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출부실·경쟁심화 등 위기요인 산적…신용리스크 관리‧디지털 전환 힘써야

국내 은행들의 ATM기기 모습. <사진=연합뉴스>
▲ 국내 은행들의 ATM기기 모습. <사진=연합뉴스>


[폴리뉴스 강민혜 기자]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영향으로 2021년 국내 은행들의 수익성이 둔화할 전망이다. 특히 코로나19 장기화 여부와 그에 따른 대손비용 발생 규모가 실적을 좌우할 것으로 보인다. 네이버와 카카오 등 빅테크 기업의 금융업 진출이 이어지면서 업계 내 경쟁심화도 예상된다.

한국금융연구원이 11월 5일 발표한 ‘2021년 은행산업 전망과 경영과제’에 따르면 내년도 국내 은행의 대출자산성장률 전망치는 6% 내외다. 올해 성장률인 10%보다 큰 폭으로 줄었다. 원인으로는 고소득·고신용자에 대한 신용대출 규제 강화, 코로나19에 따른 신용리스크 관리 목적의 대출공급 축소 등이 꼽힌다.

특히 은행의 주요 수익원인 가계대출 영업이 흔들리는 배경엔 당국의 신용대출 규제 강화 기조가 있다. 부동산 시장으로의 과도한 자금쏠림을 억제하려는 것인데, 특히 고소득자의 고액 신용대출 심사가 유례없이 강력해졌다. 11월 30일부터 연 소득 8000만 원 초과 차주의 1억 원 초과 신용대출에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 40%를 적용한 것이 대표적이다.

코로나19 장기화에 대비해 은행들이 연체율 관리 등의 목적으로 대출을 조일 가능성도 크다. 이미 시중은행들은 직장인과 전문직 신용대출을 일부 중단하는 등 연말 가계대출 총량관리에 나선 상태다. 신한은행과 우리은행은 비대면 직장인 신용대출 판매를 중단했고, KB국민은행은 1억 원이 넘는 가계 신용대출을 모두 막았다. 하나은행은 의사와 변호사 등 전문직 신용대출 한도를 대폭 축소했다. 인터넷전문은행인 카카오뱅크와 케이뱅크도 고신용자 대상 마이너스통장 공급을 중단하거나 한도를 낮췄다.

반면 기업대출 성장전망은 낙관적이다. 코로나19 정책자금과 한국판 뉴딜 관련 대출이 확대되면서 중소기업 대출 중심의 증가세가 예상된다. 백종호 하나금융연구소 연구위원은 10월 15일 발표한 ‘2021년 금융산업 전망’에서 “코로나19 이전 중기대출은 연 30~40조 원 성장했지만 최근 정책자금과 운영자금 수요 등으로 급증하는 추세”라며 “주요 금융그룹이 향후 5년 간 약 70조 원 규모의 자금을 뉴딜 분야 사업에 대출 및 투자 형태로 지원할 방침이라 기업금융 관련 사업 기회(대출, IB 등) 확대가 예상된다”고 내다봤다.

은행의 수익성은 대손비용 규모에 따라 크게 달라질 전망이다. 저금리 기조로 시중에 많은 돈이 풀리면서 부동산과 주식 등 자산 가격이 크게 올랐는데, 다시 정상화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기 때문이다. 만기연장·이자상환 유예만료 후 중소기업·소상공인 대출 부실화 정도, 기업의 채무상환능력 악화 여부도 하나의 변수다.

이와 관련해 서병호 한국금융연구원 은행보험연구2실장은 “은행들이 올해 상반기에 선제적인 대손충당금 적립을 추진하기 했지만 코로나19로 인한 잠재부실을 충분히 반영하기에는 한계가 있다”며 “대출 실행 후 연체가 발생하기까지 일정기간이 소요되기 때문”이라고 짚었다. 이어 “현재는 (코로나19 금융지원 등) 인위적으로 부실이 이연됐다고 봐야하기 때문에 내년에도 올해와 유사하거나 더 큰 규모의 대손비용이 발생할 것”이라고 추측했다.

빅테크(대형 ICT회사)의 금융업 진출 본격화로 업계 경쟁이 심화한 점도 위기요인이다. 간편결제 및 간편송금 서비스를 시작으로 금융업에 뛰어든 네이버와 카카오 등 국내 빅테크 기업은 현재 여수신, 투자업(투자자문, 일임업 등)까지 사업영역을 확대하며 기존 금융권을 위협하고 있다.

이병윤 한국금융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11월 30일 발간한 ‘은행은 여전히 특별한가?’ 보고서에서 “빅테크는 은행 고유의 역할이었던 대출, 송금 등의 금융서비스에서 데이터와 기술, 브랜드 인지도로 경쟁력을 확보하고 있다”며 “특히 충성도 높은 고객과 네트워크 외부성으로 형성된 강력한 플랫폼을 가지고 있는 점이 고객접점에서 대단한 강점”이라고 꼽았다. 반면 “은행은 많은 데이터를 가지고 있지만 디지털 금융에 맞게 활용하기에 효율성이 떨어진다”고 꼬집었다.

이에 따라 내년도 은행들은 내년에 신용리스크 관리와 디지털 전환에 주력할 전망이다. 코로나19 사태가 장기화하면 기업대출과 가계대출이 모두 부실화할 위험이 있어서다. 대출자산 증가 속도 조절과 여신포트폴리오 조정, 대손충당금 적립 필요성이 강조되는 이유다.

서병호 실장은 “코로나19 금융지원 이전부터 자산버블이 누적된 측면이 있으므로 대출자산의 보수적 운용이 필요하다”며 “코로나19 장기화에 대비해 현재의 기업 경영환경의 1~2년 간 이어진다는 가정 하에 여신포트폴리오를 관리, 신용리스크를 최소화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코로나 사태가 길어지면 기업대출과 가계대출이 모두 부실화할 가능성이 있고, 특히 내년 각 기업의 연차보고서 발표 후 신용등급 하락 기업이 다수 등장할 우려도 있다”고 전했다.

디지털 전환 측면에선 은행들이 자사 플랫폼의 개방성·디지털 채널의 만족도 제고, 옴니채널 전략의 강화를 추진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서 실장은 “디지털 경쟁은 결국 플랫폼 경쟁이기 때문에 타사보다 자사 플랫폼을 많이 쓰도록 만드는 게 중요하다”며 “고객 입장에서 보면 자사 상품만 플랫폼은 가치가 떨어지기 때문에 타사 상품까지 판매할 수 있는 개방형 플랫폼을 구축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기존 은행의 서비스 가운데 PB나 IB는 대면이 필요한 영역이라 빅테크가 하기 어렵다”며 “고객이 앱을 통해 PB와 IB 업무를 상담하고 필요할 경우 아웃바운드로 방문판매를 하는 식의 시스템을 만들면 은행만의 차별화된 서비스가 되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언급했다.

또한 “빅테크나 인터넷전문은행과 디지털 채널로 경쟁해서는 승산이 없다”며 “은행들이 계속 점포수를 줄이고 있는데, 오히려 기존 점포망을 활용해 상담과 민원, PB, IB 역량을 키우는 등 옴니채널 전략을 강화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어 “점포를 줄이는 과정에서 발생하는 유휴인력을 본점과 신사업으로 재배치하는 경우가 많다”며 “대명영업에 특화한 인력은 허브점포 상담이나 방문판매 인력으로 활용하는 것이 효율적일 것”이라고 전했다.

이 밖에도 12월 10일 금융위원회가 발표한 ‘디지털 금융협의회 규제·제도 개선 방안’에 은행의 플랫폼 비즈니스 진출 허용 확대가 명시된 점이 주목된다. 이 방안이 추진되면 향후 은행 애플리케이션(앱)에서도 음식 주문이나 쇼핑 등을 할 수 있는 길이 열린다.

이에 대해 김광수 은행연합회장은 “플랫폼 비즈니스 확대는 다양한 생활금융 서비스를 누릴 수 있는 채널과 방법을 마련함으로써 금융소비자의 편익을 높일 수 있다”며 “반대로 은행도 데이터 기반 의사결정 체계(DDDM)를 통해 새로운 비즈니스 모델을 구축하는 등 진정한 디지털 전환을 추진하는 계기가 될 것”이라고 평가한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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