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002년 이후 원화 실질실효환율 추이 그래프. <사진=연준 홈페이지 화면 캡처> 
▲ 지난 2002년 이후 원화 실질실효환율 추이 그래프. <사진=연준 홈페이지 화면 캡처> 

 

[폴리뉴스 이은주 기자] 국내 증시가 2700 고지를 돌파한 가운데, ‘지속되는’ 저환율이 기업 환경과 증시에 미칠 영향에 대한 관심도 커지고 있다. 달러 환율이 지속적으로 하락곡선을 그리면서 국내 기업 실적에 악영향을 미칠 것이라는 우려가 확대되고 있다. 그러나 실질실효환율과 비교했을 때, 오히려 현 시기는 ‘환율 골디락스’에 해당돼, 수출 개선세는 지속되고 주식 시장도 양호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7일 달러 대비 원화 환율이 외환시장에서 보합 마감했다. 이날 서울 외환시장에서 원/달러 환율은 전 거래일 종가와 같은 1082.1원에 거래를 마쳤다. 지난 1∼4일 나흘간 이어진 하락세가 멈춘 것이다. 앞서 지난 1∼4일 나흘간 원/달러 환율은 24.4원 급락해 2018년 6월 이후 2년 6개월 만에 다시 1080원대까지 떨어졌다. 달러/원 환율이 하단이었던 1100원마저 뚫고 내려가자 시장이 그 원인을 주시하고 있다.  

최근의 원화 강세는 ‘달러 약세’에 따른 영향이 크다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미국 내 백신 상용화 가능성이 점쳐진데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 당선 취임 후 경기 부양을 위한 재정 정책이 전면적으로 이뤄져 글로벌 경기 반등에 대한 기대감이 모이는 영향이다. 부양책이 실효성 있게 작동하면서 미국 경기를 끌어올릴 것이라는 기대감이, 달러 약세와 위험자산 선호 심리를 부추기는 것이다. 

다만 원화 오름세는 다른 주요 통화에 비해서도 가팔랐다. 달러/원 환율은 코로나19 발생 이후 올해 장중 고점이었던 지난 3월19일(1296원) 대비 15.3% 절상된 상태다. 이는 유로화 12.2%, 위안화 8.6%, 엔화 6.9% 등 주요국 달러 환율의 올해 고점 대비 절상폭보다 높은 수준이다.   

이에 따라 '유독 가파른 원화 오름세'의 근간에 '코리아 브랜드 재평가'가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미국 경기 회복에 대한 기대감에 저달러가 경향이 촉진되는 가운데, 글로벌 투자자들이 한국 주요 기업의 건실성에 새롭게 주목하면서 '유독' 가파른 원화 오름세가 나타난다는 분석이다. 김동진 씽크풀 대표는 “코로나19를 거치면서 주요 외국인 투자자들이 한국의 주요 기업들의 견실성과 성장 가능성에 대해서 다시 평가하게 됐다. 게다가 (K방역의 상대적 성공에 의한) 한국 브랜드에 대한 재평가가 이뤄지면서, 풍부한 유동자금이 한국으로 쏠리는 흐름이 나타나고 있다”고 말했다.

원화 강세가 지속되면서 수출 실적이 악화되 기업 실적과 주가에 악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사진=픽사베이> 
▲ 원화 강세가 지속되면서 수출 실적이 악화되 기업 실적과 주가에 악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사진=픽사베이> 

 

기업들은 환율 하락에 대한 우려를 키워가고 있다. 업계에서는 환율로 인한 손실을 감내할 수 있는 수준을 대기업 1000원, 중소기업 1100원선으로 보고 있다. 한은에 따르면 11월 기업경기실사지수(BSI) 설문조사에서 제조업체들 중 경영애로 사항으로 환율을 꼽은 비율이 전월 6.2%에서 11월 7.7%로 늘었다.이에 따라 원화 강세가 기업의 재무제표적인 악영향으로 쌓이고, 다시 지수 상승을 억제할 것이라는 비관적 전망도 나오고 있다.

반면 실질실효환율과 원달러환율을 비교해 봤을 때, 지금이 '환율 골디락스'라는 진단도 나왔다. 이에 따라 수출 개선세는 지속되고, 주식 시장도 양호할 것이라는 견해다. 

실질실효환율이란 주요 교역 상대국의 환율과 전체 소비자 물가 수준을 반영해서 환율을 측정하는 것이다. 예를 들어 한국의 실질실효환율이 100을 기록하고 있다가 110으로 상승하면, 그만큼 한국 원화의 가치가 다른 국가에 비해 높아진 것으로 볼 수 있다. 반대로 실질실효환율이 110에서 100으로 하락하면 이는 한국 물가가 다른 나라에 비해 안정됐거나 아니면 달러/원 환율이 상승했다는 의미다. 국제결제은행(BSI)이 집계하는 우리나라의 실질실효환율은 10월 현재 작년말 대비 0.8% 상승에 그쳤다.

하인환 KB증권 연구원은 원화 강세 시기를 “2가지로 분류해야 한다”며 “원달러 환율 하락률보다 실질실효환율 상승률이 높은 시기와, 실질실효환율 상승률이 원달러환율 하락률보다 높은 시기로 나눠 봐야 한다”고 언급했다. 이어 그는 지금은 전자에 해당하는 시기로, 환율의 골디락스에 진입했다고 판단했다.

과거 원화 강세 시기(2016년 3월~2018년 3월)에도 되레 수출이 늘었는데, 글로벌 경기가 회복 국면에 있을 때 수출이 좋아지고 이는 다시 원화의 가치가 높아지는 결과를 불러왔다고 분석했다. 이어 “이 시기에 기존 사례들을 보면 원화 강세에도 불구하고 수출 증가율은 개선됐다. 외국인 자금 유입도 지속됐다. 수익률 상위 업종에는 주로 수출 업종이 포함됐다”고 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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