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은, 7·8·10월 이어 0.5%로 네 번째 동결…경기방어·금융안정 초점
올해 성장률 전망 -1.3% → -1.1%…내년 성장률 전망 2.8%→3%

이주열 한국은행 총재가 26일 중구 한은에서 열린 금융통화위원회 본회의에 참석해 의사봉을 두드리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 이주열 한국은행 총재가 26일 중구 한은에서 열린 금융통화위원회 본회의에 참석해 의사봉을 두드리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폴리뉴스 강민혜 기자] 한국은행이 기준금리를 연 0.5%로 동결했다. 코로나19 3차 확산 여파로 경기 불확실성이 커졌지만, 실효하한 수준에 근접한 금리와 가계부채 증가에 따른 부동산시장 과열 등의 문제로 현재 금리수준을 유지한 것으로 보인다. 다만 올해 경제성장률 전망치는 수출과 설비투자 회복세에 힘입어 기존보다 소폭 올려잡았다.

한은 금융통화위원회는 26일 이주열 총재 주재로 통화정책방향 결정회의를 열고 기준금리를 연 0.5%로 유지했다. 앞서 금통위는 코로나19로 인한 국내 경기침체 가능성에 대응하기 위해 3월 16일(1.25%→0.75%)과 5월 28일(0.75%→0.5%) 두 차례 기준금리를 0.75%포인트 낮춘 바 있다.

한은은 금통위를 마친 뒤 발표한 ‘통화정책방향 의결문’에서 “국내경제의 회복세가 완만할 것으로 예상된다”며 “수요 측면에서의 물가상승 압력도 낮은 만큼 통화정책의 완화기조를 유지해 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이어 “수출과 투자를 중심으로 완만한 회복세가 나타나겠지만 성장경로의 불확실성이 여전히 높다”며 “민간소비 회복도 코로나19 재확산 등으로 더디고 고용상황은 큰 폭의 취업자수 감소세가 이어지는 등 계속 부진하다”고 국내 경기상황을 진단했다.

이날 금통위의 금리동결 결정은 학계·연구기관·채권시장 전문가들 사이에서도 예견됐다. 코로나 3차 확산으로 경기회복세에 불확실성이 남은 만큼 금리를 조정하기보다 현재 수준을 유지할 가능성이 크다는 분석에서다.

‘과열’ 상태인 부동산·주식 등 자산시장도 금리 동결의 배경으로 꼽힌다. 실물경기와 따로 노는 자산시장 동향의 요인으로 신용(대출) 급증과 함께 시중에 넘쳐나는 유동성이 꼽히기 때문이다.

실제로 이날 의결문엔 지난 10월 ‘금융안정 상황의 변화를 점검하겠다’는 문구가 ‘가계부채 증가 등 금융안정 상황의 변화를 점검하겠다’는 문구로 바뀌어 반영됐다.

이에 대해 강승원 NH투자증권 연구원은 “최근 가계 부채 증가에 대한 한국은행의 우려가 반영”된 것이라고 해석했다. 이어 “금통위 의사록에서 확인된 다수 위원들의 특정 자산(부동산)에 대한 유동성 쏠린 경계 언급을 고려하면 당분간 한은은 (통화정책) 추가완화에 대해 신중한 입장을 유지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백윤민 교보증권 연구원도 “(이 총재가) 코로나 대응 과정에서 가계부채 증가가 불가피 하지만, 속도에는 경각심을 가지고 있다고 발언했다”며 “금융불균형 리스크에 대한 경계감이 높아지고 있음을 시사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가계부채 증가 등으로 높아지고 있는 금융불균형 리스크를 고려하면 사실상 통화정책에 변화를 주기 어려울 것”이라고 전망했다.

현재 기준금리(0.5%)가 ‘실효하한(현실적으로 내릴 수 있는 최저 금리)’ 수준이라는 지적도 금리 추가 인하가 쉽지 않은 이유 중 하나다. 달러와 같은 기축통화(국제 결제·금융거래의 기본화폐)가 아닌 원화 입장에서 만약 금리가 0.25%로 0.25%포인트 더 낮아져 미국 기준금리 상단(0.25%)과 같아질 경우 외국인 투자자들은 한국과 비슷한 경제수준의 다른 나라로 투자한 자금을 옮길 수 있다. 이 총재 역시 지난 7월 금통위 직후 “현재 기준금리(0.5%)가 '실효하한'에 근접했다”고 밝힌 바 있다.

한편 한은은 이날 우리나라의 올해 경제성장률(GDP성장률)을 지난 8월 전망치(-1.3%)보다 0.2%포인트 높인 –1.1%로 전망했다. 지난 1분기(-1.3%)와 2분기(-3.2%) 연속 하락세를 보이던 전분기 대비 GDP성장률이 3분기 1.9%로 뛰면서 한은도 올해 성장률을 소폭 상향 조정한 것으로 보인다.

이와 관련해 백 연구원은 “최근 코로나19 재확산이 진행되고, 사회적 거리두기 2단계가 시행되고 있지만 수출과 설비투자 회복세가 예상보다 양호하다”며 “상반기와 다르게 코로나19로 인한 경제적 충격이 제한될 것으로 판단한 것 같다”고 분석했다.

물론 상향 조정했다고 해도 1%가 넘는 역성장이 예견된 것인데, 올해 성장률이 마이너스로 확정되면 외환위기 당시(1998년) 이후 22년 만에 첫 사례가 된다. 과거 한국 경제가 ‘역성장’을 경험한 건 1980년(-1.6%), 1998년(-5.1%) 단 두 차례뿐이다.

한은은 내년 성장률은 3%로 전망했다. 역시 직전 전망(2.8%)보다 0.2%포인트 높은 수치다. 또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올해 0.5%에서 2021년 1%로 높아질 것으로 예상했다.

SNS 기사보내기

기사제보
저작권자 © 폴리뉴스 Polinews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