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기 총리 누가되든 아베노믹스 2.0 추진할 듯
통화, 재정 실탄 여력 바닥 보여

아베 신조(安倍晋三) 일본 총리가 지난 28일 오후 총리관저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사의를 공식 표명했다.<사진=연합뉴스>
▲ 아베 신조(安倍晋三) 일본 총리가 지난 28일 오후 총리관저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사의를 공식 표명했다.<사진=연합뉴스>

[폴리뉴스 박상주 기자] 아베 신조 일본 총리 사임(28일)에 따라 아베 총리의 경제 기조 ‘아베노믹스’ 향방에 관심이 모이고 있다. 다수의 이코노미스트들은 아베노믹스가 2.0 버전으로 업그래이드해 명맥을 이을 것이라고 입을 모으고 있다. 경제 회복 여력을 쥐어짜내는 정책이어서, 딱히 이를 대신할 대안이 없고 다른 정책을 시행할 여력도 없기 때문이다. 

사임 발표 직후 주요 경제연구기관 이코노미스트들은 ‘누가 차기 총리가 되든 아베노믹스를 계승할 것’이라고 관측했다. 

아베노믹스는 확장적 재정 정책을 근간으로 한 대대적인 경기부양책이다. 소위 ‘잃어버린 20년’이라는 장기간 디플레이션을 극복하기 위한 대안으로 등장했다. 2011년 도후쿠 대지진과 후쿠시마 원전 사고까지 겹치면서 일본 경제가 바닥까지 추락하자 극단적인 경제처방이 절실했다. 이듬해 정권 탈환에 성공한 자민당은 이전 정부와 완전히 다른 경제 처방을 내놨다. 

아베 신조 총리는 임기 시작과 함께 비둘기파로 분류되는 구로다 하루히코를 일본 중앙은행인 일본은행 총재에 앉혔다. 확장적 재정정책를 암시한 것이다. 이후 아베는 3개의 화살로 지칭하는 3대 경제정책을 냈다. 대담한 통화정책(양적완화), 기동적 재정정책(10년간 200조엔 투자예산 집행), 거시적 구조개혁(경제특구 지정, 여성 및 노인 인력 활용 확대, 이민완화 등)이다. 

과감한 경제정책은 시장 변동성을 키웠다. 안정적으로 운용되어오던 일본 국채 가격에 크게 떨어졌다. 낙수효과를 노렸지만 실제 내수가 그만큼 살아나지 않았다는 평가도 있다.

그럼에도 인기는 높았다. 외국인직접투자가 크게 늘고 증시가 부양했다. 지체 상태에 놓였던 일본 성장률이 목표를 웃돌기도 했다. 때마침 엔화약세라는 글로벌 환경 호재에 힘입어 아베노믹스 성과는 크게 부각했다. 소비세 인상 등으로 일본 내 경기가 다소 꺾인 것을 제외하곤 아베노믹스는 일견 일본의 ‘잃어버린 20년’을 회복할 유일한 방법으로 각광받았다. 실제 경기회복세를 보였고 일본 경기가 활성화된 바 있다.

아베노믹스 기조가 유지될 것으로 보는 이유는 역설적으로 코로나19다. 코로나19에 따른 경기 악화 상황에서 아베노믹스 외에 별다른 대안이 없기 때문이다. 총리가 급작스레 사임을 발표한 탓에 차기 총리 후보에게 준비된 경제정책이 없다는 것도 이유로 꼽힌다.

문제는 아베노믹스든 아베노믹스 2.0이든 재정여력이 부족하단 점이다. 일본 국채 발행잔고는 실질 GDP의 2배에 이른다. 기준금리는 –0.1%다. 일본의 국가신용도를 쓸만큼 썼단 얘기다. 

돈만 푼 것도 문제다. 통화량을 늘리는 동안 구조개혁을 이루고 성장전략을 내놨어야 했다. 아베는 집권 초반 15조엔에 달하는 주식을 정부가 순매수하며 증시를 부양했다. 하지만 경제지표가 악화하면서 점차 매수액이 줄었고, 2018년에는 12조엔 순매도로 돌아섰다. 정부 주도로 구조개혁과 성장전략을 내놔야 투자자가 향후 성장을 기대할텐데, 아베 정부가 관련 전략을 내놓지 못했다. 엄청난 유동성을 시장에 풀어놨지만 일본 증시가 장기 부양하지 못한 이유다.  

길잃은 아베노믹스가 저물고 있다.

SNS 기사보내기

관련기사

기사제보
저작권자 © 폴리뉴스 Polinews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