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40대 여론 아직 부정적…여론조사 지표도 나빠
거듭된 고사에도 여전히 언급되는 안철수
조은희‧윤희숙 여성카드…김종인 “오바마도 정치경험 짧아”
역대 서울시장, 정치 경력 긴 사람 드물어
국민의힘이 내년 있을 서울시장 보궐선거에서 유례없는 인물난을 겪고 있다. 홍정욱 올가니카 대표(전 한나라당 의원)의 불출마 선언으로 후보군이 더욱 좁혀진 탓이다. 서울시장 선거에 대한 암울한 전망 또한 후보군 인물난의 큰 부분을 차지한다. 안철수 국민의당 대표가 유력하게 주목받고 있지만, 본인은 “생각할 겨를이 없다”며 적당히 손사래치는 중이다.
홍정욱 전 의원은 11일 한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출마설을 완전히 부정했다. 그는 “(서울시장 출마에 대해) 생각할 겨를도 생각해 본 적도 없다. 지금은 정치 재개의 뜻도 없다”는 입장을 밝혔다. 그러면서 “리더의 조건은 개인이 만드는 것이 아니라, 시대가 만드는 것”이라고 부연했다.
또한 김종인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은 22일 열린 온라인 의원총회에서 “각종 여론조사나 개인적으로 국민을 접촉하면서 느끼는 건 아직도 3040 세대의 여론이 우리에게 돌아오지 않고 있다”고 발언했다. 정치권 일각에서 떠도는 “서울시장 보궐선거 자체 여론조사가 국민의힘에 유리하지 않다”는 설을 어느 정도 뒷받침하는 증언이다.
리얼미터가 TBS 의뢰로 지난 21일부터 23일까지 전국 유권자 1천507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서울 지역 정당 지지도는 더불어민주당이 34.8%, 국민의힘이 28.9%로 나타났다. 국민의힘이 서울지역에서 여론상의 우세를 점한다고 볼 수 없다. 자세한 내용은 리얼미터나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의 홈페이지를 참조하면 된다.
이런 악재들이 겹쳐 국민의힘의 서울시장 후보군은 상당히 축소된 상황이다. 본인의 반복된 고사에도 유력한 후보군으로 안철수 대표가 거론되는 이유다. 아예 전 시장인 오세훈 시장 및 이전 주자였던 나경원 전 의원 또한 하마평에 오르고 있다. 아예 신진 여성 정치인인 조은희 서초구청장과 윤희숙 의원 또한 거론된다.
대선‧지방선거 거친 안철수 경험 무시못해…국민의힘 “安, 함께하자”
사실 안 대표가 지속적으로 거론되는 데에는 막강한 인지도를 갖춘 대선주자로서 대선과 서울시장 선거라는 큰 선거에 직접 나서본 그의 경험에 그 이유가 있다. 한 국민의힘 고위 관계자는 기자들과의 만남에서 “다음 서울시장 후보군은 안철수냐 아니냐가 키워드”라고 발언했다.
실제로 주호영 국민의힘 원내대표가 안 대표에게 ‘함께 하자’고 공개 제안한 적이 있으며, 같은 당 장제원 의원 또한 ‘대한민국 미래혁신포럼’이라는 자신 주도의 포럼에 안 대표를 초청한 바 있다. 안 대표는 해당 포럼의 연사로 나서 범야권의 10가지 구체적인 개혁과제를 제시했다. 특히 ‘디지털 정당’과 ‘도덕적 우위에 서는 정당’이라는 비전이 눈에 띄었다는 평가다.
안 대표의 측근인 이태규 국민의당 의원 역시 24일 안 대표의 서울시장 출마설과 관련해 한 라디오 방송에서 “원칙적으로 배제하지 않는다. 정치라는 게 생물 아닌가”라는 반응을 보였다. 그러면서 이 의원은 “안 대표가 서울시장은 생각해본 적이 없고 현재 내부 회의 등을 통해 검토한 적 없다"고 말했다.
코로나19여파로 후보 인지도 중요…나경원 정치 재기 노려
안 대표의 거듭된 고사에 아예 전직 시장이었던 오세훈 전 시장이나, 전직 선거 출마자였던 나경원 의원의 이름도 거론된다. 코로나19 상황에 대면 선거가 어려워진 입장에서, 인지도가 낮은 신진 후보들은 불리하다는 인식이 지배적이기 때문이다.
다만 오세훈 전 시장은 보궐선거에 출마하지 않겠다는 뜻을 분명한 상태다. 그는 한 언론과의 통화에서 “(서울시장은)한 번 했잖아”라며 “차기 대선으로 바로 가겠다”고 말한 것으로 알려졌다.
나경원 전 의원 또한 용산 이사설이 돌며 많은 추측을 낳게 했지만, 이사의 이유가 단순한 계약기간 만료 차원인 것으로 알려졌다. 대외적으로 드러나는 특별한 정치 활동을 하지 않고 있는 나 전 의원이지만, 자신의 사무실이 있던 곳에 동작구 남성역 인근 ‘즐거운 정치·법률 교실’ 사무소를 개소했다. 정치적 퇴장에는 명확히 선을 긋고 재기의 의지를 나타낸 것이다.
조은희‧윤희숙 급부상…일단 선 그었지만 불씨는 살아 있어
이에 조은희 서초구청장, 윤희숙 의원 등 신진 여성 인사들도 후보군에 적극 편입시켜야 한다다는 주장이 대두되고 있다. 이미 김종인 위원장은 윤희숙 의원을 두고 지난 14일 버락 오바마 전 미국 대통령과 비교하며 “기회를 잘 포착하면 성공하는 정치인이 될 수 있다. 정치력은 특별히 나오는 것이 아니다”라며 “버락 오바마가 미국 대통령이 됐을 때 상원의원 경력은 2년밖에 안 됐다”고 공개석상에서 언급하기도 했다. 윤 의원 또한 서울시장 보궐선거의 중요 후보군이라는 선언이다.
윤 의원은 이런 요구에 대해 22일 언론 인터뷰에서 “저는 머리는 발전한 사람인데 자산이 없다. 저는 자산도 있고 머리도 있고 비전도 있는 분이 나오게 되길 간절히 바라고 있다”며 “당에서 나를 거론하는 것 자체가 고민이 얼마나 많은지를 알려주는 것이고, 많은 참여를 독려하는게 아닐까 한다”며 선을 그었다. 그러나 이는 윤 의원의 명시적 의사와는 다르게, 당 안팎으로 윤 의원을 서울시장 후보군을 평가한다는 증거일 수 있다.
조 청장 역시 24일 “나에게 맡겨주면 잘할 자신은 있다”면서도 “과연 나로서 이길 수 있을지, 나의 인지도로 그 자리를 감당할 수 있을지는 잘 모르겠다”고 출마설과 적당히 거리를 뒀다. 그러나 직간접적으로 인정은 했다는 점에서 불씨는 아직 살아 있다.
여성 후보군들 이외에 권영세 의원, 김용태 전 의원, 이혜훈 전 의원 등도 거론된다는 점에서, 확실한 카드는 없지만 잠재적 후보군은 꽤 많다고 평가할 수 있다. 24일 “초선도 능력이 있으면 할 수 있는 것”이라며 김종인 위원장이 지속적으로 초선 그룹을 언급하는 것은 윤 의원을 제외하고도 다른 초선 의원들에게도 가능성이 열려 있다는 것을 시사한다.
실제로 역대 민선 서울시장들 중 국회의원 3선 이상을 역임한 사람은 단 한 사람도 없다. 전직 박원순 전 시장만 해도 선출직 경력이 아예 없는 ‘정치 신인’이었다. 그 전직인 오세훈 전 시장도 초선 의원 임기를 막 마친 상태에서 당선됐다. 김 위원장이 주장하는 대로 초선이라고 해서 불리할 것은 없는 셈이다.
특히, 여권의 박주민 바람이 다소 가라앉고, 추미애 법무부장관의 도덕성에 큰 상처가 난 상황이다. 박영선 장관은 강력한 경쟁력을 갖고 있지만, 정치 경력이 오래돼 새로운 카드라는 느낌은 덜하다. 야권도 공정하고 흥행하는 경선을 통해 제대로 된 후보를 선출한다면, 전망이 좋지 않더라도 승리할 가능성이 없다고 볼 수 없다. 주호영 원내대표가 ‘미스트롯’의 제작 PD를 만난 것도 이와 같은 맥락이다. 국민의힘 안팎에서 실제로 경선 과정이 중요하다고 강조하는 사람이 많은 이유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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