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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재현편집국장칼럼]트로이목마, 윤석열과 정재훈

말도 많고 탈도 많은 윤석열 검찰총장이 어제 1주일만에 출근했다. 공무원의 퇴근을 1시간 앞두고 출근하는 그의 모습을 개선장군으로 보고 싶지는 않았다. 아마 청와대와 여권에게 윤 총장은 지난 1년 동안 도저히 상상도, 예상도 하지 않았던 '블랙스완'(black swan)이었을 것이다. 하지만 내게 그는 트로이 목마로 보였다. 차이가 있다면 적이 보낸 위장된 선물이 아닌 자초한 재앙쯤이라고 할까.

지난해 검찰총장 인사 당시 내가 기대한 총장 후보는 따로 있었다. 이제 변호사인 그와 윤 총장은 대구지검 포항지청을 거쳐 갔다는 공통점이 있었다. 차이가 있다면 그는 지청을 통괄한 신분이었던 반면 윤 총장은 대구지검으로 좌천된 신세였다는 점이다. 세월이 흘러 검찰총장 인사를 앞두고 치열한 정보분석이 난무하던 상황에서 ‘윤석열 불가론’ 가운데 무릎을 치게 하는 관측이 있었다. 그 내용은 “검경 수사권 조정을 앞두고 강성인 윤석열이 임명될 경우 (검찰의)‘업권 수호’를 위해 내부 갈등이 초래되므로 ‘불가’하다”는 것이었다. 하지만 그는 임명됐다. 그리고 트로이 목마가 됐다.

나는 그의 옳고 그름을 따지고 싶지 않다. 내가 보고 싶은 면모는 그로 인해 드러난 우리 사회의 국격과 의사 결정 구조이다. 아마 이런 적은 단 한 번도 없었다. 율사 출신 법 전문가인 추미애 법무부장관이 ‘왜 내가 찬 공은 항상 내게 돌아오는가’라는 종이신문 만평의 주인공이 될 만큼 헛발과 패착의 연속이었다. 사람 좋은 문재인 대통령이지만 이번 일은 정권이 여야를 번갈아 바뀌더라도 두고두고 책망을 받을 것이다. 나라의 국격이란 절대 훼손돼서는 안 되기 때문이다.

한국수력원자력 정재훈 사장도 마찬가지다. 2003년 외근기자로 일하던 시절, 제보에 따라 한수원에 대한 탐사보도를 한 적이 있었다. 경북 울진의 한울원전 5호기 건설 당시 한 지역 업자가 보상금 취득을 위해 육상 양식장을 허위로 운영하고 비용을 부풀려 가로챘다는 의혹이었다. 그런데 울진원전에서 만난 한수원 직원들은 소위 내공이 셌다. 웬만한 취재에는 털끝도 흔들리지 않겠다는 듯 한치의 물러섬도 없었다. 결국 검찰의 수사를 통해  의혹은 규명되고 양식업자는 구속됐지만 한수원 직원들의 업무 기강은 아직까지 기억에 남아 있다. 나중에 알고 보니 원전 주변에는 양식장과 온배수 피해 어민 보상 과정에서 식칼이 휘둘리는 살벌함이 난무하다보니 한수원 담당자들이 단련됐다는 얘기가 들렸다.

그런 한수원을 책임진 정재훈 사장이 내년 4월 임기 만료를 앞두고 있다. 그는 행정고시를 거친 관료 출신이다. ‘독일병정’ ‘백상어’라는 별명이 있을 만큼 업무 추진력이 강한 그는 임종석 전 청와대 비서실장의 서울 용문고등학교 선배여서 아직까지도 소위 ‘뒷배’가 든든하달 수 있다. 우리가 지금 익숙하게 듣고 있는 ‘중견기업’이라는 용어는 그가 지식경제부 시절 국장으로 재직하던 당시 공론화됐다.

그가 사장에 임명된 한수원은 지금 극심한 혼란을 겪고 있다. 원전을 건설하고 운영해야 하는 회사와 그 대표가 정부의 원전 축소 및 폐쇄 방침을 이행하고 있는 이율배반적인 상황을 수행하고 있는 것이다. 원전을 만들었으니 해체하는 ‘폐로’ 기술을 상용화하는 것은 원자력 발전에 대한 전 세계적 추세에 맞춰 충분히 이해할 수 있다. 하지만 경주 월성원전 경제성 평가 문건 삭제 파문을 비롯한 일련의 과정은 한수원 사장이 '원전 해체가 아닌 한수원 해체'를 맡고 있지는 않은지 착각이 들 정도이다.

정재훈 사장의 임기는 내년 4월이다. 그를 임명한 정부 입장에서는 연임이 당연할 것이다. 하지만 그의 한수원 수장 연장은 합당하지 않다. 조직은 이미 상사와 후배 직원 간 폭행 사건, 음주운전, 회사 컴퓨터 절도 등 추문이 끊이지 않고 있다. 정부의 원전 폐쇄 방침으로 어수선한 회사에서 사장이 소위 ‘총대’를 매고 있다면 내부 구성원들의 기강이 어떨지를 이해하기란 어렵지 않다.

윤석열 검찰총장이 어제 업무 복귀 후 가장 먼저 챙긴 일은 월성원전 압수수색 사건이라는 보도가 나왔다. 국민의 첨예한 관심이 모인 상황에서 그리 곱게 보이지는 않았다. 정권의 민감한 외곽을 때리겠다는 메시지 때문이었다. 그렇지만 정재훈 사장과 한수원을 둘러싼 검찰의 수사가 어물쩍 넘어가기는 힘든 형편이 돼 가는 것은 분명하다.

정 사장의 입장에서는 업무상배임이나 직권남용 혐의를 벗어나려면 연임과 그로 인한 회사의 소송 비용 부담이라는 잇속이 떠오를 것이다. 하지만 개인적 위법과 일탈은 회사가 부담할 일이 아니다. 법률상 법인 대표의 업무 범위를 넘는 소송비를 대납한다면 명백한 업무상 횡령이다. 정재훈 사장이 한수원 조직에 대한 트로이 목마가 아님은 연임에 연연하지 않은 태도로 증명될 것이다. 조직에 부담을 주지 않기 위해서라도 용퇴는 그의 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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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재현 편집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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