폐기물부담금 제도, 중소기업 불만 많아
행정적 접근이 아니라 과학적으로 해결해야 한다는 요청 지속 제기

폐플라스틱은 단순 재활용 외에도 시멘트산업에서 대체연료로 사용할 수 있다.  <사진=위키미디어>
▲ 폐플라스틱은 단순 재활용 외에도 시멘트산업에서 대체연료로 사용할 수 있다.  <사진=위키미디어>

 

[폴리뉴스 장경윤 수습기자] 지금까지 기사 2편을 통해 폐기물부담금 제도와 감면제도가 가진 문제점과 논의해 볼 만한 사항들을 하나하나 검토해봤다. 또한 앞으로 폐기물부담금 제도가 어떻게 운영될지에 대해서도 다뤘다. 환경부에 따르면 앞으로 폐기물부담금 제도가 더욱더 강화될 가능성이 높다.

이에 따라 지금도 경영 어려움을 호소하고 있는 플라스틱 제품 제조업체들의 고충이 더욱 심화할 전망이다. 폐기물부담금③에서는 플라스틱 제품 제조업체에서 환경부 정책을 어떻게 바라보고 있는지 조명해본다. 나아가 제도 밖에서 폐플라스틱 문제를 해결할 효과적인 대안은 무엇인지도 알아본다.

 

폐기물부담금 제도가 정말로 환경 개선에 도움을 줬을까

플라스틱 업계에 오랫동안 몸을 담아온 관계자 B씨는 폐기물부담금 제도와 관련한 질문에 가장 먼저 '실효성'을 지적했다. B씨는 "업계가 폐기물부담금을 무조건 내기 싫다는 게 아니다”며 “폐기물부담금이 실제로 환경 개선에 기여했다는 자료가 어디에도 없다"고 밝혔다. 관련 연구를 진행한 구민교 서울대 행정대학원 교수 역시 "폐기물부담금 제도가 실제 공해 해결에 기여했다는 근거는 찾지 못했다"고 꼬집었다.

현재 업체로부터 거둬들인 폐기물부담금은 '환경개선특별회계법' 제3조 제12항에 근거해 환경개선 특별회계에 귀속된다. 법안에는 이 폐기물부담금이 폐기물 재활용을 위한 시설, 연구, 기술개발 등에 쓰인다고 명시돼 있다. 그러나 일부 업계와 학계로부터 구체적인 사용 내역을 공개하지 않는다는 비판을 받아왔다.

폐기물부담금 제도 도입을 앞둔 유럽의 요율(부담금을 부과하는 정도)이 우리나라보다 높다는 환경부 의견에 B씨는 답답한 심정을 내비쳤다. B씨는 "이제 막 도입을 앞둔 유럽과 우리나라 상황이 같느냐"며 "우리 업계는 20년 가까이 계속 부담금을 내왔다"고 말했다. 요율 외에도 지금까지 부담금을 내온 시간을 고려해야 한다는 이야기다. 폐기물부담금 제도는 지난 1993년 최초 시행 시에는 합성수지 원료 업체를 부과 대상으로 지정했으나, 지난 2003년 개정 이후로 플라스틱 제품 제조 업체에 부담금을 부과하고 있다.

감면제도 종료에 대해서도 쓴소리를 했다. B씨는 "감면제도가 폐지되면 가격이 올라 소비자도 부담을 느낄 수밖에 없다. 하지만 업체는 원가가 오른 것일 뿐 아무런 이득도 생기지 않는다"며 "모두에게 악영향을 끼칠 뿐"이라고 밝혔다.

폐플라스틱은 시멘트산업에서 대체연료로 사용하기에 적합한 조건을 갖추고 있다. <사진=위키미디어>
▲ 폐플라스틱은 시멘트산업에서 대체연료로 사용하기에 적합한 조건을 갖추고 있다. <사진=위키미디어>

 

늘어나는 폐플라스틱, 시멘트산업 대체연료로 사용하자

현재 환경부는 폐플라스틱 처리 방안의 핵심을 '고품질화'로 보고 있다. 다양한 연구를 통해 폐플라스틱을 단순히 재활용하는 것을 넘어 옷이나 화장품 용기 같은 물품으로 재탄생시키자는 것이다. B씨는 이에 대해 "백 원 들여서 만든 제품을 다시 사용하자고 만 원을 쓰는 꼴"이라며 "폐기물을 효과적으로 처리하려면 행정이 아니라 과학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과학적 대안은 미래지식사회연구소가 발표한 '플라스틱 순환경제와 폐기물부담금 부과 대상 합리화를 위한 연구'에서 자세히 다루고 있다. 보고서는 폐플라스틱을 시멘트산업에서 대체연료로 사용하는 방안에 주목했다. 

플라스틱은 고열로 태울 때 물과 이산화탄소로 바뀌어 공기 속으로 흩어진다. 또한 화학 성분으로 구성된 플라스틱은 일정 수준 이상의 고온에서 좋은 연료 역할을 할 수 있다. 불완전하게 연소하면 다이옥신과 같은 유해물질이 배출될 수 있으나, 섭씨 1200도가 넘는 고온에서는 완전 연소가 일어나 자연에 존재하는 이산화탄소와 물, 산소, 수소 등으로 되돌릴 수 있다는 것이 보고서의 연구책임자인 강태진 서울대 재료공학부 교수의 설명이다.

시멘트공장 소성로의 연소 온도는 2000도로, 폐플라스틱을 연료로 사용하기에 적합한 조건을 갖추고 있다. 실제로 우리나라에서도 지난 1999년부터 '폐기물관리법'이 도입돼 시멘트 소성로에서 대체연료를 사용해왔다. 지난해에는 시멘트산업에서 총 1402톤의 대체연료가 사용됐는데, 이 중 폐합성수지는 1016톤으로 비중이 매우 높다.

또한 시멘트산업의 주연료인 유연탄 대신 대체연료 비중을 늘려 이산화탄소 배출량을 줄일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우리나라의 플라스틱 재활용률이 지난해 기준 60%대에 불과한 현실도 대체연료 활용의 타당성을 더해준다. 강 교수는 "제도 마련과 기술 발전으로 폐플라스틱을 활용한 대체연료 사용을 늘려야 한다"며 "폐기물이 줄어드는 만큼 기업들도 절로 부담금을 적게 부과받을 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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