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가 관방장관, 자민당내 의원 과반이상 확보, 일본 차기 총리 청신호
일본 고위직 중 드문 자수성가형 정치인...8년간 관방장관 수행
아베 내각, 강경파 스가 관방장관...한일관계 갈등 악화 우려

2일 스가 요시히데 일본 내각 관방장관이 자민당 차기 총재 선거 출마선언을 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 2일 스가 요시히데 일본 내각 관방장관이 자민당 차기 총재 선거 출마선언을 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폴리뉴스 강영훈 기자]  일본 스가 요시히데 관방장관은 2일 기자회견을 열고 총재 선거에 공식 출마 선언했다. 스가 관방장관은 “아베 정권을 확실히 계승하고, 더욱 앞으로 나아가기 위해 내가 가진 힘을 다할 각오”라고 밝혔다.

스가 장관은 아베 내각의 대표적인 강경파로 알려졌다.

스가 장관은 “제2차 아베 내각 출범이후 7년 8개월에 걸쳐 내각 관방장관으로서 총리 밑에서 일본경제의 재생, 외교안보보장의 재구축, 전세대형 사회보장제도의 실현 등 나라의 미래를 좌우하는 중요한 과제에 대처해왔다”고 말했다.

스가 장관은 “눈앞의 길은 결코 평탄하지 않지만 아베 정권이 추진해 온 개혁의 발걸음을 멈출 수는 없다”며 정권 계승 의지를 밝혔다.

한일관계에 있어 강경파인 스가 관방장관이 차기 총리 취임이 유력해졌다. 아베 내각을 계승한다고 밝힌 만큼 한일관계는 개선이 어려울 것으로 전망된다. 아베 총리보다 강경파인 만큼 오히려 외교, 경제, 안보 영역에서 양국 간 마찰이 더욱 심화될 수 있다.

이날 NHK와 요미우리, 아사히 등 일본 내 유력 언론들은 일제히 차기 일본 내각총리로 스가 요시히데 내각관방장관이 유력하다고 보도했다. 자민당 총재로 선출되기 위한 과반수를 확보했다는 것이다.

이번 선거는 아베 신조 일본 총리가 지난 28일 갑작스런 사임 의사를 밝히면서 시작됐다. 차기 일본 총리를 놓고 각 후보들이 치열한 물밑 경쟁을 벌여왔다. 스가 장관은 기존 차기 총리 후보군에서 영향력이 없던 하위권 주자였다. 그러나 최근 총리로 유력해진 분위기다.

요미우리 신문에 따르면 스가 장관은 아베 총리가 소속된 호소다파(97석)와 아소다로 부총리의 아소 파(54석), 니카이파(47석), 다케시타파(47석), 이시다파(11석), 무파벌 약34석 총 294표를 확보했다고 전했다. 아사히 신문은 284석으로 예상했다.

자민당 총재는 중·참의원 394표와 광역지방자치단체장 141표, 도합 535표 중 과반인 268석을 넘으면 선출된다. 중·참의원 의장 2표는 투표권이 없어 제외됐다. 요미우리나 아사히 신문의 보도에 따르면 사실상 스가 장관이 차기 일본 총리에 유력해졌다.

스가 장관은 1948년생으로 호세이대 정치학과 야간 학부를 졸업했다. 중의원 의원 비서관으로 11년간 근무했고, 요코하마 시의원을 지냈다. 1996년 중의원 총선거에 출마해 당선됐고, 2006년 아베 내각에서 총무 대신을 지냈다. 2012년 관방장관에 임명돼서 7년 8개월 간 행정부 2인자로서 아베 총리를 보좌했다.

한일관계에 대해서는 강경한 것으로 알려졌는데 강제징용 배상문제에 대해 “한국이 해결책을 가져오라”고 발언한 적도 있다. 하얼빈의 안중근 기념관 건설에 대해 “안중근은 일본의 초대 총리를 살해, 사형판결을 받은 테러리스트”라고 주장했다. 최근 코로나19 상황에서 아베 총리의 반대를 무릅쓰고 여행장려계획인 ‘고투트래블’을 밀어붙였다고도 알려졌다.

세습 정치인이 많은 일본 정계에서 자수성가한 스가 관방장관은 입지전적의 인물이다. 총리로 거론되는 점은 매우 이례적인 상황이다. 아베 총리와 아소 부총리 또한 세습 정치인이다. 스가의 경쟁자인 이시바 시게루 전 자민당 간사장과 기시다 후미오 자민당 정조회장도 모두 세습 정치인이다.

차기 총리 후보 여론 조사 1위 이시바 시게루
차기 총리 유력했던 기시다 후미오...아베 총리의 배신
일본 차기 총리...여론조사보다 자민당내 파벌 확보가 관건

한편 여론조사는 이시바 시게루 전 자민당 간사장이 압도적 1위다. 그러나 당내 소수 파벌 소속으로 실제 선출 가능성은 희박하다. 파벌 확보를 위해 다케시타파를 끌어들이려 했으나 다케시타파는 1일 스가 관방장관을 지지하기로 방침을 정했다. 사실상 이시바 전 간사장의 총재 선출 가능성은 희박해졌다.

이시바 전 간사장은 1일 기자회견을 열고 “자민당 총재 선거에 도전한다”며 “양원 총회를 진행하는 것에 대해 매우 유감”이라고 밝혔다. 출마 선언 후 언론과 방송에 꾸준히 출연하고 있으나 결과에는 영향이 없을 것으로 보인다.

이시바 전 간사장이 언급한 양원총회는 자민당의 총재 선출 방식이다. 일본 자민당 규칙을 보면 당총재가 사임 할 경우 당대회를 열어 참의원, 중의원, 당원이 참여하는 투표로 새 총재를 선출하나 긴급한 경우에는 당대회를 생략하고 양원(참의원·중의원) 총회로 후임자를 선출할 수 있다.

일본은 다수당의 총재가 총리로 선출되는 것이 관례처럼 굳어져 사실상 집권 자민당의 총재가 되면 총리로 취임한다. 지난 2009년 민주당이 정권교체에 성공해서 집권했을 때도 당대표였던 하토야마 유키오가 총리로 취임했다.

자민당이 총재 선거를 정식 당대회가 아닌 양원총회로 진행하는 것은 지난 2008년 이후 12년 만이다. 당대회가 아닌 양원총회를 통해 총재를 선출하면 국회의원 표 394표에 자민당 각 도도부현(都道府縣·광역자치단체) 지부 연합회 대표가 행사하는 141표를 더해 총 535표를 통해 총재를 결정한다. 이번 선거에서 여론조사 1위보다 파벌 확보가 중요한 이유다.

반면 한국의 경우 대선후보 여론조사가 선거에 큰 영향력을 가지고 있다. 직선제인 만큼 여론조사 지지율이 당선 가능성과 연결된다.

일본의 경우 의원 내각제를 실시하면서 간선제인 총리 후보 지지율보다 정당 지지율 여론조사에 더 민감하다. 특히 자민당이 장기 집권하면서 당 지지율이 하락하면 총리가 책임지는 경우도 많았다.

한편 최근까지 포스트 아베로 불리며 차기 총리를 향한 야심을 드러냈던 기시다 후미오 정조회장은 기시다파(47석)를 이끌며 파벌 확보에도 최근까지 스가 장관에 크게 앞서 있었다.

그러나 아베 총리의 사임 후 지지해 줄 것으로 여겼던 호소다파와 아소파의 배신 및 니카이파의 스가 장관 지지로 고립된 처지에 놓였다. 남은 다케시타파마저 스가 장관 지지 방침을 정하면서 자신의 파벌 외에는 우군을 확보하지 못했다.

자민당은 2일 아베 총리 후임을 선출하는 총재 선거를 8일 고시하고, 14일 투·개표를 진행하기로 결정했다. 아직 시간이 남아있는 만큼 기시다 정조회장이 각 도도부현 지부 연합회 대표 지지를 얻고 다케시타 및 군소 파벌 설득에 성공해서 과반 확보에 성공하면 막판 역전의 가능성도 남아 있다.

이번 선거를 통해 선출된 신임 자민당 총재는 아베 총리의 잔여 임기인 1년간 총리직을 수행하고 이후 중의원 해산 뒤 재선거를 통한 정권 연장을 시도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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