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동의 협소한 정의 개정돼야…전국민 고용보험·ILO비준은 과제”
“한 번 실패로 나락으로 떨어지지 않게 ‘사회 안전망’ 필요”
“장기적으로 공공임대주택 대량 확보, 단기적으로 청년 주거 빈곤층에 월세 지원”
“증세 없는 복지 이야기는 자제해야…차근차근 진행하면 가능”

류호정 정의당 의원은 23일 여의도 국회 의원회관에서 <폴리뉴스>와 인터뷰를 진행했다. <사진=이은재 기자>
▲ 류호정 정의당 의원은 23일 여의도 국회 의원회관에서 <폴리뉴스>와 인터뷰를 진행했다. <사진=이은재 기자>

21대 국회 최연소 국회의원으로 이번 국정감사에서 여야의 정쟁 공방을 뚫고 삼성을 정조준 하며 의미 있는 성과를 내보인 류호정 정의당 의원. 국감 활약뿐 아니라 활동하는 행보마다 이슈 몰이를 하며, 자신의 이름을 알리고 있는 그를 <폴리뉴스>가 21대 국회 빛나는 초선 특집으로 23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 의원회관 사무실에서 만났다. 

류 의원은 노동의 협소한 정의를 개정해 노동자성을 폭넓게 인정해 줘야한다고 했다. 또 세대를 구분 짓지 않는 불평등 문제 해결을 위해 사회 안전망 확충이 필수라고 강조했다. 

류 의원은 “우리 사회는 노동에 대한 정의가 협소하다. 법상 노동자로 불리는 분들의 범위가 좁다 보니 기존에도 특수고용 노동자나 프리랜서, 자영업자, 플랫폼 노동자까지 분명히 일을 하지만, 노동자가 아닌 분들이 존재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이분들도 포용할 수 있는 방식으로 사회 안전망이 구축되고, 노동자성도 폭넓게 개정돼야 한다”며 “전국민고용보험제 도입과 ILO 협약 비준을 통해 노동자성을 인정받을 수 있도록 하는 것도 중요한 과제”라고 강조했다. 

불평등을 느끼는 이들의 ‘계급 반대 투표’ 현상을 두고 류 의원은 “많은 사람들이 정치를 자신의 일상처럼 여기지 않는다”며 “저는 정치를 일로 하지만, 다른 분들은 각자의 삶이 있고 일을 한다. 노회찬 전 대표님 말씀에 따르면 9시 뉴스도 볼 시간이 없는 분들도 있다. 그분들이 접할 수 있는 경로로 우리가 하는 일을 전할 수 있어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의정활동을 할 때 최대한 일상적 언어를 사용하려고 노력한다”고 덧붙였다. 

청년들이 공정 이슈에 민감할 수밖에 없는 이유로는 한국 사회가 경쟁만을 요구받는 사회가 됐기 때문이라고 판단했다. 

류 의원은 “소위 부모님 세대에서는 공부 열심히 해 학교에 들어가고, 졸업하면 적어도 취업은 할 수 있었다. 평범한 삶을 사는데 큰 지장이 없었지만, 우리 세대는 그렇지 않다”고 운을 뗐다. 그는 “청년 세대는 모든 경계에서 치열한 경쟁을 요구 받는다”며“청년들은 그 경쟁이 공정하기만이라도 했으면 하는 마음”이라고 말했다.

류 의원은 “‘공정’이라는 프레임 안에 갇히기보다는 경쟁만 요구하는 사회는 건강한 사회일지 의문을 던져 봤으면 좋겠다”고 했다. 그는 “이런 사회는 매우 불평등하다고 생각한다. 불평등 문제를 해결하지 않으면, 사람의 기본이 돼야 할 주거나 일자리 문제를 배분하는 과정에서 사회의 양극화가 더 커진다”고 설명했다.

김누리 중앙대학교 교수가 주장한 ‘경쟁 없는 사회’에 대해서는 “경쟁이 주는 선한 효과도 있겠지만, 모든 것을 경쟁으로만 결정 지을 수는 없다고 생각한다”며 “가장 중요한 것은 ‘사회 안전망’”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동전에도 앞면과 뒷면이 있듯 경쟁만으로는 사회가 이뤄질 수는 없다”며 “경쟁에서 한 번 실패했다고 나락으로 떨어지지 않을 수 있는 사회적 안전망이 보장돼야 한다”고 거듭 힘 줘 말했다. 

‘학벌 사회’에서 경쟁으로 나뉘는 서열 역시 ‘불평등의 사이클’을 해소해야 해결될 수 있을 것으로 판단했다. 

류 의원은 “부모님의 사회적 지위나 경제적 상황에 따라서 교육의 질이 많이 달라진다. 또 수도권과 지역 등 사는 지역에 따라서도 다르다”며 “격차는 점차 확대되다가 대입 시점에서 크게 벌어지고, 그것이 또 직업으로 연결된다. 부모의 신분이 자식의 신분으로 이어지는 커다란 사이클이 완성되는 것”이라고 악순환을 설명했다.

류 의원은 “사회 중추를 책임져야 할 청년 세대가 인생의 단계마다 좌절하고 포기하게 되면 결국 우리 사회 문제로 돌아오게 된다”고 말했다. 더불어 최근의 부동산 문제를 겸해서도 “일자리나 주거는 사람에게 기본적으로 주어져야 하는 것들인데, 아득바득 살아야만 가능하게 만든 사회에 문제가 있다”고 덧붙였다.

류 의원은 주거 기본권을 주장하며, “장기적으로는 공공임대 주택이 대량 확보돼서 주거 안정을 이룰 수 있어야 하고, 단기적으로는 당장 어려운 청년 세대나 주거 빈곤층에 월세를 지원해주는 방안이 있다”고 말했다. 

증세 없는 복지에 대해 이야기하는 것은 자제해야 한다고도 했다. 그는 한국이 OECD 국가 중 조세 부담률이 평균보다 낮은데도 세금 이야기는 회피하고 있는 것을 두고 “증세 된 이후 우리 삶이 나아질 수 있다는 것을 보여줄 수 있다면, 국민들도 충분히 (증세를) 받아들일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한다”며 “너무 급하게 진행하기보다는 하나하나 설명하면서 차근차근 진행해 나가면 될 것”이라고 자신했다. 

류호정 정의당 의원은 김능구 <폴리뉴스> 대표와의 인터뷰에서 '정상노동' 범위 밖 노동자들도 포용할 수 있는 방식으로 사회 안전망이 구축돼야 한다고 말했다. <사진=이은재 기자>
▲ 류호정 정의당 의원은 김능구 <폴리뉴스> 대표와의 인터뷰에서 '정상노동' 범위 밖 노동자들도 포용할 수 있는 방식으로 사회 안전망이 구축돼야 한다고 말했다. <사진=이은재 기자>

다음은 인터뷰 주요내용이다. 

Q. 노동의 정의가 변화하고 있는 시대다. 노동의 정의에 대한 변화가 필요한데, 현재는 ‘정상노동’ 범위 밖 노동자를 보호해주지 못하고 있다. 노동 개혁을 포함해 우리 사회에 어떤 변화가 더 필요하다고 보나.
 
우리 사회는 노동에 대한 정의가 협소하다. 법 상 노동자로 불리는 분들의 범위가 좁다. 기존 특수고용노동자, 프리랜서, 자영업자, 플랫폼 노동자까지. 분명히 일을 하고 있음에도 노동자가 아니라고 하는 분들이 존재하게 됐다. 이분들도 포용할 수 있는 방식으로 사회 안전망이 구축돼야 한다고 생각한다. 노동자성 인정도 폭넓게 개정이 돼야 한다고 생각한다. 사회안전망을 구축한다는 것은 전 국민 고용보험제도를 도입하는 것이 있을 것이고, ILO 협약 비준을 통해서 현재 노동자로 분리되지 못하는 분들이 노동법상 노동자성을 인정받을 수 있도록 포용하는 것이 중요한 과제가 되겠다.

Q. 청년들이 공정 문제에 아주 민감하게 반응하고 있다. 평창 올림픽 때도 하키 선수들이 열심히 노력해서 국가대표가 됐는데 남북단일팀 때문에 포기해야 하는게 공정하지 않다는 비판이 제기됐다. 조국 이슈를 비롯해 류 의원은 청년들의 공정 이슈를 어떻게 생각하며 정부는 뭐가 문제라 보나.

정부의 문제라기 보다는 소위 부모님 세대에서는 본인이 젊었을 때에는 공부 열심히 해서 학교가고 졸업하면 취업은 적어도 할 수 있었다. 취업을 하고 나면 평범한 삶을 사는데 큰 지장이 없었는데 우리 세대는 그렇지 않다. 하나하나 모든 경계마다 치열한 경쟁을 요구 받는다. 청년들은 '경쟁이 공정하기라도 해라'라고 말할 수밖에 없다. 치열한 경쟁만을 요구하는 사회를 만든게 지금의 기득권인 것이다. 공정이라는 프레임 안에 갇히기보다는 경쟁만 요구하는 사회가 건강한 사회일지 의문을 던져 봤으면 좋겠다. 이런 사회는 매우 불평등하다고 생각한다. 결국에는 불평등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 하나하나 경쟁으로 결정 짓고, 사람의 기본이 돼야 할 주거나 일자리 문제까지 경쟁으로 결정 지어 배분한 결과로 사회 양극화가 커지고 있지 않나. 

Q. 공정 문제만으로는 문제 자체가 해결되지 못한다는 건가.

청년들에게 공정의 프레임을 씌우기 보다는 불평등한 사회에서 양극화가 심화된 사회에서 치열한 경쟁을 하면서 살아가는 청년들의 아픔, 고통을 좀 이해해 줬음 좋겠다. 

Q. 김누리 교수는 강의에서 ‘경쟁없는 사회’를 말했다. 우리 세대는 생각 못 해봤는데.

경쟁이 없어야만 한다고는 생각하지는 않는다. 경쟁이 주는 선한 효과도 있을 거다. 그런데 모든 것을 경쟁으로만 결정 지을 수는 없다고 본다. 동전에도 앞면과 뒷면이 있듯이 경쟁만으로는 사회가 이뤄질 수는 없다. 경쟁에서 한 번 실패했다고 나락으로는 떨어지지 않을 수 있는 최소한의 사회적 안전망이 보장되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Q. 우리나라는 학벌사회다. 그 과정에서 유례없는 입시 경쟁 속 서열이 정해진다. 이 부분 해결돼야지 않나.

그렇다. 근데 입시만을 봐서는 안 된다고 생각한다. 태어났는데 부모님의 사회적 지위, 경제적 상황에 따라서 어릴 적 교육의 질이 많이 달라진다. 수도권과 지역 등 사는 곳에 따라서 또 다르지 않나. 격차가 점차 확대되다가 대입 시점에서 크게 벌어지고, 그것이 직업으로 연결된다. 그 직업이 부의 차이로 이어진다. 부모의 신분이 자식의 신분으로 이어지는 커다란 사이클이 완성된다고 생각한다. 이 또한 불평등 문제라고 본다.

Q. 불평등을 느끼는 분들의 계급 반대 투표가 일어나지 않나. 오히려 보수 정당을 더 투표한다. 진보정당 문제 아닌가. 그분들에게 ‘우리편’이라는 인식과 대안을 (정의당이) 주지 못한 것 아닌가. 어떻게 생각하나.

정치라는 것이 사실 우리 일상에 밀접하게 영향을 미침에도 많은 사람들이 정치를 자신의 일상처럼 여기지 않는다. 저는 정치인이라서 정치를 일로 하지만, 다른 분들은 각자의 삶이 있고 일을 하는데, 노회찬 대표님 말씀에 따르면 9시 뉴스도 볼 시간도 없는 많은 분들도 있다. 그 분들이 접할 수 있는 경로로 우리가 하는 일들을 전할 수 있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그들의 언어로. 정의당의 이미지를 보면 어떤 분들은 정의당이 전태일 평전 정도는 읽어야 입당할 수 있을 것 같다. 아직도 운동권 이미지가 있는 것 같다고 한다. 나와는 다른 것 같다는 인상을 주기도 하는데. 그런 부분에서 서서히 격차를 줄여 나가야 하지 않을까. 저도 의정활동 할 때 최대한 일상적 언어를 사용하려고 노력한다. 

Q. 코로나19로 부의 사다리에서 밑에 있는 사람들의 고충이 더 힘들게 다가오고 있다. 코로나 상황에서 어떻게 느꼈나. 

현장 간담회를 하면 자영업자 분들은 힘들다 죽겠다, 코로나로 죽으나 이대로 망해서 죽으나 매한가지라고 한다. 그런데 국회 대정부질문 때나 국정감사 때는 정치인들은 윤석열과 추미애만 존재하는 것처럼 싸웠다. 21대 국회 개원할 때 싸우는 국회가 아니라 일하는 국회가 되겠다고 총선 때 약속하고 당선됐는데, 왜 약속을 지키지 않는 건지 답답하다. 

Q. 경제 활동을 포기하는 청년의 수가 늘고 있다. 이 문제 해소하지 않으면 큰 문제가 발생할 거라고 보는데. 
 
사실 청년 문제는 청년만의 문제는 아니다. 사회 중추를 책임져야 할 세대가 인생의 단계마다 막혀서 좌절하고 포기하게 되면 결국에는 우리 사회의 문제로 돌아오게 되지 않나. 코로나19도 약자에게 먼저 타격을 입혔다. 경제적으로나 사회적으로 아직 자기를 보호할 수단을 갖추지 못한 청년들에게 타격이 먼저 왔다고 생각한다.
 
Q. 부동산 문제가 정부의 실정 중 하나로 공격을 많이 받고 있다. 실제로 전월세가 엄청나게 인상됐고, 영끌이라고 해서 청년들이 불안감에 집을 사고 있는 경우도 나오고 있다. 주거 개념이 되어야 할 집 문화가 우리는 그렇지 않다. 부동산 문제 어떻게 바라보고 있나. 

만약 부모님이 경제적 여건이 되는 경우 자녀가 독립할 때 전세 정도 해주실 것이다. 그 정도 경제력이면 학자금 대출도 그렇게 많지 않을 것이고. 차라리 영끌해서 집을 살 수 있음 다행이다. 그런데 지금 부모 세대들도 굉장히 힘들다. (요즘 청년들은) 대부분 월세에서 시작한다. 약간의 혹은 꽤 많은 학자금 대출들을 갖고 사회에 뛰어든다. 그 일자리가 고액 연봉 일자리에서 시작하는 것도 아닐거다. 월세 내고 학자금 대출 갚고 나면 남는 돈도 별로 없다. 취업한 것만도 다행인데, 주거 빈곤 상태로 살아가야 하는 거다. 빚을 다 갚고 나면, 내가 반전세 갈 수 있을까 전세 갈 수 있을까 하는 고민을 하게 되는 거고. 점점 집값은 올라 내 집 마련의 꿈은 요원해지는 것이다.

일자리라던지 주거라던지 사람에게 기본적으로 주어져야 할 것을 아득바득 살아야 만이 가능하게 만든 사회의 문제가 있다고 생각한다. 주거 부분도 이제는 주거 기본권에 대해 생각해야 한다고 본다. 장기적으로는 공공임대 주택이 대량 확보되어서 주거 안정을 이룰 수 있어야겠다. 단기적으로는 당장 어려운 청년세대 주거 빈곤층에 월세 지원해주는 방안을 생각해볼 수 있을 것 같다.
 
Q. 부의 양극화 시대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복지국가로 나아가야 하지 않겠나. 복지국가로 나아가려면 결국은 조세 부담률이 부의 재분배 차원에서 높아져야 하는데 우리나라는 OECD 평균보다 낮지 않나. 그런데 세금 이야기는 회피하고 있지 않나. 

사실 저는 증세 없는 복지에 대해 이야기하는 것을 자제해야 한다고 본다. 대신에 증세 된 결과로 우리 삶이 나아질 수 있다는 것을 보여 줄 수 있다면 국민들도 충분히 받아들일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한다. 당장 내일부터 이런 식으로 너무 급하게 보다는 한 가지씩 설명하면서 차근차근 진행해 나가야 한다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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