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호산업 하도급사 영일만건설 “35억여원 현금, 통장째 전달”
"일부는 설계심사위원 등 공공기관 2곳 로비에 사용" 주장
금호산업 “사실무근 또는 확인 안돼, 관련자 대부분 퇴사”

전남 보성군 임성리 터널 공사 콘크리트 시공 현장 <사진=영일만건설 제공>
▲ 전남 보성군 임성리 터널 공사 콘크리트 시공 현장 <사진=영일만건설 제공>

[폴리뉴스 이태준 기자] 금호산업 임직원이 공공기관 발주공사의 하도급사로부터 수십억대 금품을 수수하고, 이 중 일부를 이용해 입찰 수주 목적으로 설계심사위원들에게 로비를 벌였다는 폭로가 나왔다.

'공공기관' 턴키 입찰 심사위원 로비 의혹
영일만건설 대표 김종경(53)씨에 따르면, 2017년 1월 금호산업 국내토목공사 총괄담당 상무 임모씨로부터 경남 창녕·밀양 제6공구의 입찰 결정권을 가진 모 공공기관 설계심사위원 20명 명단을 전달받았다. 입찰에 성공하려면 심사위원 1인당 3000만~5000여만 원을 줘야 한다는 이유였다. 고심을 거듭하던 김씨는 이를 수용하지 않으면 하청업체인 회사에 불이익이 올 수밖에 없다는 생각에 어렵게 로비 자금을 마련했다.

김씨는 "금호산업 측이 공사 설계 변경을 통해 영일만건설사가 조달한 로비 자금을 충당해주겠다는 편법을 제시했다"고 말했다. 하지만 "돈을 건넨 이후 당초 약속과 달리 검은 거래를 제안했던 담당 임직원들은 차일피일 약속을 미루며 책임을 회피했다"고 주장했다. 결국 김씨는 금호산업 본사에 관련 사실을 전달하고 대책 마련을 호소했다. 하지만 금호산업 측은 김씨에게 보낸 회신을 통해 '업무와 관련한 금품수수는 엄연한 불법인 만큼 회사와는 무관하며 임직원들의 개인적 일탈에 불과하다'며 책임을부인했다. 금호산업은 앞서 지난 2009년 8월경에도 입찰비리 혐의로 검찰의 압수수색 등 수사를 받은 바 있다.

"'공단 로비' 명목 등 35억원 뜯겨"
하도급사를 통한 금호산업의 로비 자금 조달은 이 뿐만이 아니라고 김씨는 말했다. 지난 2014년 금호산업은 전남 보성군 임성리 5공구(해남 현장)에서 또 다른 공공기관으로부터 1000억원 규모 공사를 수주했다. 영일만건설은 2016년께 금호산업 측과 300억 원 하도급 계약을 체결했다. 하지만 막상 일을 해보니 당초 설계가 변경되면서 금호산업 공사비는 삭감됐다고 김씨는 주장했다.

이어 그는 "금호산업 측이 삭감된 공사비를 만회하기 위해 로비자금을 영일만건설에서 마련해 공단에 로비를 벌였다"고 주장했다. 결국, 금호산업은 삭감된 금액 이상으로 설계변경을 하는데 성공했다는 이야기다.

김씨가 폭로한 로비 정황은 구체적이다. 본사 임원 임씨, 현장소장 박씨, 공무팀장 박씨, 공무팀장 김씨 등은 영업비, 명절비용, 휴가비, 회식비 등 명목으로 수시로 금품 제공을 요구했다는 것이다.

특히 현장소장은 발주처인 공단의 호남지역본부장, 처장, 단장, 부장 등에게 '명절 떡값', 휴가비 및 승진에 필요하다는 이유, 담당직원이 바뀔 때마다 인사를 해야 한다며 "500만원~3억원에 이르는 뭉칫돈을 가져갔다"고 그는 말했다.

심지어 현장소장 박씨는 공단의 호남지역본부 설계변경을 전후해 아예 개인 용도로 사용한다며 영일만건설에 법인카드를 요구해 사용하기도 했다. 김씨에 따르면 차명통장으로 35회, 현금으로 20회 등 모두 60여 차례에 걸쳐 중소 건설사에는 거금인 35억여 원이 금호산업에 전달됐다.

보성임성리 현장 평면도 <사진=영일만건설 제공>
▲ 보성임성리 현장 평면도 <사진=영일만건설 제공>

"금호산업, 용지보상과 산재처리 비용 전가 '갑질'"
영일만건설은 금호산업이 직영으로 시공했던 현장 가설사무실의 전기공사 과정에서 발생한 산재처리까지 대신 떠맡았다. 김씨는 "심지어 용지보상과 인근 주민 민원 해결 비용도 대신 부담했지만 금호산업은 일부만 공사비에 반영했다"고 밝혔다.

금호산업은 하도급계약 조항에 없는 공사를 지시하기도 했다고 한다. 영일만건설은 타 구간 공사를 시공했지만 이번에도 약속과 달리 공사비에는 반영되지 않았다. 심지어 발주처로부터 공기 연장이 허용돼 공사비가 증액됐지만 영일만건설에는 이 기간 동안 부대비용인 간접비를 지급하지 않았다는 것이 김씨 주장이다.

검찰 수사 ‘지지부진’, 도산 위기 몰려
영일만건설은 금호산업이 별다른 대책을 내놓지 않자 지난 8월 회사 대표와 본사 전직 상무 임씨, 현장소장 박씨 등 전현직 임직원들을 서울중앙지검에 고발했다. 또 공정거래위원회 조정원에도 신고했다. 하지만 이들 기관은 아직까지 고발인 조사 등 사건 해결을 위한 본격 대응에 나서지 않은 것으로 전해졌다.

김씨는 “서울에 있는 본사가 도산 위기에 처해 최근 사무실을 지방으로 옮겼다. 지난달말 직원들은 몇 명만 남고 모두 퇴직을 한 상황”이라며 “대기업 건설사는 임직원이 하도급사를 쥐어짜 로비를 하고 주머니를 채우는데도 개인 책임으로 미루며 뒷짐을 지고 있다”고 호소했다. 이어 그는 "회사를 지키겠다는 집착에 빠져 기업의 대표로서 원청의 부당한 요구를 수용하고 불법에 가담한데 대해 응당의 책임을 지겠다"고 덧붙였다. 

금호산업 측은 “영일만건설의 일방적인 주장일 수 있고, 국가 기관에서 조사 중인 사항이라 답변하기 힘들다”라며 자세한 답을 피했다. 반면 턴키입찰과정에서 설계심사위원에게 로비를 했다는 의혹에 대해서는 “재직 중인 직원에게 확인한 바 이런 내용이 없었다”며 사실이 아니라고 주장했다. 이어 "공무팀장 김씨만 현재 재직 중이며, 임원 임씨와 소장 박씨, 공무팀장 박씨 등 3명은 이미 퇴직했다고 전했다. 또 이들에 대한 "징계는 따로 이뤄지지 않았다"고 덧붙였다.

한편 김씨는 금호산업의 임직원에게 전달한 금품의 액수와 날짜, 장소 등이 기록된 상세 내역 외에도 외부 유출이 금지된 공공기관의 설계심사위원 명단과 소속기관 등이 담긴 자료를 추가 폭로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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