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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페셜 인터뷰] 한면희 공화21 공동대표② “대한민국, 홍익이념과 화이부동 문화 있어 21세기 공화주의 선도할 수 있을 것”

“한국은 전염병 극복의 공동선 충실히 이행…현실정치는 새로운 혁신 필요”

 

“대한민국은 민주공화국이다” 

헌법 제1조1항은 대한민국이 민주공화국임을 명시하고 있다. 그럼에도 많은 국민들이 민주주의에 대해서는 교육과 삶의 현장을 통해 알고 있는데 비해 공화주의 개념은 잘 모른다. 이에 <폴리뉴스>는 지난 17일 <21세기공화주의클럽> 공동대표인 한면희 성균관대학교 초빙교수를 만나 공화주의에 대해 알아봤다.

한면희 대표는 “현대의 신로마 공화주의가 로마 공화정을 유포시키는데 결정적 기여를 한 인물로 마키아벨리를 주목했다”고 말했다. 그러나 ‘군주론’에서 확인할 수 있듯이 “그에게서 진정한 덕과 공동선의 가치를 찾는 것은 무리”라며 “신로마 공화주의가 로마식 실용주의에 갇혀 있음”을 지적했다.

그는 18세기 말 아메리카 건국 당시에 싹튼 미국 공화주의가 공화정의 확산을 선도했다고 밝혔다. 하지만 사회적 공동선을 외면한 결과, “미국이 코로나19 같은 유행성전염병 사태로 곤경에 처했을 뿐만 아니라 지구적 공동선을 외면해 환경 재난도 심각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이에 대해 치열한 문제의식을 갖고 미국 건국 공화주의 정신을 바르게 드러내는 인물로 마이클 샌델을 소개했다.

그는 “개인주의로 성벽을 친 자유주의의 독립적 자아(샌델의 표현을 빌자면 무연고적 자아)의 상을 넘어 나와 타인이 서로 유기적으로 엮인 공동체, 즉 연계적 자아의 공동지평으로 나아갈 때 황금률(대우받고자 하는 대로 남을 대우하라는 보편화 가능성의 원리)에 따라 비로소 좋은 사회(good society)로 진입이 가능하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코로나 사태와 관련해 자발적인 절제와 배려로 전염병 극복의 공동선을 충실히 이행하는 나라로 대한민국을 꼽았다. 하지만 그는 “이것이 사회 영역 전반에 걸쳐 나타나야 하는데 그렇지 못하다”며 특히 “우리나라의 현실정치는 새로운 혁신이 요구된다”고 일침했다.

그럼에도 “우리에게는 ‘홍익인간’ 이념과 ‘화이부동’ 문화가 있다.”며 “이를 공화주의의 비지배적 자유 개념과 잘 어우러지도록 하면 21세기 공화주의를 여는데 대한민국이 선도적 역할을 할 수 있을 것”이라고 긍정적으로 전망했다.

다음은 인터뷰 주요 내용이다.

-코로나19 팬데믹의 사태에 견줄 때, 간섭 불허나 선택에 주안점을 두는 자유주의에 한계가 있다는 비판에 적지 않게 공감이 간다. 다만 그렇다고 해서 비지배적 자유에 초점을 맞추는 공화주의가 바로 대안이라고도 말할 수 없는 것 아닌가?

적절한 지적이다. 유행성 전염병이 창궐할 때 우리 각자는 내가 남으로부터 감염되지 않아야 하겠지만, 역으로 내가 남에게 전염시켜서도 안 된다. 특히 코로나19는 나도 모르는 무증상 상태에서 타인을 감염시킬 위험이 큰 전염병이다. 행여 나로 인해 남들이 감염되어 고통에 빠지거나 사망에 이르러서는 안된다. 

때로는 내가 불편하더라도 마스크를 쓰고, 파티나 음주를 자제하는 사회적 거리두기에 적극 동참하며, 감내 가능한 선에서 정책적 조치를 기다리고 경제적 불이익도 일단은 감수할 수 있어야 한다. 왜냐하면 그렇게 하지 않을 경우, 공동체 전체에 엄청난 파국이 닥침으로써 우리 모두가 너무 많은 것을 잃을 수 있기 때문이다. 

이때 요구되는 것은 개인주의로 성벽을 친 자유주의의 독립적 자아(샌델의 표현을 쓰자면, 무연고적 자아)의 상을 넘어 나와 타인이 서로 유기적으로 엮인 공동체, 즉 연계적 자아의 공동 지평으로 나아갈 수 있어야 한다. 여기에 이를 때 비로소 황금률(Golden Rule, 즉 네가 대우받고자 하는 대로 남을 대우하라는 보편화 가능성의 원리)에 따라 남의 문제를 내 문제처럼 여겨서 배려하고 존중하는 형제애를 실천할 수 있게 된다. 

프랑스 대혁명의 구호가 자유, 평등, 박애다. 자유의 가치는 자유주의에서 보수가, 평등의 가치는 불평등을 해소하고 계급 없는 사회를 추구하겠다 해서 마르크스주의적 평등주의가, 그런데 하나가 빠졌다. 박애. 사실 이 부분을 좌파나 우파 모두 간과하고 있다. 이를 기독교의 사랑의 윤리가 제시하고 있다. 공화주의에는 이게 도입될 수 있는 여지가 있다. 이랬을 때 비로소 좋은 사회(good society)로의 진입이 가능하다.

이런 좋은 사회로 전진하려면, 자유로운 시민의 미덕(civic virtue)이 길러져야 하고, 더 나아가 공동의 문제를 슬기롭게 해결할 수 있는 공익이나 공동선(common good)의 구현이 요청된다. 다만 이런 보편적 사유와 인도적 실천의 지평에 들어서는데 간섭 불허의 자유주의가 장애가 될 수 있지만, 그렇다고 해서 비지배적 자유 개념이 이를 적극 포함 하지도 못한다. 

그러면 공화주의에는 이런 공동체의 보편적 가치가 결여되어 있느냐 하면, 그렇지 않다는 데 공화주의의 묘미가 있다. 공화주의가 로마에서 피어난 화석 상태로 머물러 있지 않다는 점이다. 그것은 사조인 연유로 시대를 품되, 시대를 넘어서기도 할 테니까. 

-언뜻 듣기에 로마 공화정이 후일 확장이나 변화가 된다는 것으로 여겨지는데, 실제로 그렇게 전개되었나? 

현대의 신로마 공화주의는 마키아벨리의 거울을 통해 고대 로마 공화정의 가치에 주목하여 비지배적 자유 개념을 확인하는 성과를 거둔다. 그러나 로마 공화정의 연장선상에서 확장된 형태가 근현대 들어서서 나타나는데, 18세기 말 아메리카 건국 당시에 싹튼 미국 공화주의가 이런 확산을 가장 대표적으로 선도한다. 

로마 공화주의자는 당시 지배계급의 억압이 강고했던 시절이기 때문에 평민의 자유에 목말라했던 것이고, 이에 아리스토텔레스에게 나타난 시민의 미덕과 공동선에도 주목을 하지만 어디까지나 지배 받지 않는 자유를 위해 부차적으로 요청되는 것으로 낮춰 평가했다. 

이탈리아 출신의 현대 신로마 공화주의자 모리치오 비롤리만 하더라도 자유를 위해 시민의 덕성과 공익이 요구되지만, 그렇다고 해서 도덕적인 공동선으로 나아갈 필요가 없음을 분명히 했다. 신로마 공화주의가 가장 주목한 마키아벨리가 로마 공화정을 유포시키는 데 결정적 기여를 한 것은 맞지만, 그가 쓴 군주론에서 확인할 수 있듯이 그에게서 진정한 덕과 공동선의 가치를 찾기에는 무리이다. 신로마 공화주의가 로마식 실용주의에 갇혀 있다고 본다.

이에 반해 19세기 중후반 무렵 미국에서 노예제 유지를 원하는 남부 공동의 농업적 이익과 자유 노동자를 많이 필요로 하는 북부 공동의 산업적 이익이 충돌할 때, 공화당의 신예 정치인 링컨이 혜성처럼 나타나서 인종의 색과 무관한 사회적 공동선을 위해 사악한 노예제의 폐지를 천명하였다. 이에 따른 결단을 단호히 내림으로써 비록 남북 분열의 위험 속에서 전쟁까지 겪으면서 오늘의 연방 공화국 미국을 만든 것이다. 

그런데 링컨이 이런 정치적 행동을 할 수 있었던 배경에는 미국 건국 초기의 공화주의가 있었다. 구대륙에서의 압박과 억압의 굴레에서 벗어나 신대륙으로 건너온 청교도와 이주민들이 소공동체(즉 타운)를 이루면서 나름의 자유를 누리는 가운데 함께 누릴 좋은 사회를 지향하고자 했다. 

 

국부들 가운데 독립선언서를 기초한 토마스 제퍼슨은 자본에 대한 일방적 의존이 자칫 예속과 굴종을 낳을 수 있음을 우려하면서 자치(self-government)를 통해 공동선을 도모하고자 했고, 2대 대통령 존 애덤스는 공적인 덕성이 공화정의 유일한 토대라고 일갈했으며, 헌법을 기초한 제임스 매디슨은 지나친 사익 추구와 사치에 대해 우려하면서 부덕한 사람들보다는 계몽된 견해를 갖춘 유덕한 사람들이 제도와 정책 운영에 나설 수 있도록 법과 제도를 마련하는 데 심혈을 기울였다. 

로마 공화정이 오늘날 새롭게 주목을 받는 계기를 마키아벨리가 제공했다면, 미국 건국 공화주의의 정신을 바르게 드러내는 데는 하버드대의 마이클 샌델이 주된 역할을 하는 것으로 평가할 수 있다. 물론 미국 공화주의가 로마 공화정을 중시한 것은 분명하다. 프랑스의 계몽주의 사상가 몽테스키외가 삼권분립을 주장한 것도 맞지만, 그 연원은 로마 공화정에서 나타난 집정관과 원로원, 평민회의 권력 견제와 균형이었다. 

제임스 매디슨은 군주가 없는 아메리카 신대륙에서 국가의 정치 체제를 어떻게 짤 것인지 고심하면서 로마 공화정을 본으로 새로운 구상에 돌입한다. 그래서 당시 어떤 나라도 해보지 못한 제도를 만들어 치열한 논의와 갈등, 합의를 일구어내면서 오늘날 미국 헌법의 초석을 놓는다. 부족한 부분도 적지 않지만, 그 기본 정신에 따를 때 자유와 더불어 자치, 공동선을 함께 도모할 수 있다고 본 것이다. 

이에 북아메리카는 소속한 각 주가 자치를 하도록 존중하면서 연방으로 중앙정부를 구성하고, 국가수반인 대통령이 행정부를 이끌고, 법안을 만드는 입법부 의회도 둘로 나누어 상원과 하원으로 하여금 각각 자치적 지혜와 민의를 대변토록 하며, 사법부로 하여금 법 이외에는 누구도 개인이 누릴 자유를 저해할 정도로 군림하지 못하게 제도적 틀을 짜게 된다. 

독일에서 태어난 유태인 한나 아렌트는 제2차 세계대전을 혹독하게 겪으면서 미국으로 망명하게 되는데, 그녀는 보수적 자유주의와 진보적 마르크스주의가 한계를 명료하게 보이고 있으므로 미국 건국의 공화주의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고 하였다. 왜냐하면 여기에는 그리스의 아리스토텔레스 정치사상은 물론 기독교의 형제애 윤리도 함께 깃들어 있기 때문이다.

-건국 당시의 미국이 공화정의 초석을 그렇게 놓았다면, 왜 현재의 미국은 코로나19 팬데믹 상황서 최악을 달리게 된 것일까?

바로 그런 유형의 문제의식을 치열하게 갖게 된 인물이 바로 마이클 샌델이다. 그는 건국 당시의 공화주의에 주목하여 이를 새롭게 피어나게 하는 역할을 수행하고 있다. 건국 초기에는 연방파와 반연방파가 대립적 정책 대결을 하다가 제3대와 4대 대통령에 취임하는 제퍼슨과 매디슨의 활약으로 민주공화당이 주류를 이루게 되는데, 그 후보로 제7대 대통령에 당선된 앤드루 잭슨이 당시 의회를 특수 계층의 이익을 대변하는 집단으로 격하하면서 오늘날의 파퓰리즘과 같은 대중 영합의 민주주의를 극단으로 밀고 들어가는 정책을 펼치게 된다. 이로써 민주당과 공화당으로 분열된다. 

그리고 링컨이 공화당 후보로 나서서 공화당 첫 대통령이자 제16대 대통령에 당선된다. 문제는 이런 일련의 과정을 거치면서 농업이 중심이었던 초기에는 자본에 얽매이지 않았던데 비해 대공장 산업화와 경제 시장의 영역이 대폭 확장되면서 정책적 무게 중심이 민주주의가 자유주의를 들춰내는데 초점이 맞춰지게 된다. 즉 민주주의가 자유주의를 끌어안는 양상, 때로는 민주주의와 자유주의가 정책대립을 하는 양상으로 바뀌었다. 그 과정에서 공화주의는 뒷전으로 밀려났다. 

마이클 샌델은 1996년에 <민주주의의 불만(Democracy’s Discontent)>이란 저술을 통해 자유주의가 지배적 사조로 등장하는 가운데 시행되는 미국의 민주주의가 공동선을 향해 나가지 못한 채 지독히 불만족스러운 상태로 내몰리게 됨을 비판하면서 자유의 가치와 시민의 미덕, 자치, 공동선의 지향에 초점을 맞춘 건국 공화주의를 소생시키는 데 주력하게 된다. 

이런 입장을 신로마 공화주의와 대조해서 시민적(또는 공동체주의적) 공화주의(civic republicanism)라고 한다. 결국 사회적 공동선을 외면한 결과, 오늘날의 미국이 코로나19와 같은 유행성 전염병 사태로 곤경에 처할 수 있음은 이미 예고된 것이었고, 뿐만 아니라 지구적 공동선도 외면한 까닭에 환경 재난도 심각하게 겪게 된다고 볼 수 있다. 

-서유럽의 자유민주주의 국가와 달리 동아시아 국가는 기본적으로 코로나19 사태를 그럭저럭 잘 대처하고 있고 우리나라도 주목을 받고 있다. 이점은 어떻게 설명할 수 있을까? 

중국의 경우 땅은 넓고 인구도 많기 때문에 공익을 위해 도시 봉쇄를 비롯하여 단호한 조치를 강력하게 추진하였다. 전염병 창궐 때는 이런 중앙 집중적 체제의 단호함이 효과적이어서 실제로 고삐가 거의 잡힌 것으로 관측된다. 다만 이런 접근은 공화주의적이지 않다는 것이다. 

왜냐하면 이 과정에서 각 개인의 자유와 인권이 타율에 의해 너무 쉽게 위축된다는 것이고, 또한 코로나19 사태 이외의 사회 전반에 대해서도 같은 통제가 이루어질 수 있다는 점이다. 시민의 자유와 인권이 너무 쉽게 유린당한다는 것이 문제이다. 따라서 이런 곳에서는 비지배적 자유라는 신로마 공화주의의 정신이 구현되어야 할 과제를 갖는다고 할 수 있다. 지배받지 않을 자유를 선언하고 싶은 곳이 바로 홍콩이다.

그렇다면 관건은 코로나19 사태와 관련해서 시민이 자유를 누리는 가운데, 자발적인 절제와 배려를 통해 전염병 극복이라는 공동선, 공익을 충실히 이행하는 나라가 있느냐는 것이다. 본이 되는 나라가 바로 여기 있다고 할 수는 없지만, 이에 좀 가까운 나라가 대한민국이라고 본다. 우리나라는 아시아에서 시민적 자유와 민주주의를 매우 잘 구현하는 곳이고, 그런 가운데 시민들이 공동체 질서에 적절히 순응하거나 타인에 대한 배려와 존중의 습관도 아직 잃지 않았다.

또 미세먼지로 인해 마스크 쓰는 습관을 기른 것이 매우 유효 했고, 무엇보다도 사스와 메르스 사태를 겪으면서 구축된 방역 체계 및 의료계 역량의 강화가 가장 결정적이었다. 이를 받쳐주는 정부 정책도 적절했다고 할 수 있다. 

문제는 이것이 다른 사회적 영역 전반에 걸쳐 나타나야 하는데, 그렇지 못하다는 점이 큰 과제이다. 정치권에서의 좌우 편가름이 국민적 편가름 양상으로 확산되고 있다. 정치 영역에서는 공화주의와 무관하거나 오히려 이에 반하는 기류를 적지 않게 감지할 수 있다. 특히 공화주의의 공동선이 드러내는 공적 조화라는 관점에서 보면 우리나라의 현실정치는 새로운 혁신이 요구된다. 

하지만 다행스럽게도 우리에게는 널리 사람을 이롭게 하는 ‘홍익인간(弘益人間)’의 이념, 논어에서 말하는 ‘화이부동(和而不同)’ 문화가 있다. 이를 공화주의의 비지배적 자유 개념과 잘 어우러지도록 한다면 21세기 공화주의를 여는데 대한민국이 선도적 역할을 할 수 있을 것으로 판단된다. 

이에 21세기공화주의클럽이 향후 지속적으로 정치사회 영역에서 이를 실현하는데 역량을 집중함으로써 위기에 처한 우리나라를 좋은 사회로 만들기 위해 탐조등을 비추는 역할을 할 것이다. 여러분의 성원과 격려가 필요하다.

 

* 한면희 대표는 성균관대학교를 졸업하고 동 대학원에서 철학 박사학위를 받았다. 창조한국당 대표(비상대책위원장)를 지냈으며, 한국환경철학회 회장, 환경정의연구소 소장을 역임했다. 서울신문, 가톨릭신문, 전북일보 등에 연재 칼럼을 집필했고, 현재는 21세기공화주의클럽 공동대표이자 성균관대학교 초빙교수로 재직중이다. 주요 저서로는 <제3정치 콘서트>, <동아시아 문명과 한국의 생태주의>, <초록문명론>, <21세기 공화주의>(공저) 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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