울교통공사를 비롯한 지하철 운영사들은 승강장에서의 추락, 출입문 끼임, 역사화재 등의 안전사고로부터 승객을 보호하기 위해 스크린도어와 CCTV를 설치하는 등의노력을 기울여 왔다.

지하철에서 폭행과 성추행 등의 범죄가 늘어남에 따라 CCTV 화면 확보는 경찰에게 더욱 중요해졌다. 그러나 엘레베이터, 개찰구, 외부 출입구 등을 제외한 나머지 구역은 뚜렷한 기준 없이 CCTV가 설치되면서 사각지대가 방치되고 있다는 지적이다.

#1. 지난 15일, 광화문역에서 전철에 탑승하려던 A씨는 자신의 입에서 터져나오는 ‘악’ 소리를 들었다. 하차하던 용의 남성 B씨가 A씨의 갈비뼈를 가격한 것이다. A씨는 곧바로 경찰에 신고해 B씨의 인상착의를 알렸다. 담당 형사에게 CCTV를 확인하러 가자는 연락을 받았을 때만 하더라도 A씨는 수사가 순조롭게 이루어질 것이라 생각했다. 150cm대의 작은 키와 젖은 머리카락, 검은색 반팔 티셔츠 등 B씨의 인상착의를 자세히 진술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광화문역에서 CCTV를 확인했을 때 B씨의 모습은 찾아볼 수 없었다. 5-4플랫폼부터 A씨가 있던 7-2플랫폼은 CCTV가 없는 사각지대였다.

#2. 지난 5월 서울역의 한 아이스크림 전문점 앞에 있던 C씨는 신원미상의 남성 D씨에게 폭행을 당해 광대뼈가 함몰되는 상해를 입었다. C씨는 경찰에 해당 사건을 접수하고 D씨의 연령대, 키, 피부색, 쌍커풀 유무 등과 D씨가 입었던 옷, 머리 스타일 등을 상세하게 진술했다. 그러나 C씨가 피해를 당한 구역이 CCTV 사각지대라 경찰이 수사에 난항을 겪었다. 다행히 범인 D씨의 모습이 역외에 있던 CCTV에 잡히면서 일주일 만에 검거가 가능했지만 자칫 위험할 수도 있는 상황이었다. 

A씨가 사고를 당한 광화문역의 경우 CCTV가 5-3플랫폼과 7-3플랫폼에 서로 등을 지게끔 설치되어 있다. 만일 사각지대인 5-4플랫폼과 7-2 플랫폼 사이에서 범행이 발생했을 경우 범죄를 당했다 하더라도 피의자를 놓칠 수 있다. 

 

광화문역 5-3 플랫폼과 7-3 플랫폼에 CCTV가 설치되어 있다. <사진 = 원단희 기자>
▲ 광화문역 5-3 플랫폼과 7-3 플랫폼에 CCTV가 설치되어 있다. <사진 = 원단희 기자>

 

서울교통공사에 따르면 지하철 승강장 내 CCTV 대부분은 2000년대 초반에 설치된 것이다. 당시 지하철 승강장 CCTV 설치의 주된 목적은 방범이 아니라 ‘출입문 끼임 사고 방지’였다. 그마저도 특별한 기준이 없어 필요할 때 한대씩 추가하는 식으로 설치돼 왔다. 현재까지도 끼임 사고 방지를 위해 CCTV가 필요하지만, 매년 지하철에서 증가하는 범죄를 예방하기 위해서는 그 기능을 확장할 필요가 있어 보인다.

서울교통공사 관계자는 “(승강장 내 CCTV가) 범죄에 대한 목적이 아니라서 사각지대가 발생한다”고 하면서 “역내 CCTV는 대부분 2000년대 초반에 설치됐다. 그때는 CCTV 개념이 없을 때라 (방범용 CCTV가 필요하다는 것을) 고려하지 못했고 그래서 끼임 사고에 관련한 부분부터 설치를 했다”고 말했다. 

지하철 승강장 내 CCTV의 설치 기준이 있냐는 물음에 대해서는 “일반 자치구는 CCTV를 설치할 때 알려야 한다는 규정이 있는데 우리는 없다”라고 설명했다. 이어 “승강기 앞이나 개찰구 등 필수적으로 설치해야 하는 곳을 제외한 나머지 구역은 역사에서 CCTV를 설치해달라고 요청하면 이를 논의한다”고 덧붙였다. 그러면서도 “필요하다고 해서 다 해주는 건 아니다. 예산 등 한계가 있기 때문에 인구 이동이 많은 곳에 우선적으로 설치한다. 그러다 보니까 사각지대가 발생한다”고 말했다.

승강장 내 CCTV, 법령 있어도 ‘애매’… ‘방범’은 요원

현재 지하철 승강장 CCTV 설치 기준은 ‘철도안전법 제39조의 3’을 따르고 있다. 관련 시행령을 살펴보면, 승강장을 대통령령으로 정해 영상기록장치를 설치하고 운영해야 하는 곳으로 규정하고 있다. 구체적인 설치 기준이나 방법은 시행규칙을 따른다. 시행규칙 ‘제76조의2’에 의하면 국토교통부는 지난 5월 27일부터 ‘여객의 대기ㆍ승하차 및 이동 상황은 모두 촬영되고 있어야 한다’는 설치 의무를 지하철 운영기관에 부여하고 있다. 비록 과태료 규정은 각 운영기관의 예산 상황 등을 고려해 2년 동안 유예했으나 해당 시행규칙이 강제조항임은 변함이 없다. 

그러나 국토교통부 철도시설안전과에 따르면 해당 규정은 모호해 보인다. 관계자는 해당 시행규칙이 승강장 내 CCTV 사각지대 해소를 의미하는 것이냐는 질문에 “결과적으로는 그렇게 해석할 수 있지만 법령이 발의가 됐을 때 개정 취지는 탈선 등 사고 상황의 파악이나 신속한 대응을 위해서였다”라고 말했다. 그러면서도 “승강장에는 승객들이 항상 대기하고 있고 사고가 발생하니까 촬영이 되어야 하는 게 맞는 것 같다”라고 대답했다. 

관계자는 “만약 사고 발생 지역에서 CCTV가 없더라도 인접한 CCTV를 통해 (사고 상황 판단이나 신속한 대응이) 가능하다고 생각되면 CCTV 사각지대를 해소하지 않아도 될 수 있다”라고 하면서도 “제가 생각해도 일반적인 경우는 (사각지대 해소와 사고 상황 파악이라는 개정 취지가) 같을 것 같긴 하다”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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