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능구 폴리뉴스 대표가 12월 21일, 폴리뉴스 사무실에 마련된 스튜디오에서 [김능구의 정국진단]프로그램을 진행하고 있다.<사진=김진성 기자>
▲ 김능구 폴리뉴스 대표가 12월 21일, 폴리뉴스 사무실에 마련된 스튜디오에서 [김능구의 정국진단]프로그램을 진행하고 있다.<사진=김진성 기자>

 

윤석열 검찰총장 측에서 제기한 정직 집행정지 가처분 신청의 심문 기일이 12월 22일이고, 대체적으로 크리스마스 전에는 결과가 나오리라는 예측이다. 코로나19 확진자가 1천 명을 넘어 온 국민이 불안해하고, 특히 자영업자들을 위시한 소상공인들이 극심한 고통을 호소하고 있는 이 순간에, 권력기관의 핵심에 있는 분들이 또다른 국민 불안을 조장하고 있는데, 왜 이런 일이 벌어지고 있는지 역사적으로 한번 제대로 짚어보고자 한다.

우리나라가 법치국가지만, 법치가 제대로 자리잡은 건 1987년 6월 항쟁 이후 대통령 선거가 직선제로 바뀌면서부터다. 사실 그전까지는 체육관 선거로 뽑힌 대통령이 자기 입맛대로, 하고 싶은 대로 다 했다. 젊은 세대들은 잘 모르겠지만 프로스펙스로 유명했던 국제그룹 같은 경우도 대통령 한마디로 날아가 버렸다. 이렇던 것이 6월 항쟁 이후에는 법치가 전면화 됐다는 이야기다. 그런데 아이러니하게도 법대로 하게 된 그때부터 검찰이 권력의 핵이 됐다. 그전에 권력을 쥐고 있었던 군인들이 물러나고, 이제 그 자리를 검찰이 차지한 것이다. 검찰이 가진 무소불위의 권력을 두 가지 측면에서 이야기할 수 있다.

하나는 검찰이 영원한 승자가 되는 네버엔딩스토리를 가져가고 있다는 점이다. 다들 알다시피 97년도 김대중 대통령이 정권교체를 이룰 때, 당시 여당 측에서 김대중 후보의 비자금을 폭로했다. 대통령 선거를 좌지우지할 어마어마한 사건이었지만 당시 검찰은 이 비자금 수사를 덮었다. 이 과정에 대해 야사에서는 이런저런 이야기들이 있다. 당시 김영삼 대통령이 이회창 총재보다는 야당인 김대중 후보가 되는 게 낫다고 판단했다는 이야기도 있고, 호남 출신인 김태정 검찰총장이 본인의 판단으로 했다는 설도 있다. 아무튼 검찰이 수사를 덮은 거다. 그리고 2007년도 이명박 대통령 경우에는, 압도적인 우세 속에 대통령 선거가 치러졌지만, 그에 못지않게 BBK 수사도 1년 내내 끌어왔다. BBK에 의한 주가조작사건으로 BBK가 이명박 후보 것이냐 아니냐를 언론에서 매일 다뤘는데, 당시 검찰은 무혐의로 결론을 내렸고 이명박 대통령은 무난하게 대통령에 당선됐다. 그 후에 BBK특검이 있었지만 결과는 별 무소득이었다. 이와 같이 검찰은 대통령 후보를 두고 대통령이 되게 할 수도 안되게 할 수도 있는 막강한 권력을 갖고, 권력의 핵으로 기능해왔다.

이번 정권에서도 마찬가지다. 현 정권이 검찰의 서열을 뛰어 넘어서 윤석열을 임용했는데, 그는 서울중앙지검장과 검찰총장으로서 적폐수사를 주도했고, 그 결과 전직 대통령 2명을 구속하고 대법원장을 구속시켰다. 그렇게 대단했던 윤석열 검찰이 정권 말기에 와서, 과도하다는 비판에도 불구하고 조국 법무부 장관 일가를 수사하고, 이후 원전 문제라든지 라임·옵티머스 사건에서도 계속 권력형 비리 쪽으로 사건을 몰아간다는 이야기가 많다. 이처럼 검찰은, 집권 초기에는 그 정권의 입맛에 맞는 수사를 하고 정권 후반기에는 현 정권에 대한 수사를 통해서 다음 정권의 탄생에 큰 역할을 하는, 네버엔딩스토리를 펼친다는 것이다. 물론 이런 이야기 속에는 사실과 다른 것도 있겠지만, 검찰이 법치가 된 이후에 검찰공화국이라는 이야기를 들을 정도의 무소불위 권력을 행사해 왔다는 것은 부정할 수 없다.

두 번째, 검찰조직이 최고의 권력 집단이라는 점이다. 사실 검찰청은 법무부의 외청에 불과하다. 하지만 차관급 대우를 받는 분이 40여명 정도 있다. 이분들이 검사장인데, 그럼 검찰총장은? 윤석열 검찰총장이 자기는 ‘법무부 장관의 부하가 아니다’ 하는 것도 일리가 있다고 봐야한다는 거다. 자기 밑의 40여명 검사장, 차관이 있는데 장관과 동급이 안 될 이유가 없다. 그리고 권력으로 따지자면 누구와 비교해도 부럽지 않은 상황이니 그런 이야기가 나올 수 있었다는 거다. 지금 야당은 공수처 가지고 권력의 탄압기구라고 난리인데, 공수처 조직은 제가 알기로 25명의 검사와 수사관 40명이다. 2300여명의 검사를 갖고 있는 검찰 조직하고는 비교가 안 된다. 그리고 잘 알다시피 현재 검찰청법상에는 빠졌지만 검사동일체로서 꼭대기에 있는 검찰총장과 일선에 있는 평검사가 한 몸이라는 말인데, 이 검사동일체의 원칙 속에서 전관예우가 계속되고 있다고 이야기한다. 그리고 검사 범죄 혐의의 기소율은 0.13%이다. 이번에 라임사건 관련해서 김봉현이 검사를 접대했다고 폭로했는데, 검사들이 처음에 아니라고 했지만 뒤에 사실로 판명되었다. 그런데 접대 금액이 96만원이라고 해서 다들 불기소 됐다. 누가 보더라도 금액을 조율했다고 볼 수밖에 없다.

이처럼 검찰은 우리사회의 법치 이후에 오히려 더 큰 권력의 핵이 되어왔다. 그래서 문재인 대통령과 여당이 이야기하고, 시민단체도 줄기차게 이야기하는 게 검찰개혁이다. 검찰개혁은 이렇게 무소불위의 권력을 가진 검찰을 이제는 국민에게 봉사하는 그리고 법치에 복무하는 검찰로 되돌려 놓자는 이야기다. 형사소추라고 하는 공권력을 행사함에 있어서 객관성과 공정성을 국민의 눈높이에서 실천해라, 국민의 눈높이로 되돌려 놓으라는 이야기다. 사법체계에 있어서, 범죄혐의에 대한 수사권, 재판에 회부하는 기소권, 그리고 양형을 정하는 재판권, 이 세 가지가 엄중하게 분리되고 균형이 이루어져야 된다. 그런데 우리 검찰은 수사권과 기소권을 함께 가진 세계 유일의 기구로서 무소불위의 권력을 행사해 왔다. 공수처는 검찰의 무소불위 권력 때문에 태어난 것이고, 그만큼 검찰의 힘이 막강하다는 이야기다. 그래서 저는 권력을 견제하는 기구인 공수처가 계속 가야한다고는 생각하지 않는다. 지금 공수처의 필요성을 주장하는 많은 사람들도 검찰을 제대로 국민의 검찰로 되돌려놓는다면 공수처는 옥상옥이라고 이야기한다. 검찰 조직의 중립성과 독립성이 보장되고 검찰 내부의 조직 이기주의가 없어지고 나면, 저도 공수처는 그 역할을 다했다고 본다. 때문에 공수처가 있는 기간에도 공수처를 견제할 수 있는 제도적인 장치도 마련돼야 한다는 생각이다.

우리 역사에 검난(檢亂)이라고 이야기할 수 있는 사건이 몇 번 있었다. 첫 번째 검난은 1차 인혁당 사건으로, 1964년에 당시 김형욱 중앙정보부장이 ‘인민혁명당이 북한의 지령을 받아서 국가변란을 도모했다’고 발표했다. 당시는 검찰이 아니라 중앙정보부가 제일 센 권력기구였는데, 41명을 구속하고 16명을 수배 중이라고 공개하고 나흘 뒤에 서울지검에 송치했다. 그래서 검찰이 송치받은 후 18일간 철야수사를 했는데, 기소할 만한 증거와 혐의점은 찾지 못하고 오히려 중앙정보부 조사과정에서 심한 고문만 밝혀냈다. 그래서 당시 담당 부장검사였던 이용훈 씨를 포함한 검사들이 도저히 양심상 기소할 수 없다면서 사표를 제출했는데, 결국 사건은 국회로 비화되면서 그 무시무시한 사건은 경미한 형량의 선고로 끝났다. 중앙정보부에서 넘겨받은 사건을 검찰이 도저히 기소할 수 없다고 스스로 사표를 냈던 것인데, 이것을 제 1차 검난이라고 한다. 정의의 검찰이었다고 하겠다.

두 번째는 2012년도에 대검 중앙수사부의 폐지를 둘러싸고 일어났다. 검찰 조직 중에서 대검 중수부는 하늘을 날던 새도 떨어뜨린다는 검찰권력의 핵이었다. 여기서 표적 삼아서 수사를 하면 거의 100% 유죄가 되고 누구든 걸리면 인생 끝나는 저승사자 같은 곳이라 할 수 있다. 현대그룹의 정몽헌 회장님 같은 분도 대북 송금 관련해서 중수부에서 조사를 받다 생을 마감한 걸로 알고 있다. 그만큼 무시무시한 조직인데, 당시 검찰개혁의 핵심으로 중앙수사부의 해체가 제기된 거다. 당시 한상대 검찰총장이 최재경 대검 중수부장에 대한 감찰을 지시했더니, 대검 차장 이하 일선 검사들이 집단으로 검찰총장 사퇴를 요구하는 사태로 발전됐다. 말하자면 검찰총장이 자기 조직의 부하, 후배 검사들한테 사퇴를 요구 받은 거다. 결국 한상대 검찰총장은 사퇴했고 대검 중수부도 폐지되는 결론으로 가게 되는데, 이게 제 2차 검난이라 할 수 있다.

검찰총장이 이런 저런 이유로 사퇴한 경우는 많지만, 검찰이 집단적인 행동을 노골화한 것은 이번이 세 번째 아닌가 생각된다. 지난번 검찰총장을 감찰에 처하면서 직무정지를 했을 때, 평검사부터 검사장까지 추미애 법무부 장관의 감찰과 직무정지가 부당하다는 성명을 냈다. 이번 제 3차 검난은 결론이 어떻게 날지 아직은 모른다. 검찰 징계위에서 정직 2개월 처분을 내리고 대통령이 재가 했는데, 서두에 이야기한대로 바로 내일 정직에 대한 집행정지 가처분 심리가 시작된다. 만약에 받아들여지면 바로 윤석열 총장은 업무에 복귀하게 된다. 본안소송은 보통 6개월 정도 걸린다고 하니까, 그때쯤이면 검찰총장 임기가 끝나니 사실 큰 의미가 없다고 볼 수 있다. 그래서 이번 주 결론이 예상되는 집행정지 신청 결과에 모두 주목하고 있는 실정이다.

그런데 제가 한 가지 드리고 싶은 말씀은 대통령이 결재를 했다는 사실이다. 우리나라는 민주공화국이며 대통령제를 채택하고 있다. 국민들이 직접 선거로서 대통령을 선출하고, 대통령한테 국민들이 권력을 위임한다. 선출된 권력인 대통령은 사법부와 또 다른 선출 조직인 국회와 권력 분립을 유지하며 국가를 운영하는데, 모든 행정 권력은 대통령한테 위임된 거다. 우리나라의 검찰총장은 선출직이 아니다. 미국 같은 경우에는 법무부 장관이 검찰총장을 겸직하고 있는데, 주 단위에서는 법무부장관이나 검찰총장을 선출하는 곳도 있다. 그러면 같은 선출직이니까 주지사하고 법무장관, 총장하고의 관계는 달라진다. 하지만 우리나라의 검찰총장은 법무부 장관이 제청해서 대통령이 임명한다. 대통령이 정직 처분 징계에 결재를 했다는 것은 이미 임명직으로서 자신의 소임이 끝났다는 이야기다.

추미애 법무부 장관이 사의를 표명했다. 1년 가까이 이렇게 국민들을 힘들게 했는데 어느 누구도 책임이 없다고는 못할 일이다. 흔히 추·윤 갈등이라지만, 저는 양시양비론이 아니라 이것은 양쪽이 책임질 수밖에 없다고 본다. 검찰개혁을 위한 의지와 용기도 중요하지만, 많은 분들이 얘기했듯이 좀 더 ‘국민을 덜 불안하게 갔어야 했다’는 부분에서 추미애 법무부 장관의 책임이 있다는 이야기다. 그래서 그 부분에 대해 대통령도 사과했고 본인도 그것을 통감해서 사의를 표명했다는 거고, 많은 의견들은 그 사의가 받아들여질 것으로 본다.

그렇다면 또다른 한 축이었던 윤석열 검찰총장도, 본인이 국민에게 소회를 밝히는 메시지의 형식을 빌리든지 해서, 이제 이 갈등과 갈등으로 인한 국론 분열을 그만둬야 된다는 이야기다. 우리나라의 정쟁은 국민들 대다수가 제발 싸우지 말라고 할 정도로 정말 격심했다. 하지만 그 정쟁의 마지막을 보면 특별검사라는 제도를 통해서 사건이 일단락되고 넘어가는, 어떻게 말하면 법치에 의한 정치적인 해결이 이루어지는 양상을 보였다. 지금도 마찬가지다. 징계위와 대통령 결재가 떨어진 상황에서 추미애 장관이 사의를 표명했고, 그러면 윤석열 총장 본인도 이쯤에서 정리를 하는 것이 맞다. 사법부가 대한민국의 운명을 좌우해서는 안 되는 것이다. 대통령이 결재했다는 사실이 굉장히 중요하고, 현직 대통령의 행정권력이 보장돼야 하는 것이라면, 그 보장을 위해서라도 윤 총장이 결단을 내려야 된다고 본다.

TV에서 재방송이 계속되는 ‘제5공화국’을 보면 12.12 쿠데타 장면이 있다. 정승화 육군참모총장 당시 계엄사령관을 전두환 보안사령관이 연행한다. 보안사령관이 자기를 강원도로 쫓아보낸다는 정보를 미리 알고 쿠데타를 일으킨 것인데, 쿠데타를 합리화하기 위해 최규하 대통령의 결재를 받으려고 했다. 최규하 대통령이 맞서 투쟁하지는 못했지만, ‘국방부 장관을 데리고 오라’, ‘국방장관 승인이 있어야 된다’면서 시간을 끌었고, 나중에 국방부 장관이 오고나서야 결재를 했는데, 사인에 시간을 적어놨다. 12월13일 새벽 5시10분이라고. 그게 뭐냐 하면 정승화 계엄사령관이 연행된 시간보다 늦다는 것이고, 후일 역사가들이 봤을 때 그 연행 자체가 대통령 결재 없이 이루어진 쿠데타라는 점을 이야기해 준다는 거다. 그만큼 대통령제 하에서 대통령의 결재는 국민들의 권한을 위임받은 아주 엄중한 것이라는 점을 상기해야 한다.

현재의 코로나 위기는 앞으로 언제까지 갈지 모르고, 내년에 백신과 치료제를 통해서 극복해야만 한다. 정치권의 정쟁 자체는 필요한 것이지만, 지금 이 코로나 전쟁의 위기 속에서는 전부 다 멈춰야 할 시기라고 본다. 그래서 윤 총장의 결단을 다시 한 번 촉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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