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8월 박주민 더불어민주당 의원 발의한 ‘노동이사제’ 물밑 논의 점검
17·18·19· 20대 국회 이어 ‘벌써 5번째’ 논의 중

 9일 국회 본회의에서 상법 개정안이 통과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  9일 국회 본회의에서 상법 개정안이 통과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폴리뉴스가 20주년을 맞아 제3창간을 기치로 내세우며 추진한 국회 중심 뉴스룸에서, 국회 상임위별로 쟁점이 되고 있는 법안에 대해서 취재해 보도한다. [편집자주]

[폴리뉴스 이은주 기자] 국회 기획재정위원회에서 ‘부동산3법’ 등에 비해 주목받지 못했지만, ‘노동이사제’ 도입을 골자로 한 '공공기관 운영에 관한 법률 개정안'은 노사간 힘의 역학관계를 노동계 쪽으로 한걸음 이동시킬 수 있는 파급력을 담고 있는 법안이다.

'노동이사제' 관련 법안은 지난 17대 국회에서 처음으로 발의된 이후, 18·19·20대 국회에서도 연속 발의됐지만 상임위의 문턱을 넘지 못했다. 노동자의 목소리가 '과잉 대표'되면서 경영권의 부작용이 나타난다는 반대의 목소리를 넘어서지 못한 것이다. 해당 법안은 21대 국회에서 지난 8월, 박주민 더불어민주당 의원에 의해 다시 한번 대표발의됐다. 노동이사제는 문재인 대통령의 주요 공약이기도 하다.

박주민 더불어민주당 의원(서울·은평구갑·초선)은 ‘노동이사제' 도입을 골자로 한 ‘공공기관 운영에 관한 법률 개정안'을 지난 8월 대표 발의했다. 노동이사제는 공기업의 주요 의사결정이 이뤄지는 이사회에 노동자 대표를 참여시키는 것을 골자로 한다.

해당 법에 따르면 정부로부터 출자 또는 투자를 받았거나 재정 지원으로 운영되는 340개 공공기관마다 상임 노동이사 2명을 배정하도록 의무화하는 내용이 담겨있다. (공기업 및 준정부기관은 상임이사 중 노동이사 2인 이상을, 500인 미만의 기관은 상임이사 중 노동이사 1인 이상을 포함하도록 했다.) 박 의원실은 해당 법안을 통해 ‘일터의 민주주의’가 확보돼 성과가 나타나면, 이를 민간기업에서도 확대할 수 있다고 보고 있다.

벌써 발의와 계류만 4번째, 경영권 부작용 우려 vs 오히려 안정적 경영 가능 

노동이사제 관련 법안을 둔 이견은 뿌리깊다. 지난 17대 국회에서 배일도 전 한나라당 의원이 해당 법안을 최초 발의한 이후, 18대, 19대, 20대 국회에서 모두 노동이사제 도입안을 발의했다. 그러나 해당 법안에 대한 반대 목소리가 이어지면서, 관련 법안은 국회 내·외부 반대에 부딪혀 논의는 지지부진하게 흘러갔다. 결국 ‘임기 만료’로 폐기됐다. 노조 이해에 따라서 공공기관 운영이 ‘비합리적’으로 운영될 수 있다는 가능성을 두고, 경영계는 지속적인 우려를 표했다.

국회 내 반대 의견의 핵심도 경영계 우려와 같았다. 경영에 필요한 핵심 판단 일부를 ‘노동자 대표’가 함께 논의하게 되면, 의사결정의 차질이 빚어지고, 경영이 악화될 것이라는 우려의 목소리였다. 대표로 선출된 노동이사는 ‘양대 노조’ 출신이 선임될 가능성이 높고, ‘공익’보다는 ‘노동자의 이익’을 우선하기 때문에 경영에 부작용이 나타날 수 있다는 반대 목소리에 부딪혔다.

 더불어민주당 박주민 의원이 11일 국회 소통관에서 열린 중대재해기업처벌법 발의 및 제정 촉구 기자회견에서 발언하고 있다.<사진=연합뉴스> 
▲  더불어민주당 박주민 의원이 11일 국회 소통관에서 열린 중대재해기업처벌법 발의 및 제정 촉구 기자회견에서 발언하고 있다.<사진=연합뉴스> 

 

특히 구체적인 운영을 결정할 수 있는 ‘막중한’ 책임에 비해, 근로자 대표의 경영 전문성은 미비할 가능성이 높다는 목소리가 강력했다. 그렇기 때문에 이사의 경영전문성을 검증해야 하는데, 근로자 대표의 추천 이외에 전문성을 검증하는 절차를 어떻게 객관적으로 확보할 수 있는지에 대한 논의도 있었다.

다만 공공이사제 도입이 필요하다고 보는 쪽에서는 오히려 해당 법안이 도입되면 ‘제도화된 틀’을 통해서 노사 갈등이 해소되고, 경영의 안정성이 강화될 수 있다고 보고 있다. 현재의 노사 분규를 노동계의 입장이 상시 반영될 창구가 부족한 데서 기인하다고 본 것이다.

박주민 의원실은 “일각에서는 경영이 악화될 것이라고 우려한다. 하지만 뒤집어서 생각해봐야 한다. 노동자들도 회사의 경영에 제도적으로 참여하게 되는 새로운 시스템이 만들어지면, 이제 경영진에 문제를 제기하기 위해서 제도 ‘밖’에서 목소리를 높이지 않아도 되는 상황이 오히려 경영 안정화에 기여할 수 있다”며 법안의 취지를 설명했다. 또 노동자들 또한 경영에 일정부분 이사진과 책임을 공유하게 되므로, 경영 부작용이 나타나기보다 기업 전체의 이익을 증진시키기 위한 협력이 더 유연하게 만들어질 것이라고 봤다.

기재위 전문위원 "노동이사 '상임이사' 형태, 상장 공기업은 주주 권한 침해 소지" 

정연호 기획재정위원회 수석 전문위원은 법안의 타당성을 인정하되, 노동이사의 전문성을 고려할 때 상임이사 형태는 고민해봐야 한다고 봤다. 정 위원은 지난 11월 발간한 경제·재정 분야 법률안 검토 보고를 통해, 노동이사를 상임이사로 하도록 규정하는 것은 노동시장의 현실적 활동폭에 제한이 있는 현실을 고려하면, 입법의 타당성은 존재한다고 밝혔다.

정 위원은 “실제로 노동이사제를 비상임이사로 도입한 자치단체 공공기관에서 노동이사의 ‘정보접근권 제한’ 등으로 인해서 활동폭에 제한이 있는 현실과 상급자 지시를 받으며 업무에 종사하다가 이사로서 경영에 비판적 의견 제시가 어려운 지적 등에 따라 노동이사의 자유로운 활동을 보장하기 위한 제도로 경영감시 기능을 강화하고, 투명성과 확보라는 입법 타당성이 인정된다”고 언급했다.

다만 노동이사 도입 근거가 경영진에 대한 실효성 있고 능동적인 내부 감시라는 점을 감안하면 ‘상임이사’ 형태는 적절치 않다고 봤다. 정 위원은 “근로자로서 신분을 중지하고 상임이사 업무만을 수행하도록 하는 것은 고민해봐야 한다. 노동이사제는 노동자 의견을 의사결정에 반영하고 경영진을 견제하기 위한 목적으로 도입되는데, 노동이사가 상임이사로 현업에 종사하지 않으면 근로자 입장을 실효성 있게 대변하고 견제할 수 없을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이어 “게다가 공기업 중 주식시장에 상장 기업의 경우 상임이사로 운영할 경우, 주주가 이사를 선임할 권한이 있다는 상법을 일부 침해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노동이사제 도입의 필요성은 충분하지만 이사의 형태를 고민해봐야 한다고 본 것이다.

이에 따라 정 위원은 독일 노동이사제 등을 참고해야 한다고 언급했다. 독일은 지배구조가 감독이사회와 경영이사회로 이원화돼 있는데, 경영이사회가 행하는 경영집행을 ‘보조 및 견제’하는 감독이사회 내에 노동이사를 노동자대표로 참여시켜, 주요 경영정책 결정에 근로자의 의견을 반영하는 형태로 구성되어 있다. 즉 독일 모델은 노조가 감독이사회 멤버로 참여해 경영진 결정에 대해 법 규정 문제 여부만 검토하도록 제한돼 있어, 노동이사 참여 폭이 현재 법안보다 적은 편이다.

해당 법안이 통과되면 경영계와 노동계의 힘의 역학관계가 상당부분 변화할 것은 분명하다. 다만 다음 임시국회 등에서 해당 법안이 치열하게 논의될 가능성이 높지 않다는 평이 국회 내에서 우세하다.

다만 박 의원실은 ‘공정경제 3법’ 등에 긍정 의견을 냈던 김종인 국민의힘 대표라면 해당 내용이 임시국회에서도 논의될 여지가 있다고 보고 있다. 박 의원실은 “김종인 대표라면 가능성이 있지 않을까. (박 의원실은 직무급제로 가야 한다는 입장은 아니지만) 만약 호봉제 임금체계를 직무급제 등으로 바꾸는 내용 등을 모두 포괄해 전제로 한다면 논의의 여지가 막혀 있다고 보진 않는다”고 언급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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