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온실가스 한번 배출되면 최하 100년 이상 지구에 머물러”
CO2 배출량 세계 7위, 한국은 ‘기후악당’
지난 여름 54일간 내린 폭우는 “장마 아닌 기후 재난”

최열 환경재단 이사장은 8월 25일 환경재단 사무실에서 진행된 <폴리뉴스> 김능구 대표와의 인터뷰에서 “지구는 한번 더워지면 해결 방법이 없다”며 “2030년까지 인류가 할 수 있는 모든 방법을 동원해야 한다”고 말했다. <사진=안채혁 기자>
▲ 최열 환경재단 이사장은 8월 25일 환경재단 사무실에서 진행된 <폴리뉴스> 김능구 대표와의 인터뷰에서 “지구는 한번 더워지면 해결 방법이 없다”며 “2030년까지 인류가 할 수 있는 모든 방법을 동원해야 한다”고 말했다. <사진=안채혁 기자>

 

[폴리뉴스 대담 김능구 대표, 정리 김자경 기자] “54일간 비가 내린 것은 장마가 아니라 기후 재난이다. 바이러스는 백신 만들면 되지만 지구는 한번 더워지면 해결 방법이 없다. 2030년까지 인류가 할 수 있는 모든 방법 동원하지 않으면 돌아올 수 없는 다리를 건너는 것이다.” 

올여름 한국은 역대 최장 장마기록을 세웠다. 한국 뿐 아니라 전 세계가 폭우와 폭염, 폭설, 태풍, 산불 등 기후재난으로 몸살을 앓고 있다. 이제 기후대책은 인류가 더 이상 미룰 수 없는 선결과제다. <폴리뉴스>는 지난 8월 25일 환경재단 사무실에서 최열 환경재단 이사장을 만났다. 40년 환경전문가로서 기후변화와 한국형 그린뉴딜에 대한 그의 견해를 들어봤다.

최열 이사장은 먼저 지구 온난화의 과정을 비닐하우스의 ‘온실효과’로 설명했다. “지구에 햇빛이 없으면 생명체가 존재하지 않는다. 들어온 햇빛은 일정부분 나가야 하는데 온실가스가 많아지면 못 나가게 한다. 비닐하우스에 햇빛이 들어오는 걸 그대로 두면 계속 뜨거워지는 원리다.” 그러면서 대표적인 온실가스로 CO2를 들었다.

CO2는 석유나 석탄, 가스를 태울 때 나오고 한번 배출되면 최하 100년 이상 지구에 머문다. 즉 지금 당장 CO2를 배출하지 않아도 이미 100년 전 가스가 존재한다는 말이다. 

20세기 들어 온실가스는 빠른 속도로 증가했다. 산업혁명 당시 280ppm이던 것이 지금 우리나라 온실가스 농도는 420ppm이다.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1992년 리우환경회의가 열렸고, 1997년 교토의정서 회의, 2015년 파리기후변화 총회 등이 열렸다.

한국은 국토면적 10만km²밖에 안 되는데 온실가스 배출은 세계 7위다. 유럽 선진국들이 차츰 석탄발전소를 폐쇄하는 추세인데 반해 우리나라는 현재 석탄발전소 60개가 있고, 아직도 새로 지을 게 7개나 남았다. 때문에 세계에서 온실가스 감축에 가장 비협조적인 ‘기후악당’ 4개국에 들어간다.

최 이사장은 한국이 기후악당이 된 가장 큰 원인으로 철강, 정유, 석유화학, 시멘트, 자동차, 조선 등 중화학공업 중심의 산업구조를 들었다. 철과 시멘트 1톤을 생산하면 CO2는 각각 2톤과 0.8톤이 나온다. 연료로 석탄을 사용하면 무려 3.7톤이 발생한다. 

최 이사장은 온실가스로 지구가 더워지면서 생긴 수증기가 지구의 자전을 통해 훨씬 더 강력하고 비를 많이 내리는 태풍으로 발전하는 과정을 설명하고, 최근 국내 최장기록을 갱신한 폭우에 대해 “장마가 아니라 기후 재난”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지금 우리가 상상할 수 없을 정도로 재난이 나타나고 있다”며 “바이러스는 백신을 만들면 어느 정도 해결이 되는데, 지구가 더워지면 해결 방법이 없다”고 안타까워했다. 

최 이사장은 80년대부터 환경문제를 지켜본 전문가로서 “2030년까지 인류가 할 수 있는 모든 방법을 동원하지 않으면 그 이후에는 해도 안 된다. 돌아올 수 없는 다리를 건너는 것”이라고 경고했다. 

다음은 인터뷰 주요 내용이다.

-오늘 인터뷰 요청을 드린 건 기후변화로 전 지구적인 생명이 위험하다는 것을 우리 국민들이 거의 모르는 것 같다. 교토의정서, 파리기후변화협정 이게 도대체 어떤 내용이고, 우리나라는 어떻게 하고 있는지. 

지구는 하나의 행성이다. 햇빛이 없으면 생명체가 존재하지 않는다. 햇빛이 와서 식물과 동물이 존재하고, 기후가 형성이 됐다. 그런데 햇빛이 그대로 다 들어오면 엄청나게 뜨거워진다. 그래서 지구를 둘러싼 공기층이 있는데, 사과로 비유하면 이 대기층이 사과껍질 정도밖에 안 된다. 바다에 살고 있는 생명체 말고는 모든 생명체가 그 안에서 살아가고 있다. 

햇빛이 들어와서 일정 부분 나가야 되는데 대기 중에 온실가스가 많아지면 못 나가게 한다. 쉽게 말하면 비닐하우스에 햇빛이 들어오는 걸 그대로 놔두면 계속 뜨거워진다. 그걸 온실효과라고 하는데 여기에 영향을 주는 게 CO2다. 

2007년 7월 STOP CO2 GO ACTION 캠페인 선포식 <사진=환경재단 제공>
▲ 2007년 7월 STOP CO2 GO ACTION 캠페인 선포식 <사진=환경재단 제공>

 

지구에 마지막 빙하기가 끝난 게 만 년 정도 된다. 이만 년 전에는 남극, 북극의 얼음이 더 두꺼워 해양수면이 지금보다 120m 정도 내려가 있었다. 만 년 전에도 서해안은 육지였다. 지난 만년 동안에 빙하가 굉장히 빠르게 녹아 7천년 정도 되니까 안정화되고 현재의 지도가 되었다. 그때부터 농업이 시작되었다. 4대 문명이 만들어진 게 그때다. 

수천 년 동안 살다가 사람의 노동력만으로는 한계가 있으니까 나온 게 석탄이다. 영국에서 제일 먼저 산업혁명이 일어났다. 효율적이지만 석탄 분진 때문에 진폐증에 걸렸다. 가장 대표적인 게 런던 살인 스모그 사건이다, 1952년 겨울, 런던에서 5일 만에 4천명이 죽었다. 다음 해 봄까지 1만2천 명이 죽었다. 그때 공기청정법이라는 게 처음 생겼다. 

그 후 석유를 쓰게 됐다. 석유, 석탄, 가스를 태우면 CO2가 나온다. 20세기 들어서 굉장히 빠른 속도로 온실가스가 늘어났다. 산업혁명 때는 280ppm, 지금 우리나라는 420ppm까지 올라갔다. 사과 백만 개 중에 420개가 썩은 것이다.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1992년 리우환경회의가 열렸다. 그때 이슈가 ‘기후변화협약을 통과시키자’였는데 아버지 부시가 협조를 안 했다. NGO 3만 명이 시위하고 한국 임진택 사물패 가서 시위하고 해서 결국 미국이 가입했다. 우리나라도 끝에서 두 번째로 가입했다. 

1997년 교토의정서 회의 때도 갔다. 그런데 미국이 탈퇴를 했다. 교토의정서로서 38개국부터 온실가스를 감축해야 되는데 감축이 안 됐다. 해마다 기후변화 당사국 총회가 열리는데 매해 갔다. 우리나라에서 92년 리우환경회의부터 지금까지 쭉 간 사람은 저밖에 없다. 

2015년 파리기후변화 총회도 갔다. 나라마다 (온실가스 배출량) 할당을 해야 하는데 서로 입장이 다르니까 스스로 줄일 수 있는 것을 쓰고 5년마다 할당량을 조인다. 예를 들어 100이었으면 계속 나사를 조이듯 80, 70 줄일 수는 있어도 후퇴는 할 수가 없다. 그런데 이번에 미국 대통령 트럼프가 당선되자 자기는 인정할 수 없다고 탈퇴한 것이다. 

우리나라는 10만km²밖에 되지 않는데 온실가스 배출은 세계에서 7번째로 많다. 최근 통계는 7억 톤이 넘는다. 다른 나라는 계속 내려가는데 우리는 계속 올라가고 있다. 그래서 나온 말이 기후악당, 세계에서 온실가스 감축에 가장 비협조적인 4개국에 한국이 들어간다. 

가장 큰 원인은 철강, 정유, 석유화학, 시멘트, 자동차, 선박, 조선 등 온실가스를 많이 내는 산업이 우리나라에 많다. 철 1톤을 생산하려면 CO2 2톤이 발생한다. 시멘트는 1톤 생산하려면 0.8톤, 연료로 석탄을 사용하면 3.7톤이 나온다. 

영국은 2024년이 되면 석탄발전소가 모두 폐쇄되어 제로가 된다. 대부분 선진국이 그렇고 독일이 2038년으로 제일 느리다. 대신 원전 17기를 2022년 폐쇄한다. 우리는 석탄발전소가 60개 있다. 아직도 새로 지을 게 7개다. 우리나라에만 짓는 게 아니라 베트남, 인도네시아에도 짓는다. 온실가스가 늘어나면 기후변화는 더 심해진다. 

제가 80년대부터 쭉 봐오면서 확신을 가진 게 있다. 2030년까지 인류가 할 수 있는 모든 방법을 동원하지 않으면 그 이후에는 해도 안 된다. 돌아올 수 없는 다리를 건너게 된다. 스프링을 약간 늘리면 다시 돌아가는데 확 늘리면 안 돌아간다. 2030년이 되면 그런 상태가 된다. 

2008년 10월 국제환경포험 ‘기후변화와 인류 미래’ 포럼 개최 <사진=환경재단 제공>
▲ 2008년 10월 국제환경포험 ‘기후변화와 인류 미래’ 포럼 개최 <사진=환경재단 제공>

 

지난 100년 동안 지구 전체 평균 온도가 1도 올라갔다. 우리나라는 1.5, 서울과 울산 같은 곳은 3도가 올라갔다. 그렇게 되면 해수면이 올라간다. 제주도는 지난 40년 사이 해수면이 22cm 올라갔다. 동해안은 어종이 바뀌어서 명태가 안 잡힌다. 

1도 가지고 왜 그러느냐고 하지만 모르는 소리다. 지금 시베리아 북극 온도가 38도까지 올라간다. 이대로 20년, 30년 되면 인천공항, 해운대, 뉴욕, 상하이 해변이 다 물에 잠긴다. 방글라데시는 비가 너무 많이 와서 국토의 3분의 1이 물에 잠겼다. 바이러스는 백신을 만들면 어느 정도 해결이 되는데 지구가 더워지면 해결 방법이 없다. 온실가스는 한 번 배출되면 최하 100년 이상 머문다. 

온실가스가 늘어나 지구가 더워지면 수증기가 많이 생긴다. 수증기가 지구의 자전을 통해 만들어지는 게 태풍이다. 지구가 자전하면서 계속 가속도가 붙으니까 수증기를 많이 품은 태풍이 훨씬 강력하고 비가 많이 온다. 그러면 어디는 비가 많이 오고 홍수가 나는데, 또 내륙지역은 가뭄이 심해져 농사가 안 된다. 

2009년 시리아가 그랬다. 1년 강우량이 20cm 이상 되어야 밀농사가 되는데 5년 동안 비가 안 오니까 농사가 전혀 안 됐다. 농업 국가인데 수백만 명이 도시로 나갔다. 그럼 도시 치안이 유지가 되겠나. 독재국가인데다 수니파 반란군이 IS로 바뀌자 국민들이 불안해 탈출했다. 옆 나라 터키에 백만 명이 난민으로 있다. 

또 몇 백만 명이 배에 콩나물 시루같이 실려서 유럽으로 탈출하는 데 3살 아이가 난파선에서 발견되어 난리가 났다. 유럽에서 난민을 받아주자 해서 독일은 받아주고, 영국은 안 그래도 실업자 많은데 받아줄 수 없다, 해서 EU를 탈퇴했다. 그게 브렉시트다.

전 세계적으로 기후 난민은 현재 천오백만 명 정도로 추산하고 있다. 전쟁 난민보다 훨씬 많다. 만약 이대로 2030년이 되면 기후 난민이 1억 명을 돌파한다. 2050년엔 10억을 돌파한다. 선진국에서는 이것에 대한 대책을 세운다. 지구 전체의 60% 되는 아시아에서 난민이 생기면 호주로 갈 거다. 그래서 호주는 난민을 어떤 식으로 처리할 것인지 벌써 정책을 세웠다. 

“노아의 방주에 타라” 2017년 11월, 전 세계가 '지구'라는 배를 탄 운명공동체임을 표현한 환경운동 퍼포먼스 <사진=환경재단 제공> 
▲ “노아의 방주에 타라” 2017년 11월, 전 세계가 '지구'라는 배를 탄 운명공동체임을 표현한 환경운동 퍼포먼스 <사진=환경재단 제공> 

 

기후가 올라가면 식량생산이 확 준다. 가장 대표적인 게 2010년 러시아다. 모스크바가 40도까지 올라가고 시베리아는 산불이 나서 밀 생산량이 1억 톤에서 6천만 톤으로 줄었다. 폭염이 계속되면 산불이 난다. 호주도 작년 7개월 동안 폭염으로 산불이 났다. 

수출을 안 하니까 식량 가격이 폭등했다. 그러자 안 그래도 어려운 중동에서 난리가 났다. 그게 재스민혁명이다. 재스민 혁명의 바탕은 기후변화로 식량 가격이 폭등하면서 독재탄압에 대한 저항에 불이 붙은 것이다. 옛날에는 국가안보 하면 국방이었다. 지금은 기후변화가 국가안보를 위협한다. 

기후변화는 지속가능한 발전을 위협한다. 한 예로 안데스산맥에서는 빙하가 녹으면 그 물로 공업용수도 쓰고 농업용수도 쓰고 식수로도 쓴다. 그런데 해마다 5%씩 빙하가 줄어든다. 빙하가 다 녹으면 갈수기에는 물이 없다. 물이 없으면 농사를 지을 수 없다. 남미에 광산이 많은데, 광산도 물이 많이 필요하다. 남미에서 나오는 많은 과일을 유럽에 수출해서 사는데 남미의 경제가 붕괴된다. 

히말라야에 있는 어마어마한 눈이 녹아서 황하, 양자강, 인더스강, 갠지스강, 메콩강으로 가는데 동남아는 여러 나라가 있으니까 서로 댐을 만든다. 어마어마하게 큰 댐을 만들면서 몇 백만 명씩 수몰민들이 생긴다. 위에 댐을 만들면 밑에 나라는 물이 안 흐른다. 물 전쟁이 난다. 

인도는 비가 안 오는 데가 많아 지하수를 쓴다. 계속 뽑아 쓰니까 점점 깊이 파야 된다. 지하 300층 깊이, 1000m까지 파기도 한다. 그러니까 에너지가 엄청 든다. 지금 우리가 상상할 수 없을 정도로 재난이 나타나고 있다. 

전 영국 총리 고든 브라운이 ‘기후 재난은 두차례 세계대전과 대공황보다 더 우리에게 큰 타격을 줄 것’이라고 말했다. 김용 세계은행 총재는 ‘앞으로 10년 안에 환경으로 인한 전쟁이나 대규모 분쟁이 날 수 있다.’고 했다. 비가 54일씩 와도 장마라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있다. 장마가 아니라 기후 재난이다. 

최열 환경재단 이사장이 25일 환경재단 사무실에서 진행된 <폴리뉴스> 김능구 대표와의 인터뷰에서 기후변화 문제의 심각성에 대해 이야기하고 있다. <사진=안채혁 기자>
▲ 최열 환경재단 이사장이 25일 환경재단 사무실에서 진행된 <폴리뉴스> 김능구 대표와의 인터뷰에서 기후변화 문제의 심각성에 대해 이야기하고 있다. <사진=안채혁 기자>

 

* 최열 이사장은 대한민국 환경운동의 산 역사다. 유신반대로 수감 중 환경운동을 결심, 교도소에서 ‘고시 공부하듯’ 수백 권의 환경 서적을 공부했다. ‘공해’라는 말조차 생소하던 1981년 ‘한국공해문제연구소’를 만들고 공해추방운동을 벌였다. 1993년 환경운동단체 연합체인 ‘환경운동연합’을 결성해 사무총장과 공동대표를 맡았다. 2002년 환경 공익재단 ‘환경재단’ 설립을 주도했고 2017년 이사장에 취임했다. 쓰레기 종량제, 마트 장바구니 사용, 자동차 요일제, 동강 댐 백지화 등 크고 작은 성과는 우리 삶에 영향을 미쳤다. 4대강 사업 반대로 정권의 탄압을 받았으나 2014년 ‘치코멘데스상’을 수상했다. 1949년 대구에서 태어났으며, 강원대학교에서 농화학을 전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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