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교안 “권력 폭주 막기 위한 것...총선 패배해 송구”
나경원 “악법 막아야 했다...정치 사법화 바람직하지 않아”

21일 황교안 전 자유한국당 대표가 21일 오후 서울 양천구 남부지법에서 열린 첫 공판에 출석하기 전 기자들을 만나 질문에 답변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 21일 황교안 전 자유한국당 대표가 21일 오후 서울 양천구 남부지법에서 열린 첫 공판에 출석하기 전 기자들을 만나 질문에 답변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폴리뉴스 이지혜 기자]지난해 발생한 국회 ‘패스트트랙 충돌사건’으로 재판에 넘겨진 옛 자유한국당 관계자들에 대한 첫 공판이 21일 열렸다. 황교안 전 대표와 나경원 당시 원내대표는 재판에 출석하면서 ‘정당방위’를 주장했다. 

서울남부지법 형사11부(이환승 부장판사)는 이날 특수공무집행 방해 등 혐의로 기소된 전현직 국회의원과 당직자 등 27명에 대한 첫 공판을 열었다. 아날 재판은 코로나19 감염 방지를 위해 세 그룹으로 나눠서 진행됐다.

이날 오후 법정에 출석한 황 전 대표는 법정에서 “당시 패스트트랙(신속처리법안)에 상정된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 법안과 선거법 개정안은 공정과 정의의 가치를 왜곡하는 법이었다”며 “결과가 뻔한 악법의 통과를 방치하는 것은 국민에 대한 배임이고 국가에 대한 배신”이라고 주장했다.

또 “권력의 폭주와 불복을 막기 위한 정당방위가 어떻게 불법이 되느냐”면서 “기소된 죄목이 성립하지 않는다”고 강조했다. 

황 전 대표는 “나는 죄인이지만 나의 죄는 이 법정이 정죄할 수 있는 것이 아니다”라며 “이 정권의 폭주를 막지 못한 것에 대해 국민께 머리 숙여 사죄드린다”고 말했다.

그는 “총선 후 지난 5개월 저는 불면의 밤과 회한의 나날을 보냈다”며 “저의 부족함으로 인해 선거에서 패배했고 나라는 더욱 무너지고 약해졌다”고 밝혔다. 또 황 전 대표는 “기소된 이번 사건에 대해 전혀 부끄럽지 않다. 다만 힘이 모자라 실패한 것이 안쓰럽고, 그 힘을 잃어버린 것이 부끄럽다”고 말했다.

황 전 대표는 당시 사태의 책임은 자신에게 있다고 강조하면서 “저만 벌해달라”고 말했다. 그는 “검찰이 그랬든 법원이 누군가를 희생양으로 삼을 수밖에 없다면 저로 충분하다”면서 “정당의 대표는 책임지는 자리다. 저의 지휘로 이뤄진 일에 대해 제가 책임지는 것은 당연한 일”이라고 말했다.

 21일 나경원 전 자유한국당 원내대표가 오전 서울 양천구 남부지법에서 열린 첫 공판에 출석하기 앞서 취재진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  21일 나경원 전 자유한국당 원내대표가 오전 서울 양천구 남부지법에서 열린 첫 공판에 출석하기 앞서 취재진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나 전 원내대표는 앞서 오전 재판에 출석, 모두발언에서 선거법 개정안과 공수처법에 대해 “위험하고 무서운 악법”이라면서 “우리는 이 두 악법이 민주주의를 희롱하고 헌법 가치를 훼손하는 것을 막아야 했다”고 주장했다.

나 전 원내대표는 “싸우는 국회, 동물 국회 등 국민들께 더 품위 있는 모습을 보여드리지 못한 점은 저 역시 반성하고 또 반성한다”면서도 “그러나 우리가 더 두려워해야 할 것은 보복과 처벌이 두려워 맞서지 않는 ‘침묵 국회’, 그 누구도 불의에 맞서지 않는 ‘식물 국회’, 그리고 적당히 권력을 나눠먹는 ‘담합 국회’”라고 말했다.

또 그는 “국회에서 벌어진 일이 법정에서 재판의 대상이 되는 것에 대해 저는 표현할 수 없는 참담함을 느낀다”면서 “제1야당의 정치적 저항권 행사를 법정에서 법리로 재단하여 형을 선고한다면, 과연 누가, 야당 의원으로서, 정권에 저항하고 불의를 지적할 수 있겠느냐”고 반문했다. 그러면서 ‘정치의 사법화’는 바람직하지 않다고 덧붙였다. 

나 전 원내대표 또한 “당시 원내대표였던 제가 모든 것을 짊어지겠다”고 말했다. 그는 “저는 2018년 12월 자유한국당의 원내대표로 선출돼 1년 여 동안 제1야당 소속 의원들을 이끌었다. 그러므로 당연히 2019년 4월에 벌어진 모든 일들의 의사결정권은 바로 저에게 있었으며, 그로 인한 책임은 역시 모두 제게 있다”면서 동료들의 선처를 호소했다.

민경욱 재판 불출석...구인장 발부 검토

이날 재판에는 피고인 대부분이 참석했지만, 민경욱 전 의원은 갑작스러운 해외출장을 이유로 출석하지 않았다. 재판부는 민 전 의원에 대해 구인장 발부를 검토하겠다고 밝혔다.

검찰은 지난 1월 자유한국당 관계자들을 패스트트랙 충돌 당시 국회 의안과, 사무실, 회의장을 점거해 회의 개최를 방해한 혐의로 기소했다. 일부 의원들은 당시 채이배 바른미래당 의원을 감금한 혐의도 받는다.

황 대표와 나 전 원내대표를 포함해 곽상도·송언석·윤한홍·김정재·이만희·박성중·이철규·김태흠·장제원 현 국민의힘 의원과 강효상·김명연·정양석·정용기·정태옥·이은재·정갑윤·김선동·김성태(비례)·윤상직·이장우·홍철호·민경욱 전 의원이 기소됐다. 

재판부는 먼저 채이배 전 의원 감금 혐의를 먼저 살펴보기로 하고, 다음 공판기일을 11월 16일로 정했다. 감금 혐의가 적용되지 않은 피고인들의 다음 재판 일정은 추후 정하기로 했다.

한편 더불어민주당에서는 김병욱·박범계·박주민 의원과 이종걸·표창원 전 의원이 기소된 상태다. 이들은 한국당 당직자 등을 폭행한 혐의를 받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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