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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

[유창선 칼럼] 김종인, 박덕흠을 어찌할 것인가

자기를 심판할 줄 알아야 남을 심판할 수 있다

 

국회 국토교통위원회에 속해 있으면서 가족들 건설 회사를 통해 피감기관들로부터 수천억 원대 공사를 수주받은 국민의힘 박덕흠 의원의 거취가 논란거리가 되고 있다. 더불어민주당은 박 의원이 국토교통위원이었던 지난 5년 동안 가족들 소유 건설사들이 국토교통부 산하 기관과 서울시 등으로부터 700억 원이 넘는 공사를 따냈고, 지반공사 신기술 특허 이용료로 370억 원을 받았다면서 ‘최악의 이해충돌’이라고 비판하고 있다. 민주당 측에서는 “이해충돌의 전형이자 사익추구의 전형"이라며 박 의원의 의원직 사퇴를 일제히 촉구하고 나섰다. 추미애 법무부 장관 아들의 ‘휴가 특혜’ 의혹 공세를 벌이던 국민의힘은 논란의 확산에 당혹감을 감추지 못하는 모습이다.

의혹이 확산되자 박 의원은 기자회견을 갖고 자신을 둘러싼 의혹을 부인했다. 국회의원이 되면서 주식을 백지신탁했고, 오히려 의원이 된 뒤 수주액이 줄었으며, 외압이나 청탁이 아닌 공개 입찰 등 정상적 절차의 수주였다고 반박했다. 하지만 박 의원의 소명은 의혹을 진정시키기에는 턱없이 부족해 보인다. 물론 아직은 수주의 과정을 둘러싼 의혹들의 사실관계가 확정되지 않았기에 위법성 여부는 진상을 더 가린 이후에 결론을 내릴 문제이다. 하지만 본인과 가족들이 건설 회사를 소유하고 운영하는 박 의원이 지난 5년 동안 국토교통위 위원으로 활동한 사실만으로도 이해충돌에 해당되는 일임에 분명해 보인다. 박 의원은 당연히 국토교통위를 회피했어야 했고, 국민의힘 또한 박 의원을 국토교통위에 배정해서는 안 되는 일이었다.

그런데 박 의원의 책임 문제에 대해 국민의힘 내부에서는 의견이 엇갈리고 있다 한다. 초선 의원들은 당 지도부가 국민 여론에 상응하는 조치를 해야 한다는 강경한 분위기이지만, 중진 의원들은 여당의 물타기 노림수에 놀아나 박 의원을 희생양으로 만들어서는 안 된다는 의견이 맞서고 있다는 것이다. 김종인 비대위원회가 만들어지고 새로 태어나겠다는 다짐을 해온 국민의힘이 지금 박 의원 문제를 놓고 망설이는 모습을 보인다면, 집권 세력의 비리들을 심판하겠다던 그동안의 목소리들은 모두 공허해질 것이고, 변화의 진정성 자체가 의심받게 될 것이다. 지금 국민의힘에게 필요한 것은 자기를 스스로 심판할 줄 아는 의지와 능력이다.

카뮈의 소설 전락』에는 강에 뛰어내려 자살하는 여자를 구하지 않고 지나친 뒤, 죽어가는 사람을 구하지 않았다는 심판을 받게 될까 두려워하는 변호사 클라망스의 고백이 나온다. 그는 다른 사람들로부터의 심판이 있기 전에 스스로 참회하며 자신을 심판한다. 약자들을 위해 일하는 정의로운 변호사로 존경받던 클라망스는 그런 자신의 모습이 ‘범속한 야망보다 더 높은 곳’에 도달하려는 욕망의 결과였음을 고백하며 참회한다. 클라망스가 참회하는 이유는, 자기를 먼저 심판함으로써 다른 사람들을 심판하기 위한 것이었다. 클라망스에게는 자살한 여자를 강에 뛰어들게 만든 그 시대의 다른 사람들, 카뮈에게는 공산주의 이데올로기에 갇혀 폭력을 정당화했던 프랑스 공산당의 좌파 지식인들이 자기에 이어 심판받아야 할 자들이었다. 그러니 남을 심판하기 위해서는 먼저 나를 심판해야 한다. 클라망스는 이렇게 말한다. “자기 자신을 심판함 없이 남을 심판하기란 불가능한 일인즉, 남을 심판할 권리를 얻기 위해서 우선 자신을 통렬히 비판할 수밖에 없었습니다.”

그동안 추미애 법무부 장관 아들의 ‘휴가 특혜’ 의혹에 대한 공세를 펴면서 국민의힘이 줄곧 강조해온 것이 ‘공정’의 문제였다. 그런 국민의힘이 정작 자기 내부에서 드러난 치부에 대해 스스로 심판하지 못한다면 남을 심판할 자격을 인정받을 수 없을 것이다. 지난 19일 청와대에서 열린 청년의 날 기념식에서 문재인 대통령이 ‘공정’이란 말을 37차례나 한 것에 대해 국민의힘은 “말보다 행동이 중요하다”고 비판했다. 특히 주호영 원내대표는 문 대통령을 향해 “조금이라도 부끄러워하는 마음이 있으면 공정을 감히 입에 담을 수 없다”고 신랄하게 비판하기도 했다. 만약 국민의힘이 당내 중진들의 제 식구 감싸기 논리에 갇혀 박 의원 문제에 대해 단호한 조치를 취하지 못한다면 그 말은 부메랑이 되어 돌아올 것이다. 그때는 “조금이라도 부끄러워하는 마음이 있으면 공정을 감히 입에 담을 수 없다”는 말을 국민의힘이 듣게 될 것이다.

국민의힘은 과거 보수정당의 역사 속에서 부패 비리 의혹에 휩싸인 적이 많았지만 외부로부터의 심판이 아닌, 자기 스스로의 자정 능력은 상당히 떨어진다는 평가를 받아왔다. 그동안 과거형 정치인들이 당을 주도해왔기에 그런 자기 문제들에 대해서는 엄격하지 못하다는 시선을 받아온 것이 사실이다. 지금 박 의원 문제를 둘러싸고도 당내 중진들 사이에서 볼 수 있는 미온적인 태도가 그러한 문화의 산물일 것이다. 김종인 비대위원장이 이끄는 국민의힘이 진정으로 새로 태어나 국민으로부터 새로운 평가를 받고자 한다면 박 의원 문제에 대해 주저하는 모습을 보일 일이 아니다. 박 의원을 살리려 하면 당이 죽을 것이고, 당을 살리려면 박 의원을 버려야 할 것이다. 김종인 비대위원장이 줄곧 강조해온 국민의힘의 변화가 말뿐이었는지, 행동이 따르는 것인지가 판가름 날 기로에 서게 되었다.

 

※ 외부 필자의 기고는 <폴리뉴스>의 편집 방향과 일치하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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